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하며
한 시대와 그 존재의 조그만 의미가 되고자 했던
우리 영은 교회공동체는
우격다짐의 강제 재개발의 폭력에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쫓겨나
그 역사적 사명을 끝내고
스스로 웅크리고 번데기가 되어 지내다가
오늘 비로소 등이 쪼개지고
고통이 날개가 되어
초여름 푸른 하늘을 날아
새로운 공동체로 거듭났다
풀과 나무 벌레와 곤충들
온갖 지저귀는 새들과 작은 짐승들 함께 하는
숲속 교회공동체로 부활했다
한 그릇의 밥이 필요한 시대에서
한 시간의 쉴 곳이 절실한 현실로 바뀐 사회
그 사회에 필요한 공동체가 되기 위해
우리는 인간이 덧칠하고 붙여 만든 것들을 걷어내고
하나님이 처음 만든 그 원형
자연 속으로 들어가기로 했다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그러기로 했다
우리의 숲속 나라는 태능 사거리에서 한 시간 거리
거기서 안으로 가면 기껏해야
한강 건너 영등포 어디나 강남 어디쯤일 텐데
이렇게 방향은 목적을 규정한다
첫 날이라 많이들 모였다
신기하다며 구경삼아 목사님 동네
술친구 아저씨들까지 우루루 따라와
마흔도 넘는 듯했다
산 속이라 비구름 엉키며 때론 빗발 지나기도 하고
더 맑게 햇살 반짝이기도 했지만
산벚나무 산뽕나무 버찌며 오디며
숨죽이며 익어가는 그늘 아래로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처럼 밝은 빛이었다
아 저게 본얼굴인가 싶었다
건물 없는 교회에서 예배를 드렸다
이름 모를 새소리 함께 하며
성가대 노래는 더욱 은혜스러웠고
목사님 설교는 빗소리 바람소리가 도와주어
알 수 없는 신비로움에 싸인 듯했다
교인들은 서로를 돌아보았다
망초 개망초 질경이 명아주
돼지비름 쇠비름 개비름 참비름 고들빼기 왕고들빼기
온갖 풀들 우쭐우쭐 곁에 같이 앉고 서서
목사님 설교를 듣고 있었다
아니 저 계곡 지나 우람한 산봉우리뿐만 아니라
온갖 나무들 풀들 벌레들 새들 짐승들
모두가 목사님이었다
상가에 세 들어 살 때
서울에서 가장 작은 교회가
그 작은 것 버리자
가장 큰 교회 되었다
첫댓글 우주법계 두두물물이 청정법신이요 산하대지가 팔만사천 장광설이란 말씀같군요
드디어 첫번 야외 예배를 드리셨군요....울타리 담장 없는 가장 큰 교회, 그렇네요....예수님의 산상교훈이 연상돼요.
언제한번 하늘이 교회지붕이고 땅이 성전 바닥인 영은교회에서 함께 드리고 싶네요. 낮은뫼 교인들을 모두 모아서...
좋으신 제안입니다. 부근에 좋은 산도 있고 온천도 있어요. 점심은 교회서 줘요. 날 잡아 봅시다.
기대됩니다.
점심 메뉴 좋을때 가야쥐....불자도 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