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신동엽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一生)을 살아갔다.
네가 본 건, 지붕 덮은
쇠 항아리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닦아라, 사람들아
네 마음속 구름
찢어라, 사람들아
네 머리 덮은 쇠 항아리
아침 저녁
네 마음속 구름을 닦고
티 없이 맑은 영원(永遠)의 하늘
볼 수 있는 사람은
외경(畏敬)을
알리라
아침 저녁
네 머리 의 쇠항아릴 찢고
티 없이 맑은 구원(久遠)의 하늘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연민(憐憫)을
알리라
차마 삼가서
발걸음도 조심
마음 조아리며
서럽게
아, 엄숙한 세상을
서럽게
눈물 흘려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고대문화』, 1969.5)
[작품해설]
이 시는 세상의 진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일생을 살아가는 민중들의 고단한 삶에 대한 시인의 슬픔과 애정을 표현한 작품으로, 장편 서사시 「금강」에 삽입되기도 하였다. 짧은 시행과 잦은 쉼표로 시상을 전개함으로써 시행이나 연의 반복이 주는 역효과를 최대한 막고 있다.
이 시의 창작 동기는 ‘먹구름’ 덮인 하늘 아래서 머리에 ‘쇠 항아리’를 덮고 살아야 했던 이 땅의 민중들의 삶이다. ‘맑은 하늘’은 자유와 평화를 누릴 수 있는 세상을 상징하며, 이에 대립되는 ‘먹구름’은 암담한 현실 상황을 의미한다. 또한 ‘먹구름’은 ‘지붕 덮은 / 쇠 항아리’로 변주되어 구속과 억압을 의미한다. 이네 화자는 4연에서 구속과 억압으로 표사외는 현실 상황의 극복을 위한 민족사적 과제를 ‘먹구름을 닦고 쇠 항아리를 찢’는 것으로 제시한다. 그러나 화자는 자유와 평화를 상실하고 인고(忍苦)의 나날을 살아 왔던 민중의 삶을 돌아보며, 자신이 꿈꾸는 세상이 아직도 도래하지 않고 있음을 강조해 보여 준다. 시인은 이러한 화자의 태도를 통해 현실 극복에 대한 강렬한 의지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작가소개]
신동엽(申東曄)
1930년 충청남도 부여 출생
단국대학교 사학과 및 건국대학교 대학원 국문과 졸업
195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시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가 당선되어 등단
1967년 장편 서사시 「금강」 발표
1969년 사망
1980년 유고시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발간
시집 : 『아사녀(阿斯女)』(1963), 『금강』(1967), 『신동엽전집』(1975),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1980), 『꽃같이 그대 쓰러지면』(1989), 『젊은 시인의 사람』(19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