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봄이 오는 길목에서...
2023년 3월 28일 화요일
음력 癸卯年 윤달 이월 초이렛날
산골의 아침은 꽤나 춥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춥다고 표현을 하는 것이 좀
그렇기는 하지만 현실이 그렇고 사실이 그러한데
아니라고 부인을 하겠는가? 이른 아침 기온 영하
7도, 지붕엔 된서리가 내려 지붕을 하얗게 덮었다.
산골의 봄은 질기디 질긴 겨울의 심술에 못이겨서
심한 몸살을 하고 있다. 이런 자연현상을 두고 흔히
하는 말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고 했던가?
아님 촌부가 자주 표현하는 '두 계절의 공존'인가?
여하튼 산골의 꽃샘 추위는 상당히 매섭다.
아침은 옷깃을 여미게 되는 싸늘함으로 시작된다.
그래도 한낮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햇살 좋아
기온이 많이 올라가 꽤 따스하다. 양지바른 곳에는
계절을 속일 수가 없는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온갖 야생초가 흙을 비집고 땅을 덮고 있던 낙엽을
밀치면서 그 사이로 고개를 빼꼼히 내밀고 있었다.
반가운 모습들이다. 워낙 조그맣게 올라오고 있어
쪼그리고 앉아 살펴야 눈에 들어오는 녀석들이다.
얼마나 반갑고 고마운 모습들인가?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내려다보면서 미소를 짓게 되는 것이었다.
이렇듯 자연의 힘은 제아무리 힘센 천하장사라고
하더라도 감당할 수가 없는 위대한 힘을 지닌 것이
바로 자연의 힘, 자연의 이치, 자연의 변화 아닌가
싶다. 그래서 예로부터 자연에게 순응을 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삶이라 했던 것이리라!
요며칠은 아주 잘 놀고 잘 먹고 잘 즐기고 있다.
어제도 그랬다. 오전에 마을 아우가 예비 밭갈이를
해놓은 밭에 나가 돌멩이와 나무뿌리를 치워놓고
밭갈이를 하며 잔대 몇 뿌리를 주워 적당한 위치에
심어놓은 것을 제외하고는 일이라곤 한 것이 없다.
전날 저녁 아들 녀석이 함께 식사를 하자며 내려와
둘째네와 인근 새로 생긴 고깃집에서 맛있게 먹었다.
중국 음식을 좋아하는 이모부를 위해 늦은 점심을
함께 하자고 아들 녀석이 말했는데 이서방이 두통이
좀 있다며 다음에 하자고 사양을 하는 바람에 어쩔
수없이 셋이서 원주에 나가 조카 딸내미에게 연락해
함께 하려고 했다. 딸내미도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해
다음으로 미루고 우리끼리 중국집으로 가서 식사를
했다. 요리 두 개를 시켜놓고 물만두에 짜장면까지
배불리 먹었다. 아들 녀석 덕분에 호사를 누렸다.
이래서 자식을 기른 보람을 느끼게 되는 것이구나
싶다. 그렇게 아들 녀석과 즐거운 식사를 마친 다음
아쉬운 작별을 하고 기왕 나온 김에 대형마트에서
쇼핑을 하고 들어와 둘째네와 아들 녀석이 사다놓은
케익과 커피를 마시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며칠동안 아무생각없이 마냥 놀고 먹느라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지냈다. 그러고보니 닷새가 지나갔다.
비가 내린다고 이틀, 동창회 다녀오라 이틀, 아들과
함께 한다며 1박 2일을 지내느라 아무일도 안했다.
닷새동안 잘 놀고 잘 먹었으니 오늘부터는 촌부의
일상으로 돌아가 사부작사부작, 쉬엄쉬엄 서둘지는
않고 일을 시작하자며 마음을 다져보는 아침이다.
첫댓글 그렇게 맛난 음식도 드시고
여행도 하시면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살아가시길
응원드립니다. 서울도 어제아침은 영하였답니다.
잔대가 눈에 쏙
들어 오네요.
산모들이 많이 먹는..
즐 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