박영수, 첫 조사 22개월만에 구속… 특검 앞둔 檢, ‘50억클럽’ 수사 속도
朴, 김만배에 빌렸다던 11억원
검찰, 받은 돈이라며 혐의 추가
영장기각 한달 만에 신병 확보
곽상도-권순일 등도 본격 수사 전망
‘대장동 로비 의혹’을 받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특정경제가중처벌법(수재 등)·청탁금지법 위반 혐의와 관련,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71)가 3일 구속되면서 이른바 ‘50억 클럽’ 수사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박 전 특검의 구속은 검찰 첫 조사 이후 약 1년 10개월 만이다. 올 4월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0억 클럽’과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이른바 ‘양 특검’ 법안이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돼 12월 말경 본회의에 특검법이 자동 상정될 예정이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검찰이 특검의 수사대상이 될 수 있기때문에 검찰은 수사강도를 높일 수 밖에 없다.
● 檢, 11억 원 외 금액 출처-경로 조사
박 전 특검은 대장동 민간업자들과 유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2021년 11월 처음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서 월 1500만 원의 고액 고문료를 받고 딸 박모 씨가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아 8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거두는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첫 조사 이후 40일 만인 지난해 1월 박 전 특검을 재조사한 뒤 한동안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았다.
그러다 올 2월 8일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아들의 ‘50억 원 퇴직금’을 명목으로 한 뇌물 혐의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3월 30일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면서 수사는 다시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6월 22일 박 전 특검을 불러 조사를 마친 검찰은 4일 뒤 법원에 박 전 특검과 공범 양재식 전 특검보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이를 기각했다. 이후 또다시 한 달여에 걸친 보강수사 끝에 박 전 특검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이 50억 클럽 관련 박 전 특검 수사에 돌입한 지 약 2년 만에 신병을 확보한 것.
한달 사이 검찰은 박 전 특검이 박 씨와 공모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로부터 대여금 명목으로 받았다고 주장한 11억 원이 사실상 빌린 돈이 아니라 받은 돈이라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를 추가로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6일 이후 구속된 박 전 특검을 불러 조사하는 한편 박 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며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한다는 방침이다. 박 씨가 화천대유로부터 받아 실현된 이익 25억 원 중 박 전 특검과의 공모 관계가 명확히 밝혀진 11억 원 외 금액의 출처와 경로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검찰은 곽 전 의원과 권순일 전 대법관 등 50억 클럽에 연루된 다른 인물들에 대해서도 확인된 내용을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 특검법 통과 시 수사 대상 되는 ‘前 특검’
검찰은 올해 말경 예상되는 특검법 국회 통과 여부와 상관없이 수사를 확대해 ‘50억 클럽’ 의혹에 대한 진상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 수사가 끝나더라도 야권이 특검법을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에 박 전 특검이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로 ‘국민 특검’으로서 명예를 누리던 박 전 특검은 이 사건으로 인해 검찰 수사에 이어 특검 수사까지 받을 처지에 놓였다.
유채연 기자, 허동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