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가 고기를 먹어도 되나요?”
대장암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자주 듣는 질문이다. 어떤 환자들은 ‘돼지고기를 먹으면 암이 빨리 퍼진다’는 등 의학적으로 전혀 근거 없는 음식에 대한 속설을 굳게 믿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음식조절을 통한 민간요법을 우선하다가 항암 치료시기를 잃고 병을 더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다.
‘대장암은 수술 하면 퍼진다’, ‘수술하면 장루(정상적인 배설에 문제가 생겼을 때 배에 구멍을 내 만든 인공항문)를 하게 된다’ 등 잘못된 의학 정보로 인해 환자치료에 심각한 결과를 가져 오기도 한다. 대장암에 관해 잘못 알려진 상식(?)들을 통해 정확한 의학지식을 알아보자.
1. 대장암 수술 후 고기는 전혀 먹지 말아야 한다?
많은 대장암 환자들이 육류를 술, 담배와 함께 대표적인 기피식품으로 알고 평소 고기를 즐겨 먹던 사람도 대장암 진단 후에는 고기를 피하는 경우가 많다. 암 환자가 고기를 먹으면 암세포가 퍼진다는 잘못된 의학 상식 때문이다.
하지만 육류가 대장암 세포의 성장을 촉진시킨다는 대규모의 임상연구는 보고된 바 없다. 오히려 복합 항암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 대장암 환자는 기본 체력유지를 위해 육류 섭취가 필수적이다. 고른 영양섭취는 오히려 백혈구 감소를 완화시켜 항암치료에 도움이 된다.
대장암 환자 중에는 채소가 항암작용에 좋다는 이야기를 듣고 채소만을 먹는 사람들이 많다. 야채가 몸에 좋고 암 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진단받은 대장암의 치료제가 될 수는 없다. 특히 체력적 소모가 요구되는 항암 치료 과정에서 채소만 먹으면 체력 저하로 항암치료를 중단해야 하거나 통증악화 등으로 항암치료에 실패하는 경우도 많다.
2. 암은 수술하면 퍼진다?
암 수술은 암 덩어리를 제거하고 암세포가 다른 부위에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므로 ‘수술을 하면 병이 퍼진다’는 말은 잘못된 것이다.
암 수술 전 미리 암이 퍼진 정도를 알기 위해 복부전산화 단층촬영, 자기공명 촬영 등을 통해 병의 진행상태를 평가한다. 수술은 암과 전이된 부위까지 가능한 모두 제거를 하며 대장이 막혀 있는 경우에는 다 제거하지 못하더라도 일부 암을 제거해 증상 및 통증을 완화시킨다.
3. 대장암 수술을 하면 장루를 하게 된다?
대개의 대장직장암은 장루 없이 수술을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장폐색(장이 막혀 있어 장이 부어 있는 경우)의 경우, 일시적 장루를 만들었다가 부기가 가라 않은 후에 복원수술을 했다. 하지만 요즘은 수술 중 대장을 세척해 한번에 수술하므로 장루를 시행하는 예가 흔치 않다.
대장이 막혀서 아주 부기가 심하거나 복막염, 너무 항문에 근접한 진행된 직장암인 경우 항문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수술전 항암 요법과 방사선치료 등으로 암의 크기 등을 줄여놓기 때문에 가능한 항문을 절제하지 않고 수술하게 된다.
4. 간이나 폐 등에 암이 퍼지면 치료방법이 없다?
대장, 직장암은 수술 후 약 70%에서 2년 내에 재발하는데 수술 후 주기적인 검사 및 추적이 중요하며, 재발하더라도 조기에 찾는 것이 치료율을 높이므로 중요하다.
전이는 수술 근처에 나타나는 국소재발, 간, 폐, 뼈 등에 전이되는 원격전이와 국소 및 전신 재발이 같이 오는 형태가 있다. 그러나 원격전이 즉 간에 전이가 있는 경우 수술로써 간 절제가 가장 확실한 방법이고 초음파를 이용한 암덩어리를 괴사시키는 방법 및 항암제를 투여하는 방법 등이 있다. 최악의 경우 전이가 심해 절제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항암제 투여 등으로 암의 크기와 수를 줄인뒤 수술하면 환자한테 도움을 줄 수 있다.
치료하지 않은 경우 수개월 정도의 생존을 기대 할 수 있는 반면 간 절제 수술을 하는 경우 5년 생존율이 약 25~30% 이상 보고되고 있다. 페 전이 또한 수술할 경우 5년 생존율이 25~40% 정도여서 병을 고칠 기회가 일반인들의 생각보다는 높은 편이다. 또 간과 폐에 동반 전이가 있더라도 대장, 직장암인 경우에는 절제하면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치료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5. 대장직장암은 모두 개복수술을 크게 해야 한다?
대장 및 직장암의 전단계인 용종이나 아주 초기의 대장 및 직장암을 제거할 경우에는 내시경적 절제만으로도 충분하다. 또 직장암 초기에는 배를 절개하지 않고 항문을 통해 암이 있는 부위를 넓게 도려내는 국소절제를 시행할 수 있다.
조기 직장암의 경우 배를 열고 수술한 경우와 국소 절제술은 완치율에서도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6. 치핵(질)이 대장직장암으로 될 수 있다?
치핵 조직은 항문 근처의 혈관 조직 덩어리 등이 변성돼 조직이 늘어나면서 생기는 것이고 암과는 관계가 없다. 다만 치핵(치질)이 대장, 직장암과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으므로, 항문 출혈이 나타나거나 대변보는 습관이 갑자기 바뀌는 등 대장 직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이 나타나면 반드시 전문의의 정밀 진단을 받아야 한다.
7. 대장암은 수술 후 반드시 항암치료를 해야 한다?
수술 후 모든 환자가 항암치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암이 임파선까지 퍼진 임상 3기 이상이나 재발 위험이 높은 임상 2기 환자의 경우에만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요하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된 대장암은 수술 후 항암치료가 필요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현대의학의 발달과 항암치료, 방사선치료 기술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대장암을 완치시키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수술이다. 수술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오히려 대장암이 조기에 발견되었다는 것 일 수 있으며 완치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8. 대장암은 치료되지 않는다
일반에 퍼진 잘못된 상식이 암을 치료도 하기 전에 포기하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대장암은 조기 발견될 경우 수술, 항암치료, 방사선 치료를 통해 완치되는 경우가 많다. 과거에 치료가 불가능했던 여러 암들도 새로운 치료 약제들이 많이 개발되면서 치료가 가능해진 경우가 많다.
설령 암이 말기에 발견됐다 하더라도 항암치료를 통해 생명 연장과 통증 완화 등 현대의학을 통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사망 시까지 편안한 생활을 유지하는데 있어서도 치료는 꼭 필요하다.
/일산병원 대장직장암치료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