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罘罳)
참새, 비둘기, 까치 같은 새가 앉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전각(殿閣)의 처마 밑을 싸서 치는 철망을 말한다.
罘 : 그물 부(罒/4)
罳 : 면장 시(罒/9)
2014년 5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네 번째 한국을 찾았다. 그의 이번 방한에서 그는 대한제국의 국새(國璽)를 포함한 인장 9점을 반환했고,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경복궁(景福宮)을 찾았다.
정전(正殿)인 근정전(勤政殿) 뒤편 조선의 임금이 정사를 펼치던 사정전(思政殿)을 지날 때다. 오바마 대통령이 처마 밑에 씌운 그물의 용도를 물었다.
설명을 맡은 박상미 한국외대 교수는 새나 뱀이 드나드는 것을 막기 위한 부시(罘罳)라고 설명했다.
부(罘)는 그물이다. 설문해자(說文解字)는 '토끼 그물'로 풀이했다. 사냥에 쓰이는 그물을 일컫는다.
한자 시(罳)는 부시(罘罳)의 용례만 보인다. '대문 밖이나 성 모퉁이 위에 설치한 그물 모양의 구조물', '처마에 설치해 새가 침입하지 못하도록 막은 철망'이란 뜻이다.
전자는 '(한나라 궁궐) 미앙궁의 동쪽 궁궐의 부시가 불탔다(未央宮東闕??災)'란 용례가 한서(漢書)에 보인다.
후자는 두보(杜甫)의 시 가운데 "부시는 아침에 모두 내려앉고(??朝共落) 서까래는 저녁에 함께 기울었네(??夜同傾)"란 구절에 쓰였다.
공교롭게도 부(罘)는 중국 민초의 애환과 해학이 담긴 한자이기도 하다. 중국 산둥(山東) 반도 동쪽 옌타이(煙臺)시에는 즈푸취(芝?區·지부구)란 행정구가 있다. 즈푸(芝?)는 옌타이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옌타이에는 산이 하나 있었다.
멀리 진시황(秦始皇) 때다. 황제가 장생불사(長生不死)의 선약(仙藥)을 찾아 이곳을 세 차례 찾아왔다. 황제의 행차는 백성에게 고역이었다. 장정들은 길을 닦는 데 동원됐고, 경비를 대느라 막중한 세금이 중과됐다. 세 번째 동순(東巡) 길에 황제가 세상을 떴다.
민초는 슬픔보다 기쁨이 앞섰다. 이때 만들어진 한자가 '부(罘)'다. 넉 사(四)와 아니 부(不)를 합쳤다. 진시황이 네 번은 오지 못한다는 의미다.
행복할 복(福)과 중국어 발음이 '푸'로 같다. 이후 진시황이 찾았던 산을 지부산(芝?山)이라 불렀다. 상서롭고 행복을 상징하는 버섯인 지(芝)와 함께 '진시황이 네 번째 방문은 할 수 없게 됐으니 이는 백성의 복'이라는 뜻으로 붙인 이름이다.
백성을 업신여긴 진시황을 꾸짖은 부(罘)의 해학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宮娃歌(궁왜가) - 李賀(이하)
(궁궐 미녀의 노래)
蠟光高懸照紗空,
花房夜搗紅守宮.
촛불은 높이 걸려 비단 창에 공허하게 비추는데, 규방에서는 밤에 붉은 수궁사를 찧네.
象口吹香毾㲪暖,
七星掛城聞漏板.
코끼리 향로 입에서 향 연기 피어나 털로 짠 자리 따뜻한데, 북두칠성 성에 걸리자 물시계 소리 들려오네.
寒入罘罳殿影昏,
彩鸞簾額著霜痕.
부시에 추위가 들어오니 궁전 그림자 어둑하고, 난새 그림 화려한 주렴 머리엔 서리 흔적 입혀지네.
啼蛄弔月鉤闌下,
屈膝銅鋪鎖阿甄.
굽은 난간 아래에는 땅강아지 달을 슬퍼하며 울고 있는데, 지도리와 문고리가 진부인을 가둬두었네.
夢入家門上沙渚,
天河落處長洲路.
꿈에 물가 모래밭 근처의 고향집 대문을 들어가는데, 은하수 떨어지는 곳에 장주로 가는 길이 있네.
願君光明如太陽,
放妾騎魚撇波去.
바라건대 그대 태양처럼 밝게 빛나서, 저를 놓아주어 물고기 타고 파도 헤치며 떠나게 해주오.
▶️ 罘(그물 부)는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그물망머리(罒=网, 罓; 그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不(부, 불, 비)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罘(부)는 ①그물 ②면장(面墻: 집의 정면에 쌓은 담) ③그물친 창(窓)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참새나 비둘기나 까치 같은 새가 앉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전각의 처마 밑을 싸서 치는 철망을 일컫는 말을 부시(罘罳) 등에 쓰인다.
▶️ 罳(면장 시)는 형성문자로 그물망머리(罒=网, 罓; 그물)部와 思(사, 새)가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그래서 罳(시)는 면장(面墻: 집의 정면에 쌓은 담)의 뜻이다. 용례로는 참새나 비둘기나 까치 같은 새가 앉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전각의 처마 밑을 싸서 치는 철망을 일컫는 말을 부시(罘罳)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