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주제를 가장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괴물'로 여겨지며 가족들에 의해 살해당하는 가장 큰 형.
그렇지만 정작 괴물은 등장인물 모두를 지칭하는 단어인듯 하다.
하나하나 사연이 있지만, 주인공들은 정말 어디서 그런 것들을 어떻게 모아다 놨을까 싶을 정도로 모두 문제 덩어리다. 징그럽다. 사람의 가장 낮고 추잡스런 모습들을 갖추고 있다. 보면서 비로소 비극의 의의를 뼛속까지 느꼈다. 보고 나서 굉장히 불쾌하고, 구역질나고, 기분이 꾸리꾸리 했지만 현실로 돌아오니 밀려오는 relife.
이 연극을 보면서 가장 인상적인것은 중간중간 음악이었다. 여러가지 bgm을 쓰는 게 아니라 같은 강렬하고 독특한 선율을 중간중간 신이 바뀔 때 넣는데, 니체가 말한 비극에서의 음악의 역할을 톡톡히 해서 가장 본질적인 주제를 직접적으로 전달해주는 느낌을 받았다. 그에 영화를 직접 보는 듯한 생생한 배우들의 연기, 나는 감탄을 넘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내가 여태까지 알고 있던 대학로 연극과는 정말 정말 다른 연극이었다.
우리 조원 모두와 함께 봐서 다들 같은 느낌이었겠지만, 오아시스세탁소를 공연한 뒤 멘탈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대단한 작품을 접하게 되어서 놀라고 무서웠다. 초연이라 그런지 러닝타임이 2시간이 넘었지만, 그 시간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나는 과할 정도로 소리를 지르고 헉하기도 하고 눈물을 맺기도 했다. 배우들과 기획자의 의도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수는 없지만 내게는 그 의도가 제대로 관통했다.
이 수업을 듣고, 공연을 직접 꾸려보니 이제 소품 하나하나, 동선이나 배우들의 숨소리 갭 하나하나가 소중하고 대단하게 다가왔다. 심플하고 효율적인 세트와 조명은 내맘에 쏙 들었다. 웃긴 것은, 내 앞에 향수를 매우 과하게 뿌려서 10m밖에까지 향이 날 듯한 여자분이 있었는데, 그 신비하면서도 독한 향기가 이 극의 주제와 뭔가 맞아떨어져서 아직도 모든 장면과 느낌을 뇌리에 박아놓고 있다는 점이다. 고마워해야할지.... 아무튼 내 스타일의 연극이다. 앞으로 살면서 가벼운 코미디 뿐 아니라 이런 작품들을 많이 접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