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진 동시집 『달콤 열매』 (아침마중, 2016)을 읽고
전남 고흥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 교육대학원을 졸업하였고, 아동문예 동시추천과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활동을 시작한 정혜진 선생님의 동시집이다.
20권이 넘는 동시집과 동화집을 출간했고, 한정동아동문학상, 대한아동문학상, 세종문학상, 전라남도문화상, 눈높이교육상 등을 받았고, 초등 국어교과서와 음악교과서에 동시가 실렸다. 2022년에 출간한 [우리 곁엔 병원이 있어]로 한국아동문학상과 우수도서에 선정되었다.
[머리글]에서
"마음은 이렇게 어떤 대상에 대해 반응하기를 좋아합니다. 이런 칭찬이나 반응은 다리 덕분입니다. 사물과 나의 사이를 이어주는 마음이 다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자연을 보는 눈이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무한히 펼칠 수 있는 상상의 세계...... 이 모든 것은 마음의 다리가 우리에게 주는 고마운 선물이지요."라고 적었다.
직접 텃밭을 가꾸며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작가의 자연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사랑스러운 동시집이다. 책을 펼치면 예쁜 그림들과 함께 따뜻한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아빠는 가을 길을 쓸어 멋진 이야기 길을 만들어 주고, 앞마당에 치자나무엔 포로롱 참새가 날아와 아이에게 살아있는 장난감이 되어주고, 매일 산책하러 나가는 만연산 호수공원은 물속 정거장이 된다.
그는 매일 산책하고 텃밭에서 꽃과 채소들을 기르느라 시간이 없다고 말한다. 해마다 말없이 동시집이나 동화집이 뚝딱뚝딱 출간되는 것을 보면, 산책하는 시간에 텃밭에서 흙을 만지는 시간에 자연들과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것이 분명한 내용들이다.
주말마다 손주들을 돌보는 소소한 기쁨과 일상이 맞닿아 있는 동시들이 많다. 텃밭 가꾸기와 독서 및 글쓰기와 놀이로 즐겁게 생활하고 있는 것처럼 유난히 가족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가족 사랑에 관한 시들이 많다. 또한, 이번 동시집에는 꽃과 채소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자연스럽게 꽃과 식물 그림이 많으니 시를 읽으면서도 마음이 편하고 따뜻해진다. 텃밭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많기 때문에 꽃과 채소를 살피고 사랑하는 시간도 많았을 것이다. 그런 시간이 모두 동시로 탄생하였다는 것에 감탄할 뿐이다.
꽃 가슴에 앉아
봄볕 따스한 날
텃밭이랑 사이에서
겹겹으로 노랗게 핀 민들레꽃
꽃 가슴에 살짝 앉아
팔랑팔랑
숨 고르기 하는 나비
가만가만
소곤소곤
무슨 말을
저리도 다정하게
속삭이고 있을까?
― 「꽃 가슴에 앉아」 전문
첫 번째 시로 올린 작품이다. 텃밭의 이랑마다 줄줄이 피어 있는 민들레꽃 위에 나비가 앉아서 팔랑거리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상상해 본다. 작가는 나비가 꽃 위에 앉은 모습을 “꽃 가슴에 앉아”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그 모습을 미소 지으며 지켜보고 서 있는 작가의 다정한 모습도 상상해 본다.
특별히 외출할 일이 없으면 호수공원으로 운동가는 일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빼먹지 않는다는 그는 별빛을 보며 밤 산책을 하기도 해서 별에 관한 동시들도 있다. 별과 꽃과 가족과 친구, 자연의 이야기가 버무려져 정말 달콤한 열매를 안겨 준 동시집이다. 이 동시집으로 한국불교아동문학상을 수상했다.
[감상을 돕는 글]에서(147P) 아동문학가이신 문삼석 선생님은 “어린이 사랑의 여러 빛깔”이라는 제목의 글을 써 주셨다.
“자연과 우주에 숨어 있는 비밀을 캐내어 놀라운 사실들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가 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문명사회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돌아보게 합니다. 때로는 우리들을 어렵게 하는 문제들이 닥칠 때 이를 외면하지 않고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들려주기도 하고, 사람들이 안고 사는 마음속의 문을 들여다보게 하면서, 벽과 길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보게도 합니다.”라고 쓰셨다.
글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듯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동시집을 읽으면서 작가의 가슴에서 풍겨 나오는 가족과 꽃과 별과 자연사랑으로 넘쳐나는 넉넉하고 다정한 마음들도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첫댓글 쉽게 쓰는 詩처럼 물흐르듯이 생각의 보따리가 늘 오픈 되어 있는듯이~~~
회장님의 작품은 근방 다가섭니다!!
회장님 작품엔 다정하고 따뜻함이 있지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