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협. 연간사화집
<시인은 시를 쓴다>
2022-2023년
김세영 시 2편
신작시. 원 웨이 티켓
근작시. 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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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원 웨이 티켓
one-way ticket
나는 지금까지
라운드 티켓을 샀다
매일매일 죽었다가
매일매일 살아 돌아왔다
날마다 압사 당해서
죽었다 살아나는
만원 통학버스의 회수권이 그립다
몸집 좋은 차장 아가씨가
묵직한 가슴으로 내 엉덩이를 밀어 올렸다
오라잇!
압박하며 느껴지는 감촉
그날 밤,
죽음 속에서 먹어보는 꿈은
생 속에서 먹는 아이스크림 맛이었다
이제,
눈과 귀, 모두 어두워지는데도
눈뜨면 보이는 아비阿鼻
귀 열면 들리는 규환叫喚
그리워지는 꿈도 없이
아련한. 기억만 쫓아서.
깊은 심해어의 안거에 든다
먼바다 여행,
원 웨이 티켓을 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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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작시
흙
새들의 깃털과
물고기들의 살과
짐승들의 뼈,
그것들의 반죽인 것이라
그 한 움큼
쇠똥구리가 한나절
굴리고 가는, 찐득찐득한
살가루 흙 주먹밥 아닌가
그 한 자락
다람쥐가 한겨울
감싸고 자는, 보송보송한
털가루 흙 모포 아닌가
그 한 덩어리
도공이 한 생을
달빛으로 빚으니
바람의 기를 담은
뼛가루 흙 항아리 아닌가
그 한 가닥
향으로 말아 올리니
한 생의 잠이
꿈으로 향기롭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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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
2007년 「미네르바」 시 등단. 시전문지 『포에트리 슬램』 편집인
시집: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서정시선집: 『버드나무의 눈빛』, 디카시집: 『눈과 심장』,
계간 『상징학연구소』 기획자문, 시산맥시회 고문, 한국의사시인회 고문
문학예술인협회고문, 제9회 미네르바 문학상
첫댓글 원 웨이 티켓에서 시작한 도착하고픈 곳에 대한 간절한 희구 아래, 놓여진 근작시.
우리들의 처음과 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라 던지시는 말씀 같아 한참을 바라보네요.
깊은 공감의 글 주시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