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겐 다섯가지 감각이 있는데 우린 유독 시각의 지배를 많이 받고 살고 있다.
완벽한 어둠속에서 무엇이 진실인지 많이 두려워하게 되고 불안함이 극에 달하지만
믿고 의지할 인도자와 친구, 그리고 나의 다른 감각들이 어둠속에서 또다른 빛이 되어
나를 지켜 주는 구나 새삼 그들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다.
사실 미술 전시를 보면서도 보이는게 늘 진실은 아니다 말로만 이야기 하지만
또 그런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속에서 그 보이는 것의 진실성을 정말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좋은 전시의 특징은 새로운 미적인 체험과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다.
'어둠속의 대화'전은 잊을 수 없는 세계를 맛보게 해주었다.
헬렌켈러의 '3일동안 볼 수 있다면'의 바램들이 떠오른다.
온갖 자연의 아름다운 것들과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림들을 볼 수 있음에
빛 가운데 있음에 감사하다.
이번 전시의 어둠을 거쳐 나오면서 어둠과 가장 비슷한 색이 무엇인지 생각해 본다.
고대에서 중세까지 드러나지 않은 색, 그 당시 염색기술도 발달하지 않았을 뿐더러 어두워서
미적감성을 자극하지 못한 다는 이유로 여우의 신포도 쯤으로 여겨졌던 색, 바로 청색이다.
우울함과 불안함, 외로움을 나타내면서도 성스럽고 신비스런 느낌을 동시에 주는 색이다.
20세기 위대한 예술가 피카소의 청년 시절 ‘청색시대’의 작품들을 떠올려본다. 그 당시 그는
거주지도 일정치 않았고 끼니도 거르며, 성병까지 앓고 있었다. 유색시대를 지나며 맹인,
피에로, 창녀, 반신불수, 난쟁이, 정신박약아, 거지 등 하층계급의 서민들을 주로 그렸다.
아래 그림은 피카소의 ‘맹인의 아침식사’라는 대표작품이다.
The Blind Man's Meal, 1903
Pablo Picasso (Spanish, 1881–1973)
Oil on canvas; 37 1/2 x 37 1/4 in. (95.3 x 94.6 c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비쩍 마른 몸에 유난히 마르고 긴 흰 손가락이 병을 더듬고 있고, 몇입 베어 물었던 빵과 빈 접시와 와인이 책상 위에 놓여져 있다.
쓸쓸한 화면 가득 흐르는 외로움은 당시 화가의 고통과 닮아 보인다.
슬픔을 드러내는 청색은 세월이 만든 인생의 아픔과 허전함을 더욱 진하게 전해 준다.
또한 빵과 포도주는 예수님의 마지막 성찬을 의미 하며 그림에서는 기독교적인 상징성까지 이야기하고 있다.
‘내 살과 피를 먹으라‘ 살과 피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깨닫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우리의 죄를 대속하시려고 자기 몸을 기꺼이 내어주신 예수님의 사랑을 상징하기도 한다.
혹자는 청색이 맹인의 고통을 극대화 시킨다고 보기도 하지만, 단촐하고 소박한 아침상 앞의
그는 어쩌면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차 행복해 할 수도 있다. 눈을 감았지만 그는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보고 있다.
받은 것에 만족하며 감사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피카소의 그림은 믿음 소망, 사랑 등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이 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평소 눈으로 보아도 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믿지 않는
아둔함과 어리석음을 우리는 수없이 범하고 있다. 어둠속을 걸어가며 의지할 것은
로드마스터의 음성과 옆 사람의 손길과 배려다.
시간의 흐름조차 느껴지지 않는 어둠속에서
내가 본 것은 더 넓고 더 깊은 나의 모습이었고 믿음이었다.
마지막 나오며 만난 한 줄기 빛의 고마움, 그 소중함에
더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작은 음성에도 귀 기울일 줄 알며, 받은 복에 감사하며...
'내가 사흘 동안 볼 수 있다면(Three days to see)
첫째 날, 나는 친절과 겸손과 우정으로 내 삶을 가치 있게 해준 설리번 선생님을 찾아가,
이제껏 손끝으로 만져서만 알던 그녀의 얼굴을 몇 시간이고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그 모습을 내 마음 속에 깊이 간직해 두겠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바람에 나풀거리는 아름다운 나뭇잎과 들꽃들, 그리고 석양에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다.
둘째 날, 먼동이 트며 밤이 낮으로 바뀌는 웅장한 기적을 보고 나서,
서둘러 메트로폴리탄에 있는 박물관을 찾아가, 하루 종일 인간이 진화해온 궤적을 눈으로 확인해 볼 것이다.
그리고 저녁에는 보석 같은 밤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마무리하겠다.
셋째 날에는, 사람들이 일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기 위해 아침 일찍 큰길에 나가,
출근하는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볼 것이다. 그러고 나서, 오페라하우스와 영화관에 가 공연들을 보고 싶다.
그리고 어느덧 저녁이 되면, 네온사인이 반짝거리는 쇼윈도에 진열돼 있는 아름다운 물건들을 보면서 집으로 돌아와,
나를 이 사흘 동안만이라도 볼 수 있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다시 영원히 암흑의 세계로 돌아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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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속의 대화 전시 정보
첫댓글 라이센스떄문에 티켓가격이 착하지는 않습니다만..강추 입니다..평범하다는게 얼마나 고마운지 보고(?) 체험 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할인행사들이 있으니 체크해서 가면 좋을 듯 해요, 보통 단체관람을 많이 하더라구요,팀웍에 더없이 좋을거 같아요,
잘 실감은 안나지만 여럿이 가면 좋을것 같긴 한데요^^
응 가면 실감나죠,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여태 경험못했던 그런 세계를 보게해주는데 이게 팀웤이 중요하거든요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그림도 못보고 완벽한 어둠속에 있는데 이걸 전시라고 할 수 있나 저도 의문이었는데요 건물 지하의 눅눅함도 빛없는 어둠도 우리의 감각을 사용해서 느끼고 새로운 경험을 해준다는 점에서 넘 훌륭한 전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말씀하신 느낌은 기무사 터 지하에서 느껴지는 그 으스스한 느낌이랑도 비슷할 것 같네요. 이 전시정말 추천드려요
홈피들어가보았는데~ 궁금하기도 하고 끌리네요~ㅋ 체험전시라 즐거울 것 같구요~~전시기간은 상설인데~ 계속 쭉 하려나 모르겠네요~~ 좋은정보 고맙습니다~ ^^박하님~
이 전시기획사가 사회적기업이 되었다고 해요, 좋은 전시이니 꼭 챙겨보심 좋을 것 같습니다. 혹 본의아니게 그동안 사이가 소원해졌거나 더 귀히 아끼고 사랑할만한 지인이나 친구나 애인이 있으심 꼭 같이 가셔요.
크윽, 넘 부담된다~~ 혼자 볼 것도 아닌데... 머릿속에 담아놨다가 무료하거나, 배부르고, 넘치고 불만투성이일 때 벌떡 일어나 가야겠슴다.
벌떡 일어나 갈 만큼 녹록한 전시는 아닌것 같네요... 음,, 오전중에 가야 그나마 할인도 받고 그럴 것 같네요. 시간이 될지...
언제 보시든 꼭 보시길요, 불만투성이일때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사회 첫발을 내딛고 산 책이 '피카소의 청색 시대'였어요. 그걸 몇 장 뜯어서 천경자 그림과 나란히 벽과 천장에 붙여 놓았지요. 울 엄마 와 보시고는 기겁을 하며 다 떼어 놓으셨었지요. 피카소의 청색시대를 좋아해요.
미루님은 정말 저랑 좋아하는 취향이 비슷하셔요,우미갈들어올때 좋아하는 화가 저 천경자님 썼어요, 피카소의 그림 중 청색시대 저도 젤 좋아요,천장에 붙이는건 생각만 했었는데 역시~
피카소의 청색시대는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에도 좀 있더라구요.. 피카소의 유명한 작품들은 몽땅 다 프랑스에 있지만.. 개인적으로 바르셀로나 피카소 미술관도 좋더라구요.. 초기 작품.. 그리고 잘 모르던 작품들을 볼 수 있어요...
음...글쿠나 바르셀로나,스페인 프라도 그 쪽동네도 꼭 가봐야 겠어
천경자님의 그림을 초등 6학년 때 처음 봤어요. 오빠들이 화집을 들고서 이런말저런말 하던 것을 들으면서 내 시선은 화면에 정지되어 있었지요.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위의 저 그림 굉장히 좋아해요.
위의 그림이라면 피카소의 그림말이신가요? 뉴욕가면 볼 수 있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