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물건을 다시 사용하는 ‘리사이클(Recycle)’을 넘어, 여기에 디자인을 입혀 가치 높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리사이클을 말하는 ‘업사이클(Upcycle)’. 갈수록 심각해지는 환경문제를 풀어야만 하는 우리에게, 그리고 점점 더 수준 높은 디자인을 요구하는 우리에게 업사이클은 훌륭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에디터 신혜원 | 포토그래퍼 이종근 | 스타일리스트 민송이•민들레(7 Doors) | 어시스턴트 장문희•정재성•이새미
테이블은 수원의 재개발 예정지역에서 주민들이 이주 시 버리고 간 가구들을 재사용해 만든 것으로 디자이너 장성진 작품으로 G_being에서 판매. 스툴은 자투리 패브릭을 재활용해 상판으로 만든 것으로 이서에서 판매. 항아리 형태의 블랙 화분은 버려진 폐타이어를 재활용한 것으로 타데 제품으로 디자인알레에서 판매. 테이블 위 유리병을 눌러 만든 오브제는 디앤디파트먼트 제품으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소장품. 폐자전거 휠로 만든 옷걸이는 리블랭크 제품으로 G_being에서 판매. 소파는 나무 폐기물(인도네시아산 티크 소재)을 이용해 만든 것으로 피에트 헤인 익 작품이며 스페이스 크로프트 소장품.
리사이클의 상위 버전이라 할 수 있는 업사이클은 기존 사물을 새로운 시각과 관점으로 탐구해 재해석하고 재구성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버려진 것을 버려진 것으로 보지 않으며, 기존의 용도에서 머물지 않고 좀더 신선하고 기발한 용도로, 지속 가능한 것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제품을 단순한 재활용품으로 바라보지 않고 어엿한 디자인 상품으로 가치있게 바라보고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 또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다.
1 폐기된 지하철 광고판으로 만든 숄더백과 버려진 현수막으로 만든 파우치는 터치포굿 제품. 섬유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실로 만든 양말은 오프닝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것으로 한국공예 디자인문화진흥원 소장품. 2 자투리 목재를 이용해 만든 ‘스티치’ 의자는 디자이너 김자형 작품. 버려진 목재로 만든 재미있는 디자인(수납을 모두 했을 경우 로봇 형태가 만들어진다)의 필기구 정리함은 디자이너 하지훈 작품. 납작한 직사각 형태의 나무 제품은 문화로놀이짱에서 버려진 목재로 만든 아이패드 거치대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소장품. 아주 오래된 나무 주걱에 크리스털을 더해 만든 오브제는 작가 홍현주 작품으로 라쉐즈에서 판매. 육면체 나무 조명과 다양한 크기의 다용도 수납함들은 내촌목공소의 젊은 목수들이 작업 중 버려지는 자투리 나무를 이용해 만든 것으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소장품.
‘업사이클’이 ‘리사이클’과 확연히 다른 것은 디자인을 입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업사이클을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참여와 그들의 감각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디자이너의 참신한 영감과 함께 디자인의 어제와 오늘을 바로 이해하고 내일의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업사이클링 디자인이다.
블랙 체어는 대학교 교정에 버려진 도서관 의자에 옻칠과 도색을 통해 재탄생시킨 것으로 정재범, 김하얀 작가 작품. 가장 오른쪽에 둔 철제 프레임으로 된 체어는 디자이너 정재범이 버려진 초등학교 의자를 해체하여 디자인한 것. 컨테이너 안 아래쪽에 둔 직사각형 테이블은 문화로놀이짱에서 버려진 목제 가구들을 재활용해 디자인한 것. 테이블과 함께 둔 버려진 가구들의 해체물은 문화로놀이짱 소장품.
재활용 제품은 그 안에 여러 가지 사연과 추억을 담고 있다. 디자인을 덧입고 업그레이드된 제품, 혹은 작품들은 볼 때마다 흐뭇한 웃음이 묻어 나오게 하는 앨범 못지않은 아름다운 저장고가 된다.
작가가 디자인한 기존 패브릭 위에 생산 공정에서 잉여된 가죽을 이용해 패치워크한 카펫은 모노콜렉숀 장응복 작품. 버려지거나 쓸모 없어진 옷가지들을 모아 엮어 만든 의자는 디자이너 테조 레미(Tejo Remy) 작품으로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 소장품. 
한정된 재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업사이클링 디자인은 소량 생산될 수밖에 없고, 디자이너를 비롯한 아티스트의 열의와 노력이 담기기에 결과물은 당연히 예술적 가치와 희소성을 지닌 작품이 된다.
실버, 레드, 그린 컬러의 ‘111 네이비 체어’는 에메코(Emeco)가 코카콜라의 페트병 111개로 만든 리사이클 의자로 두오모에서 판매. 로낭&에르완 부룰렉 형제가 디자인한 화이트 테이블과 장 푸르베의 스탠더드 체어는 재활용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한 것으로 비트라 제품. 
디자인 제품을 세상에 선보이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재료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업사이클링 디자인을 위해서는 디자이너뿐 아니라 전문 과학자나 기업들이 함께 참여해 다양한 솔루션을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참여가 있을 때 재활용한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완성도 높은, 진정한 명품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