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dagio non molto란 '너무 느리지 않게'라는 뜻의 음악 용어이다.
'느림'이라는 말은 정보와 기술의 아우토반을 무한질주하는 현대 문명
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단어일 것이다. 우리는 항상 속도에 매달린다.
그래서 항상 남보다 늦지 않았는지 전전긍긍하고, 남이 뭘 하는 지에
관심이 많고, 남과 비교하고 뒤쳐진 것이 있으면 그것을 남 만틈 갖
추려고 기를 쓰고 노력한다. 내가 좋아하는 인디 밴드 중 <타카피>
라는 그룹의 <거북이>라는 노래가 있다. '나는 거북이야~'로 시작하
는 이 노래는 스스로가 거북이임을 당당하게 주장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우리의 삶은 모두가 날쌘 토끼와 같은 것일 수가 없다. 빨리
가는 사람은 그 만큼 주위를 돌아보기 힘든 법이다. 어떤 사람은
속도를 쟁취하기 위해 삶의 영역을 단순화시키는 사람도 있고 어
떤 사람은 속도는 느리지만 삶의 영역을 복잡하고 넓게 유지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난 항상 이렇게 외친다...
어차피 늦게 가는 거라면, '너무 느리지 않게 가자!'
어떤 책에선가 한 사람이 평생 지나다니는 경로의 총합을 지구 밖
의 시점에서 보여준 그림을 봤는데, 실상 우리는 기를 쓰고 돌아다
녀봤자 마치 개미 한 마리가 백록담을 헤엄치는 것처럼 좁은 거리
밖에 움직일 수 없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 기를 쓰고 열심히
살려고 해 봤자 우리의 인생은 크게 트이지 않는 이상 어느 정도
남들이 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모습을 취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그것을 얻지 못해서 기를 쓰고, '삶은 고단하다'
라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다. 이만희의 희곡 <피고 지고 피고
지고>를 보면 다음과 같은 대사가 나온다. (좀 길지만 재미 있
으니 끝까지 읽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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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마다 은하계를 생각하네. 태양은 지
구보다 백만 배나 크고 은하계에는 금성 목성 다 합친 태양계가
천억개쯤 있다더군. 헌데 우주에는 이렇게 큰 은하계가 수십억
개쯤 있대. 허니 이 우주는 얼마나 클 것인가. 이 몸이 우주라
면 우리 은하는 새끼 손톱에 있는 때에 불과할 것이고, 그 때
속에 천억 마리의 세균이 다닥다닥 붙어 살고 있는 게 저 태양
계란 말이야. 지구는 또 나눠져야 하니 표현할 길도 없을 게고.
어찌 됐든 이 미미한 세균 속에서 다시 수십억 인류가 모여 살
고 있는 거야. 그 중에 하나가 자네들이고, 나일 테고. 그런데
도 인간들은 밤하늘을 아릅답게 수놓기 위해 하느님이 수많은
별들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 우스운 얘기지. 건방지기
짝이 없고. 마치 (새끼 손톱을 가리키며) 이 세균이 자기의
구경 거리를 위해 내가 존재한다고 믿는다면 그게 말이나 되
는 소리야? 이 세균 중에 어떤 놈은 지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라고 뽐내고, 어떤 놈은 친구가 죽었다고 도둑맞았다고
시험을 잡쳤다고, 계집과 헤어졌다고, 온 우주의 아픔을 혼
자 이고 있는 양 울며 불며 난리법석을 떨고 있지. 우주인
내 몸이 볼 때는 아무 일도 아닌데. 그러다가 내가 손톱이
라도 깍아버리면 이것들은 뭐라고 하겠는가? 인류 멸망이라
느니 이삼년만에 찾아오는 빙하기를 맞았다느니 지랄방정
들을 떨겠지.
태양계 안에서 차지하고 있는 내 몸무게를 생각해 보아. 또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내 몸무게도 생각해 보고. 그런데
도 인간의 우주의 주인이고 만물의 영장이란 말이야.
지구는 별 축에도 못껴. 더부살이하며 떠도는 항성에 불과
해. 인간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 난 우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불쌍한 놈들이라고 생각하지 않네. 떵떵거리며 살았
든 죽을 쑤며 살았든 다 똑같은 거야. 그저 피고지고 지고
피고 하는 거야. 이쪽 저쪽 옮겨다니면서... 어디쯤엔가
우리가 살만한 별들이 또 있겠지? 안 그래?
이렇게 큰 우주에 그런 별 하나쯤 없을라고.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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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어딘가에 당신의 별이 있다. 그 별을 발견할 때까지
피고지는 인생이라면 너무 빨리 가다가 그 별을 놓치지 말
고 가끔 밤 하늘도 쳐다보면서 너무 느리지 않게만 살자.
힘들 때는 주문을 외자.
아다지오 논 몰토...
아다지오 논 몰토...
아다지오 논 몰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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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gio non molto
앙데팡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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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7.06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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