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접어두었던 서해안으로 다시 돌아왔다.
그 첫 대상이 가로림만의 바다 갈라짐으로 이름을 올린 웅도를 택하여 물때를 확인한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남부터미널에서 타는 서산行 첫차에는 반 이상의 자리가 메워졌다.
한서대학교와 해미읍을 경유하는 탓이리라.
도비도로 함께 바지락을 캐러 가자는 서산 아가씨(?)의 은근한 유혹을 뿌리치고
서산버스터미널 15번 홈에서 하루 여섯 번만 운행하는 벌말行 231번 시내버스를 타고 웅도로 향했는데
그 흔한 안내방송이 없어 갑갑한데도 잘도 타고 쉽게들 내린다.
서산에서는 시끄러운 안내가 없더라도 다들 지가 알아서 다 한다는 당연한 표정들이다.
어쩌다 들리는 길손은 내 알바 아니라는 투로
전광판에는 부질없는 광고만이 반복하여 고집을 부릴 뿐이다.
답답한 사람이 통사정으로 기사양반에게 웅도입구에서 내려줄 것을 부탁했는데
덜커덩 차를 세우고는 말없이 알아서 내리라는 눈짓이다.
충청도에 왔으니 충청도 법을 따를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웅도는 자연스럽게 거기 그냥 곰처럼 웅크리고 이방인을 받아들였다.
모세의 기적도 자연현상이고 낯선 이가 들리는 것도 자유란다.
널브러진 갯벌에는 인적도 없이 보이는 그대로 온 몸을 들어내며 마음껏 볼만큼만 보란다.
시멘트로 구겨놓은 바다 갈라짐은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폭인데
150여명의 원주민 아닌 섬사람들이 연륙교를 놓아 불편함을 해소해 달라고 탄원중이란다.
여기도 다리로 불편함이 해소되면 언젠가는 자연스러움이 사라져 가리라.
<웅도민박>
웅도에는 그 흔한 펜션도 보이지 않고 섬 입구에 웅도민박이라는 민박집 하나가 동그마니 자리하고
1학년이 없는 대산초교 웅도분교가 숲속을 차지하고 한가롭게 길손을 맞이할 뿐이다.
개~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섬애기 울음소리가 분교를 찾기도 전에 폐교나 되지 않을지-------
<웅도분교>
체험마을까지 가보려던 생각을 돌려 적당한 숲속의 그늘막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눈에 띄던 고사리 흔적을 확인하고자 주위를 둘러보니
가뭄에도 통통하게 살이 오른 고사리가 틈틈이 손길이 지나간 뒤인데도 듬성듬성 눈으로 다가왔다.
웅크린 곰섬이 주는 반가운 선물로 받아들이고 주섬주섬 따다보니 어느새 한 웅큼이 되었다.
더 이상의 욕심을 부리다가는 저녁 물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정해진 차편을 이용할 수도 없어
이쯤에서 타협(?)하기로 하니 되돌아서는 발걸음이 오히려 가벼워졌다.
<웅도 원경>
웅도는 내세울 게 없어 더 자연스러운지도 모르겠다.
첫댓글 "도비도"로 바지락 함께 캐자는 아가씨(?)의 유혹도 뿌리치고,혼자만의 "웅도"기행을 하는것을 보니,
이젠 득도한 고승 같습니다.덕분에 곰섬 구경 잘했네요!
정말로 우야면 그 경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