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제주자치도의 법적 지위가 새롭게 부상되고, 그에 따른 자치권이 크게 신장되었을 뿐만 아니라 제주개발과 발전을 확고히 뒷받침할 제도적 근본이 새롭게 다듬어졌다. 그렇지만 그 내용상 도민이익의 극대화나 국제자유도시 조장을 위하여 개선이 요구되는 제도문제들은 그대로 방치되었다는 비판도 가능해 보인다.
어떻든 3939개의 중앙권한은 무분별한 특별법 개정으로 제주에 이양되었다. 그런데 이로 인한 잘못된 결과는 불필요한 도정권한의 양산과 공조직의 비대화, 지방재정의 고갈, 도민복지의 감소 등 양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특별행정기관의 중앙정부로의 재(再)이관, 지방도로의 국도로의 재 환원, 기초자치단체의 부활, 교부세법정률 조정 또는 폐지현안 등이 추가되면서 제주특별법 개정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최근 도정의 취임1주년 언론인터뷰가 이루어졌다. 이 자리에서 도정은 지역개발의 성공여부가 중앙정부의 지원의지와 그 정도에 따라 엇갈리는 작금의 상황에 비추어 도민에게 매우 이례적이면서 의미 있는 시사점을 던져 주었다. 현재 각 지방정부는 제도개선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는 제주정부와는 달리 해당지역 중앙권력을 원군으로 중앙정치 또는 중앙행정과의 네트워크 역량 강화를 통한 개발실리 확보에 정책적 주안점을 두고 있다. 중앙정부 또한 이런 상황을 빌미로 지방정부에 대한 정치적·행정적 영향력을 강화하면서 지방정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반면 그간 제주정부는 특별법개정이 모든 제주현안을 쉽게 풀 수 있는 도깨비 방망이 만들기로 보아 여기에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면서 제주지역 언론을 부추기어 왔다고 할 수 있다.
도정은 이날 자치도 출범 이후 오히려 제주정부와 중앙정부간의 관계가 매우 소원해졌다는 점을 실토했다. 더욱이 특별법개정으로 중앙권한이 대폭 이양되었기 때문에 도정으로써 중앙정부와 거래할 사안도 그리 많지 않다는 속내도 드러내 보였다. 중앙정부도 이 때문에 제주개발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결국 이번 인터뷰는 지금까지 특별법 개정전략이 제주개발과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고 있지 않음을 도정책임자로서 스스로 자인하는 자리였다는 의미로 받아들 수 있다. 이런 현실인식을 받아들인다면 지난 10여 년 동안 도정과 공조직이 제주개발과 발전을 위하여 무엇을 얼마만큼 했는지도 충분히 예단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마 이들은 제도개선 현수막을 내걸어 놓고 자신들의 자리보전과 권한강화와 공직수를 늘리는데 올인(all-in)했을 것이다.
올해가 국제자유도시조성 1차 계획연도 10년의 마지막 해다. 현상적으로 카지노를 연상할 수 있는 2차 계획수립에 부산하지만 실상은 크게 달라져 있지 않다. 국비·민자 등 29조5천억 원을 조성하고, 국제자유도시기반을 다질 것이라던 그들의 위세도 허상으로 드러나 있다. 다만 신자유주의 관점에서 국제자유도시조성의 본질을 벗어나 상당한 예산집행과 행정력을 동원하여 세계7대 자연경관 지정 등 환경 친화적인 정책이나 이미지를 홍보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도정은 한라산 주변을 크게 훼손할 우려가 있는 시설개발을 마치 국제자유도시개발의 모든 것인 양 호도하고 있다. 현안에 대한 갈팡질팡 함이 도민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특히 이런 가운데서 기본적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는 제주개발행정의 일그러진 모습이 도민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