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로그램 예비소집일.
경포대 해맞이 여행의 피로에 눌려
16시간동안이나 연속으로 자고 일어났다.
아침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 10시 전체모임이 있었다.
오늘 오후에 있을 철암세상 예비소집 때 뭘 할지 나누었는데,
당연히 할 것은 프로그램 설명이지.
이름이나 물어보고 하면 되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 동찬실장님과 미애간사님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탁월했다는 말이 더 맞을까?
앞으로 3주동안 함께 할 만한 선생님이라는 생각을 갖게 해 주어야 한다는 게
이분들의 말씀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연결되어 있는 끈을 만드는 시간이 바로 이 예비소집이라고.
문득 햇님달님 이야기에 나오는 동아줄이 생각났다.
오누이는 하늘이 내려주는 튼튼한 동아줄을 잡고
해님달님이 되었지만,
호랑이는 썪은 동아줄을 잡이 길을 달리했다는.
나는 아이들에게 과연 어떤 동아줄을 던져주는 사람이 될 것인가?
아이들 뿐 아니라,
사람들에게 나는 과연 생명을 구할만한 동아줄을 건져주는 사람인가 하는 생각에 잠시 잠겼다.
꼭 그렇다는 대답은 스스로 할 수 는 없었지만,
현재로서는 그냥 중간에 예고도 없이 뚝 끊어져 버려서
그 줄을 잡은 사람을 한없이 실망시키는 수준은 벗어나는 것 같다는 데 잠정 결론을 내었다.
나를 잡는 질문 또 하나.
나는 이번 겨울 철암세상에서 풍선이라는 동아줄을 내밀고 있지만,
그 줄을 따라 올라가면 무엇이 있을 것인가?
아...이번에도 만족할만한 멋진 답을 내지는 못했지만,
즐거운 시간이 될 것임에는 확신이 선다.
풍선 싫어하는 아이는 별로 없으니까.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감사도 배우고 칭찬도 배운다면 원이 없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벌써 3시가 되었다.
맨 처음에는 겨울놀이 하는 재원이가 아이들과 이야기했는데,
기다리는 20분 동안 나는 비밀의 방에서 색칠공부를 하고 있었다.
거의 끝났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밖으로 나가 보니 역시 지현언니가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풍선놀이라고 하니까
원래 신청서를 쓰지 않았던 아이들까지도 몰려오기 시작했다.
원래 13명이 신청했는데,
오늘 한다는 아이들까지 하면 거의 20명이 되었다.
나는 심해진 목감기 때문에 컨디션이 별로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봐주지 않았다.
내 목소리는 거의 고질라 같았다.
힘껏 외치면서 풍선 프로그램만 왜 참가비를 받는지 설명했다.
천원으로는 사실 충분한 풍선을 살 수는 없지만,
정말 배우고 싶은 사람들만 참여할 수 있게 하자는 의도라고 말했더니
아이들이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장난꾸러기처럼만 보이던 지민이는
뒤늦게 온 다른 아이에게
“야, 여기 천원 받는데, 이유를 들어보면, 그럴만도 해.”
라고 멋진 한마디로 설명해 주었다.
마치 내가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잘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에 아주 뿌듯했다.
그런데 소리를 지르는 것 말고는
아이들에게 쉽게 내 이야기를 전하는 방법은 없을까?
미애간사님은 조용조용하게 잘 하던데...
역시 경험에서 터득한 지혜는 배우기가 쉽지 않은 법이다.
저녁 모임에서는 짝꿍하기와 자유여행에 대해서 주로 이야기 하였다.
짝꿍하기 활동의 의미와 내용,
그리고 어떻게 짝꿍이 선정되는지에 대해서 미애간사님께서 설명해 주셨다.
나는 누구와 짝꿍을 하게 될까?
짝꿍이랑 뭘 만들어 먹을까?
방학숙제는 어떻게 도와주어야 하지?
짝꿍신문에는 어떤 기사를 적게 될까?
머릿속에 끝없이 떠오르는 질문들은,
설렘이라는 단어 하나로만 정리할 수 있는 두근거림을 점점 크게 만들고 있었다.
내 짝꿍도 이렇게 설레면서 기다리고 있겠지?
자유여행은 승도와 서울 가는 팀으로 정했는데,
서울에 살면서도 안가본 데가 많기도 해서 도리어 내가 설렌다.
고등학교 시절 내내 올라가던 남산 순환도로라도
아이들과 함께 가면 또 다른 느낌이겠지?
해야 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들을 적어보고 선택하면 좋겠다.
남산타워 올라가기 전에
여기랑 여기를 들리면 멋진 여행코스가 되겠다.
여의도에서는 하루 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은데.
기대하고 설레는 이 시간들이 나에게 힘을 주는 것 같다.
기대감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중요한 일이다.
뭔가 잘 해야겠다는 부담감을 조금 더 내려놓고,
마음속에 있는 설렘과 기대를 최선의 방법으로 풀어 낼 수 있도록 기도한다.
내가 할 수 없는 부분들을 포기할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사람들과 더불어 갈수 있도록 기도한다.
오늘의 교훈-
내가 내미는 동아줄은 어떤 걸까? 스스로 생각해 보기.
경험으로 쌓는 지혜는 보물과 같다.
설렘은 나에게 힘이 된다.
첫댓글 언니가 내민 동아줄에 많은 아이들이 기대하며 붙잡고 있음에 감사하며, 언니의 동아줄은 분명 아주 튼튼한 동아줄일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