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학과 정원을 약대 신설 정원으로 전환하자는 민주평화당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시고창군)의 주장에 약사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이미 약대유치에 힘쏟고 있는 전북대 등은 들뜬 분위기다. 반면 약사들은 이미 인력이 충분할 뿐더러 정원외 입학 제도 전체에 손을 댈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왜 논란이 됐나
잠잠했던 지방 약학대학 유치가 다시 수면위로 떠오르게 된 것은 유성엽 의원이 최근 내놓은 ''지원자 0명' 약대 계약학과 바이오특화 약대 신설 정원으로 전환돼야' 자료때문이다.
유 의원은 2011년 약사 증원시 신설된 약학대학의 계약학과가 유명무실하다며 올해의 경우 계약학과를 운영하고 있는 14개 대학에서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정원 77명 중 계약학과 지원자수가 2015년 5명, 2016년 1명, 2017년 4명이었으며 올해는 단 한명의 자원자도 없었다는 것.
이어 국회 입법조사처 자료를 인용, 2020년부터 7000명 정도의 약사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신약개발과 보건의료 현장에 필요한 약사 수급을 위해서 유명무실한 계약학과에 대한 과감한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대안이 약대 신설 정원으로의 전환이다.
유 의원은 "제약산업의 발전 지원이라는 취지를 달성하고자 만들어진 약학대학 계약학과의 현실적 지원기준 및 운용기준이 현실적으로 맞지 않아 유명무실해졌으므로 약대 계약학과 정원을 약학대학이 설치돼 있지 않은 대학에 약대 신설을 위한 정원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보건사회연구원의 보건인력 중장기 수급전망 자료를 보면 2020년까지 약사 인력 7000명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보건의료 현장에 필요한 약사 양성을 위한 방안 검토가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계약학과 정원미달 현상 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까다로운 입학 규정과 그 외 부대조건 등이 원인이다.
계약학과는 약학관련 기업이 약대가 있는 대학과 계약학과 설치 협약을 체결하고 해당기업에 3년 이상 근무한 직원을 약대에서 수학할 수 있도록 비용 일체를 지원해 주는 것인데, 지원을 위해서는 3년 이상 근무한 경력과 졸업 이후 회사에 더 근무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때문에 일부 대학에서는 수요가 없다고 판단해 시행 초기 교과부에 정원을 반납하고 계약학과를 폐지하기도 했다.
이미 복지부와 교육부 역시 계약학과 정원을 약대 신설을 위해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복지부는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약대 신설을 위한 정원 전환은 교육부 소관이라는 입장이고, 교육부는 복지부가 약사 인력 증원 필요성에 따라 약대 증원인원을 통보하면 심사를 거쳐 약대 신설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약대 유치 추진했던 대학은 '환영'
이미 약학대학 유치를 추진하고 있던 대학들은 환영의 입장이다.
전북대와 제주대는 거점 국립대 가운데 약학대학이 없는 유일한 대학으로, 해당 대학에 약학대학 유치를 추진해 왔다.
전북대 이남호 총장은 취임 당시 "신약개발 전문 인력 양성을 통해 농생명 수도인 전북의 인프라를 한층 강화할 수 있는 만큼 약학대학 유치는 대학 뿐 아니라 지역의 숙원"이라며 "반드시 약대를 유치해 천연 농산물 신약개발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전북지역 신문들은 유 의원의 주장에 대해 '약대 유치, 희망이 보인다'라는 제하의 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약사들은 '시큰둥'…"전환 말고 폐지하자"
약사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한 약사는 "초기부터 계약학과 자체가 무의미했다. 인원을 약대 유치 정원으로 전환할 것이 아니라 과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약사도 "약사 인력을 계속 늘리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이미 현장에서는 약사인력이 충족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신약개발 전문 인력 양성이라는 이유로 인력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납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약사회 게시판에도 약학대학 정원 외 입학문제가 등장했다.
한 약사회원은 "약대신설 및 증원증가로 인해 약사인력이 과잉배출 되면서 현장에서 신규약사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 이미 기존 약대정원의 1.5배가 증원된 상태이지만 교육부에서는 통합 6년제를 시행하면서 정원외 입학을 7% 이상 확보해 인원을 더 늘리겠다고 했다"면서 "2006년 보사연 연구에 따르면 약사인력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되며, 해결책으로 정원 개편을 내세우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약사는 "약학대학 내 정원외 입학인원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하다"면서 "더욱 더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에 약사인력 수급에 대한 정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약사회 역시 최근 약사인력 초과 공급과 관련한 연구결과를 복지부에 제출했다.
약사회는 약사인력 초과 공급 가능성을 제기하며 "약사의 생산성이 현재와 같이 유지되는 경우에만 약사인력이 부족한 것으로, 생산성 증가에 따라 약사인력은 초과 공급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약사회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약대 정원 외 입학 공급 인력은 반영되지 않은 채 인력추계를 짰지만, 정원 외 인원을 7%이상 의무선발시 2030년에는 1100여명이 추가배출돼 실제로는 약 7700여명이 넘는 초과 공급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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