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혼가족의 하위체계
재혼 가족은 자신들의 생식가족의 경험 외에 전혼 가족의 경험을 가지고 가정생활을 하게 된다. 남편의 생식 가족, 아내의 생식가족, 남편의 전혼, 아내의 전혼 등 적어도 4개 이상의 역사가 다른 가족들이 가정생활에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재혼가족은 초혼가족에 비해 복잡한 하위체계를 가지고 있다.
-부부관계
초혼 가족의 경우 부부관계는 부모-자녀 관계에 선행한다. 그러나 재혼 가족에서 자녀가 있을 경우 부모-자녀관계가 부부관계를 선행한다. 따라서 초혼가족에 비해 재혼가족의 부부관계는 자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계자녀를 두고 계부모의 역할이 모호할 경우 재혼부부의 부부관계는 자녀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향이 있다. 재혼 부부가 계자녀와의 관계에서 부정적 영향을 피하기 위해서는 부부의 의견일치가 필요하다(Pasley, Dollahite, Ihinger-Tallman, 1993). 특히 계자녀와 계부모가 갖는 관계의 질은(Pasley Ihinger-Tallman, 1989) 재혼 부부의 부부관계에 중요하다.
재혼가족의 부부관계는 이처럼 계자녀와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는 것 외에 부부 각각의 초혼의 경험으로부터도 영향을 받는다. 초혼의 실패의 경험으로 인해 재혼생활에서 갈등이나 불일치에 대해 공포를 갖는 경향이 많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도 있어 초혼에 비해 깊은 헌신이 수반되기 어려울 수 있다. 또 초혼의 실패로 인해 부정정인 감정이 부정적으로 표출되기도 하며 부부간의 문제해결의 기술이 뒤떨어질 수 있다(정현숙, 2000: 4에서 재인용). 그러나 기능적인 재혼가족은 초혼가족보다 더 민주적이며 의견일치도 더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다( ).
-부모-자녀 관계
계부모-계자녀 관계는 재혼생활의 적응에 영향을 주는 핵심적 조건이며 가족문제와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유발하는 요소이다. 재혼가족에서 부모-자녀관계가 가족문제를 파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작용한 결과이다.
먼저, 재혼가족의 부모-자녀관계는 초혼가족에 비해 복잡하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계부모-계자녀 관계는 그들이 양육권을 가지고 있는가 아니가에 따라 그리고 동거를 하는가 아닌가에 따라 8 종류로 나뉘어 진다 부모자녀 관계의 유형이 복잡함으로 재혼가족의 부모-자녀관게에서 파생되는 문제도 복잡하다.
Staton(1986: 201)에 의하면 재혼가족의 부모-자녀관계에서의 문제는 자녀의 사회화 과정과 부모-자녀 과정의 단절 친부모와 계부모 가족의 서로 다른 생활양식, 힘과 권위의 문제, 가족의 물질과 정적 자원의 분배 문제, 가족원의 생활주기 단계의 차이, 자녀의 가족내 위계의 변화 등에서 연유한다. 계부모-계자녀는 그들이 재혼가족에서 만났을 때는 이미 얼마의 시간을 각자의 가정에서 보낸 후이다. 부모는 자녀의 사회화 과정에 참여하지 않았고 각기 다른 생활 태도와 주기를 가진 채로 만나며, 상대방의 지위와 역할에 대한 인식도 상이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부모와 자녀와 하 srkwhr에서 친밀한 관계 형성하면서 살아야 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높은 스트레스가 관계 자체에 내재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계부가족이 계모가족보다 적응을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계모가족은 재혼 가족 유형중 가장 갈등이 높고 적응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계모가 계부보다 계자녀와의 관계에 덜 만족하고 더 부정적인 행동을 한다(Hetherington, 1987: 현은민, 2003). 이는 여성의 경우 계모로서 계자녀와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데에 계부보다 상대적인 어려움을 더 겪는다는 것을 의미하다. 통상적으로 아버지보다 어머니가 자녀와의 접촉을 더 많이 함으로 가족생활에서 관계의 긴장에 노출되는 경우가 더 많은데 비해 계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부정적이고 계모들은 부정적 계모상에서 벗어나고자 성급하게 부모역할에 매달림으로 문제를 겪게 된다. “팥쥐엄마” 신화가 말해주듯 동서양을 막론하고 계모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나 기대는 부정적이다. 계모에 대한 나쁜 이미지가 계모 자신의 자아개념과 계자녀에 부정적인 영향을 갖는다고 한다.
반면 남성의 경우는 초혼남이 자녀를 동반한 재혼녀와 결혼할 경우 계자녀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많이 겪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초혼남은 재혼하기 전에 부모로서의 경험이 없는 계부는 부모-자녀관계 형성에서 어려움을 겪는다. 뿐만 아니라 결혼 경험이 없는 초혼남은 자녀와의 관계보다는 아내와의 관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 미처 계자녀에게는 충분한 관심을 보이지 못하는 경향도 있어 계자녀와의 관계를 어렵게 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재혼 가족의 형성 초기에 받게 되는 “즉각적인 애정의 신화(myth of instant love)”, 즉 계부모는 계자녀와 매우 빠른 시간 내에 애정적 관계를 형성해야한다는 사회적 압력도 제혼 가족의 부모-자녀 관계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의 하나이다. 계부모와 계자녀의 관계는 계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빠른 시일 내에 충족되는 경우가 드물고 시간이 가면서 발전되어야 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 부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친밀감이 형성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제 자매 관계
재혼가족에는 아버지가 다른 형제, 자매 또는 어머니가 다른 형제, 자매가 존재한다. 이들 이복형제들은 자원의 분배를 놓고 서로 경쟁하거나 갈등한다. 친형제들의 관계는 출생순위에 의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것에 비해 이복, 의붓형제들의 경우에는 그렇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형제들 간의 갈등과 마찰의 여지가 있다.
2) 경계의 모호성
경계의 모호성이란 누가 가족안에 또는 밖에 있으며 가족 체계내에서 누가 어떤 역할과 일을 하는가에 대한 가족원들의 지각이 불확실한 상태를 말한다(Boss Greenberg, 1984). 가족이 안정된 체계로서 기능하기 위해서는 가족과 외부세게와의 경계 그리고 가족 내 세대간의 일정한 경계가 유지되는 것이 필요한데, 재혼가족의 경우 특히 그러하다. 재혼가족은 자녀가 전혼가족과 재혼 가족의 양 가족 모두에게 속해 혼란이 일어나기 쉽다. 특히 아동이 계부모를 가족으로 인정하지 않게 되면 가족 정의에 대해 가족간의 일치가 이루어지지 않아 경계의 혼란이 가중된다. 가족 경계가 불명확하면 계부모와 자녀간에 그리고 부부간에 유대 형성이 방해 받게 되어 가족의 응집력이 영향을 받아 가족간 의미의 공유가 낮아지게 된다.
3) 역할 수행의 문제
초혼가족에 비해 재혼 가족은 가족원이 역할 수행의 어려움을 더 많이 겪는 편이다. 재혼 가족의 역할 수행의 어려움은 일반적으로 가족의 기능l나 역할에 대한 사회적 규범은 초혼 가족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초혼가족은 가족원의 역할과 지위를 결정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는데 비해 재혼가족은 그렇지 못하다. 초혼 가족을 모델로 하여 가족규범이 발달해 있고 그에 따라 재혼가족의 가족 구성원들의 행동을 규정해 주는 규범은 모호하거나 부재하기 때문이다. 재혼가족의 가족원에 대한 역할 규정이 불분명하고, 구체적인 행동규범이 결여되어 있고 가족원의 역할에 대한 사회문화적 기대도 일관성이 없어 재혼 가족의 가족원들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애 하는 지에 대해 혼돈스러워 하고 중심을 잃는 경우가 많다. 역할의 모호성이 가족의 적응을 어렵게 한다.
역할의 모호함은 때때로 역할 긴장으로 연결되기도 한다(Whitsett Land, 1992). 역할 긴장 내지는 역할에 대한 자아 불일치는 남편에게서보다 아내에게서 더 많이 나타난다. 아내의 역할 적응의 어려움은 계모로서의 역할에서 비롯된다. 계모가 역할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데 여러 이유가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부모역할에서 여성의 역할이 남성의 역할보다 더 기대되는데, 정작 계모 역할에 대한 규범은 모호하거나 부재하다. 또한 자녀 편에서 보면 계모의 존재는 생부와 생모가 재결합하리라는 환상을 앗아가 버리는 현실적 존재로 여겨진다. 자녀에게 계모는 생모에 대한 애착을 위협하는 존재이며 이러한 이유에서 아이들은 가족 재결합에 대한 상처, 실망, 분노 등을 계모의 탓으로 돌려 계모의 부모 역할을 어렵게 한다.
4) 충성심 갈등
충성심 갈등은 한 사람에 대해 애정을 갖고 있으면서 또 다른 사람에게도 애정을 가질 때 겪게 되는 심리적 갈등으로 흔히 분노심, 배반감, 질투, 죄책감 등의 정서적 문제를 수반한다(정현숙, 2000: 5).
재혼가족은 초혼가족에 비해 충성심 갈등이 높다. 부모편에서 보면 자신의 자녀와 동거하는 경우 친자녀와 새배우자 사이에서 충성심 갈등을 느낀다. 계자녀와 동거하는 계부모는 자신의 친자녀와 계자녀와의 사이에서 갈등을 느낀다.
한편 자녀 입장에서는 동거하는 계부모와 동거하지 않은 친부모와의 사이에서 감정의 균열을 느껴 계부모와의 관계 적응에 어려움을 느낀다. 특히 자녀들은 모(母)에 대한 애착이 크므로 친모와 계모 사이에서 충성심 갈등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Ganong Coleman, 1984; 임춘희, ).
5) 자원분배 갈등
재혼가족은 구조가 복잡하고 안정적 발달에 초혼보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재혼 초기에는 ?ㄴ에 비해 전면적 헌신이 제한될 수 있다. 또한 자녀를 동반할 경우 가족내의 질서와 위계가 다시 재구조화되어져야 한다. 가족의 시간, 금전, 애정, 에너지 등의 자원의 소유 문제나 재분배의 문제는 가족 갈등을 동반할 수 있다. 따라서 재혼 가족은 재혼 전이나 재혼생활 초기에 자원의 분배 문제, 특히 경제적 문제에 관해서 논의를 하고 합의를 도출하는 것은 재혼 가족의 적응에 많은 도움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