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청소년화랑문화제 백일장 대상,장원 수상작품(2017. 5. 27).hwp
◼ 제23회 청소년화랑문화제 백일장 수상작품(2017. 5. 27)
◼ 대상(산문) 김 하 은 (선덕여자고등학교 제1학년 6반)
옹달샘
옹달샘 내게는 조금은 사소한 단어일 수도 있다. 옹달샘은 작고도 오목한 존재인데 그 작디작은 존재가 속마음은 겉으로 보기와는 다르게 넓고 넓다는 것을 사람들은 모를 것이다. 옹달샘들의 물은 무작정 흘러가고 그 목적지가 없는 사람들은 그저 자신이 어디로 흘러가는 지도 모르는 채 흘러가고 있다. 옹달샘이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르는 채 머무르고 있는 사람들을 대비하여 주는 소재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하지만 그런 옹달샘이 목표가 없는 것만은 아니다. 나도 옹달샘처럼 목표가 없고 목적지가 없는 존재였다. 처음에는 사람들과 맞춰서 흘러갔었다. 모두 다 그건 것처럼 나도 그래야지라며 나는 흘러갔다. 그때의 나는 나를 존중하지 못하였다. 아마 옹달샘도 처음에는 그랬을 것이다. 그런 옹달샘이 시간이 흐르고 나서는 자신의 길을 찾고 자신이 원하는 것, 그리고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잡고 흘러가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디든지 흘러갈 수 있다. 비극의 길로 흘러간다고 내가 실패한 것만은 아니다. 실패는 하나의 경험이 되어서 내가 흘러가는 방향을 주변사람들과 나 자신이 고쳐가면서 목적지를 향하여 흘러가는 것이다. 그런 작디작은 옹달샘이 나중에 흐르면 크디큰 바다가 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모두 출발지는 똑같다. 작디작고 혼자서 나아가기 무서워하는 옹달샘이 거센 파도와 바람들을 이겨내면서 목적지에 도착을 해서 넓은 바다가 되는 것을 보면, 우리들도 충분히 이겨내서 갈 수 있다는 동기를 부여해준다. 두려움, 무서움에 떨어서 흘러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 싶다. 충분히 당신은 흘러갈 수가 있고 그 고난과 역경은 당신을 더 강하게 키울 것이라고. 당신이 목적지에 달성하여 미소를 짓는 그 순간 나는 당신에게 수고했다는 따뜻한 한마디를 전해줄 것이라고 응원해요. 당신의 하루를.
❘. 초등, 저학년 산문부문 장원 조수아 (경주초등 3/4)
연필
낑낑, “이 자식이 왜 또 말썽이야. 엄마는 세상에 연필깎이가 얼마나 많은데, 그 흔한 연필깎이 하나 안 사주고 흥” 엄마는 연필도 직접 깎아 봐야 글씨를 정성스럽게 쓸 수 있다고 맨날 나보고 깎으란다. 학교 갔다 와서 필통을 열면 연필은 어김없이 어서 예쁘게 해 달라고 아우성이다. “딩동” 할아버지가 오셨다.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앉아 깎으려니 할아버지가 “아구 수아야 손 다칠라, 이이 줘 봐라. 내가 해 줄게” 눈이 침침하신지 여러 번 비비고 나서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한참 하신 후에 필통에 가지런히 담아 주셨다. 그런데 심이 뾰족하지 않고 울퉁불퉁 한게 별로 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게 뭐야, 나보다 더 못 깎으셨네. 할아버지 안경 끼셔서 잘 않돼나 보다. 내가 다시 깎으면 힘드니까 얼른 가방에 집어넣고 동생이랑 놀아야지.” 다음날, 선생님께서 받아쓰기 연습할 숙제를 내 주셨다. 할아버지가 깎아 준 연필을 써야하는데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도 도끼눈을 부릅뜨고 날 노려보는 호랑이 같은 선생님이 계시니 어쩔 수가 없었다. 한참 쓰니 팔이 아프다. 다음날 국어 시간, 선생님께서 국어공책을 거둬 가셨다. 화장실을 갔다 오니 선생님께서 내 이름을 부르셨다. “수아야, 글씨 참 잘 썼네,
이거 친구들한데 보여주자.” 그날로 나는 우리 반의 명필 조석봉이 되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가 깎아주신 연필 덕분인가 보다. 오늘 또 깎아달라 해야지. 집에 왔다. 엄마가 울상이다. 할아버지가 탈장이 되어서 급하게 수술하러 가셨단다. 나는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 연필 깎아 달라고 해야 하는데... “엄마, 할아버지 언제 오셔?” “수술 잘 되면 일주일 뒤에 오실 거야.” 나는 할아버지가 얼른 나으셔서 수아야, 하고 웃으시며 우리집에 오셨으면 좋겠다. 내 필통에는 그때 할아버지가 깎아 주신 연필이 가지런히 누워있다.
❘. 초등, 고학년 산문부문 장원 박채윤 (용황초등 5/6)
소년
우리는 한창 꿈을 향해 쫒아가는 소년들이다. 실수투성이지만 무엇이던 부딪히면서 하나 씩 배워 나간다. 소년은 오늘도 꿈을 꾼다. 그게 바로 나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파스타 가게가 있다. 트럭 포장마차에서 파는 건데 가게 이름이 ‘소년상회’이다. 잘 먹는 모습이 이쁘다시며 사장님이 메뉴판을 가리켰다. 맨 위에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사장님의 경험담이라고 하셨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줄 알아야 하고 때론 욕심을 낼 줄 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 자신이 소년이었을 때 가장 많은 꿈을 꿨었고 실수도 가장 많이 했었다고 하시면서 돌이켜보면 그 시절이 얼마나 좋은 밑거름이 되는지 모른다며 용기를 심어 주셨다. 그래서 트럭 포장마차 이름이 ‘소년상회’라고 했다. 사장님 인심도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잘 먹는 내가 좋다면서 한 그릇 값만 받고는 자꾸만 더 먹으라고 했다.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늘에 ‘소년상회’가 있다는 사장님. 정말 멋있는 소년시절을 보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꿈을 꾼다.
❘. 중등 산문부문 장원 박지우 (근화여중 2/2)
어머니
우리 집에는 두 명의 아빠가 계신다. 한 분은 가족의 중심에 서서 가족 전체를 총괄하시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서 항상 열심히 일하시는 분이시고, 한 분은 원래 아빠 못지않게 가정에 책임감을 가지고 집안일을 총괄하시는 또 다른 아빠이다. 이 두 아빠의 차이점은 한 분은 부성애로 가족 전체를 보살핀다면 또 다른 아빠는 모성애로 가족 개개인을 살펴주신다. 그 중 또 다른 아빠는 집에서 집안 청소는 물론이고, 내가 속상한 일이라도 당한다면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서서 봄, 가을의 햇빛 보다 더 따스하게 나를 감싸주신다. 무엇보다 중요한 일을 결정할 때는 사내 못지않게 시원스럽고 가정에 대한 일이라면 척척박사가 되곤 한다. 이런 똑 부러지고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 반면에 부성애로 보살피시는 아빠가 일에 지쳐 등에 파스라도 붙여주는 날에는 누구보다 서글픈 표정으로 계신 모습은 내 마음을 울적하게 만들곤 했다. 이외에도 또 다른 아빠의 모습은 나무와도 같다. 튼튼한 뿌리로 우리를 받쳐주는가 하면 가지에 있는 나뭇잎으로 살포시 도와주기도 하고 나무가 사람들에게 아낌없이 주듯이 자식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모든 것을 나눠주고 배려하시는 분이시다. 특히 내가 사고라도 치는 날엔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 같더라도 금방 따뜻한 햇살로 나를 비춰주신다. 나는 거기에 씩 하고 살짝 웃어줄 뿐이다. 많은 아동심리학자와 청소년 전문가는 어린 시절 엄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 모습은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두 모자의 모습을 봐도 알 수 있다. 신사임당은 우리나라 최고의 어머니이고, 그녀의 아들 율곡 이이 또한 조선시대 최고의 학자로 손꼽힌다. 나는 율곡 이이가 훌륭하게 클 수 있었던 바탕에는 신사임당의 덕이 크다고 본다. 그런 의미에서 또 다른 아빠는 내가 무슨 일을 결정할 때 통쾌하게 길을 잡아주는 길잡이이자 내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 도와주고픈 사람이다. 무엇보다 어떤 일을 할 때 열정을
가지게 되는 요소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원래 아빠가 아닌 또 다른 아빠가 있다. 모래보다 더 부드럽고 햇살보다 더 따스한 나를 바로잡아주시는 어머니, 나의 어머니이다.
❘. 고등 산문부문 장원 황지우 (선덕여고 1/1)
옹달샘
내남에 있는 할머니 댁을 가던 길이었다. 산중턱을 올라가는 아빠의 10년 된 자동차는 노인이 지게를 지고 올라가듯 힘겨워만 보였다. 여름이 왔다는 것을 증명하듯 나무는 푸르죽죽한 이파리를 아래위로 흔들고 몇 달 동안 보이지 않던 해는 나를 말려죽일 심산인지 화창히 빛나고 있었다. 도착을 알리는 강아지 두부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집을 떠나 3시간의 여정이 힘들었는 듯 아빠는 방에 가서 누우셨고, 엄마는 “어머니 저희 왔어예~”하며 상추밭으로 들어갔다. 엄마를 따라 밭으로 간 나는 할머니께 인사를 하고 너무 더운 나머지 앞에 있는 나무에 스르륵 하고 쓰러졌다. 그런 나를 보며 할머니께서는 “아이고 덥지들? 저기 샘에가 얼굴이나 함축이고 온네이” 하며 울창한 숲이 있는 쪽으로 손가락질을 하셨다. 나는 귀찮기는 했지만 더운 것보다 나은 것 같아서 터벅터벅 걸어갔다. 샘은 작았지만 얼음장처럼 차가워서 먹먹했던 기분이 단번에 풀리는 기분이었다. 푸드덕! 갑자기 참새가 날아오르고 풀밭에서 동물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갈수록 소리가 작아지더니 터벅터벅 한 걸음씩 걸어오는 늑대 한 마리가 보였다. 무서워해야할 상황이었지만 다리에서 흐르는 피가 어쩐지 측은하게 보였다. 내 눈을 바라보는 노란색의 보석 같은 눈동자가 나의 마음을 찌릿하게 만들었다. 어디서 본 눈동자인가?.
❘. 대학, 일반 산문부문 장원 조임경 (경주시 황성동)
바람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오늘도 옷고름 씹어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꽃이 피면”
햇살 가득한 봄날, 삐걱하고 열린 할머니의 방문 틈사이로 뽀얀 분내가 피어올랐다. 수 십 년을 한결같이 흥얼거리신 이름 모를 가수의 노래가 오늘따라 가슴 한 구석이 애잔하기까지 하다. 지난 생신에 막내아들 내외가 장만해 드린 초록색 저고리, 연분홍 빛깔의 고운 치마 까지 꺼내 입으신 걸 보니 그날이 되었구나. 아흔을 바라보는 연세에 굳이 새색시마냥 연분홍 치마를 고집하실 적에도 누구 하나 싫은 내색이 없었다. 한해, 두해 시간이 속절없이 흐를 동안 할머니의 기억력은 쇠태해지고 굽은 허리는 더 고꾸라져 갔다. 하신 말씀을 몇 번이고 되새김질 하며 나의 친정엄마에게 악담을 쏟아 내기 일쑤였다. 그런 할머니에게도 수 십년의 세월이 비켜간 또렷한 기억의 창고가 있으시다. 몇 해 전, 할아버지 제사를 지내고 고모가 해주신 이야기, 그것은 실로 슬프고도 슬픈 할머니의 인생사였다. 곱디고운 19살에 시골 가난한 농부에게 시집 와 2남1녀 낳고 행복한 가정 꾸리던 와중에 술과 도박 가정폭력으로 이어진 뻔하고 뻔한 이야기들. 어머니의 어머니 세대가 살아오셨던 한 세월이 여느 아낙네들과 다를 바 없었다. 자식 보며 참고 또 참아내던 인고의 시간 끝에 나의 할아버지는 어느 젊은 여인과 살림을 차리셨다 한다. 초록 저고리, 연분홍 치마를 곱게 차려입고 할아버지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웃음 짓던 여인네. 그 여인네의 두 뺨은 복숭아 빛으로 상기되어 있었다고 한다. 봄 햇살 가득했던 어느 5월에 처자식 버리고 떠나셨던 할아버지에게 무정한 남편 몹쓸 아버지란 꼬리표가 죄인처럼 평생을 쫓아다녔다.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리길 J씨가 바람이 나서 나이도 한참이나 어린년하고 새 살림을 차렸다더라. 몇 해 뒤에는 그 어린 마누라가 집을 나가서 J씨가 전국을 찾아해 맨다더라. 뜬구름 잡는 소문들, 근거 없는 소문들이 바람결에 할머니의 귀에까지 들릴 적마다 그 날 부엌엔 소주병들이 나뒹굴었다고 고모는 회상했다. 초록 잎들이 바람결에 나풀나풀 춤을 추며 따뜻한 공기, 향긋한 꽃내음에 취하는 5월이 되면 아흔이 다 되신 치매 노인네. 우리 할머니의 봄바람이 시작된다. “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 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 초등, 저학년 운문부문 장원 오수형 (경주초등 3/3)
신발
새로 산 신발
더러워질까
까치발로 조심조심
힘들다.
낡은 운동화
구멍은 났지만
흙탕에 묻어도
비에 젖어도 괜찮다
새 신발도
시간이 지나면
구멍이 나겠지
그때가 되면
새 신발도
편한
내 신발이 되겠지
❘. 초등, 고학년 운문부문 장원 김건훈 (용강초등 6/4)
우산
비 오는 날에는
부침개가 생각난다.
우산위로 떨어지는 빗소리가
부침개 구울 때 나는 소리 같다.
알록달록 우산처럼
부침개도 알록달록
비는 우산 위에서 미끄럼 타고
빨간 고추는 부침개 위에서 익는다.
우산 위로 동글동글 내리는 비
엄마 이마 위에 송골송골 땀방울
비 오는 날 우산은 비의 방패
비 오는 날 부침개는 엄마의 사랑.
❘. 중등 운문부문 장원 이나영 (서라벌여중 3/2)
달
‘나 왔어요’
아버지가 도착하셨다.
옅은 웃음 뒤에
감추어진 그림자
아버지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달이 차면 기운다고
얼마 전 까지만 해도
환하게 빛난 미소는 사라지고
씁쓸한 웃음만 남았다.
‘나 이제 회사 안가도 될 것 같아’
굳게 닫힌 방문으로
빗소리가 들려온다.
뜬 눈으로 지새우는 밤
얼마 전 까지만 해도
둥글게 빛났던 달은
반달이 되어
쓸쓸히 빛나고 있다.
❘. 고등 운문부문 장원 권민규 (문화고 2/1)
보조개
건축가는 하얀 가운을 입기 시작했다.
마모와 함몰이 빚어낸 조형미
눈물은 주삿바늘의 몫
너는 언제부턴가
하나의 화두가 되었다.
설계를 집도하는 건축가
하얀 손으로
서슬 퍼런 욕구를 쥐고 불어넣는
또 다른 영혼
모두가 세상의 파도를 따라
세월이 매겨준 값진 주름보다
더 비싼 칼자국을 새겨 넣고
하늘이 내려준 예쁜 미소보다
더 어여쁜 흉터를 심었다
바야흐로
흉터투성이의 몸을 사랑하고
환영하는 웃음 속에서는
유종의 美조차 찾을 수 없는 날에
너는 언제부턴가
하나의 아픔이 되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웃음 없는 광대가 되었다.
❘. 대학,일반 운문부문 장원 박선심 (경주시 용강동)
귀뚜라미
강렬히 내리쬐는 태양에
검게 그을린 아버지는
이른 새벽을 깨우고
여명에 돛을 내리고
배를 젓는다.
촘촘히 짜맨 그물을
더듬이 마냥 부지런히 내리고
은빛 울렁임에 뱃노래는
귀뚜라미의 울음마냥
삶의 희노애락이 된다.
노쇠한 더듬이, 구부정한 자태에도
검게 주름진 피부마다 마디마다
자식을 새겨 넣고
오늘도 새벽을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