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예의가 바르고 얌전한 느낌을 주는데 반해(물론 펍에서 만난 사람들은 사업하는 사람들과 전혀 다르다), 미국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밝고 활동적이다. 미국 바이어들은 대체적으로 실용적인 것을 많이 물어 본다. 아파트 가격은 얼마냐, 한강에 요트는 어디에서 이용할 수 있나. 등 등 그리고 "난타"를 보여주니까 정말 좋아하고 자기들끼리도 웃으면서 떠드는게 보기 좋았다. 우리한테 오면서 필립스 기술자는 그 회사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줬는데 질감과 색상이 좋아서 10년이 된 지금도 변색이 안되어있고 입고 다닌다. 여자 기술자가 시카고 컵스 투수 3인방 중 하나가 정말 섹시하다고 이야기하는데 거리낌없는 그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심지어 최근 미쿡 여자 바이어는 껌을 씹으면서 상담 진행을 하는데 참 난처하고 화가 나서 얼굴만 뚫어지게 쳐다보고 말도 안했는데, 내 주변에서는 전혀 맘의 동요가 없어서 적지 않이 당황했다. 삼성에 있을 때 어느 상무가 무용담으로 러시아에서 어느 여사장이 명함을 던져서 주길래 나오면서 명함을 찢고 나왔다는 얘기가 생각이 나면서 울화가 치밀었으나 나 혼자 화가 나서 공감할 사람이 없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대체적으로 바이어들이 올때는 불고기나 삼계탕 아니면 한정식을 시키면 무난하게 잘 먹는 것 같았고 큰 범주에서 백인들의 경우 일만 보고 최대한 빨리 속전속결하자는 사람들이 대체로 많았다. 영국에서는 출장갔을때 보다 어학연수 갔을 때가 더 많이 생각나는데 리버풀에는 20여년전만 해도 동양인에 그리 호의적이지만 않았고 일단 잘몰랐다. 기껏해야 한국전쟁 이야기를 많이 할정도고 더 알아봤자 88 올림픽한나라고 북한과 남한을 구분하지도 못했다. 의외로 거지 행색을 한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데 그 사람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코스모폴리탄 개념까지 설명을 해서 거의 반 철학자느낌이 났다.
네덜란드는 암스테르담에 23년전에 갔을때 상당히 괴기스러운 분위기랄까 하는 것을 느꼈다. 마약공원등 그날 음산한 날씨가 겹쳐서 그런지 썩 좋은 인상을 못받았는데 2002년 월드컵 하기 직전 아인트호벤으로 출장갔을때는 기술자분들과 내 사수를 모시고 갔는데 기술적으로 통과하기 힘든데 비비고 들어가서 미팅을 하는 경우라서 초조한 마음으로 아침 미팅을 마치고 점심 프리젠테이션 하기 전에 구내 휴게실에서 샌드위치를 간단하게 줘서 먹으면서 그들과 이야기 하는데 내가 분위기를 띄운답시고 히딩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히딩크는 아인트 호벤 출신 선수였음)
근데 별 반응이 없어서 어색하게 다음 대화로 넘어갔었다.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출장성과는 전혀 없었으며, 그들이 관심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기술 수준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던 것이다. 사람에 대한 느낌을 말하자면 그렇지만 너무나도 냉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차라리 내가 싫어하는 스타일인 이태리 남부 키작고 계속적으로 일에 대해 쪼아대는 것이 낫지 않을 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지만, 지금도 네덜란드 축구는 여전히 좋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