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2월 통영 앞바다서 해군 예인정 침몰..159명 순직
통영 이순신 공원 위령탑 앞 동기생 30명 모여 위령제
(통영=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너, 40년 전에 내가 빌려준 100원을 아직도 안 갚으면 어쩌냐? 저승에서는 잘 지내지?"
화창한 날씨를 보인 21일 경남 통영시 정량동 이순신 공원 내 '통영해상순직장병위령탑' 앞에 나이 일흔을 바라보는 예비역 해군 30명이 모였다.
생업을 제쳐 두고 모인 이들은 1974년 2월 22일 오전 통영시 장좌섬 앞바다에서 발생한 해군 예인정(YTL정) 침몰사고 당시 살아남은 해군병 159기다.
당시 이순신 장군 위패를 모신 충렬사를 참배하고 돌아가던 도중 돌풍으로 배가 침몰, 배에 탄 해군과 해경 장병 316명 가운데 159명이 목숨을 잃었다.
공교롭게도 당시 순직한 해군과 해경 159명이란 숫자는 해군병 159기 기수 순서와 같다.
이 사고 이후 매년 열리는 위령제가 올해로 40주기를 맞았다. 예비역 해군들은 매년 참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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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묵념하는 예비역 해군들
해군병 159기와 해경 11기의 노력으로 2007년에 위령탑이 세워졌고 근처 비문에는 순직 장병들의 이름이 새겨졌다.
김병관 해군병 159기 동기회 고문은 먼저 간 동기의 이름을 가리키며 "너 40년 전에 내가 빌려준 100원을 아직도 안 갚으면 어쩌냐"며 말을 걸고 "저승에서는 잘 지내지"라며 인사를 건넸다.
이어 "통영 강구안에서 초라한 위령제를 지낼 때는 사고 당시처럼 비바람이 몰아쳤다"며 "위령탑을 세우고 나니 위령제를 지내는 날은 이렇게 날씨가 맑다"고 해맑게 웃었다.
당시 해군병과 해경은 기초군사교육을 함께 받았는데 충렬사 참배는 교육 수료를 앞두고 진행하는 행사였다.
6개 중대가 2개 조로 나눠 배를 타고 이동, 충렬사를 찾았는데 1차 참배자들이 사고를 당한 것이다. 이들은 교육성적이 우수한 중대원들이었다.
장성일(62) 해군병 159기 동기회 회장은 "정신없이 헤엄을 쳤고 구조대가 던져준 구명조끼를 잡고 살았다"며 "아수라장이 됐던 그때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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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년전 전우들의 이름이 여기에
세월은 40년 넘게 흘렀고 연락이 닿는 전국의 동기생들은 이제 100명 정도다.
예년처럼 평범하게 진행된 올해 위령제는 국민의례, 순직 영령에 대한 경례, 헌화와 분향, 조총 발사와 묵념, 추모사, 추념사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해군병 159기 동기생 외에 장종철 통영 해군전우회장, 박권범 통영시부시장, 김만옥 통영시의회 의장, 박덕진 충렬사 이사장, 김성환 해군 기초군사교육단 생도대장, 서승진 통영해양경찰서장, 충주 해군전우회와 광양 해군전우회 회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유가족들은 보이지 않았다.
재향군인회 경영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병관 고문은 이날 위령제에 맞춰 직접 쓴 '바다의 사나이들이여'라는 추모시로 추념사를 대신했다.
추모시에서 그는 "40년 전 은초록의 바다에 던져진 전우들이여/ 그날은 바닷물도 너무나 차가웠습니다…이제 그리움도 사랑도 성냄도 미움도 다 내려놓으시고/ 대자유의 화신이 되어 이 조국 이 강토를/ 더욱 빛나게 지켜주소서"라고 기원했다.
예비역 해군들은 위령탑 앞에 서서 통영 앞바다 깊은 물속에서 잠든 동기생들을 향해 거수경례를 하고 한참을 바라보다 자리를 떠났다.
바다의 사나이들이여
40년전 은초록의 겨울 바다에
내동댕이쳐진 전우들이여.
그날은 바닷물도 유달리 차가웠습니다.
조국의 바다를 지키려다
먼 길 떠나버린 그리운 사람들아
그대들은 바다 사나이
문무와의 후예되어 이나라 지켜내고
조국통일도 이루리라 믿습니다.
평화와 자유를 위해
통일과 번영을 위해
언제나 푸른 청춘의 바다가 될 것입니다.
오늘 우리 전우들은 40년 여러분과 함께
조국수호의 투혼을 불살랐던 신병 훈련소를 방문하여
그때 그 시절 푸르고 싱싱했던 여러분들의
모습을 떠올려 볼 것입니다.
엄동설한 함께 찬물세례를 받던 우리 전우들도 환갑진갑이
지나고 있어 머지않아 앞서거니 뒤서거니
여러분 곁으로 갈 것입니다
여기 위령탑 세우기 전 오늘은 약속이나 한 듯 그렇게 날씨가 좋지 않았는데
준공식을 한 8년 전 부터는 이렇게 날씨가 좋습니다.
채 피지도 못한 채 수중고혼이 되어 버린 여러분의 한이 하늘에 사무쳐 있었기에
비명에 간 우리를 기억해 달라고 그렇게 외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못난 우리들은 여러분의 외침을 너무나
오랫동안 외면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못 다한 삶까지 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조국은 여러분의 희생을 딛고
대 웅비의 나래를 펼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선진국 대열에 합류 할 것입니다.
얼마나 자랑스러운 일입니까?
이제 그리움도 사랑도 성냄도 미움도 다 내려놓으시고
대자유의 화신이 되어 이 조국 강토를 더욱 빛나게
지켜 주소서
해군 159기 전 동기회회장 전 서울시 재향군인회장 김병관 올림
첫댓글 159라는 숫자가 주는 아픔이 있네요,,,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한 것인데
그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돌풍으로
목숨을 잃었다니 참으로 기가 막히는
참사 입니다. 늦게나마 그 분들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