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8천8백48m의 에베레스트를 어떻게 올라갑니까? 배낭 메고 일직선으로 올라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보통 베이스캠프를 치면서 올라가죠.” 창조경영 이론도 마찬가지다. 남의 도움을 전혀 받지 않고 제로 베이스에서 출발해 정상까지 갈 수 없듯이 창조라고 해서 완전한 무(無)에서 유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창조경영 이론이 베이스캠프의 역할을 해줌으로써 경영자들이 좀 더 쉽고 빠르게 창조경영이란 정상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메커니즘 이론에서 Input은 주체, 환경, 자원이다. 이 세 가지 요소를 투입해 거둔 경영성과는 Output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메커니즘은 Input과 Output 사이에서 Process가 반복적으로 나타나게 하는 무형의 시스템이자 문화이다. 주체(Subject)는 기업 내 ‘비전을 가진 조직리더가 누구인가?’, 환경(Environment)은 ‘조직 외부 요인은 무엇인가?’, 자원(Resource)은 ‘조직 내부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정의된다. 해당 기업의 주체와 환경과 자원이 파악되면 Sequence, 즉 결합순서를 따져본다. 이 세 가지 요소를 중요도에 따라 배열하면 된다. 다시 말해 그 기업의 경영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동인(動因)을 앞에 놓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리더의 선도적 비전과 의지에 의해 시작됐고(Subject), 그 프로젝트를 위해 먼저 활용한 수단이 자원보다는 환경일 때(Environment)의 유형은 ‘SER’이다. 위와 같은 과정을 거쳤을 때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6이다. 각각의 유형의 명칭 및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SER(비전 실현/자원 창조): 주체가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환경을 창조하고 필요한 자원 개발 2. SRE(환경 창조): 주체가 능동적으로 자원을 창조해 주어진 환경으로부터 최선의 결과 창출 3. ESR(자원 혁신): 환경 대응을 위한 주체의 자원 혁신 4. RSE(환경 혁신): 자원을 활용한 주체의 환경 개선 5. ERS(자원 활용): 환경 적응을 위한 자원 활용 및 점진적 개선 6. RES(환경 적응): 자원에 기반한 환경 적응
기업 메커니즘의 DNA는 이 세 가지 요인의 상호작용에서의 순서에 따라 6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그 중 SER과 SRE는 창조형, ESR과 RSE는 개선형, ERS와 RES는 유지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눈여겨볼 것은 S가 어디에 오느냐에 따라 분류된다는 점이다. 기업 메커니즘을 파악하기 위한 두 번째 이슈는 시간(Time)이다. ‘위의 6가지 유형의 Sequence가 작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은 장기인가, 단기인가?’라는 질문과 ‘각각의 Sequence는 얼마나 빨리 실행되는가?’라는 두 가지 질문이 있다. 각각의 질문에 대해 두 가지 답변이 나올 수 있다. 그에 따라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4이다.
LF: 장기적 관점, 빠른 실행 LS: 장기적 관점, 느린 실행 SF: 단기적 관점, 빠른 실행 SS: 단기적 관점, 느린 실행
Sequence의 유형이 6가지이고 Time의 유형이 4가지이므로, 결론적으로 경영 메커니즘의 DNA 유형은6×4=24가지이다. 조 교수가 두바이의 기적에 그의 메커니즘 분석틀을 적용해보지 않았다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일 것이다. 무릇 진정한 학자라면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 아닌, 그 안에 숨은 원리와 배경을 찾으려 할 것이므로.
두바이, 창조 메커니즘의 메카 조동성 교수는 두바이를 세 차례에 걸쳐 여행했다. 난생 처음으로 두바이에 갔을 때 그곳에서 그는 부동산업자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바이는 주변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자원과 환경이라는 태생적 불리함을 지녔다. 1980년 왕위후계자 모하메드 왕자는 ‘주식회사 두바이’의 혁신 프로젝트를 공모함으로써 한계를 극복하려 했다. 그에 따른 두바이의 전략은 부동산 임대업이다. 기발한 아이디어가 돋보인 팜 주메이라, 팜 자발알리, 팜 데이라, 더 월드 등과 같은 인공섬 개발 프로젝트가 핵심이다. 그 프로젝트에는 두바이인들의 빛나는 아이디어와 발상의 전환이 숨겨져 있다. 그들은 거액을 들여 버즈 알 아랍 호텔과 버즈 두바이 빌딩을 건설해 부동산 임대 프로젝트의 거대한 모델하우스로 활용하고 있다. 세계의 부호들은 여기에 와서 묵으며 두바이 투자에 매력을 느껴 인공섬들을 비롯한 부동산들을 사들인다. 정작 두 모델하우스는 적자로 운영하면서도 결국 따져보면 결코 손해가 아닌 셈이다. 또 타이거 우즈와 로저 페더러 등 스포츠 스타를 초청해 전 세계의 언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두바이를 알리는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린다. 게다가 스타 마케팅은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리고 투자나 융자와 달리 부동산 매각자금에 집중함으로써 리스크도 없다. 한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고객 유치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두바이의 호텔은 4백여 개에 달해, 세계에서 객실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도시 라스베이거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두 번째 여행에서 발견한 것은 건물 안의 콘텐츠였다. 두바이에서 일어났고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은 확실한 목표와 비전에서 시작됐다. 두바이인들의 목표는 뚜렷하다. 그들은 ‘세계 최고의 도시국가’를 지향한다. 그러한 비전 아래 3단계에 걸친 전략을 수립해 실행에 옮기고 있다. 1단계는 인공섬, 초고층 건물 등의 하드웨어 구축이다. 2단계는 인터넷 시티, 미디어 시티, 스튜디오 시티, 두바이오텍 등의 소프트웨어 구축이다. 3단계는 글로벌 시티로 세계 최고의 컨벤션 센터의 자리에 등극하는 것이다.
2008년 1월에 떠난 세 번째 여행에서는 드디어 창조경영의 메커니즘을 찾아낼 수 있었다. 두바이 혁신 프로젝트의 주체는 ‘셰이크 모하메드’라는 지도자이다. 그는 영웅적 비전으로 두바이의 모래사막에 기적의 바람을 일으켰다. 모하메드라는 주체가 가장 먼저 활용한 수단은 환경이다. 척박한 땅이지만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개발했다. 그 다음의 수단은 자원이다. ‘한정된 자원’이지만 다른 산유국들이 인프라 구축에 인색할 때 그것을 십분 활용해 공항, 항만, 도로 등에 투자했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계획과 실행은 장기적 관점에서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 종합해보면 두바이의 창조경영 메커니즘은 ‘SER-LF’ 유형이라는 결과를 얻는다. 전형적인 ‘비전 실현/자원 창조’형이다. 주체의 비전에 의해 환경과 자원을 장기적 관점에서 빠른 속도로 활용했다. “두바이에 갔다 올 때마다 창조경영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습니다. 지도자는 불리한 환경을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극복하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입니다. ‘열악한 환경’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창조력이 없는 사람들이 면피용 표현으로 자신이 처한 환경을 그렇게 부른 것입니다.” 조 교수는 두바이의 창조경영 현장에서 우리나라를 떠올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나라가 약소국이기 때문에 모든 게 안 된다고 불만을 터뜨린다. 두바이는 제주도의 2배 면적에 불과하며 그나마도 90% 이상이 사막인 나라이다. 오늘도 불만 대신 기적을 쌓고 있는 두바이인들. 세계가 그들을 주목하고 있다. |
첫댓글 소중한 글 감사히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