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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실을 찾아온 40대 후반의 직장인 P씨는 언제부턴가 쉬 피곤해지면서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했다. 매사 기운이 없고 짜증이 잘나고, 일하는 데 있어 능률도 오르지 않는다. 아무래도 불안한 마음에 가까운 병원에서 검진을 받았지만 별 이상이 없다는 말만 들었다. P씨처럼 이유 없이 피로가 쌓이고 매사 기운이 없고 사는 맛을 잃어간다고 느끼는 남성이라면 남성 갱년기일 가능성이 높다.
남성 갱년기는 삶의 절정기이자 완숙기이지만 건강상으로는 하향곡선을 이루는 시점에서 시작된다. 모든 남성이 갱년기 증상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지만, 여성이 폐경 전후로 갱년기를 겪는 것처럼 남성도 40세 이후 남성호르몬이 점차적으로 감소하면서 신체적, 정신적, 성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불혹이 지난 나이의 남성들은 자신이 일해오던 분야에서 성공과 완숙의 경지를 채 맛보기도 전에 새로운 세대의 도전과 경쟁 속에서 밀려나 소외감을 느끼게 된다. 또 신체적으로도 피로가 누적되고 의욕이 떨어져 점차 자신감을 잃어가게 되는 시기이니 남성 갱년기는 반갑지 않은 불청객임에 틀림없다.
최근 연구들을 보면 남성 갱년기를 나이가 들면 당연히 거치는 노화과정 수준을 넘어 건강위험요인(health risk factor)으로 간주, 극복되어야 하는 과제임을 강조하고 있다. 다행히도 중년이기에 감내해야 하는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변화들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생활의 지혜들이 갱년기 남성에게 새로운 삶의 장을 제공하고 있다.
갱년기, 스트레스·음주·비만 남성에게 많아
갱년기 증상의 시작은 개인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대부분은 막연한 피로감,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증상 그리고 성적욕구 및 성생활이 예전과 같지 않음을 주로 호소한다. 근력이 줄어 기운이 없고, 숙면을 취하지 못하며, 몸무게는 늘지만 밥맛은 없다. 간혹 갱년기 여성처럼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증상도 있다.
심리적, 정신적 증상으로는 평소보다 예민해지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며 막연한 불안감 및 두려움을 호소한다. 또한 자신감 및 즐거움의 결여, 혼자이며 남들에게 사랑 받지 못한다는 느낌, 집중력 저하, 건망증 증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성적 증상으로는 성적욕구의 감소, 성행위에 대한 불안감 및 두려움, 성행위 도중의 발기 문제, 성기능에 대한 자신감 결여 등을 느끼게 된다.
남성 갱년기 증상은 남성호르몬이 감소하면서 나타난다. 남성호르몬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원인에 의해 감소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고환에서 남성호르몬을 만드는 세포 수의 감소와 기능의 쇠퇴, 뇌에서 남성호르몬 분비를 자극하는 호르몬 분비가 변하는 것이 대표적인 원인이다.
특히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거나 과음하는 사람, 비만, 고혈압, 당뇨, 흡연으로 인한 만성폐쇄성 폐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남성에게 특히 갱년기가 많이 찾아오며, 많게는 열 명 중 두서너 명이 남성 갱년기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고 된 바 있다.
부족한 남성호르몬 보충하면 효과적
몸이 쳐지고 식은땀을 많이 흘리거나 얼굴이나 가슴이 두근거리고, 괜히 울적하고 예민해지는 등 기분의 변동이 심하며, 성교 횟수가 줄거나 발기나 유지에 있어 문제가 있거나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증상들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남성 갱년기는 아침 공복에 채혈하는 남성호르몬 검사와 남성호르몬이 감소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이나 동반질환을 찾아내 진단한다. 치료는 부족한 남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약물치료와 건강위험요인을 관리하고, 운동, 식이조절, 음주나 흡연과 같은 생활습관을 교정하는 비약물치료가 있다. 두 가지 치료를 병행하면 피로감이나 성욕 감퇴 등의 여러 가지 증상의 개선과 함께 동반된 다른 질환의 치료에도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남성호르몬도 증가한다.
P씨는 예상대로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남성 갱년기였고, 남성호르몬 보충요법과 순환운동 프로그램을 처방했다. 서너 달 뒤 P씨는 나이가 부여한 신체적, 정신적, 성적 변화의 총체인 남성 갱년기라는 불청객으로부터 벗어나 원래의 자신의 일상으로 복귀했다. 이제 그에게부여된 책임은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스스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일상생활에서의 무한한 노력을 통해 가정과 사회에 기여하는 것만 남았다.
/ 이코노미플러스
김문종 포천중문의대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첫댓글 건강을 잘채기셔서 행복한 삶을 사세요
남자들 갱년기도 무섭네요 ㅋㅋ 여자들 갱년기도 마찬가지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