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2년 기공된 경의선은 1906년 청천강과 대동강 철교가 준공되면서 전구간 개통을 이루었다. 1908년에는 신의주와 부산을 잇는 한국 최초 급행열차가 운행되기 시작했다. 경의선은 1911년 압록강 철교 완공으로 유럽까지 이어지는 국제 철도 노선의 당당한 일부가 되었다. 경의선은 광복 후 남북 분단 상황에서도 열차를 계속 운행했지만 한국 전쟁이 발발하면서 남북을 오가는 철도는 끊기고 말았다.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북간 철도를 연결하는 계기가 되었다. 2000년 9월 18일 경의선 연결 공사 기공식이 임진각에서 열렸고, 한 해 남짓 지나 문산역∼임진강역 구간이 복원되었다. 2002년 9월 18일에는 군사 분계선(DMZ) 구간 공사가 착공되었고, 석 달 보름쯤 후 대한민국 측 구간 공사가 완료되었다.
드디어 2007년 대한민국 문산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판문역을 잇는 개성공단 전용 화물열차가 정기 운행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이후 남북 관계가 악화된 이래 경의선으로 남북을 오가는 기차는 “철마는 달리고 싶다!”를 부르짖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2016년 9월 18일 소설가 이호철이 세상을 떠났다. 이호철의 소설 중 단편에 <판문점>이 있다. 통신사 기자인 진수는 오늘 처음으로 판문점을 방문한다. 외국 기자들 틈에 끼여 판문점을 가는 길에 그는 내내 김장감을 감추지 못한다. 판문점에서는 납북 어부 송환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판문점에서 진수는 북한 여기자와 묘한 밀고당기기를 하게 된다. 그녀는 쌔근쌔근 숨을 몰아쉬면서 “이북 가시죠? 네? 이북 가시죠?”라고 하였고, 진수도 나름대로 설득시켜서 남으로 데려와 보려고 하였다. 물론 둘은 그러다가 각각 남과 북으로 헤어진다.
진수는 한 2백년쯤 뒤 판문점의 고어가 ‘板門店’이 되리라는 우스운 생각에 빠진다. 그리고 백과사전에 실릴 판문점에 대한 내용들을 떠올려 본다. ‘판문점은 이 나라 북위 38도 선상 근처에 있었던 해괴망측한 잡물로 기억될 것이고, 민족의 에너지를 쓸데없이 좀먹는 곳이라 여겨지겠지….’
한참 전에 판문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소설의 진수처럼 나도 묘한 긴장감을 느꼈었다. 북한 군인들이 오가는 모습은 생생한 분단의 실감을 안겨주었다. 분단경계선 실물 철조망을 끊어서 만든 기념품을 사서 안고 돌아왔다. 그것은 지금도 집에 모셔져 있다. 빨리 통일이 되어야 그것이 ‘진짜’ 기념품이 될 터인데…. (*)
이 글은 현진건학교가 펴내는 월간 '빼앗긴 고향'에 수록하기 위해 쓴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투고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