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후, 로드(ROD)군의 총 사령함 <블랙 레이븐>호에서 미확인 비행물
체 두 기가 출격되었다. 물론 아르케 쪽에서는 알지 못 한체...
"리차드 님! 점점 아군이 밀리고 있습니다! 지시를 내려주십시오!"
"전원 서서히 후퇴하라! 속력은 2 SP로! 살라딘 군과 데미안 군이 제대
로 적진에 들어갈 때까지 시간을 벌어줘야 하네! 통신병! 아직 크리스티
앙 쪽에서는 연락이 없는가?"
"아, 있습니다. 앞으로 30분 이내에 적의 보급선에 닿을 것 같다는 연락
입니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그럼 이제 이번 작전은 살라딘 군에게 달렸군. 부
탁하네, 살라딘 군!"
리차드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이번 작전이 꼭 성공하기를....
코드명 유니콘. 작전 내용은 이랬다. 얼마 되지 않는 군세로 몇 배가 넘
는 적을 섬멸할 수 있는 단 한 가지 방법. 그 방법은 적의 보급선을 차단
하는 일이었다. 예전의 아르케 군을 상대라면 초고속 배틀 크루져 <레오
폴드> 호 때문에 거의 불가능한 작전이긴 하지만 저번 전투로 인해 <레오
폴드> 호가 파괴된 이상 재생산에 필요한 3 달이라는 기한 안에는 가능
할 수도 있다는 생각 아래 이 작전이 통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전 로드
(ROD)군이 아르케 군을 상대로 버티고 있는 동안 일군을 거느린 크리스티
앙 쪽에서 보급선을 차단하고 사기가 급속히 저하될 아르케 군을 섬멸한
다. 그러나 그 방법이 과연 좋은 전법이긴 했지만 솔직히 너무 양적인 차
이가 컸기에, 이번에 살라딘과 크리스티앙, 죠안, 그리고 새로이 편입한
천재 기술자 크로슬리 씨가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그 <비밀무기>가 효과
를 발휘해 준다면 가능할 수도 있는 전략이기에 과감하게 공격을 감행하
기로 전 용병장과 로드 군장들이 합의를 본 것이었다.
"제 1 방어선이 무너집니다!"
"조금만 더 버텨라! 제 2 방어선이 곧 구축된다!"
안간힘을 쓰는 리차드였다.
"사, 사령관님!"
"왜 그러나? 상병?"
"B-13구역에 미확인 물체가 접근 중입니다!"
올해 42세인 사령관 <올드 스미츠>씨는 심드렁하게 말을 받았다.
"잡으면 되지 않나?"
"그, 그런데...."
"그런데 뭘?"
올드 스미츠 씨는 갑자기 무거워지기 시작하는 통신병의 얼굴을 보며 물
어보았다.
"그, 그, 단 두 기의 미확인 물체가...."
"물체가?"
"기함 3 척을...단 한 번 공격으로..."
"뭐라고!"
사령관 올드 스미츠 씨는 책상을 내리쳤다. 그의 마지막 행동이었다.
"그, 그 미확인 물체가...이 쪽으로..."
순간, 기함의 스크린은 하얀 빛으로 가득 차는 것 같더니, 곧 아르케 총
기함의 스크린에는 <B-13 섹터 전원 전멸>이라는 말이 떴다.
"어떻게 된 겁니까? 로드(ROD) 녀석들은 전부 이 쪽에서 싸우고 있는데
제일 끝에 있는 B-13 섹터가 무너지다니, 자폭이라도 했단 말입니까?"
아슈레이는 평소 침착했던 얼굴마저 일그러진 체로 고함을 질러댔다. 불
쌍한 통신병은 조그만한 소리로 보고를 올렸다.
"그, 그게 미확인 물체 2기를 발견했다는 보고가 들어온 뒤로...통신이
끊기더니...전원 전멸이라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만...."
"닥쳐라! 어떻게 높이 3K도 안 되는 것들이 높이만도 50K나 되는 기함들
을, 그것도 1척도 아닌 50척을 다 부순단 말인가!"
아슈레이는 냉정을 잃고 평소에 입에 익어 있던 높임말조차도 생략한 체
고함을 질렀다.
"죄, 죄송합니다! 하, 하지만..."
"조용히 입 닥치고 제 자리로 돌아가십시오! <페가소스> 호에 연락하고!
물론 다른 기함에는 이 소식을 전하지 마십시오!"
"아, 알겠습니다!"
통신병은 구령을 붙이고 얼른 제자리로 돌아갔다. 아슈레이는 입술을 있
는 힘껏 깨물었다. 피가 이 사이로 흘러나왔다.
"오웃! 이거 정말 재미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말이야."
"데, 데미안. 신나지 마라. 나도 사실은 이거 처음으로 조정하는 거란 말
이야!"
"헤헤, 그런데 너 그렇게 아수라를 오래 소환해도 되는 거냐?"
"괜찮아. 어차피 난 달(Doll)이잖아. 그런데 말이야. 데미안."
"왜?"
아르케 쪽에서는 B-13. 로드(ROD)군에서는 A-6 섹터라고 불리우는 곳을
완전 황폐화 시키고 검은 우주 하늘을 가로질러 가는 도중에서 살라딘이
앞만 바라보면서 데미안에게 오랫동안 간직해 오던 질문을 했다.
"세라쟈드가....살아있다는게 사실이냐?"
"....."
"정말이냐구...."
"그래. 나도 몰랐는데, 엠블라 누님에게 들었어. 세라쟈드...그녀는 살아
있다. 너처럼 달(Doll)로 말이야...베라모드라는 이름으로..."
"어디있지? 그녀는..."
"훗. 그녀? 지금은 <그녀>가 아니지. <그>일 뿐이야."
"나에겐 <그녀>나 <그>는 아무 상관도 없어. 내 질문에나 대답해."
"...베라모드는 지금 리치에 있다."
"리치?"
"알 수 없는 시공 균열이 리치 행성 쪽에서 일어나서 말이지. 원래 베라
모드가 그 쪽이거든. 리치가 우리 구역이라는 점에서 란, 베라모드, 루
크 랜서드 등이 그쪽으로 갔어. 리치 쪽으로 정찰도 갈겸 해서 말이야."
"그렇단 말이지...."
"이번 전투가 끝나면 가보던지...무지 무지하게 바쁜 것 같던데?"
"....늑대다."
"? 늑대? 베라모드가 늑대였냐?"
"그게 아니고 앞에 늑대다. 아르케 공식 초고속 전투기 늑대. 모두 18 기
군."
"헤헤헤, 또 뛰어볼까?"
"건투를 빈다. 죽지나 말아라."
"너나."
살라딘과 데미안은 입가에 미소를 씩 짓고는 각자 갈라져 <늑대>들에게
뛰어들어갔다. 아르케 군의 총탄이 우주 하늘을 어지럽게 갈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