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요일 - 마렉 플라스코 ........(2006/06)
아그네시카. 모랄.
피에트레크. 모랄.
구제고지. 모랄.
아버지. 모랄.
자와즈키. 모랄.
아그네시카. 지쳤군요. 그래, 자유로와졌나요.
피에트레크. 아그네시카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방 열쇠 였던가요.
구제고지. 사랑을 술을 통찰하니 어떻던가요.
아버지. 일요일에 낚시 못 간 것을 비 탓을 하시렵니까.
자와즈키. 결혼 한다구요. 축하해요. 마리아도 축하해요.
----------------------------------------------------------------
우리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이라고는 말을 하지 않겠지. 그냥 무작정 이렇게 말할 거야. '로만, 나는 여자를 하나 사귀었네. 그런데 함께 잘 만한 공간이 있어야지. 자네 방을 하루 저녁 빌릴 수 밖에 없네' 그러면 로만은 '미인인가?'라고 묻겠지.
-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방이 필요해요
아아, 모든 것을 잊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화, 오직 평화와 안식만이 있었으면...... 피에트레크도, 오빠도, 아버지도, 어머니도 전부 필요 없어. 오직 평화와 안식만이 있었으면....... 그 밖의 모든 것은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려라.
- 비탈에 선 아버지
"그 여자가 안 올 줄은 이미 짐작했었어. 나는 요즘 밤만 되면 견딜 수 없이 외롭단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눈만 감으면 그 여자 모습이 더욱 선명해진단다. 그녀는 나한테 두 손을 벌리고 무슨 말을 계속 하고 있
는데 내겐 전혀 들리지 않아."
- 결말을 맺지 못한 소설
우리는 서로 다 고독하지. 아니, 완전히 고독하지. 이 고독한 심정, 고독해야만 하는 우리의 존재를 아그네시카는 알겠지. 그리고 아무리 우리가 갈망해도, 그 누구에게 호소해도, 우리의 이런 고독의 괴로움을 구원해 줄 자는 없다는 것도.
-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기억들
아그네시카는 기진맥진한 몸을 벽에 기대었다. 두 사람이 한숨 돌리고 나자 그 동안의 긴장과 피로감이 한꺼번에 엄습해 왔다. 아그네시카는 창백한 얼굴을 벽 위에 얹었다. 아그네시카의 눈은 노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 휘청거리는 부레스카의 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당신과 함께 있다는 걸 잊지말아 주세요. 당신이 지금 비록 시궁창 속에 빠진 채 누워 있더라도, 비록 당신이 술에 취한 채 어떤 매음녀한테 빠져 누워있더라도 정말 나는 당신 곁에 있는 거예요. 당신이 나를 생각만 하고 있다면, 당신과 나는 어디서나 같이 있는 거예요.
- 갈 길은 아직도 멀기만 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란 연애가 성립될 여지가 있는 곳일까? 우리가 여자와 같이 자는 것은 무슨 사랑의 행위라기보다는 친구들에게 떠벌릴 얘깃거리를 얻기 위해서일거야. 나는 내 생활을 단순한 환상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아. 다시 말하자면 나는 내 연애를 숨기고 싶지는 않아."
- 모두의 가슴에 뜨는 달
"정말 미치기라도 했으면, 정말이지 그러기나 했으면 오죽 좋을까."
아그네시카는 중얼거리면서 창가로 걸어갔다. 피에트레크는 그녀가 가까스로 눈물을 감추는 옆얼굴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녀 곁으로 가지 않았다.
- 존재의 의미에서 확인까지
"죽여요. 하지만 그 전에 우리가 원했던 것은 풀어 줘요. 이후로 우리는 서로 얼굴도 못 보게 돼요. 그러니 제발 해주세요. 그래야 우리가 원하는 평화가 온단 말이에요. 그때가 되면 그리워서 조마조마하게 애 태우는 일도 없게 되고, 사랑하는 일도 없고, 일요일도 없고, 당신이 감옥 얘기를 할 필요도 없게 될 거예요."
- 절망의 어깨 위로 내리는 비
"신문 기자죠. 모든 사실들을 있는 그대로 진실껏 쓰려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하하하, 이것도 우습죠? 만일 내 판단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면, 우리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나은 직업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저 엘지베타인 것 같아요. 단순히 몸만 팔면 되는 매춘부니까. 그것은 기적과 환영이 없는 직업이라고 할 수 있죠."
- 만남, 새로운 기억의 시작
아그네시카는 쓸쓸히 혼자 조용히 떠나가는 피에트레크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다보았다. 안개처럼 자욱한 비가 사라져가는 그의 발자국 소리를 삼키고 있었다. 아그네시카는 발자국 소리나마 들을려고 열심히 귀를 기울였으나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 상실, 꿈과 현실의 종착점
결국 세상은 이렇게 움직이거든요. 있는 일, 없는 일 등을 공연히 들추어내는 것이 세상 모습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나는 서로 믿고 이해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해요.
- 일요일 그리고 다시 일요일 그리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