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시작될 때
'비상선언' 의 용어 정의부터 해준다
' 재난 상황에 직면한 비행기가 더 이상 정상적인 운항이 불가하여 무조건적인 착륙을 요청하는 것을 ( )이라고 한다
라며 물음표를 던진 후 <비상선언> 이라는 단어로 괄호안을 채운다
바로 이 영화의 제목이 비상선언이다
하와이라는 지명이 떠 올리게 하는 상상은 실로 낭만적이고
여유롭고 쉼표가 한가득 들어있다
이 하와이행 비행기에 모두가 휴가를 떠나거나 여유를 가진 사람만이 있는 건 아니다
딸의 아토피 치료를 위한 사람도 있겠고 사업상 긴박한 계약을 위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불온한 목적을 가진 단 한사람이 없었다면 평화로운 비행이었을 것일테지만
이 비행기는 얼마 후 비상선언을 해야만 했다
그 어느 나라, 고국인 한국에서조차 착륙을 허락하지 않을 만큼 아주 위험한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비행기에 오른 사람들이 저마다 짐을 정리하고 좌석을 정리하면서 이륙을 기다리는 설레이는 모습,
아주 익숙한 장면이다
그리고 얼른 이 사람들처럼 비행기에 탑승 해 실내화도 갈아신고 모니터 속의 영화도 고르고
담요 커버도 벗겨 무릎에 덮으며 이륙을 기다리고 싶어진다
이 비행기 안이 지옥으로 변하기 직전까지는
이 영화 속 인물이 되어 나도 분주히 움직이는 상상으로 즐거웠었다
김한일 감독은 비행기 재난영화를 기획하면서 아주 특별한 테러방법을 보여준다
이제껏 펜데믹으로 지난한 시간을 보내온 우리들에게 흠칫 놀랄 수 있는 테러방법이
코로나 이전이라면 단순한 상상력으로 치부해 버리면 그 뿐이겠지만
더 섬찟하다
김한일 감독이 예지력이 있었던 걸까
하고 생각이 들 정도다
이 영화 비상선언은 칸 영화제에 초청되어 많은 관심을 끌었다
169개국에서 이 작품을 사갔다고 한다
영화제 내내 화제를 뿌리며 감독이나 영화배우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었다고 하니
이 작품이 개봉되어 낳을 화제성이 궁금하다
송강호 이병헌 김남길의 연기파 배우들은 더 말해 뭐하겠는가
내가 이 영화 내내 눈길을 준 연기자는 따로 있었다
바로 승무원으로 등장한 이 배우 김소진이다
이 배우는 드라마에서도 많이 만났지만
영화 모가디슈나 남산의 부장들에서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이젠 그녀의 인생작은 바로 이 비상선언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얼굴표정에서 공포를 지우고 승객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항상 이 배우의 연기는 과하지 않게 깊이감을 느끼게 한다
진짜 승무원 경력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할 만큼 세련된 승무원의 모습을
너무나 리얼하게 그려줬다
이 비행기 세트장 안에서 비행기의 혼란스런 모습을 어찌 그리도 실감나게 찍었는지
수직으로 내려가는 비행기 안의 아수라장이 너무나도 리얼했다
이 영화 평에 신파가 느껴진다고 하는데
난 이런 상황이면 충분히 신파적일 수 밖에 없다고 평한다
다만 송강호의 행동에 너무 무리수를 둔 것은 아닌지 생각된다
그렇게까지???
또 일본자위대 공군비행기가 위협사격을 하는 모습에
짠딸은
엥? 이거 탑건의 한 장면 아닌가요?
이렇게까지???
배우 김남길은
엄청난 조각미남은 아닌데(이건 순전히 내 생각)
딱 등장하는 순간 화면이 꽉 차면서 어찌 이리도 멋진가요?
그냥 멋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