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분야에서 우리가 흔히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몇가지 선입견들을 짚어보고,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사고 체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우리가 흔히 마케팅에 관해 상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이 있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비판 없이 받아들인다. 마케팅 전략이나 활동 계획을 수립할 때도 마케팅에 관한 상식은 전제 혹은 기초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마케팅에 관한 상식이 잘못된 것이라면 그에 기초한 마케팅 계획도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그런데,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마케팅에 관한 상식들은 얼마나 타당한 것일까? 이에 관해서 쉽사리 대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하고 관찰해 보면 마케팅에 관한 상식 중에서 반드시 옳다고만 하기 어려운 내용들을 발견하기는 어렵지 않다.
@ 광고와 판촉은 동시에 해야 한다
대부분의 마케터들이 공유하고 있는 마케팅 상식 중 하나는 광고와 판촉은 동시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판촉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판촉 행사를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광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촉을 할 때 광고를 하면 판촉 효과가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과연 투입한 광고비만큼 추가적으로 판촉 효과가 제고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정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온라인이나 오프라인의 특정 매장을 의도적으로 방문해야 하는 상품인 경우에는 판촉 행사를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광고의 필요성이 높다. 예를 들어 자동차, 가구, 의류 등의 판촉 행사가 이에 속한다.
그러나 특정 매장에 갔을 때 다른 상품과 함께 구입하게 되는 상품인 경우에는 광고가 판촉에 미치는 영향은 높지않다.
펩시콜라 계열의 프리토레이(Frito Lay)는 세계 최대의 스낵 메이커다. 이 회사는 오래 전부터 광고가 과연 매출에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 궁금하게 생각했다. 그 해답을 얻기 위해 90년대 중반 이 회사는 실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 들어갔다.
5년간 학계의 전문가와 함께 진행된 이 실험은 소규모 표본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라, 실제 광고 집행과 매출 결과를 변수로 한 실험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이 실험에서 독립 변수는 TV 광고이며, 종속 변수는 매출이었다. 공중파를 이용하면 모든 소비자가 광고에 노출되어 실험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케이블 TV를 이용하여 특정 지역의 일부 소비자에게만 광고를 보여주고 인접 지역의 다른 소비자들은 광고를 보지 않게 하여, 광고 이외에 소비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모두 동일하도록 실험을 설계하였다.
프리토레이는 5년간 20회 가까운 광고 집행/통제를 통해 ‘과연 광고가 매출에 영향을 주는가’ 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어렴풋한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주요 결과로는 먼저, 광고는 평균 16%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효과가 광고비를 커버하는지에 대해서는 광고별로 차이가 있었다. 즉,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액 규모가 되는 상품의 경우는 매출 증가액이 광고비를 커버할 수 있었으나, 매출 규모가 작은 상품의 경우 평균 16%의 매출로는 광고비를 커버할 수 없었다.
특히, 판촉과 동시에 실시한 광고의 경우, 광고를 하지 않고 판촉만 한 경우에 비해 거의 차이가 없었다. 프리토레이의 주요 상품인 스낵류의 경우, 소비자들이 특별히 그 상품을 사려고 슈퍼마켓에 가는 경우는 거의 없으며, 슈퍼마켓에 간 김에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판촉 활동을 한다고 해도 가격 자체가 비싼 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판촉의 강도가 높아도 판촉을 통한 혜택의 총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따라서 광고를 통해 판촉 활동을 알린다고 해도 고객이 일부러 찾아가지 않기 때문에 매장 판촉만 하는 경우와 효과가 비슷하다는 것이다.
결국, 광고와 판촉은 동시에 해야 한다는 상식은 제한적인 경우에만 적합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 광고는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광고에 대해서 흔히 갖게 되는 또 다른 선입견은 표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물론 표현은 중요하다. 그러나 표현보다 더 중요한 요인들이 많이 있다. 표현의 중요성에 대한 지나친 관심은 광고의 제작과 집행에 있어서 균형감을 잃게 하고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게 한다. 예컨데, 광고 표현에 절대적 중요성을 두게 되면 모델 섭외, 장소 헌팅, 촬영, 후반 작업 등에 과다한 비용을 쏟을 수 있다. 또한, 광고물 제작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광고 집행이 지연될 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표현보다 광고 집행의 타이밍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앞서 살펴본 프리토레이의 실험에서는 여러 편의 광고에서 표현에 따른 효과의 차이가 미미했다. 그러나 광고 집행 타이밍에 따른 효과 차이는 매우 컸다. 타이밍에 따라서 20% 이상의 매출 증가 효과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매출 증가 효과가 거의 없는 경우도 있었다.
광고에서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은 제출 출시 시기다. 신제품에 대한 광고는 표현이 어떻든 대부분 효과가 있게 마련이다. 그 밖에도 경쟁사의 움직임, 계절적 요인 등을 면밀히 고려하여 가장 효과적인 타이밍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 로열티 프로그램은 반드시 필요하다
지난 몇 년 동안 CRM의 열풍과 함께 로열티 프로그램도 급속히 확산되었다. 이 같은 움직임은 고객에게 포인트를 적립해주면 그 포인트가 미끼가 되어 신규 고객이 모이고, 기존 고객도 떨어져 나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 위에서 이루어졌다.
특히, 항공사와 같은 분야의 로열티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평가되면서 여러 업종에서 너도나도 로열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는 기업은 별로 없다.
국내의 경우 회사 단위에서 개별적으로 로열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기업은 물론이고, 타사와 연계하여 제휴 로열티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경우에도 그 효과는 검증되지 않고 있다.
필자가 국내의 몇몇 포인트 누적 프로그램과 관련하여 소비자들을 인터뷰한 결과도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다. 공짜로 포인트를 적립해주니 나쁠 것이야 없지만 그것 때문에 그곳에서 구매하거나,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을 가지 않는 것은 아니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즉, 신규 고객 유인 효과와 이탈 방지(Lock-in)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마케팅 패러다임으로서 각광받던 로열티 프로그램의 효과가 생각보다 낮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고객에 대한 실질적 혜택이 적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예를 들어, 고객이 지불한 금액의 1~2% 정도를 적립해주는 로열티 프로그램의 경우 그 효과를 기대하기가 매우 어렵다. 로열티 프로그램에서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는 항공사의 경우 고객이 지불한 금액의 10% 이상을 적립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 정도의 적립률이라면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이런 이유로 항공사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은 성공할 수 있었다.
항공사, 호텔 등과 같은 서비스 업종은 비수기에 서비스 원가의 추가적 부담 없이 고객에게 무료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즉, 비수기에 비행기의 빈 자리에 고객을 태우면 고객 입장에서는 큰 혜택을 느끼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서비스 상품의 속성상 재고를 쌓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부담이 없다. 이와 같은 업종의 경우 로열티 프로그램의 적립률을 높일 여지가 있다. 하지만, 소매업이나 제조업처럼 재고를 쌓을 수 있고, 원가가 높은 업종의 경우 적립률을 높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인터넷으로 인해 고객이 점점 새로운 구매 대안을 찾는 것이 손쉬워지고 이로 인해 다른 회사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회사 입장에서 정말 ‘충성스러운’ 고객은 얼마되지 않는다. 자사 상품을 반복적으로 구매하고 있는 고객들도 대부분은 자사 상품의 조건이 좋다고 생각해서 구매하는 고객들이다. 결국 더 좋은 조건을 찾기 쉬워지면 이탈할 가능성도 높아지게 된다.
섣불리 로열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보다, 자사의 업종이나 상황이 로열티 프로그램에 적합한지에 대한 철저한 고민이 필요하다. 만일 그 대답이 부정적이라면, 본원적 경쟁력에 좀 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 세부적 사항은 로컬화해야 한다
우리는 흔히 글로벌한 관점에서 사업의 마스터 플랜을 짜되, 구체적인 제품 스펙이나 마케팅 계획은 현지에 적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알고 있다. 이른바 ‘Think Global Act Local’ 이라는 구호는 이런 생각을 잘 표현한다.
현지화하는 것은 여러가지 장점이 있다. 현지 소비자의 니즈를 잘 충족시켜주게 되고, 그에 따라 현지 판매망의 수용도도 높아진다. 그러나, 현지화는 코스트의 증가로 이어지게 마련이고, 어설픈 현지화는 현지화를 안하는 것보다 더 못한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Global 관점에서 표준화된 제품을 성공적으로 개발한 라이프 스캔(Life Scan) 사의 사례는 ‘Think Local Act Global’로 표현될 수 있다. 흔히, ‘Think Global, Act Local’ 라는 구호를 많이 사용하는데, 이 회사 사례가 보여주는 현상은 그와 반대된다.
이 회사는 실리콘 밸리에 소재한 Johnson & Johnson의 자회사로, 원터치 혈당 측정 장치 시장의 리더다. 이 회사의 InDuo라는 신제품은 혈당 측정과 인슐린 주사가 동시에 가능한 기구다. 이 제품은 처음에는 미국 소비자를 타겟으로 하여 개발되었으나, 스리랑카와 같이 처음에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소비자 조사를 통해 적합성이 높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어느 지역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제품 컨셉트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즉, 어정쩡한 제품을 만들고, 그것을 커뮤니케이션의 현지화나, 부가적 포장 등의 현지화 등을 통해 보완하기 보다는, 제품 자체를 세계 각지 소비자의 니즈에 최대한 부합시키는 방향을 택한 것이다. 그러한 방향성을 택한 결과 제품 개발에는 예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되었다. 세계 각지에서 소비자 조사를 실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제품 컨셉트를 수정하고, 다시 이 컨셉트에 대한 소비자의 수용도를 조사하는 과정을 반복했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제품은 여러 지역에서 별 다른 수정(modification)을 거치지 않고 바로 판매될 수 있었다.
결국, 이 사례는 어설픈 Local화보다 각 지역 소비자의 니즈를 Universal 하게 충족시켜주는 혁신 제품(Killer Application)의 개발이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그러나, InDuo가 Global한 Concept의 제품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제품의 Category 자체가 Global 관점에서 동일하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전세계적으로 의료 기구는 상당히 표준화된 제품이다. 다른 카테고리의 제품들은 ‘Think Global Act Local’이 더 적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업종이라도 전세계를 상대로 하는 제품의 경우, 제품 개발 단계에서 좀 더 많은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다면, 판매 시점에 들어갈 추가적 노력과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은 마찬가지다.
@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한 사고 체계
마케터는 스스로를 선입견과 편견에 가둘 수 있는 유혹에 자주 접하게 된다. 특히, 명확한 판단을 내릴 자신이 없을 때는 기존의 선입견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적의 판단을 위해서는 기존의 직접적 간접적 경험에서 비롯된 선입견을 배제하는 사고(Zero Base Thinking)가 필요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성공 체험에서 얻어진 노하우도 합리성이나 논리에 부합되지 않는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철저한 사고 혁신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마케팅 분야의 새로운 변화 방향에 뒤떨어지지 않기 위한 자기 혁신이 필요하며, 좀더 넓은 관점에서의 사고를 위해 자신이 담당하지 않는 분야에 대한 광범위한 관심도 요구된다.
특히 업종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퓨전 시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과 센스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