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2년 넘게 세상이 전염병으로 야단법석이다. 햇수로는 4년째다. 그 옛날엔 마마나 염병, 흑사병이 돌 때는 무서운 병이라고 쩔쩔맸다. 왕이 화났다며 빌고 빌어야 했다. 임금을 마마라 했으니 말이다. 홍역이나 백일해가 닥치면 아이들은 몸살을 앓아 드러누웠다. 홍역을 앓지 않으면 죽어서도 않아야 한다니 한번은 걸려야 하고 또 달고 살아야 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의 해수(咳嗽)나 천식(喘息)이 대개 어릴 때 걸린 홍역(紅疫) 후유증이라니 무서운 병이다. 태어나서 조금 찬 바람을 마시면 그만 감기에 걸린다. 콜록콜록하다가 지치는데 면역이 약해 쉬 자지러진다. 열이 불덩이같이 나고 가래가 들끓고 숨을 몰아쉬다가 막혀 버리는데 주로 석 달 안에 일이 벌어진다 해서 백일해(百日咳)라 했다. 자식을 여럿 낳아 키우는 게 갓 난 어릴 때를 넘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나병과 폐결핵이 있어서 걸리면 마을을 떠나야 하고 외따로 집을 마련해 나가 살아야만 했다. 중세 때 페스트로 유럽 사람이 혼쭐난 얘기가 있다. 최근에 와서 스페인 독감으로 유럽의 또 많은 사람이 시달려야 했다. 이때 아시아로까지 번져 일본 우리나라에도 앓았다. 그때 남았는가 홍콩 독감이나 일본 독감이 유행해서 숨 쉬는 폐에 손상을 줬다. 요즘에도 이렇게 고치기 어려워 온 세상이 시끄러운데 예전엔 어떠했겠나.
사스가 나타나서 놀랐다. 이어 메르스가 들어오고 괴질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조류 독감과 돼지 역병, 소 전염병이 생겨 살처분하는 일이 생긴다. 소 광우병이 무섭다며 일 년 내내 시위한 적이 있다. 사람과 동물의 전염병으로 몸살을 앓는다. 다 잠시이지 이렇게 오래 앓아 본 적이 없다.
동물의 전염병은 치사율이 높아 사람에게 옮겨지면 어쩌나 걱정이다. 쥐와 돼지, 고양이, 박쥐, 낙타가 옮기는 것이라 믿었던 적도 있다. 위험하다는 아프리카 열대 탄저병(炭疽病)이 지역을 벗어나 다른 지방에 옮겨지지는 않았지만 도사리고 있음이 걱정이다. 십 년 주기로 나타나는 괴질로 동물 살처분처럼 막 쓰러지는 그런 세상이 오면 큰일이다.
환태평양 지진대가 살아나 불덩어리 세상이 될 수 있고, 무서운 전염병으로 삽시간에 세상은 잠잠해질 수 있다. 지금 들먹거리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는 핵전쟁으로 또 온 누리가 엉망으로 변할 수 있으니 마음 놓고 살기 어렵다. 그 불안 가운데 역병이 있다. 처음은 마스크를 철저히 쓰게 하고 떨어지게 하며 행적을 조사하는 등 강력하게 다그쳤다.
델타이다가 감마, 베타, 오미크론, 스텔스로 여러 가지 변이가 생겨났다. 생계에 지장을 주며 오래 가자 견딜 수 없는가 풀어지기 시작했다. 하루 확진자가 60만 명일 때가 있으니 놀랍다. 천 명 하다가 만 명 해도 내 주위에는 없었다. 남의 일이려니 생각하며 지났는데 요즘은 가까이에서도 누가 걸렸다며 자자하다.
펜데믹이 와야 숙지근해진다는 말이 나돌았다. 막으면 막을수록 오래 간다는 얘기다. 그래선가 여러 해 앓는다. 정권을 위해 이리저리 편하게 처신하는 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엔 걸리면 죽는 줄 알았다. 그렇게 혼나는 병인가 덜덜 떨어야 했다. 버스 손잡이와 아파트 엘리베이터 버튼도 잡거나 누르는 것이 껄끄러웠다.
그러다가 다행히 치사율 낮다는 것에 안도감이 들었다. 이젠 방역에 지쳤다. 오나가나 손 소독이고 명단 작성이며 휴대전화 흔들어야 하니 성가시다. 전철과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 기사들까지 마스크 쓰라는 말이 명령으로 들렸다. 말하다 보면 내려와 코가 드러나면 가까이 와서 올리세요. 한다. 누군가 봤더니 길거리에 아주머니가 완장을 차고 뭐라 한다. 목욕탕과 사무실 등 들어가는 곳마다 열 재세요. 큰소리를 냈다.
어휴 이런 건 간섭 많은 독재 국가에서 하는 짓이지 않나. 어깨띠 두르면 정신없이 일하게 마련이다. 남 나무라고 시키는 일에는 뛰어난 사람들이다. 인간을 존중하고 위하는 마음을 어릴 때부터 몸소 익혀나가야 한다. 주일 교회만 잠시 나가고 잘 다니던 당구장과 모임에도 발을 끊고 들앉아 배겼다.
아내와 텃밭에 나가 봄 농사를 위해 뒤집고 거름 넣는 일을 가끔 했다. 쌀쌀해도 한참 하다 보면 땀이 난다. 돌의자에 앉아 하늘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저녁부터 열이 조금씩 났다. 기침도 간간이 나온다. 찬 바람 쐬어 감긴가 보다. 아내도 잔잔한 기침을 해서 천식약을 지어 먹었다.
여러 날 지나도 낫질 않고 덧난다. 가까운 내과에 가서 검사를 받았다. 혹시 역병이 아닌가 해서이다. ‘음성입니다.’ 하는 말에 그럼 그렇지 다행이다. 하며 가볍게 집으로 왔다. 얼마 뒤에 따르릉 전화가 와서 받으니 ‘조금 전 병원입니다. 양성입니다.’하는 게 아닌가. 깜짝 놀랐다. 확진이라니.
약 타러 가면서 아내도 같이 갔다. 검사 후 집사람도 양성이다. 붉은 두 빛깔이 선명하다. 나는 하나이다가 뒤에 희미하게 또 나타났단다. 보건소에서 연락이 왔다. 한 주간 집에서 격리하란다. 갑을 병원에서도 간호사가 하루 두 번씩 전화가 온다. 어떠하냐며 병세를 물어본다. 첫날 밤은 열이 나고 기침도 했다. 자고 나니 목이 부어 침을 삼키기 어려웠다.
자녀와 사위까지 전화해서 놀란 마음을 전한다. 당뇨가 심하니 이제 내가 위험한가 걱정이 앞섰다. 글도 좀 더 써야 하고 짓던 사전(事典)도 마무리해야 하는데 생각이다. 밭에 씨도 넣어야 하고 과실나무도 몇 그루 더 심어야 하는데 할 일이 있으니 어쩌나. 조금 있으면 딸기가 나온다. 저걸 아침마다 따야 하는디---.
세 번 백신을 맞아서인가 고만고만하고 만다. 나보다 먼저 열나고 기침하며 아팠던 아내는 괜찮다며 툭툭 털고 일어난다. 3일 치 약도 먹었다. 열도 사라지고 잔기침도 가라앉았다. 미각과 후각이 없어졌다가 늦게 돌아온다는데 그런 것도 없다. 재택은 오늘까지이다. 3일 더 머물다가 나가란다.
첫댓글 감기도 걸리지않고 겨울을 보내는 저도, 어디서인지 알지도못하고 코로나에 걸려서 일주일을 자가격리했습니다..그렇게 억울할데가 없었지만, 다들 그리걸려서 혹은 몸살처럼 혹은 증상없이 앓았다하니 그나마수긍하고 지금은 외려 편해졌습니다! 물러갈기미는 보이질않고,나랏님은 이제 손을 떼실거같고..운명에 맡겨야 하나.....싶습니다.자가격리 하시노라 두분 고생하셨습니다!!
고생했습니다. 앓고 나니 편합니다. 면역도 좋다니 이제 자유로운 마음입니다.
걸리고 나니 잘 됐다 생각입니다.
피한다고 고생만 했습니다.
남 다 걸리는 병이니 겪어야 할 일입니다.
편하게 지날 수 있습니다.
대추 홍시 먹고 쉽게 일어났나 싶습니다.
선생님 마음 고생에 어쪘든 수고 하셨습니다
아픈사람 많이 아프고 우리동넨 젊은 사람
사망에 이른 일도있었서요
이 지경에 좋은 글도 써 주시고 수고하셨서요
국민 50%이상이 감염되어야 이 지옥이 풀리 것 같지요
대추 홍시 자시고 수훨하셨다니...
그래도 이길려면 잘 드셔야한답니다
언제 한 번 사모님과 밀양 오세요
한재 미나리 면력 좋다고 주말이면 북새통입니다
더 주의하시고 빠른 회복 기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