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은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고 했다.시작은 언젠가는 끝으로 이어지기 마 련이다.그러나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끝은 그냥 끝일 수도 있다.올 시즌 천신 만고끝에 마지막 기회를 잡은 선수들은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지 못하면 찬 바람이 부는 가을 그라운드 밖으로 내몰리게 된다.
한화 지연규 김정수,해태 안희봉,LG 박봉수 심성보가 바로 그런 위기의 남 자들이다.한때는 이름 꽤나 날리는 선수로 팬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이제는 스프링캠프에서 선수생활의 마지막 끝자락을 잡고 자신과의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지연규-신인같은 떨리는 마음으로 지난 97년 ‘먹튀’라는 꼬리표를 달고 은퇴했다가 공개테스트를 통해 만 3년만에 그라운드로 돌아왔다.92년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프로야구 역대 최고 의 우완투수로 평가받는 이나오 가즈히사로부터 칭찬을 받고서 잔뜩 힘이 들 어간 피칭을 하다 어깨를 망가뜨려 피지도 못하고 시들었다.길고 긴 휴식으 로 어깨를 치유하고 다시 마운드에 섰다.최근 팀 자체평가전에서 147㎞의 강 속구를 뿌려 한화 이광환 감독의 마음을 뭉개구름처럼 두둥실 띄웠다.현재까 지는 어깨 통증없이 던지고 있지만 언제 다시 부상의 악령이 덮칠지 몰라 조 심하고 있다..
●안희봉-녹슨 거포를 닦고 기름치고 조이고 현대가 홈런타자로 키우기 위해 무던히 참고 기다렸지만 끝내 기대를 저버 렸다.고교 3년때 교통사고로 무릎을 다쳐 마음껏 방망이를 돌리지 못했다.수 술까지 받았지만 완쾌되지 않았다.무릎만 괜찮았더라면 안희봉은 심정수나 박재홍과 같은 홈런타자로 성장했을거라는 게 현대 김재박 감독의 평가였다. 현대는 그의 방망이가 살아날 희망이 보이지 않자 자유계약선수로 풀어 그가 해태에서 최후의 승부를 걸 수 있도록 해줬다.불행중 다행으로 해태 1루에 는 이렇다할 경쟁자들이 없다.시즌 개막전에 주전 1루수로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오지 않을 것임을 잘 알고 있는 그 다.
●박봉수-고국의 품보다 따뜻한 곳은 없다 재일동포 3세로 8세 때 한국으로 건너와 휘문고,고려대를 거친 뒤 주니치 드래건스에 드래프트로 입단했지만 일본프로야구의 벽은 높았다.초등학교 때 서툰 발음때문에 놀림을 받았던 그는 주니치에서도 외국인취급을 받아 항상 주변인으로 머물렀다.주니치의 방출 통보를 받고 방황하다 다시 고국의 품 에 안겼다.LG가 그에게 최후의 기회를 제공했다.수비폭이 넓고 송구능력도 괜찮아 1루수에서 외야수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김정수-마지막 불꽃을 태우리 해태시절 가을만되면 펄펄 날았다.애칭이 ‘가을 까치’였다.한국시리즈 최다승(7승)과 최다출장(19경기) 기록 보유자다.그러나 올해로 39세인 그의 피칭에서는 예전의 날카로움을 찾아볼 수 없다.그에게 선수생명 연장의 꿈을 실현시켜준 것은 풍부한 경험과 좌완이라는 잇점.한화 코칭스태프는 좌완 셋업맨으로 활용할 작정이다.승부처에서 좌타자 1∼2명을 잡아내지 못하면 더이상 프로야구에 발붙일 수 없다.
●심성보-더이상의 추락은 없다
아마추어시절 국가대표 4번타자로 활약했고 쌍방울소속이었을 때만 해도 팀의 중심타선의 한축을 맡았다.좌타자로 필요할 때 곧잘 날카롭게 방망이를 돌렸다.당뇨병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SK에서 허송세월하다 지난해말 자유계 약선수로 풀렸다.예전의 ‘사부’ 김성근 LG 2군 감독과의 인연을 끈으로 트 윈스 유니폼을 입었다.오키나와에서 재기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당뇨병은 음 식조절과 몸관리를 잘 해야 다스릴 수 있다.방망이와의 싸움을 하기 전에 당 뇨병을 제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