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후보는 30일 오전, 아들 건호(29)씨의 졸업식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연세대학교를 찾았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노 후보 부부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활짝 피어나 있었다. 남다를 수밖에 없는 감회가 어려있는 함박웃음이었다.
김우식 연세대 총장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노무현 후보를 반갑게 맞아주었고, 이 자리에는 권양숙 여사와 건호 씨도 동석했다. 약 10여분간 환담이 진행되는 동안 노 후보는 아들이 군에 입대했을 당시를 회고하는 등 오늘 졸업식이 있기까지 아들과의 사이에 있었던 몇 가지 일화들을 소개.
특히 아들이 군에 입대하여 훈련을 마치고 퇴소식을 하던 날, 이등병 계급장을 달아주면서 눈물을 흘리자 아들도 함께 따라서 울었던 일, 그리고 아들의 고시공부를 반대하면서 그 이유로 자신이 젊었을 때는 고시 도전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사회가 달라진 만큼 사회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던지 아니면 자유롭게 삶을 사는 게 좋겠다’고 말해주었던 일 등을 회고했다. 노 후보는 총장실을 나오면서 ‘아들이 나온 학교를 저의 모교로 생각하겠습니다’는 말로 인사를 대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졸업식이 끝난 후 노 후보의 가족들은 연세대 본관 앞에서 가족사진을 촬영했다. 건호 씨는 학사모와 가운을 벗어 차례로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입혀드린 후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자신의 표현대로 ‘이보다 더 평범할 수 없는’ 아버지,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돈 안 벌어오는 아버지’, 그리고 지금은 ‘유명해서 자신을 조금 불편하게 하는 아버지’에 대한 감사의 인사였다.
가족들의 기념사진 촬영이 끝나기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노무현 후보의 출현을 알아본 졸업생들이었다. 그들의 요구에 따라 노 후보는 차례로 기념촬영을 하면서 일일이 축하의 악수와 함께 인사를 건넸다. 오랜만에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뿌듯함으로 노 후보의 연세대 나들이는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 참고 : 노건호 씨는 73년 생으로 92년 동국대 화학과에 입학한 후 93년에 군에 입대, 95년까지 ‘이기자 부대’로 알려진 60밀리 박격포부대에서 복무한 후 만기제대했음. 이후 동국대에 복학하지 않고 96년에 연세대학교 법과대에 입학, 오늘 졸업을 하게 되었으며 현재 LG전자 업무혁신팀에 근무 중이다. 노건호 씨의 군대생활과 관련한 네티즌의 글은 지금도 여전히 사이버공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