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둘째날 2006. 6. 24(토)
○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산을 향해 올라야 하는 시기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컵라면을 먹고 나니 살 것 같다. 우리나라 음식이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입이 개운하다.
각자 카고백에 짐을 싸고 개인 배낭을 짊어지고 밖으로 나가니 아직 준비가 안된 일행이 있다. 조금 피곤한 모양이다. 카고백은 마부대장에게 인수하고 개인 배낭을 메고 산행이 시작되는 지점에 도착했다. 시작은 해자구로 이동하며 작은 능선을 오른다. 5분정도 오르면 산행이 시작되는 매표소가 나온다. 30분정도 오르막으로 오르니 완만한 초원이 나를 반긴다.
O 라마교의 표시인 탑과 오색천이 물결을 이룬다. 그곳에서 휴식을 갖고 사진을 찍으며 계속해서 오른다. 날씨는 매우 맑아서 주변 산을 감상하기에는 안성마춤이다. 파란 초원 위에 피어있는 들꽃을 벗 삼아 계속하여 걷고 주변을 감상하기에 더 없이 좋은 트레킹 코스이다. 우리는 개인 배낭을 짊어지고 말들은 우리의 카고백을 등에 매단 채 어려운 걸음을 하고 있다. 고산지대라 빨리 갈수 없는 처지이다 보니 천천히 고소를 적응하면서 묵묵히 걸어야겠다. 저 멀리 우리가 목표로 한 쓰구냥산이 보인다. 언제 저곳까지 갈 것인가 생각하니 힘이 더 드는 것 같다. 능선 트레킹하며 걷다보니 허기가 다가온다. 간식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O 오늘은 15㎞정도인 노우원자(3,600m)까지 가서 고소적응을 위해 충분한 휴식을 해야한다. 주변에 야크, 말 등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야생화가 고산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이채로운 광경이다. 우리를 안내하는 마부 및 원주민들이 앞장서서 나아가고 있다. 4시간 정도 지나니 노우원자인 우리가 야영할 장소가 나타났다. 실장은 노우원자는 우리가 야영할 장소에서 아래에 있는 넓다란 초지가 조성되어 있는 곳인데, 우리는 이곳에서 위쪽에 야영지를 설치했다. 주변은 온갖 야생화가 만발했다. 야영지에는 조망하기 좋은 지역이었다. 앞산 설산 주변 광경들을 조망하기 좋은 곳이었다.
O 내일 다음 야영지로 이어지는 지름길인 셈이다. 오후는 다음 산행을 위해 주변
고소적응을 위해 산책을 한다. 모두들 희망반 걱정반 내일을 준비한다. 저녁을 야외에서 먹으니 기분은 좋으나 입맛이 나질 않는다. 그래도 먹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식사를 조금했다. 밤새 꼼짝 못하고 몸살기에 한줌의 잠도 청하지 못했다. 한반 중 텐트를 나와 보니 하늘에서 별이 쏟아지고 있다. 이렇게 많은 별은 내가 어린시절에 동해안 밤바다에서 모래를 벗 삼아 자던 그때가 생각난다. 과연 내일 다음 트레킹이 가능할까 고민이다. 몸 상태가 몹시 안 좋다. 그러나 어쩌랴 내일은 내일이다. 다시 잠을 청하나 잠이 오질 않는다
(첫날 야영지 노우원자에서 )
( 해자구인 화해자에서)
▶ 셋째날 2006. 6. 25(일)
O 그러나 아침은 맑게 빛나고 있었다. 주변에 야크 및 말이 우리를 반기고 있다. 아침이슬과 햇빛, 주변 야생화가 너무 아름답다. 이것이 내가 이곳까지 온 보람을 느끼는 순간이다. 내가 도시에서 생활하다보니 자연의 경외함을 잊었나 보다. 조식 후 고도적응을 위해 오전은 휴식 겸 해자구 트레킹에 나섰다. 해자구를 따라 대해자, 화해자 등에 있는 호수를 찾아 좁은 산길을 따라 쌍해자 입구까지 가서 주변에 보이는 만년설이 있는 고봉을 감상하고 깨끗한 주변호수를 보며 마음껏 즐겼다. 왕복 4시간 이상 걸렸다. 이곳에서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가 우리대원의 등산 속도가 매우 빠르단다. 보통 산행인들 보다 배가 빠르다고 한다. 우리는 그렇게 느끼질 못했다. 과연 주봉산악회 멤버들은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한다. 평소 많은 산행으로 다져온 몸인 것이다. 다시 노우원자 야영지에서 식사를 마친 다음, 다음 숙영지인 과도영으로 향했다.
O 보통 4~5시간 걸리는 3~4㎞거리이나 고도가 가파르다. 과도영까지는 짧은 거리이지만 급경사인 지역이다. 힘이 많이 드는 것 같으나 다 함께 담소하며 걸으니 힘이 들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도착해서 보니 머리가 띵하다. 고도가 4,300m정도에 위치한 곳이다. 이제는 이곳에서 숙영하며 내일 이른 시간에 정상을 향하여 몸을 다지는 곳이다. 등산을 하는 동안 몸이 이상이 없었지만 숙영지에 도착하니 힘이 갑자기 쭉 빠지고 있었다. 저녁 식사를 해보니 넘어 가질 않는다. 울렁거린다. 텐트에서 누워서 내일을 생각할 여유가 없다. 꼼짝하기 싫다. 내 몸이 무기력증에 빠져들고 있었다. 누워있는 동안 내일 정상에 올라가는 것을 포기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O 그래도 동료애는 있었다. 강운석, 김경환 동료 등이 약과 따뜻한 물을 계속 주었다. 매우 고마웠다. 나는 정상 올라가는 것을 포기할 것이라고 고지한 상태다. 따뜻한 침낭 속에서 땀이 흐르고 있다. 밤새 잠을 청할 수가 없다. 자다가 밖을 나와 보니 아직도 내 몸이 말이 아니다. 조금은 나아진 것 같으나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평소 몸 관리를 하지 않은 탓이다. 몸살기가 있었는데 무리하게 이곳에 와서 보니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언제 이곳을 다시 온단 말인가. 다시 힘을 내어 어제 꾸리지 않은 배낭을 꺼내 가벼운 짐을 꾸리고 있었다. 아이젠, 헤드랜턴 등 가지고 왔지만 만사가 귀찮아서 있는 그대로 배낭만 가지고 정상을 향해 올라간 셈이다.
O 03;00 기상소리와 함께 가벼운 죽을 먹고 어두운 밤하늘을 벗을 삼아 앞사람만 보고 따라 정상을 향했다. 과연 내가 정상을 밟을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하며 힘을 내었다. 그러던 중 우리 일행 중 정상을 포기하는 이가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도 나와 같이 두려움과 억지로 정상을 향하고 있는 이가 대다수였다. 한 발자국 올라가는 정상을 향하는 능선에 와 있었다. 어슴푸레한 어둠속에서 쓰구냥산 고봉은 우리를 맞고 있었다.
O 만년설을 한 걸음 한 걸음 정상을 향하는 우리 멤버들의 힘을 느끼고 있었다. 고통과 의지와의 싸움에서 우리는 정상을 밟을 수가 있었다. 정상에서 사진을 찍고 다 같이 정상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우리는 해냈다. 어려움을 뒤로 하고 다같이 힘을 합치면 어떠한 경우라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행운아들이다. 왜냐하면 고봉의 날씨는 항상 예측이 어려운 지역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맑은 날씨를 주었다. 내려오던 중 가이드가 갑자기 눈에 미끄러져 아래로 향하고 있었다. 절체절명한 순간이었다. 눈이 얼어있고 산이 가파러 순간적으로 미끄러졌던 것이다. 미끄러지던 중 바위가 있어 절벽 입구에서 멈추어져 있어 다행이었다. 순간의 방심이 큰 화를 맞을 뻔한 순간을 목격한 것이다. 항상 고산 및 산행을 할시 준비가 철저하다고 할 것이다. 인간은 자연 앞에 아주 미미한 존재인 것이다.
O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야영지인 과도영에 도착했다. 우리들이 타고 갈 말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짐은 짐대로 싣고 각자는 말에 올라타고 3시간 이상 우리가 올랐던 중턱 길을 뒤로 한 채로 주변을 감상하면서 내려오고 있었다. 엉덩이가 매우 아프다. 숙련이 덜 된 탓이다. 일륭까지 내려오니 과연 내가 저산을 정복했단 말인가. 자부심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이것은 우리 대원들이 다 함께 힘을 합쳐 이루 낸 쾌거인 것이다.
O 호텔에 와서 휴식을 취하고 나서 마부대장이 우리를 위해 양고기 바비큐를 대접한단다. 버스를 타고 마부대장 집으로 가니 양고기가 숯불에 익고 있었다. 현지 처자들이 우리들 환영한다는 스카프를 하나씩 걸어 주었다. 그리고 같이 춤을 추었다. 춤과 노래가 끝나고 양고기를 안주삼아 술을 즐겼다. 현지에서 뜻있는 행사였고 하나의 이벤트가 되었다. 현지 사람과 접촉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곳은 우리와 좀 같다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모양새도 우리가 거의 같아 보였다.
(쓰구냥산 정상에서 : 쓰구냥산 정상의 여명)
O 이곳 사람들은 장족으로 고산족이었다. 아 쉬움을 뒤로 하고 헤어졌다.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함 그 자체였다.
숙소인 호텔에 와서 가벼운 술을 즐기고 내일을 기약하고 있었다. 편안한 밤이었다.
▶ 네 째날 2006. 6. 26(월)
○ 일찍 일어났다. 오늘은 스위스와 우리와의 월드컵경기 결과를 보려고 TV를 켰으나 2:1로 진 경기를 보았다. 아쉽다. 마음이 무덤덤한 느낌이다. 이겨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깨진 것이다. 그러나 몸은 개운하다. 이국땅에서 우리는 해냈다. 자랑스럽다. 일찍 짐을 챙겨 버스에 올라탔다. 다시 파랑새고개를 향해 버스는 계속하여 산을 넘고 있었다. 날이 맑아 고봉이 하늘아래 저곳까지 보였다. 올 때처럼 안개도 피지 않았다. 굽이 굽이 오르고 있는 우리는 중국의 고산은 굉장하구나 하는 느낌을 받을 수가 있었다. 좋은 추억을 뒤로 하고 와룡 자연보호구역으로 향했다.
▶ 와룡자연보호지구
성도의 서북지구에서 사천분지와 청장고원으로 이어지는 자연보호구인 성도에서 서쪽으로 100㎞지점에 위치한 지역이다. 이곳에는 야생팬더곰이 서식하고 있으며 팬더곰의 고향이라고 알려져 있다. 또한 이곳에는 희귀동물과 400여종의 야생동물, 아열대식물부터 한대식물에 이르기까지 약 4000여종의 수목의 보고로도 유명하다. 1963년 중국최초로 야생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1980년에 연합국 교재의 생물보호구역으로 등록되었으며 세계 야생생물기금연합회가 중국 팬더연구센터를 설립해 지금까지도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와룡에서 점식을 마치고 팬더곰 동물원을 견학하고 성도로 향했다. 성도에서 시간이 남아 무후사(武侯祠)를 가보기로 하였다.
▶ 무후사
○ 무후사는 중국 3세기를 풍미한 유비와 장비 관우 등 촉나라의 여러 명자을 거느린 전설의 전략가, 제갈공명 그 제갈량을 기리기 위해 서진 영안 원년에 만들어진 사당이다. 무후사의 이름은 제갈량이 죽은 후의 시호인 충무후에서 유래되었다. 경내로 들어가면 유비전과 제갈량 전, 촉한의 문. 무관 28위의 동상 및 제갈고라 칭해지는 북, 동고 등의 문화재가 보관되어 있다. 유비전은 정문으로 들어가 최초의 건물인데 황금의 유비상이 안치되어 있고 벽에는 공명의 정치, 군사상의 전략사항으로 유명한 융중대의 액자가 걸려있다. 관우, 장비 등의 문. 무관 28인의 상은 옆 동에 있고 벽에는 그들의 문장과 업적을 기리는 액자와 연이 전시되어 있다.
O 제갈고는 공명이 남쪽을 정벌하면서 만든 것으로 낮에는 그것으로 밥을 짓고 밤에는 경보를 발했다고 한다. 무후사 뒤편에는 유비의 묘인 혜릉과 문장, 서법, 석각에 모두 뛰어나 삼절로 꼽힌 당비가 있다. 무후사는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삼국시대의 사당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대략 6세기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되며 현재 존재하는 무후사는 청대 강희 11년에 중건된 것이다. 일설에 의하면 중국 문화혁명때 모든 것이 소실되어 현재는 다시 복원된 것이라 한다.
(삼국지에서 나오는 유비,제갈량의 사당의 무후사 입구)
○ 무후사를 보고나서 중국 성도에서 사천요리로 유명한 전문집으로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이곳은 기존 지역에서 맛 본 것과는 다르게 우리입맛에 맞는 음식이 나왔다. 다시 발 마사지하는 곳에서 마사지를 끝내고 성도공항으로 향했다. 24:00가까이 되는 시간이다. 우리를 안내한 현재 가이드와 이별할 시간이다.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공항에서 현지 가이드가 폭력을 당했다. 원인은 우리민족끼리 물건을 팔아먹으려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타국에서도 우리는 왜 살벌할까 왜 뭉치지 못할까 아쉬움이 남는다. 성도 공항은 어둡다. 어둠을 뒤로하고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Ⅴ. 여행후기
○ 5박7일 일정이 모두 끝나고 있는 순간이다. 모두 고생이 많았다. 다음을 기약하면서 평상의 일상생활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이번 여행이 뜻있는 계기가 되는 여행이었으면 한다. 우리 주봉식구의 무궁한 발전을 빌고 싶다. 이번 여행일정에 있어 주봉산악회 팀은 11명과 현지 가이드 및 같이 출장한 박성종 가이드와 5박 7일간 함께한 시간과 일정이 모두 추억을 남긴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생각됩니다. 이번 여행 중 보고 느끼는 것들을 카메라로 찍고 가슴에 담아 두었기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지나온 사진들을 한 장 한 장 보면서 함께한 여행을 한 것은 두고두고 생각에 젖어들게 만들 것입니다.
O 성도에서 와룡, 일륭, 쓰구냥산에서 중국의 자연을 배우면서 보고, 듣고 많은 것을 남긴 여행이라고 생각되었고, 중국을 우리와 비쳐볼 때 중국은 무궁한 발전이 예상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것을 거울삼아 우리의 앞날을 생각하면서 이번 여행은 주봉여러분과 함께 한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주봉산악회 회원은 이번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이사회에서 분발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여행이 계속되기를 빌며 회원여러분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나름대로 쓴 졸필이 나서기가 부끄럽습니다.
-- 감사합니다. --
※ 참고 사항
○ 본 글의 일부는 티․엔․시 여행사 및 인터넷 자료에서 발췌한 것임을 알려드립니다
첫댓글 감자바우님 산행후기 잘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등정하는 기분이 되었고요. 바쁘신데 기록하여 산행후기까지 작성하시느라 고생하셨으며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박대식 선생님 산행후기 잘 보았습니다. 저두 다시 한번 쓰구냥의 산자락을 밟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자료정리도 너무 깔끔하게 하셔서 다음에 가시는 팀께 원본 그대로 보내드리고 싶은 마음입니다. 산행후기 작성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쓰구냥산 등정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진을 보니 젊고 활기넘치는 건강한 모습의 회원들이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