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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주 기자
지난해에만 376억 달러 벌어
우리나라의 석유 정제 능력은 세계 6위로 2007년 기준 하루 263만 배럴이다. 국내 정유업체들이 생산한 석유제품은 5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150억 달러 수출탑을, 에쓰오일은 100억 달러 탑을 받았 다. 현대오일뱅크는 30억 달러 탑을 수상했다. 우리나라는 2007년 기준으로 산유국에서 원유를 하루 273만 배럴 정도 들여온다. 이를 정제해 약 263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생산하고 이 중 80만 배럴을 수출한다. 생산 제품의 약 33%를 해외에 파는 셈이다. 석유제품 중 수출 비중이 가장 큰 것은 경유(35%)다. 항공유(25%), 벙커C유(15%)가 뒤따르고 있다. 특히 정유사들의 매출 중 53%는 수출로 이뤄낸 것이다. 2007년 정유사들이 수출로 들여온 외화는 230억 달러, 지난해에는 376억 달러에 달했다.
석유제품 수출은 2004년까지만 해도 연간 102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4%에 그쳤다. 하지만 매년 크게 늘어나 2006년 204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6.3%를 차지한 데 이어 2007년에는 6.6%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는 국제유가가 오르면서 7월 11.9%(49억 달러)로 정점을 찍었다. 석유제품 수출이 이같이 크게 늘어난 것은 중국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남아메리카 등에서 2004년 이후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물론 올 1월에는 6.6%(14억 달러)로 하락세를 보였다. 경기가 위축되면서 국제 원유가격이 낮아지자 석유제품 단가도 전년 동기 대비 33% 떨어진 탓이다. 하지만 수출 물량이 준 것은 아니다. 1월 2500만8000배럴로 지난해 1월과 비교해 14.8% 증가했다. 2월에는 2658만3000배럴을 수출해 18.2% 증가율을 보였다. 세계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언제든지 수출액도 크게 늘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런 경쟁력은 정유사들이 값싼 벙커C유를 비싼 경질유로 전환하는 고도화 시설을 확충해 와서 갖춰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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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화 시설로 마진 10배 이상 불려
고도화 시설이란 원유를 1차 정제한 뒤 남는 중질유인 벙커C유를 다시 처리해 값비싼 휘발유나 등·경유로 바꾸는 장치다.
원유를 정제시설에 넣고 끓이면 끓는 온도(비등점)에 따라 휘발유·등유·경유·중유 등이 나온다. 이 가운데 약 40%가 벙커C유 등의 중질유로 품질이 낮아 원유보다도 가격이 싸다. 그런데 이 벙커C유에 수소나 촉매제를 첨가해 분해함으로써 휘발유·나프타·윤활기유 등의 고부가가치 경질유를 얻어낼 수 있다. 값싼 중질유를 비싼 제품으로 바꿔 이윤을 많이 남겨주기 때문에 ‘지상 유전’이라 불린다. 일반적으로 원유를 들여와 1차 정제해 팔 경우 마진은 배럴당 1달러 안팎이다. 고도화 설비로 정제해 팔 경우 많게는 10달러 이상의 마진이 생긴다.
현재 고도화 비율이 가장 높은 업체는 에쓰오일로 25.5%다. 정제 능력은 SK에너지가 하루 16만2000배럴로 가장 앞서 있고, GS칼텍스가 15만5000배럴로 둘째다. 또한 고도화 시설을 통한 매출과 영업이익을 높이기 위해 각 업체는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GS칼텍스가 2조9000억원, 현대오일뱅크가 2조1000억원을 들여 고도화 시설 확장에 나섰다. SK에너지도 1억5200억원을 들여 새 고도화 장치를 건설 중이다.
어떤 원유를 들여오나
2007년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하루 약 273만 배럴을 30개국에서 수입했다. 중동 지역에서 81%를 들여왔다. 아시아(15%), 아프리카(4%), 미주(0.2%) 등이 뒤따랐다. 국가별로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29%, 아랍에미리트 16%, 쿠웨이트 11% 등이다. 수입 지역이 대부분 중동이라 두바이 현물가격이 국내 소비자가격을 결정하는 주요 변수가 된다.
원유 끓는 점 따라 LPG, 휘발유, 등유, 나프타…
석유는 천연적으로 지하에서 뽑아내는 원유와 이를 정제해서 만드는 석유제품을 통칭한다. 석유제품은 용도에 따라 LPG(액화석유가스)·나프타·휘발유·등유·경유·중유·윤활유·아스팔트 등으로 나뉜다. 원유를 가열하면 기화되는데 이때 온도가 낮은 것부터 차례로 기체로 변하고 이를 파이프를 통해 냉각시키면 다시 액체가 된다.
●LPG 원유를 채굴할 때나 정제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체상의 탄화수소를 액화시킨 것이다. 프로판과 부탄으로 분류된다. 프로판은 -45도, 부탄은 -0.5도에서 기화된다. 프로판이 더 가볍고 점화도 잘된다. 가정이나 음식점에서 사용하는 LPG는 프로판이 많이 섞여 있고, LPG자동차에 쓰이는 LPG는 부탄의 함유량이 높다. LPG는 경유·휘발유 등에 비해 열량이 낮다. 즉 LPG자동차를 몰 경우 충전을 더 자주 해줘야 한다. 우리나라는 프로판에 비해 수요가 적은 부탄의 사용을 권장하기 위해 세금을 휘발유·경유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
●나프타 원유를 증류할 때 LPG와 등유 기름기 사이에서 유출되는 액체 상태의 탄화수소다. 나프타를 분해해 생기는 에틸렌·프로필렌·부탄·방향족 등에서 많은 석유화학 반응을 거쳐 합성수지·합성고무·합성섬유 등이 제조된다. 도시가스용으로도 사용되고 질소비료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휘발유 끓는점(비점)의 범위가 30∼200도인 액체 상태의 석유 기름기(유분)다. 자동차용·항공용·공업용으로 나뉜다. 자동차용은 휘발성이 높아 상온에서 유증기가 발생해 대기 중으로 퍼지는데 오존 발생을 비롯해 환경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 유증기를 회수하는 장치를 자동차에 모두 달도록 하고 있다. 휘발유를 이용해 엔진을 돌릴 때 중요한 것은 옥탄가다. 옥탄가가 높을수록 엔진에서 일어나는 노킹(미연소 가스가 자연 발화해 폭발적으로 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엔진에 덜 무리가 간다. 고급 휘발유일수록 옥탄가가 높다. 항공용은 프로펠러를 이용해 나는 비행기에 사용된다.
●등유 석유 제품 중 가장 오래전부터 사용됐다. 초창기에는 등불용 기름으로 쓰였다. 하지만 전기가 등장하면서 난방·주방용으로 용도가 바뀌었다. 1990년대에는 기름보일러가 급격히 늘어나 공급되는 등유의 양이 부족하기도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98년 등유를 실내등유와 보일러등유로 구분했다. 실내등유는 가정에서 사용하는 팬히터·온풍기 등의 연료로 유황 함량이 낮다. 보일러등유는 등유에 경유를 혼합해 발열량을 높였다. 하지만 그을음과 소음이 많이 발생해 현재는 실외 난방기나 농업용 하우스 난방용으로 사용된다.
●경유 끓는점이 200∼370도로 등유 다음이다. 보일러의 연료와 기계 세척, 금속가공유 원료 등으로 사용되지만 80% 정도가 디젤엔진의 연료로 이용된다. 엔진에 경유를 사용하면 휘발유에 비해 높은 효율을 낼 수 있다. 인화 위험성이 낮고 순간적인 힘도 좋지만 엔진이 복잡하고, 소음과 진동이 심하다. 배출가스도 많아 친환경적이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에는 기술 발달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크게 줄어 ‘친환경 디젤’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벙커C유 중유라 불리는 무겁고 끈적끈적한 석유제품이다. 선박이나 항구에서 연료용 석유제품을 저장하는 용기를 ‘벙커’라고 부른 데서 유래했다. 화학적인 정제를 하지 않으므로 품질 면에서 가치가 낮다. 하지만 이를 다시 가공해 윤활유 등 고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 선박 등 대형 엔진의 연료로 사용된다.
●아스팔트 원유를 증류하고 남은 물질을 원료로 해 제조된다. 주로 도로 포장용으로 이용된다. 여기에 가열한 공기를 불어넣어 산화시킨 것을 블론 아스팔트라 하는데 방수·방습 공사, 전기 절연재료 등에 쓰인다. 아스팔트에 등유 등 경질유를 섞고 물을 첨가시킨 아스팔트유제는 도로의 간이포장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