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나라 때 ‘두덕원’이라는 관리가 있었습니다.
그는 젊은 시절 양주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그곳으로 길을 떠나게 되었지요.
어느 날은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너는데, 강변에 한 남자가 우두커니 서 있더랍니다.
키가 무척 크고, 초췌한 얼굴에 인상이 음침한 남자였다고 해요.
‘아, 저 사람이 배를 타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저러고 있구나.’
두덕원은 그 남자에게 불쌍한 마음이 들어 사공에게 돈을 주고 남자를 타게 했습니다.
그 덕분에 배를 탈 수 있게 된 이 남자는 약간 당황했대요.
그 남자는 두덕원 옆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두덕원이 뱃삯을 대신 내주었는데도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앉아만 있는 것이었어요. 두덕원은 이 납자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뱃길을 따라 가던 중 두덕원은 배가 고파 싸가지고 온 주먹밥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옆자리에 배에 태운 남자가 있다보니 혼자 먹기가 미안해서 주먹밥을 떼어 남자에게 권했습니다. 두덕원 덕분에 주먹밥을 먹게 된 그 남자는 이번에도 약간 당황하면서 주먹밥을 받아먹더래요. 하지만 이번에도 고맙다는 말은 전혀 하지 않고 그냥 가만히 있더랍니다.
또 다시 두덕원은 이 남자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요.
나룻배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두덕원은 말을 타고 다시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뭔가 뒤통수가 따끔따끔하더래요.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보니 아까 그 키 크고 음침한 남자가 멀리서 따라오고 있더랍니다.
두덕원은 그 남자에게 뭔가 사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그 남자를 불러 정체를 물었습니다.
“저는 저승사자입니다. 양주에서 두덕원이라는 사람을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입니다.” 두덕원은 깜짝 놀랐습니다.
양주에 도착하면 이 저승사자가 자기를 저승으로 데려갈 것이기 때문이지요.
덜컥 겁이 난 두덕원은 바로 말에서 내려 저승사자에게 살려 달라고 애원했습니다.
그러자 저승사자가 이렇게 대답합니다.
“명부에 올라와 있는 사람을 데려가지 않을 순 없습니다. 하지만 나리께서 저를 대신해 배삯도 내주시고, 주먹밥도 주셨지요. 저도 나리께서 베푸신 은덕에 보답하고 싶으니 방법을 하나 알려 드리겠습니다. 오늘은 일단 제가 물러날 테니 다시 나리를 데리러 올 때까지 『금강경』 을 천 번 읽으시기 바랍니다. 그럼 살길이 생길 것입니다. 다만 시간이 많이 드릴 수는 없습니다. 서두르십시오.”
저승사자는 이 말을 마치고 휙 사라졌습니다.
두덕원은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했겠지요.
어쨌든 양주에 도착한 두덕원은 바로『금강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목숨이 걸려 있으니 하루 종일 미친 듯이 읽고, 읽고, 또 읽었지요.
한 달하고 조금 더 지났을 때 마침내 두덕원은 천 번 읽기를 채웠습니다.
그러고 나니 저승사자가 다시 찾아오더랍니다.
“이제 저승으로 가실 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리는 『금강경』 을 천 번이나 읽었으니 염라대왕님을 만나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저승사자는 두덕원을 데리고 저승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두덕원은 엄하게 생긴 염라대왕이 높은 자리에 위엄 있게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두려운 마음이 들었지요. 그러나 두덕원을 본 염라대왕이 자리에서 일어나 밑으로 내려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염라대왕은 두덕원에게 공손하게 절하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금강경』을 천 번이나 읽으신 분을 뵙게 되어 너무도 영광입니다. 선생은『금강경』을 읽으면서 큰 복을 지어 수명이 늘어났으니 여기에 계실 필요가 없습니다. 지상으로 다시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해서 두덕원은 저승사자와 함께 다시 지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가 생각하기에 염라대왕을 만난 것은 잠깐 동안의 일이었던 것 같은데 지상의 시간으로는 벌써 하루가 지나가 있더랍니다.
저승사자는 다음과 같은 말을 두덕원에게 남기고 저승으로 돌아갔답니다.
“나리의 수명은 64세로 늘어났으니 그때 다시 데리러 오겠습니다.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 태어나실 것이니 두려워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그 후로 두덕원은 청렴결백한 관리로 백성을 위한 좋은 정치를 펼치면서 복을 많이 지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정말 64세에 아주 편안하게 세상을 떠났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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