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앞, 가로수길, 서촌, 한남동. 소위 말하는 뜨는 상권의 임대료가 오르면서 기존에 살던 주민이나 상인이 쫓겨나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젠트리피케이션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자본주의 역사를 통틀어 아직 해답을 찾지 못했다 할 정도로 사회적으로 많은 논의가 필요한 문제다. 교과서에 등장하는 ‘도시 재개발의 미래’ ‘도시 경관의 다양성’ 등의 단원 내용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생각한다.
취재 홍정아 리포터 jahong@naeil.com
도움말 신현준 교수(성공회대학교 동아시아연구소)·박윤진 교사(서울 신목고등학교)
자료 <서울, 젠트리피케이션을 말하다> ‘2017학년 건국대 수시 모집 논술고사_ 인문사회계Ⅰ’
젠트피리케이션이란?
재건축 등으로 인해 도시 환경이 변하면서 중·상류층이 낙후된 구도심의 주거지로 유입되고, 주거 비용이 상승하면서 비싼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라스가 노동자들의 거주지에 중산층이 이주해오면서 지역 전체의 구성과 성격이 변하는 것을 설명하며 처음 사용했다. ‘도시 회춘화 현상’이라고도 한다.
최근 ‘망리단길’로 불리며 뜨고 있는 망원동은 찾는 사람이 늘면서 이태원 경리단길처럼 서울의 ‘핫 플레이스’로 변신 중이다. 그런데 상인들의 반응은 달갑지 않다. 터무니없이 오른 월세를 감당하지 못해 기존 상인들이 생계의 터전을 떠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옛 도심이 번성하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과 임차인이 밀려나는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서울 신목고 박윤진 교사는 “교과서에는 도시 재개발과 관련해 환경 보전을 추구하는 차원에서 지역 개발을 진행해야 한다는 이론적 견해가 서술돼 있다. 지역 개발이 이루어진 뒤 지역 가치가 오르면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개념은 없지만, 사회 교과 특성상 관련 신문 기사를 활용해 개념을 이해하고 깊이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임대료가 저렴한 구도심에 개성 있는 상점들이 들어서면서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성공회대 동아시아연구소 신현준 교수는 “도시 공간이 하나의 자본 공간으로만 인식되어선 안 된다. 생존과 생활·문화의 공간으로 바라봐야 하며,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생하는 새로운 법과 제도 장치가 필요하다. 특히 폭력적인 철거 행위가 합법화되는 상황은 법을 개정해서라도 반드시 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도시의 인구 증가는 각종 도시 기반 시설 부족과 불량 주택 문제 등을 유발한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한 도시 재개발 사업은 불가피하다. 서울의 경우 1960년대 이후 시행한 도심 재개발 사업으로 약 600만 ㎡의 낡은 시가지가 철거되고, 그 위에 현대식 고층 건물로 구성된 약 390만 ㎡에 달하는 현대식 업무·상업 공간이 들어섰다.
서울시는 올 6월 도시 재생 희망 사업지 14곳을 추가 선정했다. 성동구 송정동을 비롯 광진구 자양1동, 강북구 인수동, 노원구 공릉1·2동, 마포구 연남·염리동, 서대문구 홍제1동 등 14곳이다. 이번 도시 재생 사업은 지역 주민들이 주가 되는 도시 재개발로 주목받았다. 과거 부동산 투기 세력이 주도해 지역 주민을 내몰던 재개발과는 전혀 다른 방식이라는 것. 다만 종래 자리 잡았던 임차인, 영세 소상공인 등에 대한 보호가 부족하다는 우려는 풀어야 할 과제다.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