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렁뚱땅 흥신소] 12 - 사건파일 no12 '기억은 추억을 배신한다'
S#1. 올갱이국밥집 평상(낮)
백민철 노모가 홀로 앉아있다. 초점없는 눈, 눈은 뜨고 있지만 보고 있는 것은 없다.
날풍뎅이가 창에 부딪쳐 타닥 타닥 소리를 낸다.
노모의 시선이 처음으로 모아지면서 주변을 둘러본다. 멀리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이는 강물이 보인다.
아...이곳을 그녀는 알고 있다.
노모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S#2. 올갱이 국밥집 입구-도로(낮)
국밥집 자매가 고무줄 놀이를 하고 있다.
백민철 노모가 그 옆을 지나가는 걸 자매들은 보지 못한다.
그늘에 숨기듯 주차해놓은 차안, 핸들에 엎드려있던 용수가 문득 노모를 발견한다.
노모 뒤에 백민철을 찾지만 할머니는 혼자다.
노모가 도로쪽으로 향해 걷는다. 도로를 지나면 곧 바로 산길로 이어진다.
'저 할머니 위험한데' 생각하며 용수가 차에서 내린다. 다시한번 백민철을 찾지만 그는 없다.
노모가 찻길을 건넌다.
용수가 찻길 좌우를 살펴본다. 다행이 차가 없다...고 생각되는 순간
모퉁이 진 길에서 트럭이 달려온다.
보통사람이라면 충분히 피할수 있는 거리지만 할머니한테는 위험하다.
할머니는 반쯤 찻길을 건너고 있다.
용수가 할머니를 잡는다. 할머니는 갑작스런 누군가의 도움이 불안하다. 실갱이하는 동안 트럭이 빵빵거린다.
고무줄을 뛰던 자매가 돌아봤을때, 길 건너 용수가 할머니를 끌고 길을 건넌다.
할머니가 비틀거린다. (자매가 증언했던 것은 이부분이다)
자매는 다시 고무줄 뛰기를 한다. 짧은 머리카락을, 옷자락을, 치마를...온몸을 팔랑거리면서...
S#3. 산길(낮)
도로 건너, 산길...지금은 흔적만 남은 풀이 우거진 산길을 할머니가 걷는다.
용수는 서서 바라보다가, 뒤를 돌아보았다가...그냥 가버릴까 하다가...결국엔
용수 : (퉁명스럽게) 할머니! 어디가는데요? 그렇게 가면 길 잃어버려요.
할머니는 들은 척도 안하고 갈 길을 간다.
용수, 또 한참을 그렇게 보다가
용수 : 아. 몰라. 맘대로 해. (혼잣말처럼) 알게뭐야? 그 자식의 엄마 따위...
할머니가 산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용수는 센척 하지만, 차마 모르는 척 할 수가 없다.
용수, 할머니 뒤를 쫓아간다. 나중엔 마음이 급해져서 잰걸음을 걸으면서도....
용수 : 에이...짜증나 진짜.
S#4. 모퉁이 돌아 산길(낮)
용수가 급하게 모퉁이를 도는데 할머니가 없다. 다급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용수 : (부른다) 할머니!!!
마음이 급해져서 두리번거리는데...나무에 가려졌던 할머니가 저앞에 가고 있다.
안도와 화가 동시에 치민다.
할머니 뒤를 거리를 둔 채 쫓아가면서.
용수 : 어디가는데요?
할머니 : ...
용수 : 날 어둡잖아요
할머니 : ...
용수 : (앞을 막아서며) 산속에 밤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아요? 밤에 호랑이 나와요. 호랑이!! 어흥
할머니가 배시시 웃으며 용수를 비껴 갈길을 간다.
용수 : (무안하기도 하고) 치매걸렸다는거 거짓말이죠. 내말 알아듣죠?
할머니 : ...
용수 : (짜증난다) 맘대로 해요. 가고 싶은대로 가요. 할머닌 할머니길로 난 나의 길로...나중에 어떻게 되도 나 원망 마요.
(돌아서는척하면서) 나 가요. 잘가요, 할머니...나 가네...진짜 가네...
할머니 : (오로지 마이페이스로 걸을 뿐 뒤도 돌아보지 않는다)
에이 모르겠다...용수가 할머니를 억지로 잡는다.
할머니가 버둥거린다. 걸음도 걷지 못하던 할머니한테 어디서 그런 힘이 솟는걸까 싶은만큼 격렬하게 반항한다.
'우워우워' 짐승같은 소리를 내면서 주저앉는다.
용수가 억지로 안아 일으키려하자 끝내 팔뚝을 문다.
용수가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용수 : (화가 났다) 아. 진짜...산속에서 헤매든지 말든지 맘대로 해요 (돌아서는데)
할머니 : 저기....우리 집.....
용수 : (돌아본다)
할머니 : (손을 들어 한곳을 가리킨다) 저기가 우리집.....우리 아들이 곧 올텐데...
할머니가 가리키는 곳, 슬레트지붕의 담장이 반쯤 허물어진 폐가가 보인다.
용수 : (이 상황이 짜증스럽다) 아. 이자식은 어디간거야? 지 엄마 안챙기고...
-----타이틀 (의뢰 NO.12 기억은 추억을 배신한다)-----
S#5. 백민철의 사무실(밤)
백민철이 창밖을 노려보고 있다.
무열은 뒤로 손이 묶여있고, 강승호는 문옆에 서 있다.
다른 부하들은 밖에 있나보다.
희경은 핸드폰 통화중이다. '전화를 받지 않아 소리샘으로...'하는 기계음.
희경 : (전화를 끊으며) 안 받아요.
백민철 : (돌아보지도 않은채로) 다시해.
희경 : (울컥해서) 벌써 몇 번짼데....
백민철이 돌아본다. 그눈엔 살기가 어렸다.
무열이 그러지 말라는 듯 희경을 보며 고개를 젓는다.
희경 : (겁먹으면서도) 말했잖아요. 용수씨는 추석쇠러 집에 갔다구. 추석쇠러 집에 간 사람이 누굴 납치했다고 그래...
어디서 무슨 얘길 들어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그때 전화벨이 울린다.
강승호가 전화를 받고는 백민철에게 바꿔준다.
S#6. 병원 복도(밤)
아식스가 통화중이다.
아식스 : 김용수가 어젯밤에 연락받고 내려온건 사실인데 잠깐 있다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카메라 뒤로 빠지면 이곳은 병원 복도다.
아식스 뒤에 아디다스가 살짝 병실 문을 열고 들여다보는데 용수의 아빠와 엄마가 얼핏 보인다.
아식스 : 김용수 엄마가 자살을 시도해서 병원에 입원해있습니다.
병실 문틈으로 보이는 용수의 엄마...아들을 잃고 살아남은 엄마의 깡마른 팔에 주사바늘이 하나. 둘. 셋!!
S#7. 백민철 사무실(밤)
백민철이 굳은 표정으로 희경을 본다.
아식스의 목소리는 핸드폰 밖으로 새어나온다.
(아식스) : 큰아들의 시체가 발견됐다는 걸 안 모양입니다.
백민철이 전화를 끊는다. 실내의 공기가 얼어 붙었다.
최악의 경우가 상상된다. 어쩌면......
갑자기 무열이 벌떡 일어난다.
무열 : (단호히) 웃기지마!! 용수형은 그럴 사람 아니거든. 게으르고 속없고, 대충 대충 살아도,
할머니나 납치하고 그럴 사람이 아니야. 니들 기준으로 용수형 생각하지마.
언젠가 은재에게 '대고백'을 할때만큼의 기백이다.
백민철 : 내 어머닐 끌고 가는걸 본 사람이 있어.
무열 : (추호의 의심도 없이) 잘못본거야. 세상 사람이 다 봤어도 잘못본거야.
강승호 : 이 자식이...
강승호의 주먹이 무열의 배를 가격한다. 무열이 쓰러진다.
희경이 무열 앞을 막아선다.
희경 : (백민철을 똑바로 보며) 용수씬 그럴 사람 아니예요.
희경과 백민철의 대치!!
S#8. 산골 폐가 마당(밤)
산속 폐가 마당에 추석 달이 환하다.
할머니는 마루끝에 앉았고, 용수는 장독대같은 곳에 걸터앉아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둘다 말이 없다. 돌보지 안은 마당엔 잡풀이 무성하다.
용수가 팔뚝을 찰싹 찰싹 때린다. 모기가 문 듯....팔뚝을 벅벅 긁는다.
용수 : (혼잣말처럼) 나만 물고 지랄이야. 그렇잖아도 빈혈끼 있는데...
할머니가 추운듯 오스스 떤다.
힐끗 그 모습을 쳐다볼뿐, 그러거나 말거나...하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다.
에이...짜증내면서 용수가 일어난다.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후에 땔감들을 들고 와 마당에 툭 던진다. 주머니를 뒤진다. 지갑, 차열쇠, 전기 충격기....
혹시나 해서 전기충격기로 불을 붙여보지만, 지지직 지지직 소리만 날뿐...결국 툭 던져버린다.
용수가 하는 행동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할머니가 부스스 일어난다.
용수 : (혼잣말처럼) 이럴 줄 알았으면 담배나 피워둘걸. (한숨쉬듯) 용수야! 김용수, 넌 어째 그렇게 준비정신이 없냐?
원수의 치매 걸린 엄마와 추석날 밤을 보낼 수도 있다는 것쯤 예상했어야지.
하며 돌아보는데...
할머니가 먼지가 뽀얀 선반위 함지박을 들더니 그안에서 뭔가를 꺼낸다.
용수에게 내미는 그것은 UN육각 성냥. 오래 됐지만 아직 뜯지도 않은 새성냥이다.
할머니가 배시시 웃는다.
용수 : (낚아채듯 성냥을 받으며) 웃기는...
용수가 나무에 불을 붙인다. 마른 나뭇잎은 곧 활활 타오른다.
(점프)
밝은 달 아래. 산골 오래된 집.
모닥불, 마루끝에 앉은 할머니와 용수...제법 서정적이다.
어디선가 밤새 소리가 들린다.
용수 : 안 무서워요?
할머니 : ...
용수 : (퉁명스럽게) 내일 날 밝으면 아들 불러줄게요.
할머니 : (알아들었는지 아닌지...눈치보듯 웃는다)...
용수 : (이 분위기가 싫다) 웃지마요. 할머니 아들이 우리 형한테 어떻게 했는지 알아요?
할머니 : (희멀건하게 웃을뿐)...
용수 : (속상하다) 에이...말을 말아야지.
용수가 입을 다물자 다시 조용해진다.
용수 : (문득) 배 안고파요?
할머니 : (희멀건하게 웃는다)...
용수 : ...하긴 아까 국밥먹었지.
할머니가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휴지로 둘둘싼 걸 풀르는데 사탕이다. 그걸 용수에게 건넨다.
용수 : 뭐요? ...먹으라구요? 됐어요?
할머니 : (그래도 자꾸 용수에게 건넨다)
용수 : 나 단거 안좋아해요. 할머니나 먹어요 (그래도 권하자 큰소리로) 안먹는다구요.
할머니가 찔금한다. 금방 주눅든다.
그런 할머니를 보자 마음이 안좋다.
용수 : (할머니 손에서 사탕을 집어 껍질을 까면서 혼잣말처럼) 에잇... 내가 보기보다 비위가 얼마나 약하다고...
용수가 사탕을 먹자, 할머니가 자기입에 집어넣은것처럼 흐뭇하게 웃는다.
용수,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다가 그런 자기가 못마땅해서 외면한다.
S#9. 병실(밤)
누워있던 용수 엄마가 괴로운 듯 일어난다.
용수 아빠가 익숙하게 토할그릇을 가져다주자 등을 출렁이며 토해낸다.
S#10. 산골 폐가(밤)
용수가 사탕을 먹으며 부지깽이로 불길을 만든다.
불이 치솟는걸 보다가...
용수 : (불을 바라보며 혼잣말처럼 이야기한다) 옛날에요...옛날 옛날 먼옛날 18년전 옛날에 말이예요. 형제가 살았어요.
형은 준수, 동생은 용수. 형은 똑똑하고 동생은 나름 귀여웠어요. 뭐 그렇다고 쳐요.
어쨌든 동생 생일이 9월 13일이었는데 하필 추석 전날이었대요. 추석이브....
엄마가 추석 준비하느라고 동생 생일을 까먹은거예요.
할머니 : ...
용수 : 미역국도 안끓여주고, 선물도 안주고...참 말도 안되는 일이지. 형 생일날엔 별거 별거 다해줬으면서...
동생은 믿을수가 없었죠. 설마... 설마 점심엔 뭔가 해주겠지. 서프라이즈 파틴가?
근데 저녁이 다되도 정말 아무도 모르는거예요. 아무리 착하고 귀여운 동생이라도 화가 났대요. 화가 나지 안나요?
당연히 나지? (할머니를 보며) 가끔 추임새도 넣고 맞장구도 치고 좀 그래봐요. 말하는 사람 심심하게 참..
할머니 : (듣는지 안듣는지)...
용수 : (다시 불을 바라보며 정말 옛날 얘기하는것처럼) 어쨌든 동생이 화를 냈겠죠. 나는 이집 자식이 아니다. 형만 아들이다.
나 가출할테다. 반항이 어떤건지 보여주겠다. 그때 형이 '아 미안미안' 그러면서 케잌을 사러 나갔거든요.
............................그리고 안들어왔어요.
용수가 고개를 숙인채 부지깽이로 불을 쿡쿡 찌른다.
용수 : (어쩐지 목이 잠겨있다) 그때부터 엄마는 동생을 볼때마다 한숨을 쉬었대요. '어째서...어째서...' 이러면서
'어째서 니가 여기있고 형은 어디갔니?' 그러는것처럼... ....그게 어떻게 동생 잘못이예요. 그냥 그렇게 된거지...그쵸?
(코를 훌쩍인다) 동생도 알죠. 그게 자기 잘못이 아니라는거... 그런데도 가끔...숨이 쉬어지지 않을만큼...
죄책감이 들어요. (흐느낀다) 케잌같은거...흑...좋아도 안하는데..흑...왜...그때 왜...흑
용수가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끅끅 소리내어 운다.
문득, 할머니가 용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용수가 흐느껴 울면서 할머니에게 안긴다. 할머니가 용수의 등을 쓸어준다.
달빛이 너무 환해서 대낮같다.
S#11. 은재네 집 거실(새벽)
무릎을 감싸안고 그 위에 고개를 숙인채 소파에 쭈그리고 앉은 은재가 계속해서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한다.
다시 혼자만의 공간이 되버린 커다란 집의 침묵이 그녀를 엄습해온다.
(무열) : 은재씨, 밥 먹어요
(희경) : 이 화장품 얼마짜리야?
(용수) : 잠깐 생각 좀 해보고...
그리고 낄낄거리는 그들의 웃음소리...
결심한 듯, 112를 누르지만 통화버튼까지는 누르지 못하고 다시 핸드폰을 닫는다.
괴롭다.
그녀, '이렇게까지 마음의 갈피를 못잡은 적이 또 있었을까?'
창밖에는 희미하게 아침이 밝아온다.
S#12. 백민철 사무실(새벽)
창밖에 아침이 밝아온다.
백민철이 핏발선 눈으로 창밖을 보고 있다.
손이 등뒤로 묶인채 무열이 소파에 쓰러져 자고 있다.
맞은편에 희경도 불편한 자세로 잠들었다.
강승호는 벽에 기대 앉아 꾸벅 꾸벅 졸고 있다.
백민철만이 깨어서 밝아오는 아침을 노려본다.
S#13. 산골 폐가 마당(아침)
마당 잡초에는 하얀 풀꽃이 피어있다. 무너진 담너머도 온통 들꽃천지다. 가을 잠자리가 날라다닌다.
밤에는 보지 못했던 산골의 아름다움!!
마루에 잠들어있던 용수가 햇살이 눈부셔서 눈을 뜬다. (할머니쪽은 아직 그늘져있다)
눈앞에 할머니의 턱이 보인다. 마치 할머니에게 안기듯 용수는 그렇게 잠들었나 보다.
용수가 일어나 앉는다. 할머니는 용수의 윗도리를 덮고 있다.
어젯밤의 일을 생각하며 머리를 긁적인다.
다른 사람도 아닌 백민철의 노모에게 위안받았다는게 이상하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개운한 느낌이다.
할머니가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폐가를 빠져나간다.
S#14. 올갱이 국밥집 근처 차를 세워놓은 곳(아침)
눌린 머리를 한 용수가 도로를 건너와 차안에서 지갑과 핸드폰을 꺼낸다.
근처를 둘러본다. 아래쪽에 주유소 슈퍼가 있다.
그쪽으로 가면서 무심코 핸드폰을 열었는데 부재중 전화가 52통.
확인해 보니 희경, 희경, 희경, 희경, 희경, 은재, 희경, 희경, 희경....
뭐야 이거?.......용수가 발신을 누르면서 슈퍼안으로 들어간다.
S#15. 슈퍼안(아침)
통화가 연결되기를 기다리면서 용수가 우유, 빵등을 고른다.
S#16. 백민철의 사무실(아침)
고요를 뚫고 울리는 핸드폰.
그 소리에 놀라 희경, 무열, 강승호가 튕기듯 잠에서 깬다.
창밖을 응시하던 백민철이 돌아선다.
강승호가 발신자를 확인한다. '김용수'다.
강승호가 고개를 끄덕인다. 백민철이 희경을 바라본다.
강승호가 희경에게 핸드폰을 건넨다.
희경이 핸드폰을 연다.
희경 : (플립을 열자마자) 용수씨 지금 어디야?
S#17. 사무실-슈퍼(아침)
화면 분할된다.
희경은 바짝 긴장해있고, 용수는 아무것도 몰라서 태평하다.
용수 : (물건을 계산하기 위해 카운터에 올리며) 여기? 옥천인가? (슈퍼 아줌마에게) 여기 옥천 맞죠? 충북 옥천
희경 : 옥천엔 왜?
옥천이란 말에 백민철이 희경에게 다가온다.
용수 : (여전히 태평하게) 뭔 전화를 글케 촘촘히 했어? (혼자 킬킬대면서) 희경씨 나 좋아하지? 스토커지?
희경 : (말 끊으면서) 시끄럽고. 거기서 뭐하고 있어? 지금 누구랑 있어?
백민철 : (희경에게서 핸드폰을 뺏는다) 김용수
용수 : (남자 목소리에 놀라 핸드폰을 바라보다가) 누구...? 백민철?
백민철 :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지금 우리 어머니랑 같이 있나?
용수 : (어떻게 알았지 싶은)..........어, 그게...
백민철 : (분노를 숨긴다) 어머니는 무사한가?
용수 : .....어.
백민철 : (짧은 안도)...옥천 어디야? 만나서 얘기하자
용수 : (왜 이럴까 싶기도 하고, 백민철과 어떤투로 이야기해야 하는지 어색하다) ......전에 살던 집이라던데...
백민철 : 우리집?
용수 : 어
백민철 : 알았어. 기다려.
백민철, 전화를 끊자마자 뛰쳐나간다.
강승호가 그 뒤를 따른다. 열린 문밖에서 강승호의 짧은 지시가 이어지고,
그틈을 이용 희경이 핸드폰을 잡으려는 순간, 언제 들어왔는지 아식스가 낚아챈다.
그건 안되지...하는 듯한 얼굴로 웃는다.
아디다스가 희경의 손을 묶는다.
무열은 등위에 묶인 줄을 풀어보려고 해 보지만 살갗만 벗겨질뿐.
S#18. 건물 주차장(낮)
백민철이 뛰어나온다.
거침없이 차를 빼서 끼이익 소리가 나도록 급하게 주차장을 빠져나간다.
강승호와 부하들이 차를 나눠타고 서둘러 그 뒤를 쫓는다.
S#19. 도로-백민철의 차(낮)
백민철의 차가 고속도로를 미친 듯이 달린다.
그 뒤를 강승호를 비롯한 남자들이 세대의 차에 나눠 뒤를 쫓는다.
S#20. 산골 폐가 마당(낮)
용수가 우유와 빵이 든 비닐 봉다리를 흔들면서 들어오다가 멈춰선다.
마루에 용수의 윗도리만 놓여있을뿐, 할머니가 없다.
용수가 밖으로 뛰쳐나간다.
용수 : 할머니!!
S#21. 폐가 주변(낮)
용수가 주위를 둘러본다.
들꽃이 아스라하게 핀 들판, 저 멀리 하얀 옷이 꾸물 꾸물 움직인다.
용수 : (큰소리로) 할머니!!
할머니는 못들은척 산길을 걷는다. 용수가 그쪽으로 뛰어간다.
용수가 할머니를 따라잡는다.
용수 : (헉헉대며) 어디가요? 진짜 큰일날라고. (할머니가 들은척도 안하고 갈 길만 가자 할머니 손을 잡는다) 할머니!!
할머니 : (손을 뺄려고 한다)...
용수 : 아 또 똥고집이야. 집에 가자구요.
용수, 억지로 할머니를 끌어당긴다.
할머니가 반항하다가 둘이 함께 넘어진다.
할머니가 다칠까봐 부자연스런 자세로 넘어지는 용수, 어디에 긁혔는지 팔꿈치가 까졌다. 피가 난다.
그런데로 할머니는 막무가내다. 용수를 딛고 일어서 가던길을 가려한다.
그 와중에 할머니의 흰 옷에 피가 묻는다.
용수 : 에이... 나 다쳤잖아요. 나 피나는거 안보여요? (뒤를 쫓아가면서) 어제밤엔 얌전하더니 해뜨니까 왜 이래? 할머니!!
할머니는 들은척도 안한다.
용수, 머리를 벅벅 긁다가
용수 : 뭐지? 치매 노인에 관한 만화가 있었는데...
(인서트)
서가에 꽂힌 만화 '헬프맨'
-다시 폐가 주변
용수 : (생각났다. 할머니 뒤를 쫓아가며 평상적인 목소리로) 할머니 어디가세요?
할머니 : ...
용수 : 뭐하러 가는데요?
할머니 : ...
용수 : (아닌가 싶은) 이게 맞는데...
할머니 : ...저기 고구마 캐러...
용수 : (할머니가 대답하자 이거다 싶다) 고구마요?
할머니 : (들판의 노란꽃을 가리키며) 돼지감자꽃이 피면 고구마를 캐야는데.
용수 : ...고구마 지난번에 캤잖아요.
할머니 : 응?
용수 : 잊어버렸어요. 고구마 지난번에 다 캐서 창고에 넣어놨잖아요
할머니 : ...그랬나?
용수 : 예...그러니까 그만 집에 가요. 아들 온대요.
할머니 : (얼굴이 환해진다) 민철이가....
할머니 용수가 이끄는대로 돌아선다.
S#22. 폐가마당(낮)
용수와 할머니가 마루에 앉아 빵을 먹고 있다.
용수가 우유를 할머니에게 건넨다.
용수 : 천천히 드세요. 체하면 나만 말들어요.
할머니가 우유를 마신다.
빵하나를 다 먹은 할머니가 남은 빵을 바라본다.
용수 : 이거요? 드세요. 더 먹어도 돼요.
용수가 빵을 건네자, 할머니 미안해하며 빵을 받아 주머니에 넣는다.
용수 : ....아들 줄라구요?
할머니 : (웃는다)
용수, 할수없이 웃는다.
마루끝에 걸터앉은 용수와 할머니, 하얀들꽃, 무너진 담장, 가을 잠자리... 제법 서정적이다.
그러나 그 평화를 깨트리듯 굉음이 선행한다.
S#23. 고속도로(낮)
추석이라 뻥 뚫린 길을 백민철과 그의 부하들 차가 굉음을 내며 달린다.
백민철의 얼굴이 무섭다.
S#24. 백민철 사무실(낮)
무열과 희경이 소파에 앉아있다.
무열은 뒤로 손이 묶인채 멍하니 천장을 보고 있고,
희경은 앞으로 손이 묶인채 고개를 푹 숙였다. 둘다 지친듯....
그들과 어울리지 않는 경쾌한 음악소리.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브레이크를 연습중이다.
고난이도의 기술이라 잘 안되는듯.
아디다스가 삐끗한다. 손목이 아픈 듯...
아식스가 낄낄대며 비웃는다.
아디다스가 발로 아식스를 툭 걷어차고는 팔목을 붙잡으며 밖으로 나간다.
아식스가 혼자 춤 동작을 연습하는데...
갑자기 들리는 웃음소리. 아식스가 돌아본다.
고개를 숙인채 희경이 어깨를 들썩이며 웃는다.
아식스 : (음악을 줄이며) 뭐야?
희경 : (천천히 고개를 들며 큭큭큭 웃다가 웃음을 뚝 그치더니 허공을 바라보며 마치 무당이 공수하듯 중얼거린다)
여자애는 아프다고 앙앙 울었어. 새로 사 신은 까만 구두때문에 발 뒤꿈치가 까졌거든.
아식스 : 뭐야?
희경 : (자기 세계에 완전히 빠졌다) 빨간 공이 강물에 둥둥 떠올랐어. 하나, 둘, 셋, 넷.
저녁 하늘에 송장 잠자리도 하나, 둘, 셋, 넷... 새벽녘에 여우울음소리가 들리면 그 날밤엔 젖먹이가 죽어나가.
아식스...뭔지 모르지만 공포스럽다.
아식스 : (밖에대고) 얏마. 이리 와바. 야.
그순간, 희경이 아식스쪽을 향해 고개를 홱 돌린다.
희경 : 천장을 달리는 생쥐의 발소리가 다다다다다다다다다....
'다다다' 소리를 지르는 희경의 눈동자가 점점 흰자만 보인다.
희경, 정신을 완전히 잃은 것처럼 몇 번이나 몸을 움찔거리며 벽에 머리를 연거푸 찧다가 그대로 기절해버린다.
무열도 놀라 자기 발아래 쓰러진 희경을 바라본다.
무열 : 누나!! 누나!! 왜그래? (아식스를 보며) 어떻게 좀 해봐.. 누나...
덜덜 떨던 아식스가 무열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쓰러진 희경을 똑바로 세우고 뺨을 두드리는데...
그순간 무열이 앉은채로 몸을 날려 아식스의 머리를 걷어찬다.
무방비 상태의 아식스, 여기저기 부딪치며 그대로 쓰러진다.
다시 일어나려는 아식스를 희경이 재떨이 같은 걸 이용해 뒷통수를 가격한다.
아식스가 기절해 쓰러진다.
숨돌릴 틈도 없이 무열이 벌떡 일어나 문쪽으로 달려가고....
S#25. 백민철 사무실 밖(낮)
아디다스가 파스를 붙이는데, 안에서 들리는 우당탕 소리...
뭐지? 아디다스가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S#26. 백민철 사무실(낮)
달려오는 탄력 그대로 무열의 날라차기에 정통으로 얻어맞은 아디다스가 벽을 짚으며 쓰러진다.
그바람에 고궁액자그림이 삐뚤어진다.
희경이 아식스의 품을 뒤진다. 라이터가 나온다.
무열이 희경앞에 묶인 팔을 갖다댄다.
무열 : 빨리...빨리...
희경이 라이터를 켜 무열의 밧줄을 태운다.
희경 : 어떠냐? 내 연기가... 내가 아직도 민간인으로 남아있는건 이나라 영화계에 큰 손실이 아닌가 싶은데...안그래?
무열 : 연기평가는 나중에 하고...백민철 그자식 어디까지 갔을까?
희경 : 옥천이면 아직 멀었어.
무열 : 그자식, 눈이 완전히 돌아갔던데...
밧줄을 태우던 희경, 뭔가에 정신을 빼앗긴다.
그바람에 라이터 불의 방향이 삐뚤어져 무열의 팔목을 그을린다.
무열 : (촐싹맞게) 앗, 뜨거...누나아!! 고기 먹은지 얼마나 됐다고 내살을 굽냐?
희경 : 저기 봐!!
희경이 턱으로 가리키는 곳.
고궁 그림액자가 삐뚤어져 있고, 그뒤에 숨어있던 비밀금고가 보인다.
S#27. 톨게이트(낮)
백민철의 차가 톨게이트를 빠져나간다.
S#28. 백민철의 사무실(낮)
무열의 손을 묶은 밧줄이 끊어진다.
무열이 서둘러 희경의 밧줄을 풀르면서 쓰러진 아식스와 아디다스를 흘깃 쳐다본다.
둘다 완전히 기절해 있다.
무열이 핸드폰을 꺼내 용수에게 전화를 거는 동안 희경은 고궁 액자 그림을 완전히 떼내고 비밀금고를 살핀다.
디지털 자물쇠다.
무열 : (다급하게) 형!! 어디야?
S#29. 산골폐가 마당(낮)
백민철의 노모는 마당의 들꽃을 이용해 뭔가를 만들고...
용수는 마루 기둥에 기대 앉아 그런 노모를 바라보고 있다.
자기에게 닥쳐오는 위기도 모른채 느긋하게 통화중이다.
용수 : 옥천인데...
(무열) : (급하다) 거기서 뭐하고 있어? 빨랑 도망가
용수 : 내가 왜? 내가 뭘 잘못했다고...나 아니었으면 지금 그 할머니 어떻게 됐을지 아무도 몰라.
S#30. 백민철 사무실(낮)
무열이 통화하는동안 희경이 이것저것 비밀번호를 눌러보고 있다.
(용수) : 내가 생각해도 나는 부처급 인격이야. 누가 원수의 엄마한테...
무열 : 그럼 진즉에 연락부터 했어야지?
(용수) : 나한테도 사정이라는게 있었거든.
무열 : 아. 몰라 몰라. 시끄럽고...지금 그 자식한테 어떤 말도 안통하거든. 살고 싶으면 얼른 도망가.
S#31. 산골 폐가(낮)
용수, 조금 심각해진다.
용수 : 내가 왜 도망가아?
(무열) : 그럼 할머니한테 잘 말하라고 얘기해놓든가...
마당에 있는 할머니가 돌아선다.
손에는 풀로 만든 반지를 들고 있다.
할머니가 용수 손에다가 반지를 끼워준다.
S#32. 백민철 사무실(낮)
희경 : (무열에게서 핸드폰을 뺏는다) 잠깐만...줘봐
무열 : (끝까지 핸드폰에 대고) 어쨌든 준비를 하라고 알았지.
희경 : 용수씨 난데...할머니 옆에 있지?
S#33. 산골폐가(낮)
용수, 무열의 말을 듣고 조금 위기의식이 생긴다.
할머니는 용수 손에 꽃반지를 끼워놓고 희멀건하게 웃는다.
어쨌든 용수도 따라 웃는다.
용수 : 응...
(희경) : 백민철 생일이 언제냐고 물어봐.
용수 : 왜?
(희경) : 여기 금고 번호때문에...암튼 빨리 물어봐.
용수 : (할머니에게) 할머니, 그새끼...(말 바꾸는) 민철이 생일이 언제예요?
노모 : (아무렇지도 않게)...7월 27일
S#34. 백민철 사무실(낮)
희경이 0727을 눌러본다.
에러다.
무열은 아식스와 아디다스를 묶고 있다. (이상한 방법으로 묶는다)
무열 : 누나, 빨리...
희경 : 여기서 옥천까지가 얼만데...충분해. 넉넉해. (핸드폰에 대고) 할머니 생일은 언젠가 물어봐.
S#35. 산골폐가(낮)
용수 : (핸드폰에 대고) 8월 28일.
하다가 할머니 팔목의 은색 팔찌를 발견한다.
실버타운 연락처와 할머니의 고유번호같은게 새겨져있다.
(희경) : (답답하다) 아니야...아니야. 이것도 아니야. 뭐지...이안에 다른 지도가 들어있을 것 같은데....
(무열) : 누나. 포기해....
용수 : 잠깐만...(할머니 팔목에 있는 고유번호를 불러준다) 1396해봐.
S#36. 백민철 사무실(낮)
1396을 누른다.
덜컥...문 열리는 소리.
희경과 무열의 시선이 마주친다.
희경이 금고의 문을 연다.
희경, 무열에게 핸드폰을 건네주고 금고안의 물건들을 끄집어낸다. 서류들에 밀려 뭔가가 떨어진다.
그것은 언젠가 희경의 샌들에서 떨어졌던 플라스틱 장식꽃이다. 희경은 그걸 못본다.
무열 : (핸드폰에 대고) 형....나 어제 백민철 보면서 살기라는게 뭔지 느꼈거든. 형 사정이 어땠는지는 모르겠지만 각오해둬
무열, 핸드폰을 끊고, 희경에게 다가온다.
희경, 비밀금고의 서류들을 뒤지고 있다.
무열 : 찾았어? 지도 있어?
희경 : 없어... 없어. (다시 금고 안을 들여다본다) 어따둔거야.
무열 : (자료들을 모두 집어들면서) 일단 나가자. 빨리
무열이 밖으로 나가다가 뭔가를 밟는다. 플라스틱 꽃이 부서진다.
희경이 그제서야 그걸 발견하고 집어든다. 아주 잠깐...복잡한 감정이 스친다.
희경이 무열을 따라 나간다.
S#37. 산골 폐가 마당(낮)
전화를 끊은 용수, 심난해진다.
할머니는 마당가에서 나무 열매를 따고 있다.
일단 도망가려고 지갑, 열쇠, 핸드폰을 챙겨 일어난다.
할머니가 돌아본다.
용수 : 할머니...어디 가지 말고 여기 있어요. 꼼짝말고...아들 온다고 했으니까.. 또 아무데나 가고 그럼 안돼요? 예?
할머니 : (희멀건하게 웃으면서) 예...
용수 : 대답은...
용수, 아무래도 그냥 갈수가 없다.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자기 운동화끈을 풀르기 시작한다.
S#38. 강가 도로(낮)
추석날 오후, 오랜만에 고향에 온듯한 사람들이 강가에서 놀고 있다. (없으면 말고)
강둑 찻길...백민철과 그의 부하들 차가 지나간다.
S#39. 산골 폐가(낮)
용수가 신발끈을 이어 만든 줄로 할머니 허리를 묶고 있다. 한쪽끝은 기둥에 매어져있다.
용수 : (할머니 허리에 줄을 묶으며) 답답해도 참아요. 또 아무데나 갔다가 잃어버리면 진짜 못찾거든요.
아들 오면 내 얘기 잘해주고...응? (할머니를 보는데)...
할머니 : (답답한 듯 줄을 자꾸만 밀어낸다)..
용수 : 가만히 좀 있어요...
할머니가 반항하느라고 윗도리가 말려 올라간다. 그 바람에 할머니 허리가 드러나는데, 언듯 퍼렇다.
이건 뭐지? 용수가 할머니 옷자락을 들추고 등을 확인한다. 피멍이 들어있다.
용수 : 이거 뭐예요?
용수가 할머니의 소매를 걷어본다. 쉽게 보이는 쪽은 멀쩡한데 팔뚝 안쪽엔 역시 피멍이 들어있다.
바지도 걷어본다. 종아리를 멀쩡한데 무릎 위부터 피멍이다.
용수 : 할머니. 이거 왜 이래요? 넘어졌어요?
할머니 : (고개를 흔든다)
용수 : 누가 그랬어요?
할머니 : (겁먹은 듯 말을 하지 않는다)...
용수 : (할머니의 태도가 이상하다...일부러) 에에...넘어진건데...넘어졌구나? 바보같이...
할머니 : (발끈하는) 꼬집고 때렸어...
용수 : 누가요?
할머니 : (줄을 풀려고 하면서) 밥 많이 먹는다고...똥만 싼다고...
용수, 뭔가를 생각한다.
(인서트)
백민철이 돌아서자마자 얼굴 표정이 바뀌던 실버타운의 헬퍼...
-산골폐가
할머니 무릎의 멍을 바라보는 용수.
그동안 무방비 상태로 학대받았을 할머니를 생각하니 착잡하다.
용수 : (너무 속상해서 화가 나는) 아들 오면 다 얘기해요. 알았죠?
할머니 : ...
용수 : (피멍든 곳을 가리키며) 여기 여기 보여주면서 실버타운 아줌마가 꼬집고 때렸다고 얘기해요? 네?
할머니 : (고개를 끄덕인다)...
용수 : 내말 알아들어요? 뭐라고 얘기하라구요?
할머니 : 꼬집고 때렸다고...
용수 : (한참이나 할머니를 바라보다가, 심술난것처럼)...나 가요.
용수가 나가버린다.
할머니, 용수를 쳐다보다가 다시 줄을 풀려고 한다. 너무 꼭 묶어서 풀리지 않는다.
S#40. 산길(낮)
비포장 도로
들꽃을 짓밟으며 백민철의 차가 지나간다. 점점 산골 폐가에 가까워진다.
S#41. 올갱이 국밥집 근처(낮)
용수가 들판에서 나와 길을 건너 차로 향한다.
S#42. 용수의 차(낮)
용수가 차에 시동을 걸고 기어를 조작하다가 자기 손가락에 꽃반지를 본다.
할머니가 만들어준 꽃반지다.
글로브 박스를 열어 뭔가를 찾는다.
S#43. 산골 폐가 근처 들판(낮)
멀리 폐가가 보이는 들꽃이 환하게 핀 들판(이쪽은 용수가 다니던 그 길이 아니다)
백민철과 그의 일당의 차가 연이어 도착한다.
차에서 내린 백민철이 먼저 폐가를 향해 뛰기 시작한다.
강승호와 그의 부하들이 백민철의 뒤를 따른다.
S#44. 폐가 마당(낮)
노모가 줄을 위로 벗겨낼려고 하고 있다.
백민철 : 엄마!!
백민철이 뛰어온다.
노모는 아들을 못알아본다.
백민철이 엄마를 묶은 줄을 힘으로 끊어낸다.
할머니 소매에 핏자국을 본다.
줄을 풀려고 하는 통에 드러난 허리에 피멍도 발견한다.
백민철이 엄마 몸을 구석 구석 살핀다. 온통 피멍이다.
할머니 : (기억해낸다)... 꼬집고 때렸어요...
강승호와 그 부하들이 뒤늦게 도착한다.
강승호의 지시에 따라 용수를 찾기 위해 집안을 뒤진다.
그순간...
(용수) : 할머니 이따가....
용수가 들어오다가 우뚝 멈춰선다.
백민철이 몸을 일으켰는가 싶은 순간, 용수의 몸이 밖으로 붕 날라간다.
강승호 : (부하들에게) 어머니 모시고 차에 가 있어
강승호가 백민철의 뒤를 따라나간다.
할머니는 유리알같은 눈으로, 밖에서 일어나는 상황을 어떤 감정도 싣지 않고 지켜본다.
마치 저건 뭐지...하는듯한 얼굴이다.
S#45. 들판(낮)
하얀 들꽃이 끝이 안보이도록 핀 폐가 앞 들판.
아마도 백민철의 손날로 목을 얻어맞은 탓이리라.
용수가 켁켁 거리며 허리를 구부리며 뒷걸음질을 친다.
용수 : (켁켁 거리며) 잠깐만...내 말좀...
백민철의 발이 그대로 용수의 안면을 강타한다.
백민철이 용수를 그야말로 가격하기 시작한다.
처음에 용수는 겁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얻어맞는다. 어떻게든 상황을 설명하려 하다가 입에서 피가 나는걸 확인하고는...
용수 : (악에 바쳐 되는대로 주먹을 휘두르며) 야 새끼야. 내 말좀 들어보라고...
용수의 주먹은 허공을 가를뿐,
백민철의 폭행은 계속된다.
용수는 나가떨어지고 구르고, 그러면서 점점 더 폐가와 멀어진다.
백민철의 노모가 부하들과 함께 차있는 쪽으로 가는게 얼핏 보인다.
S#46. 백민철의 차가 있는곳(낮)
백민철의 노모가 초코파이 두개를 들고 부하들이 이끄는대로 움직여 차에 오른다.
차안에 노모, 초코파이 하나를 가제 손수건에 싸서 주머니에 넣는다.
S#47. 들판(낮)
용수는 이미 피투성이다. 몸을 가눌수조차도 없는데 백민철은 가격을 멈추지 않는다.
이러다가 정말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강승호가 백민철을 뒤에서 붙잡는다.
백민철이 강승호를 뿌리치느라 몇 대 얻어맞는다.
용수는 그대로 앉혀진채로 숨만 헐떡이고 있다. 입에서 코에서... 피가 흐른다.
숨을 쉴때마다 입에서 피거품이 새나온다. 온몸이 엉망이다.
강승호 : (얻어맞으면서도 필사적으로 백민철을 붙잡는다) 형님... 이러다 죽습니다.
백민철 : 죽여버린다. 이새끼...죽여버릴 거야.
큭큭큭...용수가 웃는다.
흘러내린 피가 눈으로 들어가는것도 모른채...
용수의 웃음은 얼핏 들으면 울음소리 같기도 하다.
용수 : (자기도 모르게 말 중간에 웃음이 새나온다) 그래. 내가 그랬다. 흐흐흐...내가 니 엄마 잡아다가 때리고 흐흐흐
밥도 안주고. 묶어놓고...흐흐흐...내가 그랬어...
백민철이 강승호를 뿌리치고 용수에게 달려드는데,
용수가 던진 뭔가가 백민철의 무릎을 맞고 툭 떨어진다.
백민철이 그게 뭔가 집어드는 동안...
용수 : 너는 왜 그랬는데..흐흐흐...너는 왜 우리형을 죽었는데....
용수가 던진 것, 그것은 일회용 휴지에 급하게 쓴 메모. '당신 어머니는 학대받고 있다. 요양원 헬퍼를 의심해라.'
휴지 군데 군데 피가 묻어있다.
용수 : (억지로 고개를 들어 백민철을 본다. 눈에 핏물이 고여서 사방이 붉게 보인다)
넌 왜 그랬는데...왜 죽였어? 우리형 왜 죽였어? (우는것처럼 얼굴이 일그러진다) 그냥 고등학생인데...
케잌 사러 나온 것 뿐이잖아.
백민철 : (메모를 본다)...
용수 : (마지막 힘을다해 소리지른다) 너 이나쁜 새끼야. 우리 형 왜 죽였어? 왜? 왜? 왜에?
백민철 : (마침내) .....내가 죽인게 아니야.
그말을 들었을까?
백민철이 말하는것과 동시에 용수가 옆으로 픽 쓰러진다.
백민철이 메모를 움켜쥐며 얼굴을 일그러트린다.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자신의 힘으로 어쩔수 없는 뭔가를 느끼면서...주체할 수 없는 기분이 든다.
끝이 보이지 않도록 들꽃이 핀 들판.
쓰러진 용수도, 서 있는 백민철도 상처를 입었다.
S#48. 은재네 집 거실(낮)
은재가 초조하게 창밖으로 보고 있다.
강박적으로 손톱을 소리내 깨물면서 무열과 희경을 기다린다.
대문이 열린다.
은재의 얼굴이 환해지면서 현관쪽으로 달려나간다.
마음이 급해서 신발이 한번에 신어지지 않는다.
S#49. 은재의 집 정원(낮)
은재가 마중나온다.
무열과 희경을 보자마자 이제까지의 긴장과 안도가 한꺼번에 쏟아진다.
희경은 은재의 그런 표정을 먼저 발견한다.
무열이 은재를 쳐다보는 순간 그녀의 허물없던 표정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무열 : (은재를 발견하고 달려와 안기라는 듯 두팔을 벌리며) 은재씨!!
은재 : (감정을 숨기느라 냉정해진 말투로)... 왔어요.
무열 : NG!! 그게 아니죠. 이 장면에선 그냥 온몸으로 달려나와 팡!하고 안기면서 '다친데 없어요. 무사한거죠?'
이때 어디선가 따라라란...음악이 깔리면서 로맨틱 무드가...
은재 : (말을 짜르며 희경에게) 용수씨는요?
희경 : (안으로 들어가며) 연락 안 왔어?
은재 : (안으로 들어가며) 같이 있지 않았어요?
희경 : 아마 오는 중일거야.
무열 : (희경과 은재를 따라 들어가며 궁시렁댄다) 내가 전쟁터에서 상이용사로 돌아와도
'왔어요'이 한마디로 때울 여자야, 저여자는....내가 많은걸 바랬나? 걱정했다는 말한마디. 위안이 되는 가벼운 포옹...
조금 욕심내서 그래 보고 싶었다는 짧은 입맞춤...그게 그렇게 어려운거야? (안으로 들어간다)
S#50. 은재네 집 거실(낮)
무열과 희경은 밥을 먹고,
은재는 무열이 들고 온 '백민철 금고에서 빼낸 서류'들을 대충 훑어보고 있다.
희경 : 지도같은건 없지?
은재 : 부동산 계약서랑 사업 서류 같은데요.
희경 : 있을줄 알았는데....황금에 대한 정보는?
은재 : 글쎄요. 아직은...
무열 : 황금에 관한게 아니면 그냥 확 태워버려, 그 자식 손해나게.
희경 : 왜 태우냐? 다만 얼마라도 받고 맞교환해야지. 넌 사업마인드가 없어. 그러니까 1년만에 도장 말아먹지.
무열 : 폭로전이야? 그럼 나도 할말 많지. 누나 작년에 사기혐의로...
희경 : 앗. 전화왔네...
희경이 핸드폰을 연다.
희경 : (전화받는다) 여보세요...
무열, 꿍시렁대다가 전화받는 희경의 태도가 아무래도 이상해서 쳐다본다.
은재도 돌아본다.
희경 : 병원인데...
S#51. 병원 응급실(밤)
터지고 부워서 얼굴을 알아볼수 없는 용수가 누워있다.
몇 개의 주사바늘을 양쪽손에 꽂았다.
희경, 은재, 무열이 처참한 심정으로 용수를 내려다본다.
의사 : 코뼈가 함몰되었고, 왼쪽 7,8번 늑골이 부러졌구요. 9번에는 3센티정도의 금이 갔습니다. 왼쪽 발목 인대가 늘어났구요.
왼쪽 팔에 5센티 정도의 금이 갔습니다. 정밀검사는 해봐야 알겠지만 내장손상이 없는게 그나마 다행입니다.
의사가 나간다.
무열 : (화가 난다) 어떻게 이렇게.........아 진짜 촘촘히도 맞았네.
희경 : 나쁜 새끼...
S#52. 또다른 병원 병실(밤)
백민철의 노모가 잠들어 있다.
S#53. 진료실(밤)
40대의 여의사가 백민철에게 설명중이다.
여의사 : 가슴, 배, 등, 허벅지쪽으로 온몸에 피멍이 들어 있고, 화상자국도 네군데 발견됐습니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학대를 받아온 것으로 보입니다.
백민철이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움켜쥔다.
휴지에 적은 용수의 메시지를 움켜쥐고 있다.
S#54. 병원 특실(아침)
아침햇살이 커텐사이로 들어온다.
용수가 눈을 뜬다.
일어나려니까 아프다. 고개만 돌려 여기가 어딘가를 살펴본다.
무열이 제일 먼저 눈에 띈다. 침대에 엎드려 자고 있다.
은재와 희경은 각각 소파에 잠들어 있다.
그들을 보자 어쩐지 안심이 된다. 편안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다가...
용수 : (작은소리로) 무열아!!
무열 : (깨지 않는다)...
용수 : (살짝 흔든다) 무열아...
무열 : (깰 생각도 안한다)
용수 : (큰소리로) 얏마!! 자러 왔냐?
무열, 희경, 은재가 깨난다.
무열 : 형!!
희경 : 깼어.
은재 : 괜찮아요?
용수 : (모두의 관심에)...아파 죽겠어요. 그보다...
무열 : 아프겠지. 온몸을 작신 작신 골고루 두들겨 맞았는데... 한대도 못때렸지?
용수 : 당연하지. 그보다...
은재 : 다행히 크게 잘못된 데는 없대요.
용수 : 예...근데...
무열 : 형이 공격력은 없어도 맵집은 좋은가봐.
용수 : 그건 그래. 근데..있잖아..
희경 : 이 기회에 코의 각도를 살짝 조정하는건 어때? 어차피 부러진건데...
용수 : (버럭) 아. 진짜...나도 할말 있거든
무열 : (놀랬다)...뭔데?
용수 : (진지하게) 나 오줌 마려. 쌀거 같어
S#55. 병원 복도(낮)
희경과 은재가 나온다.
복도를 빠져나간다. 그 뒷모습위로...
(희경) : (혼잣말처럼) 큰일 날 뻔했어. 그치?
(은재) : 예
(희경) : ...다행이다.
(은재) : 예. 정말 다행이예요.
희경이 문득 은재를 쳐다보다가 기특하다는 듯 엉덩이를 툭툭 친다.
뭐냐는 듯 은재가 쳐다보면 희경 저 혼자서 복도를 빠져나간다.
S#56. 백민철의 사무실(밤)
문이 열린채 비어있는 비밀금고.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고개를 푹 숙인채 서 있다.
강승호가 바닥에 떨어진 '고궁 그림' 액자를 책상위에 올려놓는다.
백민철은 말이 없다.
강승호가 눈짓하자 아식스와 아디다스가 고개 숙여 인사하고 나간다.
강승호도 뭔가 말을 건네려다가 나간다.
백민철은 생각에 잠겼다.
S#57. 은재네 집 서재(낮)
은재가 '백민철의 비밀금고에서 가지고 나온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자세히 보고 있다.
중간에 끼여 있던 얇은 봉투하나가 보인다.
봉투를 열면 '1987-89년 동명건설 사업현황'이라는 서류와 함께 사진 한 장이 떨어진다.
사진을 본 은재의 표정이 굳는다. 이 사진이 왜?.....
(아직 그 사진의 정체는 보여지지 않는다)
노크소리.
은재가 자기도 모르게 사진을 숨긴다.
희경 : (대답을 듣지도 않고) 밥먹자.
은재 : 예
희경 : (가볍게) 뭣 좀 나왔어?
은재 : 아뇨.
희경 : 얼른 나와.
희경이 나가면, 은재가 사진을 다시 꺼낸다.
조만기와 젊은 시절의 백민철, 그리고 30대 중반의 젊은 남자가 고궁의 한건물앞에서 찍은 사진이다.
(건물은 1989년 당시의 중명전이다. 단 여기에서는 중명전이 진지하게 노출되어서는 곤란하다)
은재가 서재에 있는 아빠의 사진과 사진속 젊은 남자의 사진을 비교한다. 같은 사람이다.
(서재에 있던 사진속에서 은재 아빠는 회사 유니폼을 입고 있다. 동명건설이라고 써진)
왜 아빠가 조만기, 백민철과 같은 사진속에 있는걸까?
S#58. 태권도장(낮)
텅빈 태권도장.
장택수가 들여다보고 있다. '2007 한가위 종로구민잔치 태권도 우승 트로피'를 소중히 들고 있다.
텅빈 태권도장을 보며 장택수가 고개를 갸우뚱한다.
S#59. 황금빌딩앞(낮)
장택수가 트로피를 들고 나온다.
호~ 불어서 먼지를 닦아내며 자리를 뜬다.
장택수 : 태권도 이거. 어디간거야? 내 영광을 함께 나누지 못하고.... 확 수배를 때려버려
장택수가 떠난자리.
건물 머릿돌에 박힌 글자.
완공일자...
시공업체. 동명건설!!!!
S#60. 교도소 면회실(낮)
안쪽 문이 열리고 교도관을 따라 50대의 남자가 들어온다. 그는 전에 한번 나왔던 은재의 작은아빠다.
면회창구 너머 은재가 앉아있다.
작은아빠가 정해진 자리에 앉는다.
작은 아빠와 은재, 껄끄러워서 쉽게 말을 꺼내지 못한다.
침묵이 계속되자 동석한 교도관이 흘깃 쳐다본다.
작은아빠 : (마지못해)... 어쩐 일이냐?
은재 : (시선을 외면한채 냉정하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요.
작은아빠 : (냉소적으로) 별일이구나.
은재 : 1989년 덕수궁 근처 재계발 건축에 아빠 회사도 참가했었나요?
작은아빠 : ...그래. 당시엔 동명건설이 그렇게 큰 회사가 아니었으니까... 그 정도 공사를 수주하고 했지. 그건 왜?
은재 : (작은 아빠의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은채로) 그 당시에 아빠가 누군가에게 협박을 받았다거나 그러지 않았나요?
작은아빠 : 알아 듣게 말을 해...
은재 : ...혹시 그때쯤 내가 유괴된적 있었나요?
작은아빠 : (냉소적이던 태도가 조금 변한다. 뜻밖의 질문이다) ...??
은재 : 누군가 날 유괴해서 몸값대신 아빠를 협박했다거나 하고싶지 않은 일을 하게 했다거나...
(자기가 횡설수설한다는걸 알고 입을 다문다)......
작은아빠 : 무슨 일 있는거냐?
은재 : 일곱 살때쯤 내가 좁은 곳에 갇혔었다거나 그런 적 있어요?
작은아빠 : 무슨 소리야?
은재 : 폐쇄공항에 걸릴만큼 좁은곳에 대해 안좋은 기억이 있는가 묻는 거예요.
작은아빠 : ...
은재 : (자기의 약점을 말하는게 너무 싫지만) 갑자기 폐쇄공항이 생겼는데...
아무래도 어린시절에 나쁜 기억이 있는 것 같해서요
작은아빠가 은재의 의도를 파악하려는듯 빤히 쳐다본다.
은재, 이렇게 해서 얻어질게 없다고 생각한다. 일어나려는데...
작은아빠 : 그 반대다.
은재 : (다시 작은아빠를 쳐다본다)...
작은아빠 : 넌 좁은 곳을 유난히 좋아했어. 장롱속이라든가, 책상밑이라든가. 엄마 사랑을 못받고 자라서 그렇다고,
형님은 그걸 늘 안타까워했다. 한번은 우리집에 와서 베란다 다용도실에 숨어서 잠든걸 모르고,
경찰에 신고한 적도 있었는데.... (옛날 생각이 나자 자기도 모르게 마음이 허물어진다)
경찰한테 한참 상황설명을 하고 있는데, 네가 나와서 깜짝 놀랐지. 네가 다섯 살땐가 그랬는데...
형님이, 그 대단한 형님이 우는걸 그때 처음 봤다.
옛날 얘기에 은재가 쓸쓸해진다.
작은아빠 : (문득) 형님이 오래 살았더라면 좋았을걸...너한테도 나한테두...
수의를 입은 작은아빠를 보면서 은재도 그 말에 진심으로 동감한다.
S#61. 병원정원(낮)
가을 햇살.
빨간 단풍... 코스모스...가을 잠자리....어쨌든 가을이다.
(용수): 아!! 참 좋구나
팔과 다리에 깁스를 하고 코에도 적절한 치료를 한 용수가 벤치에 길게 누워있다.
무열이 용수가 누은 옆 벤치에 앉아 있다.
무열 : 죽다 살아니니까 세상의 소중함이 사무쳐?
용수 : 몹시
무열 : 마구 마구 열심히 살구 싶어져?
용수 : 응
무열 : 곤란한데, 캐릭터에 앉맞어.
용수 : (남 얘기하듯) 그러다 말겠지. 길게 가겠냐?
무열 : 근데 왜 그랬대? 형의 형한테...?
용수 : ...
무열 : 맞느라고 정신없어서 못물어봤구나?
용수 : 물어봤어. (비장하게) "야 새끼야. 우리 형 왜그랬어?"
무열 : 그랬더니
용수 : ...그 다음이 생각이 안나. 기절해서...
무열 : 에라이...
무열이 집어던진 음료수깡통이 용수의 머리통을 맞춘다.
'얏마, 나 환자야!!' 용수가 흘러내린 음료수를 털어낸다.
S#62. 공원-은재의 꿈(낮)
공원이다. (화면의 입자가 다르다든가, 색깔이 빠졌다든가 하여 꿈이란걸 보여줬으면 좋겠다)
일곱 살 은재와 아빠가 공원에서 놀고 있다.
아빠는 은재와 몸으로 놀아준다.
은재의 팔을 잡아 빙글 빙글 돌리기도 하고, 비행기도 태워주고, 호랑이 흉내를 내서 은재를 놀래키기도 한다.
은재는 까르르 까르르 쉴새없이 웃는다.
어느 순간 아빠가 은재를 번쩍 안아 목마를 태운다.
목마를 탄 은재, 고개를 젖혀 하늘을 본다. 아빠와 같이 있으면 무서울 것도 없고, 세상은 평화롭다.
은재가 뭔가를 물어보며 고개를 숙여 아빠를 내려다보는 순간,
아빠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진흙처럼 머리부터 녹아내려간다.
은재손을 잡은 아빠의 손도 짓물러 녹아내려간다. 어린 은재가 비명을 지른다.
진흙처럼 녹아내려가면서도 아빠의 손은 은재를 잡고 있다.
S#63. 은재의 침실(밤)
은재가 몸을 경직시키며 괴로워한다.
희경이 들어와 막 깨우려는 순간, 은재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난다.
희경 : (놀랐다) 왜 그래?
꿈에서 깨고도 공포가 남아있는 은재. 자기 손목을 움켜쥔다. 꿈에서의 감촉이 남아있는 듯.
희경 : 꿈꿨어. 무슨 꿈인데?
은재 : 그냥 좀....
희경 : ...병원 가려면 지금 출발해야는데...자긴 집에 있을래?
은재 : (자신을 추스린다) 아뇨....괜찮아요. 나도 가요
은재가 깊은 숨을 쉬더니 침대에서 내려온다.
아직도 은재손이 벌벌 떨리는걸 희경이 바라본다.
이렇게까지 무서워하는 은재를 본적이 없다.
S#64. 병원 특실(낮)
무열이 퇴원준비를 한다. 짐을 싸고 있다.
별로 안이쁜 간호사가 링거주사를 빼고 차트에 뭔가를 적고 나간다.
무열 : (간호사가 나가면) 형은 여자복은 참 없어.
용수 : 뭔 복은 있냐?
무열 : (급 인정한다) 그건 그래
희경과 은재가 들어온다.
용수 : 얼마 나왔어? 많이 나왔지?
희경 : (말도 말라는 듯 고개를 젓는다) 모르는게 좋아. 알면 재입원 해야돼
심장이 튼튼한 나이기에 망정이지...아우,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네
무열 : (은재의 얼굴빛을 보며) 은재씨 어디 아파요?
은재 : 아뇨...(용수에게) 다 됐어요?
용수 : 예!!
용수가 목발을 짚고 희경, 은재, 무열과 함께 병실을 나간다.
S#65. 은재의 차(낮)
무열이 운전중이고 은재가 조수석에, 희경과 용수가 뒷자리에 앉았다.
라디오에서 입시에 관련된 뉴스가 흘러나온다.
무열 : 벌써 입시철이야? 누나 성수기잖어.
희경 : 그러게. 고객들이 나 찾아왔다가 실망하고 돌아가겠네.
무열 : 드디어 망했구나 싶겠지.
무열이 킬킬댄다. 그들의 차가 터널로 들어간다.
S#66. 터널(낮)
속도를 내며 지나가는 차들.
저 앞쪽에서 갑자기 끼이익. 급브레이크잡는 소리와 충돌소리.
앞에 달리던 차들이 일제히 비상등을 켜며 속도를 줄인다.
S#67. 은재의 차(낮)
무열도 비상등을 켠다.
차는 완전히 멈췄다.
무열 : 사고났나?
희경 :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더라..
무열 : 사건 터지면 얘기하지 말고 미리 미리 얘기 좀 해봐.
희경 : 너 병원있더니 맵집이 좋아졌나보다. 몇 대 맞고 싶지?
무열과 희경, 용수가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얘기를 하며 킬킬대는데...
카메라를 은재를 향하고 있다. 은재가 이상하다.
터널의 어둠, 규칙적으로 깜빡이는 비상등이 마치 최면치료실의 불빛같다.
은재가 헐떡인다. 낄낄대던 무열이 맨처음 은재의 이상을 눈치챈다.
무열 : 은재씨?
무열의 말소리가 끊어졌다 이어졌다는 반복한다.
무열이 은재의 어깨를 잡는다. '은재씨'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말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희경과 용수도 그제서야 은재를 본다.
은재, 숨을 쉬는게 괴롭다. 안전벨트를 풀더니 무열이 잡는걸 뿌리치고 밖으로 나간다.
무열이 은재 뒤를 쫓아간다.
차는 움직였다가 멈췄다를 반복한다.
S#68. 터널안(낮)
(*이씬은 인물의 갈등이 보이도록 대체로 타이트했으면 합니다. 인물이든 사물이든)
무열이 일단 은재를 잡고 갓길로 데려간다.
희경이 운전석으로 옮긴후 갓길로 차를 옮긴다.
은재는 금방이라도 정신을 잃을것처럼 눈을 감을때마다 암전이 길어진다.
은재가 눈을 감을때마다 보이는 지난날들.
(인서트)
유치원복을 입은 은재가 송편을 들고 걸어온다.
덕수궁 근처 돌담길.
-터널
은재가 휘청하며 걷는다.
(인서트)
건설현장 사무실.
일곱 살 은재가 아빠를 부르며 문을 열지만 아무도 없다. 둘러보다가 은재가 나간다.
-터널
은재가 휘청하는걸 무열이 잡아준다.
(인서트)
은재가 막 완공된 황금빌딩위로 올라간다.
'동명건설'이라고 씌여진 머릿돌이 보인다.
-터널
무열이 겨우 은재를 갓길로 데려온다.
(인서트)
황금빌딩 옥상.
멀리 덕수궁이 보인다. 옥상위에서 사방을 내려다보던 은재가 작은 박스를 발견하고 웃는다.
-터널
은재가 터널 벽을 잡고 주저앉는다.
(인서트)
박스안에서 바라본 옥상
세명의 발이 보인다. 박스안의 은재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터널
은재가 눈물, 콧물을 흘리며 괴로워한다. 숨을 쉴 수가 없는 듯 윗도리를 쥐어뜯는다.
무열이 은재를 진정시키느라 끌어안는다.
(소리) : 일주일째 연락이 안되는데 뭘 더 기다립니까?
(인서트)
세명의 발이 서성인다.
운동화를 신은 발은 방관하듯 난간앞에 서 있고, 새구두와 낡은 구두가 박스앞에서 설전을 벌이는 듯.
(소리) : 당신들 말대로라면 조만기는 황금빌딩안에서 사라졌어요. 나보고 그 말을 믿으라는거야?
-터널
은재가 무열에게서 벗어나려 애를 쓴다.
(소리) : 당신들 서로 짜고 날 속인거 아니야?
(인서트)
박스안의 은재가 겁에 질린 듯 박스안에서 고개를 내민다.
어른들은 아직 은재를 보지 못했다.
그순간 계단쪽에서 누군가 올라온다.
-터널
은재가 무열을 뿌리치고 터널 끝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소리) : 누구야?
(인서트)
옥상.
어른 두명중 하나가 막 옥상으로 올라오던 고등학생 준수를 밀어버린다. 우당탕소리...
난간쪽에 서 있던 운동화...그는 젊은날의 백민철이다. 손등의 흉터가 그것을 말해준다.
백민철이 어린 은재를 지나쳐 계단밑으로 달려간다.
어린 은재가 자기도 모르게 계단쪽으로 다가간다.
좀전에 준수를 밀었던 남자가 뒤로 돌아선다. 그것은 사진속에서만 보던 은재의 아빠다.
은재의 아빠...은재를 발견하고 순간적으로 숨이 멎는다.
은재가 투명한 눈으로 아빠와 덕수숭과 아빠손에 들린 황금을 쳐다본다.
은재가 아빠 뒤로 계단 아래를 보려한다.
케잌이 계단 중간에 뭉개져있고, 쓰러진 준수의 손이 케잌의 장식을 움켜쥐는데,
손등에 흉터가 있는 젊은날의 백민철이 준수의 목에 손을 대 보고는 고개를 흔든다.
은재가 준수의 얼굴을 보려는 순간, 은재아빠가 은재를 안고 돌아선다.
마치 그장면을 못보게 하려는듯, 은재의 머리를 자기 가슴에 누른다.
-터널
은재가 짐승같은 비명을 지르며 터널을 빠져나간다.
무열이 필사적으로 쫓아온다.
위험하다.
(인서트)
바깥계단이 아닌 안쪽 계단을 이용해 은재를 안고 내려오는 은재아빠.
은재아빠의 다리가 휘청거린다.
아빠가 은재를 안은채 벽에 기대선다.
가장 들켜서는 안되는 순간을, 가장 들켜서는 안될 사람한테 들켜버렸다.
어린 은재 : 아빠아?
아빠 : (문득).... 아빠는 은재를?
은재 : (뭔지 정확하게 알수 없지만 지금 이순간이 특별하다는건 인식했다)... 사랑해요.
아빠 : 은재는 아빠를...?
은재 : (아빠목을 끌어안는다) 너무 사랑해
은재가 아빠 목에 얼굴을 묻는다.
은재 아빠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계단을 내려간다.
S#69. 터널밖 갓길(낮)
울부짖으며 뛰쳐나오는 은재를 무열이 겨우 잡는다.
무열과 은재가 엉켜 쓰러진다.
무열이 은재를 끌어안는다.
무열이 은재를 진정시키려는 듯 있는 힘껏 끌어안는다.
무열 : 괜찮아요.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걱정말아요. 괜찮아요.
무열이 오직 그말만 하면서 은재의 머리를 자기 가슴에 끌어안는다.
희경과 용수가 따라 나온다.
은재가 용수를 보더니 차라리 외면하듯 무열의 품에 얼굴을 묻는다.
은재가 엉엉 소리내 운다.
차들이 지나간다.
S#70. 번외편(제목: 올드보이)
암전...
눈을 뜬다. 요양원 헬퍼다. 이곳이 어디지? 방안을 둘러본다.
백열전구, 철제침대. 구형 텔레비전. 세면대. 변기가 구석에...
문을 열려고 해본다. 밖에서 잠겨있다.
헬퍼 : (문을 주먹으로 두드리며) 아무도 없어요. 누구 없어요? 문 좀 열어줘요.
그러나 대꾸하는 소리 없다.
헬퍼가 사방을 둘러보다가 커튼이 쳐진 창문을 발견한다.
서둘러 커텐을 열어젖힌다. 그러나 커튼 밖은 벽돌이다.
어디서 본듯한 이장면. 그때. 덜컹하는 소리.
헬퍼가 돌아본다.
문아래. 배식구 문이 열리면서 뭔가가 들어온다.
헬퍼가 천천히 다가간다. 그것은 중국집 군만두.
헬퍼가 공포에 질려 숨을 헐떡인다. 올드보이 음악이 흐른다.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