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중에서 두번째 손가락은 여러모로 인간에게 쓰임새가 많고 중요하다. 끔찍하지만 총을 쏠 때도 인지를 사용한다. 삿대질을 할 때도 인지를 사용하고 길을 묻는 사람에게 길을 가르쳐 줄 때도 인지를 사용한다.
그런 두번째 손가락이 외과의사에겐 특별히 더 무척이나 중요한 도구이다. 물론 아가들에겐 새끼 손가락을 사용하지만....어른에게 다른 손가락을 사용하는 경우는 없다. 그 손가락이 부러진 의사가 아니라면.
직장암이라고 하면 모든 암이 그렇듯이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그런 말이다. 가볍게 치질로 생각하고 병원에 왔는데 난데 없이 의사가 직장암이란다.
직장은 우리 몸의 대장중에서 제일 마지막 항문과 연결된 대장부위를 일컫는 말이다. 밖으로 배출되기 직전의 대변이 머물기도 하고 매일매일 하는 일이 있으니 탈도 많이 생기는 곳이다. 그런 직장은 실제 길이가 기껏해야 15cm정도 밖에는 되지 않는다. 그 직장에 연결된 마지막 관문인 항문관의 길이가 3-4cm정도니까 모두 합해봐야 20cm가 채 되지 않는다.
그런 짧은 곳에 중요한 진단적 가치가 있는 도구가 바로 외과의사의 두번째 손가락이다. 손가락이 가늘고 긴 사람이 당연히 유리한 도구를 가진 외과의사이다. 굵고 못생긴 손가락보다는 가늘고 긴 손가락이 환자를 진찰할때 아무래도 덜 아플테니까. 이런 가운데 손가락으로 하는 검사를 직장수지검사라는 어려운 말을 쓴다. 또 누군가 그러려나? 의사가 잘난척 한다고? 근데 내가 만든 말이 아니니 나를 원망하진 말지어다.
직장암 진단에 CT니 MRI니 대장내시경이니 혈액검사니 여러가지 방법이 동원이 되지만 그것의 시발점이 되는 것이 바로 의사의 두번째 손가락이다.
직장수지 검사를 아주 세밀하게 잘 하면 직장암이 있는 환자들중에서 진단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물론 짧은 직장이지만 깊은 곳에 있는 것 까지 손끝으로 알아낼 수는 없다. 아무리 손가락이 길어도 20cm가 될수는 없으니까. 최홍만 선수면 가능할까? 근데 좀 굵겠지? 물론 여기서의 진단은 확진은 아니고 의미있는 다음 진단적 검사로 넘어갈 수 있게 하는 거의 확진에 가까운 진단이다.
대변보기가 힘들고 가늘게 나오고 피가 나오고 배변을 해도 시원하지 않고 금방 또 마려운것 같다는 환자들이 있다. 그런 환자중 특히 나이가 좀 많은 환자분들에게선 일단 진찰하는 의사는 직장암 가능성을 머리에 그린다. 그리고는 환자를 진찰대 위에 옆으로 눕히고 손가락을 삽입하여 직장수지 검사란것을 시행한다. 그런 경우 아주 단단한 대변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고 대변 덩어리가 벽에 붙어있는 것 같지만 실제는 암덩어리가 만져지기도 한다. 대변 덩어리면 그 넣었던 손가락으로 파내기도 한다. 어떨땐 정말 정육점 고기로 치면 한두근 정도는 파내기도 한다. 장갑이 뜷어진지도 모르고 파낼때도 있다. 그러면 그 냄새가 손가락에 배어 비누로 아무리 씻어내도 잘 가시지 않은 웃지못할 일도 가끔 생긴다.
그런데 대변 덩어리가 아닌 정체불명의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면 일단 간단한 관장을 하고 그 안을 직접 들여다 보는 다음 진단 과정을 하게된다. 육안으로 보면 대개는 악성 가능성을 알 수 있지만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 검사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시간이 소요가 되므로 일단 그런 경우에 추가적인 정밀 검사는 종합병원으로 전원을 하여 받도록 하기도 한다. 여기서 종합병원으로 가라고 하면 환자들이 무조건 큰일이 나는 줄 알지만 반드시 그런 것을 아님을 밝혀둔다. 확진의 단계가 아니므로 정밀검사에 따라서 양성으로 판명이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직장수지 검사는 그만큼 기초적이지만 직장을 검사하는데는 아주 중요한 진단방법이다. 예전에 필자가 시골에서 개원을 했을 당시 한 환자분이 생각이 난다. 그 분은 자신이 이질 설사라고 생각을 하고 있던 분이었다. 매일 변을 찔끔찔끔 보고 곱똥같이 나오면서 피도 섞여 나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게 온 날 그 분의 항문에 손가락을 넣었더니 직장암이었다. 그것도 꽤 진행이 된듯 하게 유동성이 있지 않고 아주 유착이 심하고 단단한 형태로 만져지는...그래서 의료원으로 가셔서 정밀 검사를 받고 수술까지도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을 했더니 자신은 돈이 없다고 했다. 의료보호 2종의 환자분이어서 본인 부담금이 당시에 어느 정도 되는 분이었다. 혼자 사시는 분이었는데. 그래서 읍사무소 사회복지과에 근무하시는 분이 마침 내 아내의 성당 대모이시라 그 분께 상의를 했다. 그랬더니 그 환자분을 한번 알아보시겠다고 하더니 1종으로 전환이 충분히 가능할 만큼 어려운 분이라는 결론을 내리고는 행정절차를 거쳐서 1종으로 전환을 시켜드렸다. 그리고는 의료원으로 가시라고 해서 갔는데 수술을 안받고 그냥 오셨다. 아무도 없는 사람이 수술을 받아선 무엇하겠냐고 하시면서...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었다. 그 뒤로 필자의 병원에 진통과 항문습진 치료목적으로만 몇달을 다니시다가 연락이 끊기셨다. 쓸쓸한 임종을 맞으셨을 것으로 생각이 된다.
얘기가 갑자기 지난 일을 하다보니 지나치게 감상적으로 흘렀다. 아무튼 직장수지 검사라는 것은 기초적이지만 아주 유용한 진단 정보를 제공하는 수단이다. 직장수지 검사를 당하는 환자분들의 불편과 불쾌감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이렇게 유용한 진단도구를 거부하는 어리석음은 피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첫댓글 볼일 볼때 특히 힘이들고, 가늘고, 고통 스러우면 항문확장 수술이 있는데,
나의 경험으로는 수술후 굵기가 굵어 지면서 무지 수월하게 볼일을 볼수 있다.
병원에서의 직장수지검사는 다소 불편하지만 이제는 적응이 되서
병원에 가면 엉덩이부터 까서 내보입니다..ㅋㅋ
방귀 또한 희안하죠?
설사할때 방귀뀌면 물똥이 나와야 되는데.. - -;
방귀만 뽀~옹 하고 나오니
누가 만들었는지 참으로 잘 만들었다고 생각이 드네요..^^
저도 설사때 방귀 너무 신기해요.
우리 애들이 된거 같지요?
마눌님 왈!!
하나님이 만드신거라 그렇데요. --;
ㅋㅋㅋ 저는 여자라 정말 엉덩이를 의사에게 보인다는것이 너무 힘들었었는데..... 치료과정이 거듭 되면서 참 익숙해 지긴 하더라구요. 이젠 그럴일이 없다보니 그저 웃게 됩니다.^^
그러네요. 새해에는 늘 건강하기만을 바라겠습니다^^
변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고 좋은 화제거리 입니다.
수긍이 가는 글인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