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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부에서 1시간쯤 친구을 기다렸다. 커피 한 잔과 구운 고구마와 가래떡으로 아침을 대신하면서 그래서인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추운 혹한의 겨울 날씨가 계속 이어지는 요즈음 북쪽으로 왔으니 마음껏 추위를 느
껴 보리라 했는데 역전 밖으로 나가니 그리 추운 줄 모르겠다.
역전광장으로 나와 큰 대로를 건너 25-1번 적성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집에서 나와 서울에서 또 온 만큼의 시
간으로 감악산 입구까지 1시간 시골길을 달리면서 북쪽으로 갔다.
[버스안에 신암리에서 본 감악산]
범륜사에서 정상으로 해서 신암리로 내려오려는 계획을 바꿔 범륜사 입구을 지나 영국군전적비 정거장에서 오르기로 했다.
입장료 1,000원으로 과자 사먹자고 ㅋㅋ
역시 아줌마의 매력을 알 수 있었다.
눈이 내린 그길에는 사람들이 밟고 간 인적의 이정표가 나 있었다. 뽀드득 뽀드득 ...
바람한 점 없는 고요한 산길에 스스로 잎을 지운 나무들은 우리들의 눈요기가 되고 오르는 산길에 시야가 훤하게
보여주는 속살의 부끄러움도 드러내주는 겨울 산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는 오르막이 계속이어진다.
하루쯤 홀가분하게 나와 조용한 휴식과 침잠의 시간을 갖고 친구들끼리 이러저런 이야기로 잠시 발길이 멈춘다.
어데론가 떠나 여행가자던 이 친구들이 나를 따라 오는 건 아마 산이 있고 친구가 있고 같은 아줌마라는 공감
때문에 같은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리라.
나 또한 여행 좋지,!!
하지만 그 보다 내가 가는 시간에 비례해 지금 산에 더 많은 비중이 있다는 거다.
이 갈림길 안부에서 길을 물어 보시라.
정상으로 갈래, 저 아래 사람이 사는 동네로 내려갈래. 그것은 바로 오늘 목적지인 감악산 정상아니겠어.
천천히 걸어도 누가 탓할 사람없고 빨리 간들 얼마가지 않는 저기쯤 정상인데.
어차피 오늘 하루 여기에 머물러 있음에 적성까지 내려다볼 수 있는 여유로움과 투시의 공간과 시간을
부여해 주고 있지 않은가, 그지 친구야!
구불구불 물줄기 가르며 서해로 가는 임진강건너 북녘엔 얼마나 추운지 적성면 들녘엔 꽁꽁 얼어 붙은 평야지대가 서서히 들어
온다.
파주시를 감싸고 있는 산줄기 파평산, 광평산을 넘어 문산으로 산길은 이어지고 ..
설마계곡은 한국전쟁 당시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던 격전지였다. 1951년 4월, ‘인해전술’의 중공군에게 임진강 방어선을 격파당하면서 후퇴한 영국군 글로세스터샤연대 1대대 병력 600여 명이 설마계곡 입구의 275고지에서 포위돼 대부분이 포로가 됐다. 이때 67명이 포위망을 뚫고 탈출했고 59명이 전사, 526명이 포로가 됐다고 한다. 영국군은 3년간의 포로생활 중 또다시 34명이 사망했다. 세계전사는 사상 유례가 없었던 영국군의 고립방어전 사례를 ‘임진강전투’로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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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를 목도리로 둘둘 둘려 감고 산으로 간다.
살첨하나 붙어 있지 않게 엉덩이를 달달 볶았으니 춥지!,
어지간히 볶아대라, 친구야 그래서 궁덩이가 시리지.
점점 까치봉은 가까워지고 산색은 암갈색으로 무뎌진 색채를 띠고 우리를 반긴다,
"친구야 좋지, 좋지, 방구석에 있으면 뭐하노"
"응 좋지'
먼 산들의 자태가 의연하고 , 산자락 아래 멀리까지 보이는 산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흰것과 검은것과 푸르름이 그 어느때보다 선명하다.
뚜렷하지 않지만 저 쪽으로 따라 가다 보면 양주의 봉우리와 흘러 내린 능선의 자취가 부드럽게
가는 발길을 머물게 한다.
나무테크에 달라붙어 있는 벌거숭이 소나무는 잎을 잃은지 오래같다.
정상에서 내려오는 산객들이 계단을 따라 웃음소리와 함께 마주친다.
까치봉 너머로 벌써 안테나가 서 있는 감악산 정상이 쉽게 시야에 잡힌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겨울산의 모습을 담아보고 지금은 마른 풀 한 포기도 없이 모두가 치워져 있다,
멋진 소나무가 가리워진 둔덕에 손수건위에 식탁을 차렸다. 친구가 해온 노란 카레에 밥을 비벼 먹은 맛은 꿀맛이다.
거기에 오미자술과 잣술로 반주를 했더만 친구가 큰 웃음으로 화답한다.
'ㅋㅋㅋㅋㅋㅋ, 얼매나 좋으면 저럴꼬, ' 그 웃음에 놀란 우리도 'ㅋㅋㅋㅋㅋ'
감악산 전쟁의 아픈 상처도 아랑곳 우리의 웃음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운무가 거친 날에는, 햇빛이 쨍쨍 찐 날에는 저 적성을 지나 임진강까지 볼 수 있을꺼란 짐작만 마음에 가득하고
나무계단을 올라 서니 까치봉이 발아래 있었다.
[까치봉]
까악~ 까악, 들리는 소리는 까치가 아닌 까마귀이고 여기 저기 놀고 있는 역낙없는 까마귀이련만
알 수가 없네, "얘들아, 까마귀 맞지. "
초겨울 까마귀들이 노니는 까치봉 산자락을 살폿한 아늑함으로 반겨준다.
등 뒤에서 치켜올리는 바람결이 으시시 하지만 벌써 이 만치 물러나 있는 까치봉엔 아직도 까마귀는
사람의 앞일을 예언하거나 해야 할 바를 인도하여 주는 새로 나타나고 있다.
까마귀가 울면 그 동네에 초상이 난다고 믿고 있으며, 까마귀 울음소리는 불길한 조짐으로 알려져
있지만 난 산에서 그냥 새로 좋다는 생각밖에 다른 건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이 감악산 속 까마귀 울음소리가 바람소리를 따라 파고든다.
[팔각정자]
[흑염소]
정자에 노닐고 있는 흑염소의 무리가 있다.
[적성시가지]
[감악산 정상]
높이 675m이다. 예부터 바위 사이로 검은빛과 푸른빛이 동시에 흘러나온다 하여 감악(紺岳), 즉 감색바위라고 하였다.
이 일대는 광활한 평야지대로 삼국시대부터 전략적 요충지였던 이곳은 고급인력들이 눈을 치우고 있었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와 당, 한국전쟁 등 수없는 전쟁을 이겨낸 산이기에 이곳에 서니 마음이 뭉쿨해진다.
여기 소개되고 있는 산신령이 진짜 있다면 간절히 빌어 소원을 빌어 준다면 우리는 단 하나 '저 북녘땅에 따스한 햇살이
비추워주는 것' 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운무에 가려 어데인지 알 수 없지만 개성 송악산도 우리가 걸을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보게 된다.
[마리아상]
감악산에서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지면 저 산길도 갈 수 있겠지.
임꺽정봉으로 발길을 돌리며
[정자에서 본 임꺽정봉]
산과 나무와 흰눈과 나와 친구와 같이 산길을 걸어 감악산 정상을 내려 간다.
지금 흰눈이 내린 산길을 걷는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산의 향기다.
일명 임거정(林巨正) 또는 임거질정(林居叱正)이라고도 한다. 양주의 백정 출신이다. 임꺽정은 소설이나 드라마로 친숙한
인물이다. 한마디로 부자들의 재물을 빼았아 가난한 농민들에게 나누어 줬다는것이죠.
임꺽정은 훗날 배신자 서림에게 밀고당해 죽임을 당합니다
설인귀(薛仁貴)는 당(唐)의 태종(太宗, 598~649)과 고종(高宗, 628~683) 시기에 활약한 장수(將帥)로 613년에 강주(絳州) 용문
(龍門, 지금의 山西省 河津)에서 태어났다. 이름은 예(禮), 자(字)는 인귀(仁貴)이다. 농민 출신으로 기마와 궁술에 뛰어난 것으
로 알려져 있다.
[임꺽정봉에서 본 장군봉]
이곳에서 보면 천길 낭떠러지인데 옛날 이곳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고구려를 치러온 당나라 장수 설인귀가 이곳에 진을 쳤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설인귀굴]의 호기심만
가득한채 돌아섰다.
'에궁 그노무 굴 내려갔다간 우리가 굴에 갇히게 생겼구만,'
[칼바위]의 위용은 하늘을 찌를 듯 하고.
지금 조성되고 있는 숲길예정지가 조성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저 길을 걸을것 같은 생각이 든다.
감악산에서 수암저수지-원강저수지-봉암저수지로 이어지는 산둘레가 조성예정지로 되어있었다.
[장군봉]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우리를 사로 잡을 듯 합니다.
[신암저수지]가 고요한 겨울풍경속에 잠들어 있다. 운무속에 가려진 희미한 작은 저수지는 하얀 눈덮힌 진풍경을
바라보면서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있었다.
저 산길을 따라 산책하듯 내려 가려 했었는데, 범륜사가 더 궁금했다.
하늘도 땅도 모두 하얀 눈의 세상이 된다. 지평선따라 산길따라 펼쳐진 풍경 하나만으로도 색다른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겨울산을 눈으로 흠뻑 맛볼수 있어 좋다!
[위에 임꺽정봉이 있는 병풍바위지대]
버스를 타고 오다보면 이 바위지대가 병풍처럼 둘러쳐진 모습으로 감악산을 유혹했었다.
빵카(군인들의 작전용 참호이다) . 다른 말로 [토치카]라고 한데나, 난 여자라서 군대는 안갔었지만 남자들은 이
토치카를 보면 수많은 이야기들이 줄줄줄 밤이 새도록 나올 법한데. 그 토치카를 보면서 감악산도 내림길에 든다.
[숯가마터도 지나고 ] 머리위에 달고 오던 까치봉도 멀어질수록 아름다운 산속의 품속에서 자꾸만 내려온다.
[만남의숲]의 눈침대에 누워 사진도 찍고, 화전민이 살던 [묵은밭]도 지나고
벌써 해가 범륜사 앞산에 걸쳐있다. 시간이 하루를 넘어가고 있었다.
범륜사 부도쯤 내려오자 개 두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길손을 맞는다.
조형물이 유난히 많이 있는 범륜사 감로수 한 잔에 온몸의 전율이 전해진다.
대웅전앞에 합장하니 종소리 은은히 감악산에 퍼져간다. 지붕에도 기둥에도 대웅전 안에도 용이 있다.
운계폭포 바로 위에 있는 [백옥 관음불상]은 백옥으로 만들어진 국내 최초의 불상이라고 하는데 범륜사에는
조각품들이 많은 절이다.
친구들이 합장소리가 울리는듯 범륜사 저녁 늦은 종소리가 길손을 배웅한다.
여기까지 따라온 개 두마리와 인사하며 범륜사 임도를 내려선다.
매표소앞[거북바위]이 흰눈으로 덮혀 있었다.
설마교 버스 정류장에 서 있어도 아직 감악산 정상에 서 있는듯 하고 깔깔깔 ~ 감악산 웃음소리는 그치지 않았다.
의정부역에 왔는데 친구는 차 멀리했다며 맛난 부대찌게도 멀리하고 나만 배터지게 먹었다.
'친구야, 부대찌게 잘 먹었어, 바르르 떨리던 추위도 녹는듯 했다'
며칠이 지난 오늘도 감악산 범륜사 감로수 달콤함이 자꾸 생각난다.
첫댓글 감악산이 한국전쟁의 역사가 고스란 남아있네
친구와 산행이 부럽고
100산 올해 마무리 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모두 새해 건강하고 강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