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인물!
2011년,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꼽을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올 한 해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기억에 남는 최고의 뉴스가 그의 사망소식이었다는 여론조사를 당연시 여길 정도로, 스티브 잡스라는 인물의 무게감이 그만큼 크게 다가온 한 해였기 때문이다. 살아있을 때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하여 궁금해 하고, 그를 화제로 삼았었다. 명실상부 2011년은 그의 해였다.
천재적 혁신가였던 그를 회고하는 사람들에겐 아이팟, 아이패드, 아이폰 등과 함께 그의 창의적 생각과 혁신, 그리고 그가 이룩한 IT계의 수많은 업적들이 추억으로 남겨져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가 전 세계의 남녀노소들에게 혁신과 창의는 희망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일깨워주었다는 점에서, 그는 저 세상에 있으면서도 이 세상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살아있을 것이라 믿는다. 단순히 기술적 변화뿐 아니라 관습과 정서, 문화를 포괄한 실리콘밸리 혁명의 상징이자 주역 가운데 한 사람이었던 그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우리 교회와 종교계에 미친 영향은 없었을까?
종교계의 애플리케이션 개발 열풍
아이폰의 등장과 더불어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애플리케이션 개발이 본격화되었고, 종교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등 종교계가 스마트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신앙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응용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고, 새로운 선교의 도구로 활용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종교 애플리케이션의 종류나 규모를 따질 때 개신교만큼 활성화되고 다양한 종교는 없지만, 천주교 역시 모바일 환경에서 온라인 사목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고 있고, 타종교에 비해 뒤처지는 것 같지도 않다. 우스개 소리로, 천주교와 불교에서 발표하는 앱이 무료인 반면, 개신교에서 발표하는 앱에 유료가 많다는 차이점(?)을 제외하고는 이미 도래한 디지털 문화를 수용하고자, 종교계 역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잡스가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그가 구축한 아이폰 문화는 최소한 한국 교회에서 보다 쉽고 간편하게 교회정보를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주고 있다. 이미 미사 시간에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신자들의 모습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가톨릭성가, 매일미사, 성경, 심지어 성무일도까지 응용프로그램이 개발되어 급속히 보급되고 있고 앞으로 선교, 사목, 교육 등 신앙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이 더 많이 개발 될 것이다. 마치 초기 그리스도교의 선교가 로마가 구축한 길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듯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교회 정보를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는 통로가 되어 줄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새로운 문화 혁명을 이끌어 낸 그의 업적이 고맙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애플리케이션 개발 성과에만 만족해야 할까? 단순히 성경이나 교리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1차원적인 사용자의 입장을 넘어서서 신학적, 사목적 차원에서 생각해볼 만한 보다 근원적인 내용은 없는 것일까? 필자는 우선, 이번 칼럼에서 사목행정의 단순화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군더더기 없는 사목행정
스티브 잡스가 개발한 아이폰은 우선 사용하기가 아주 쉽다. 사람의 마음을 읽어주기 때문이다. 아이폰이 한국에 정식으로 수입되기 전, 필자가 처음 접했던 것은 아이팟 터치였다. 아이팟 터치를 구매하고, 마치 새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처럼 키득거리면서 정말 원없이 놀았다. ‘테크놀로지가 당신과 인생 사이에 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한 잡스의 표현 그대로, 테크놀로지 따위는 잊고 즐기기만 했다. 사용설명서가 필요 없을 정도로 편리한 유저 인터페이스에 감탄하면서, 밤을 새워 가며 속된 표현으로 ‘가지고 놀았다’. 보통 창의력이 넘치는 사람들은 자신의 아이디어에 얽매이다가 불완전한 제품을 만들곤 하는데, 잡스는 특유의 완벽주의로 독창적이면서 흠이 없는 물건을 만드는 것 같아 부럽기도 했다. 누구나 손쉽게 사용하고, 소통하고, 즐길 수 있도록, 사람의 마음을 읽은 것이다. 잡스는 ‘기능과 형태는 반드시 함께 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는 결과물로 이를 입증해 냈다. 군더기기 없는 깔끔함!
우리의 사목행정도 이러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함이 필요한 것 같다. ‘사목적 필요에 의해서’ 하나씩 신설된 교구 및 지구, 본당의 각종 회의와 행사, 제도들이 이제는 본당 사목을 방해하는 느낌마저 든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게, 그리고 과감하게 불필요한 것들은 포기해버리면 어떨까? 의례적인 행사와 요식적인 절차들 때문에 지쳐가는 사목자와 봉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모든 것을 원하면 아무 것도 얻지 못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읽고, 필요한 분야에 집중하는 깔끔하고 경쾌한 사목행정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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