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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시회(URI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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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시, 낭송시 스크랩 `우리詩` 5월호의 시와 이팝나무 꽃
홍해리洪海里 추천 0 조회 225 18.05.01 04:3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주요 목차

 

*권두 에세이 | 임채우

*신작시 25| 김영호 리상훈 이민숙 이규홍 도경회 박병대 손창기 김기화 안원찬

         정순옥 채들 김희진 이주리 조길성 임미리 한문수 김종호 방화선 박숙희 김은옥

         송미숙 정유광 김감우 윤순호 황병숙

*신작 소시집 | 어연 *테마 소시집 | 남정화

*연재시 | 홍해리 *신입회원 특집 | 정미화 김정옥

*나의 시 한 편 & 시 에세이 | 성숙옥 이령 이병금 전선용

*월간 우리평론부문 추천 작품 발표 | 임채우 임보 홍해리

*한시한담 | 조영임     


 

  

헤더 호수 산(Heather Lake Mt.)* - 김영호

 

온 몸에 성의聖衣를 입고 있는 눈 산

그 정상을 향하여 무거운 짐을 메고

무릎까지 쌓인 눈을 밟으며 오르는 사람들

고행의 순례자였다.

반 정상의 호수에 올라섰을 때였다

갑자기 가파른 협곡에서 나무들이 내려와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절을 했다.

거치른 세파에서 온갖 시련을 겪으며

역경을 극복하고 산을 오른 사람들이

그 나무들에겐 존경스러운 승리자였던 것이다.

어이 사람만큼 눈물겹게 사는 존재가 있겠는가

어이 사람만큼 상처가 깊은 존재가 있겠는가

어이 사람만큼 힘들게 사는 존재가 있겠는가

설산은 신의 음성으로 나무들을 내려 보낸 것이다.

 

사람들이 나무들에게서 경배를 받았다.

나무들이 사람들에게 경배를 드렸다.

 

하늘은 사람들의 고달픈 삶을 다 보고 있었던 것이다.

 

---

*시애틀 북쪽 Mt. Loop Hy에 있는 산    


 

 

고등어를 위하여 - 이민숙

 

  오늘 하루는 고등어처럼 비린내 나는 날이었으면 좋겠다 엄마의 손에서 발라져 내 입으로 와서 풍기던 엄마 비린내 그대의 입술 사이로 피어나던 사랑 비린내 하화도에 가던 뱃머리에서 풍겨오던 대책 없는 바다 비린내 비린내가 없는 날은 손가락 하나가 죽어버린 날 어리석은 마음으로 가리키던 달도 죽어버린 날! 비린내 나는 고등어처럼 검붉은 펜촉에 검붉게 요동치는 그대 심장의 고독한 음률을 찍어 시를 쓰고 싶다 오늘은 비린내 풍기는 사내와 키스를 안주 삼아 붉은 복분자 막걸리도 한 잔 들이켜고 싶다 비릿한 옛사랑의 칡꽃 넝쿨손에 매달린 세월일랑 놓아주어야겠지!

 

  첫사랑 통통배의 비린내는 달콤하다 그대의 비린 살처럼, 물비린내 실어오는 허리케인처럼 바다의 코가 요동치고 있다 비린내는 마침내 코를 버리고 눈도 버리고 그대 몸의 한가운데로 건너간다 산다는 건, 가운데보다 더 깊은 가운데에서 샘물을 퍼 올리는 일 오늘처럼 고등어를 먹으면 못할 게 없다 비린내 묻은 그대의 손가락을 더 쪽쪽 빨면 못할 게 없다 어쩌면 달도 아니고 달의 그림자도 아닌 그대의 새끼 하나 낳을 지도. 비리디 비린 오월 칡꽃처럼 짜디짠 보랏빛 연적戀敵으로 등장하여 생의 무대를 헤엄치고 있는 고등어!   

    

 

독거노인 - 안원찬

 

독거는 독거다

창틀에는 먼지가 덕지덕지 쌓여 있고

천정에는 알록달록 지도가 그려져 있고

벽 구석구석 갈라진 틈새마다

시커먼 곰팡이가 피어 있다

 

독거는 독거다

댓돌에는 시퍼런 꽃이 피어 있고

마당에는 잡초가 하늘 무서운 줄 모르고

지붕에는 버섯들이 솟아 있고

철 대문에는 붉은 꽃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독거는 독거다

이 모두는 늙음의 꽃이다

어떤 모양으로 피든 어떤 색깔로 피든

말없이 피었다가 말없이 가야 하는 꽃이다

저승꽃이다    


 

 

왜 그럴까? - 채들

 

다이아몬드 광산이 많은

아프리카 어느 나라

 

다이아몬드를 차지하기 위해

자기 나라 사람끼리

전쟁이 끊이지 않는대.

 

다이아몬드를 더 많이 차지하기 위해

다이아몬드를 팔아

무기를 산다지 뭐야.

 

전쟁으로 팔다리가 사라진 사람들이

가난만큼이나 많았어.

 

가장 비싼 보석을 가져서

가장 가난한 나라가 되어버린

피의 다이아몬드 나라

 

그런 다이아몬드를

왜 사람들은 사람보다 좋아할까?    


 

  

장마 - 조길성

 

밭에 나가 감자를 캐야지

복구가 따라오면 장난이 심해

몰래 가야 하는데

장마 때는 감자가 썩기 쉬워서

빨리 캐야하는데

살금살금 마당을 가로질러

대문 밖을 나설 때

복구란 놈 옥수수 밭을 헤치고 나와

감자밭 쪽으로 앞장서 뛰어 가네

장난기가 가득한 걸 보니

감자 캐긴 글렀어


    

불러 줘야 제값하지 - 김종호

 

십 년을

살았어도

시어미 성도 모른다고

 

공양미

나누고 살아도

이름 한 번 안 불러줬네

 

봉천사

대숲에 깃든 새들

너희들은 어치란다


 

 

사춘기 - 황병숙

 

과실 비대기* 거치고 있는 아이

방안에서 거울 비친 눈 촉을 곤두세우고

옹이 자국 남을까 눈가를 찡그린다

립크림에 꽃잎은 침 바른 입술

아침 햇발 가득한 복사꽃 자리마다

복숭아 익어가는 소리 들린다

유월 장마에 여드름 멍이 든 채

한때 반항기를 나뒹굴던 비바람 거치니

과실이 주렁주렁 달린

복숭아나무에는 수줍은 연분홍 얼굴이

햇살에 익어간다

 

해맑은 아이는 둥근 눈 반짝이며

볼 가득 달콤한 과즙 물고 방문을 연다

 

---

*과실 비대기 : 칠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본격적으로 과실 성장을 가져오는 시기.    


 

  

저무는 추억 - 홍해리

   -치매행致梅行 277

 

아내는 다 놓아 버렸습니다

밥이나 약을 먹는 것도

아니, 입을 벌리는 것조차

다 잊어버렸습니다.

 

한때 맑은 정신, 주옥같던 기억까지

하나 둘 잃어 버리고 말았습니다

금빛 꿈은 다 어디로 날아갔는지

남은 은빛 인생은 어디다 두었는지.

 

속수무책인 남편이란 사내

종일 곁에서 뒷바라지하다 보면

하늘이 너무 무거워

눈을 감고 멍하니 서 있곤 하다,

 

말 한 마디 못하고

미소 한 번 짓지 않아도

곁에만 있어 다오.”

눈물 젖은 또 하루를 접습니다.



          * 생명과 자연과 시를 가꾸는 '우리詩' 2018년 5월호(통권35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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