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복병 만난 한국... 5대 수출국 달성 과도한 기대 / 10/22(화) / 중앙일보 일본어판
"중국 경제가 다치면 한국 경제는 감기에 걸린다"는 말은 여전히 유효하다. 예전만 못해도 수출시장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크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경제는 뚜렷하게 느껴지는 침체에 접어들었고, 한국 정부가 세운 '연간 수출 7000억 달러' 목표 달성도 흔들리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3분기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4.6% 증가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제성장률은 1분기 5.3%에서 4~6월 4.7%에 이어 3분기 연속 하강선을 이어갔다. 작년 1분기의 4.5% 이후 가장 낮다. 올해 목표인 5%대 성장 달성이 수포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중국의 4%대 성장은 쉽게 볼 수 있는 수치가 아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한 2020년 2.2%와 2022년 3.0%를 제외하면 톈안먼 사태 직후인 1990년 3.9% 이후 최저 수준이다. 2010년의 10.6%에서 하강선을 걷고 있던 점을 고려해도 성장률이 6~9%대에서 추이하고 있던 시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중국의 부진이 남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 문제다. 과거보다 의존도가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주요 무역 상대다. 한국 경제의 핵심인 반도체를 비롯한 IT산업의 대중 수출 의존도는 40%를 웃돈다.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19월 누적 수출액 5086억 7000만달러 가운데 중국은 978억 7100만달러로 19.2%를 차지한다. 수출국 중 미국의 951억 1600만달러·18.6%를 웃돌아 1위로, 3위인 베트남의 430억 2700만달러·8.4%를 크게 웃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다른 주요 20개국(G20)과 달리 한국의 성장률은 중국의 직전 분기 성장률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1분기 중국을 둘러싼 상황도 좋지 않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이후 미중 무역전쟁이 더욱 심화될 우려도 있다. 트럼프 씨가 당선돼 중국산 완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높일 경우 한국도 타격이 크다. 한국의 대중 수출에서 중간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78%에 달하기 때문이다. 로이터는 중국 경제가 올해 4.8% 성장하고 내년에는 성장률이 4.5%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는 수출이 더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7일 중국이 (수출이 아닌) 소비자 중심의 경제모델로 바뀌지 않을 경우 중기 성장률이 4%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 정부가 올해 초 야심 차게 내건 첫 수출 7000억 달러, 일본을 제치고 세계 5위 수출국 달성이라는 목표의 전제는 중국 시장에서의 선전이었다. 지난해 10월부터 12개월 연속 수출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기대감이 높아졌지만 중국의 경기침체라는 '복병'을 만났다. 한국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수출은 328억달러로 1년 전보다 2.9% 줄었다. 9월까지 누적 수출액 5086억 7000만달러를 감안하면 앞으로 두 달 정도면 연간 수출 목표의 25%를 충족해야 한다.
지금까지보다 수출 실적을 늘려야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국 경기가 반등하지 않으면 세계 경제도 함께 가라앉을 수밖에 없다. 연내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씨티은행, HSBC, 노무라증권 등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한국의 수출 성장에 대한 피크아웃 가능성을 제기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중 수출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에 대비해 대체시장을 공략하는 노력과 함께 차이나 리스크에 취약한 중견·중소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