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자주 들르는 주점 옆 재래시장에 오뎅과 족발을 파는 부부가 있다.
음식점은 아니고,기름에 어묵을 튀겨 팔고 미리 질좋은 돼지 앞다리만 맛나게 삶아
미니 족발과 함께 파는 분들이다.간간히 전라도 사투리로 친근감있게 손님을 대하는
살가움에 족발을 시켜 놓고 써는 동안에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곤 했다.
"손주 보셨어요?" 하고 물어보았더니...
아들내외가 손주와 함께 저 먼 이역만리 미국으로 건너가 유학중이라 한다.
그러면서 "손주와는 눈도 못맞춘 채 미국으로 가 더욱 아쉬움이 남습니다"
"울 아들넘 제가 사업하다 실패하여 라면 먹고 공부했습니다" 그러면서 눈물을 글썽인다.
내가 "그래도 훌륭하게 잘 키우시어 청운의 꿈을 안고 공부하러 갔으니 얼마나 자랑스러우세요"
하자 "그 애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여 대학 졸업하고 좋은 기업에 취업하더니 어느 날
며느리 감 데려와서 전 아무 것도 해준 것이 없는데 지들끼리 날 잡고 식장 예약하고...
전 걔들이 해준 양복입고 결혼식에 참석했습니다.무능한 부모이고 참 많이 미안한 일이지요"
"능력을 인정받아 좋은 조건으로 취업하여 배우자 잘 만나 몇년간 열심히 근무하여
아이 낳고 몇억 벌어놓더니 다시 더 공부하러 미국으로 건너간거지요"
내가 가면 꼭 덤으로 핫바를 챙겨주시는 정많은 분들이시다.
그렇게 몇달이 지난 후 "우리 아이 둘째 아이 봤답니다.어찌나 이쁘고 사랑스러운지
모르겠습니다.요즘 인터넷으로 손주 보는 재미로 삽니다" 하신다.
고향이 나주라는 그 분은 어색한 손놀림에도(부인이 없을 시에) 성의껏 실한 놈(족발)으로
골라 썰으면서 자식얘기를 들려주는 모습을 보며 진짜 행복한 부부라 생각이 든다.
공부란 할 사람은 알아서 한다.
아무리 악조건이라도 할 사람은 스스로 헤쳐나가는 법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그런 자식이 부모를 나 몰라라 할까?
오히려 조기 유학이다 뭐다 해서 집 팔아 논밭 팔아 키운 자식은 결혼함과 동시에
바람과 함께 사라질 지 몰라도 될성 부른 자식은 이 처럼 당당하고 멋지게 성장한다.
나의 경우 이 까페에서 나름 내 자식 키우는 방식을 올린 적이 있다.
두 아이(딸과 아들) 키우면서 한번도 학원이나 과외 등을 해준 적이 없다.
단 스포츠(태권도.유도.승마)와 예능(미술.피아노)만은 최고의 전문가에게 위탁교육을 했다.
그건 학교교육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더불어 한번도 학교에 찾아가거나
선생님들에게 기부행위등을 하지 않았다.단 한번 아들넘 초등학교로부터 열린 수업을 하니
참관해주셨으면 하는 공지문을 보고 우리 부부는 함께 가본 적은 있다.
큰 애(딸)는 중학교만 졸업하고 독학으로 그 해 바로 검정고시에 합격하여 한 이년 반
놀다 대학에 들어갔고 아들넘은 공고에 들어가 전문대학에 들어갔다.난 늘 얘기했다.
"성인이 됨은 요즘 성인식이다 뭐다 하는데 진정한 의미에서는 그게 아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역량이 됐다는 것,그게 바로 성인이다.그 기준은 고등학교 졸업하는
그 싯점이다.그러니 대학에 들어가면 물론 첫 등록금은 대주마.대신 그 후론 너희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그건 너희들이 성인이기 때문이야"
우리 아이들은 그렇게 알아서 했고 외국여행 역시 알바로 충당하며 스스로 알아서 했다.
나의 이 교육방침은 지금도 유효하여 딸아이는 자기역량에 맞게 대학원 진학을 고심중이고
아들넘은 능력있는 엔지니어로의 길을 가고 있다.
딸 아이는 그렇다 치더라도 전문대학을 나온 아들넘이 조금 걱정이 되어 관심을 가지는데
"아버지,낳아주시고 키워주셨으면 됐지,이젠 제가 알아서 해요" 한다.
나의 이런 교육방침을 모르고 내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는 분들에게 일일이 답변을
드리기 보다는 이렇게 나마 내 변명을 늘어놓음을 이해해 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늘 이 못난 애비의 자랑스러운 아들 딸임을 잊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다.
그런 아이들에게 더 무얼 해주어야 하나?
普光寺 ...李邦直
보 광 사 이 방 직
此地眞仙境에
차 지 진 선 경 이곳은 선경
何人創佛宮고
하 인 창 불 궁 누가 절을 지었는가
扣門塵跡絶이요
구 문 진 적 절 문에 들어서니 티끌이 씻기어나가고
入室道心通이라
입 실 도 심 통 방에 들어서니 도가 통하여지네
曉落山含翠요
효 락 산 함 취 날이 새니 산은 푸르름을 머금고
秋色雨褪紅이라
추 색 우 퇴 홍 가을비에 붉은 꽃이 다 져버렸네
想看千古事하니
상 간 천 고 사 옛일을 생각하는데
飛鳥過長空이라
비 조 과 장 공 저 멀리 나는 새가 창공을 비껴가네
*고려 말 우왕 때 문신 작품입니다.
썩 잘지은 명시는 아니지만 추색이 완연한 이 가을에 읊어볼 만하여 가져왔습니다.
조두현 님의 번역을 몇구절 각색하여 올려드립니다.
보광사는 지금의 나주에 있던 절이라 하는군요.
참고:2행의 '하인창불궁'에서 何은 일반적으로는 의문사 '어찌 하'지만 여기서는
감탄사로 쓰였다.따라서 "아! 누가 이 처럼 아름다운 사찰 궁전을 지었는고"
하는 의미이다.이 詩는 오언율시(기승전결 8행 시)로 承(승.3,4행),轉(전.5,6행)
句(구)가 對(대.댓구로 한시의 기법)로 되었는데 이게 백미이다.
특히 5,6행의 '효락산함취'요 '추색우퇴홍'은 나무랄 곳 없는 명구이다.
이 두 구절만 잘 음미하여 깊어가는 가을 날 여행하며 읊조려본다면
참으로 아름다운 흥취이리라...
첫댓글 노행자 님과 자식교육의 뜻이 같아 답문 합니다.
저 역시 딸.아들.둘 낳아 기르며 학원이라고는 딸은 진학을 위해
전문교육(매주1회)3개월이 전부며 아들은 태권도 학원 1년이 모두이고
우리 아이들이 같이놀 친구(학원 다가고)가 없어 심심하다고 할때 그 당시 모든부모들이
금기시했던 오락실에 가라고 돈을 주었고 오락실에6개월을 다닌 자식들이 지루해 하길래
서점으로 데리고 가서 대학 진학 할때까지 마음대로 책을 보게 하였드니
지금은 결혼하여 둘다 아들손자 낳아서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무식할수록 행복하게 사는것 같아요...!
훌륭하고 반듯하게 키운 자식 늘 바름으로 보답하지요.
수고 많으셨습니다^^
스포츠 예능 ...좋은 부모 이십니다
저는 지금 이라도 가르쳐봐야 겠습니다
사는게 급급해서
제대로 꾸준히 가르친게 없습니다
에고 부끄러라
제가 못해본 것을 자식대에 해 준 것이지요.
그 아이들도 훗날 자식 키울 때 나름 교육시키리라 봅니다^^
세아들을 길러낸,,어머니입니다,,'공부도 팔자다,,,
놀려는 놈은 놀게하라,,,
^^ 고맙습니다.
고려말의 보광사 지금까지
대단한 사찰이겠네요....한번 찾아가 봐야겠어요.
효락산함취는 봄을 말하는 건가요....아니면 여름
가을을 노래한 거지요.감사합니다^^
스포츠(태권도.유도.승마)와 예능(미술.피아노)만은 최고의 전문가에게 위탁교육
나만이 알고 있는 것으로 대대로 혼자 써먹어야지, 이런 못된 마음을 가졌습니다. 대한민국 부모님들이 노행자님과 같은 생각을 가져서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 옳은 사상입니다.
돌이켜 보자니 제 욕심이 앞서지는 않았었나 하는 생각입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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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반갑습니다^^
동안도 잘 지내셨나요?
또 반가운 몇분들이 더 들어 오셔야할텐데...
자주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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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부족한 아이들이랍니다.
곱게 보아주셔 감사합니다^^
가족이란 무언지 새삼 느끼고 갑니다
좋은 글에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아이들을 다 대학 졸업까지 시켰는데 아둔한 저는 아직까지 후회를 하게 됩니다.. 내가 좀더 현명 했었더라면 하고....
지금도 충분히 현명한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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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에 사는 것이 부모라 하는데...
늘 못난 애비랍니다.고맙습니다^^
자식이 출세 할수록 남의 자식이 된다고 하는말이 맞네요,,,외국으로 날라가고,,,처갓집 아들이 되어 있고,,ㅎㅎ
울아들은 어떻게 될까,,,궁금합니다,,ㅎㅎ
큰아들은 평생 내가 끼고 살아야 할거 같구요,,작은 아들은 앞날이 어디로 튈지 감이 잡히지 않아서리,,ㅎㅎ
배운 만큼 보게 되어있고 그 자람에 있어 어긋남이 없이 부모에게 효를 하면 아름다움이지요.
그리 살아가리라 여겨지는군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