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역사책을 보니까 안중근, 윤봉길은 의사고 이준, 유관순은 열사라고 돼 있는데 왜 그래요?" "그것도 모르니. 의사는 무력으로 항거한 사람이고 열사는 맨몸으로 항거한 사람이란다. 에헴, 나 잘났지" "아, 그렇구나"
안중근, 윤봉길, 이준, 유관순…. 모두 일제에 항거하다 순국한 의로운 분들이다. 그런데 왠지 안중근, 윤봉길 뒤에는 `의사', 이준, 유관순 뒤에는 `열사'를 붙이는 게 버릇처럼 굳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예전부터 그렇게 불렀으니까 그렇다"고 말할 것이고 일부 식자층은 위 예문처럼 무력항거냐 맨몸항거냐를 구분의 기준으로 내세울 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기준은 근거 없는 것이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의사는 `의로운 지사', 열사는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해 싸운 사람'으로 설명돼 있을 뿐, 무력 항거냐 맨 몸 항거냐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의사와 열사를 구분할 필요는 없다. 안중근 의사로도, 안중근 열사로도 부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왜 의사와 열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굳어진 말로 사용되게 됐을까. 아마도 그건 국가 보훈처의 해석 때문일 것이다. 보훈처에서는 의사를 `적극적인 투쟁 방식으로 침략·불의의 대상을 응징, 처단한 이들'로, 열사는 `소극적 저항이긴 하지만 의분·충절에서 순국하거나 자결해 떳떳한 의지를 밝힌 이들'로 정리하고 있다. 다소 모호한 이 같은 해석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무력항거냐 맨몸항거냐' 또는 `그 자리에서 죽었느냐 잡힌 후 죽었느냐' 같은 근거 없는 기준으로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어 생활의 지침이 되고 있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의사와 열사를 구분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둘을 임의로 구분하는 것은 억지일 뿐이다.
▲학부형과 학부모
두 낱말은 보통 학생의 부모를 뜻하는 동의어로 생각하기 쉽다. 학교 공개발표회에 참석한 아버님, 어머님에게 "여러 학부형님을 모시고…"라며 인사말을 하는 교사가 흔하다. 그러나 학부형(學父兄)은 `학생의 아버지와 형'을, 학부모(學父母)는 `학생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뜻하는 말로 의미에 차이가 있다. 예전에는 자식의 학교 일 등 바깥일은 남자(아버지, 형)가 하고 어머니는 집안 일만을 한다는 의식 때문에 학부형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쓰였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어머니들의 활동이 더 커진 만큼 학부모로 써야 맞다. /조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