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권 - 8. 용광화상, 헌선사, 광덕화상, 파초화상, 혜거화상, 청좌산화상, 향성화상
앞의 청림 사건선사[동산 제3세 주지]의 법손
1. 소주 용광화상
僧問 人王與法王相見時如何 師曰 越國君王不按劍 龍光一句不曾虧 師上堂良久云 不煩珍重
누군가가 물었다. “인간의 왕과 법의 왕이 만났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월국 군왕은 칼을 빼지 않고, 용광의 한 구절은 이지러진 일이 없다.”
대사가 상당하여 한참 있다가 말했다. “번거롭게 하지 말라, 잘 있어라.”
問如何是西來意 師曰 胡風一扇漢地成機
어떤 이가 물었다. “어떤 것이 서쪽에서 오신 뜻입니까?”
“북쪽 바람이 건들거리면 한지방에서는 하나의 낌새를 이룬다.”
問撥塵見佛時如何 師拊掌顧視
“티끌을 헤치고 부처를 볼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손바닥을 문지르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問如何是龍光一句子 師曰 不空罥索
“어떤 것이 용왕의 한마디입니까?”
“불공견삭(보살의 이름)이니라.”
曰學人不會 師曰唵
“학인이 잘 모르겠습니다.”
“옴.”
問如何極則爲人處 師曰 慇懃付囑後人看
“어떤 것이 극칙으로써 남을 위하는 것입니까?”
“은근히 뒷사람에게 부촉해 본다.”
問賓頭盧一身爲什麽赴四天供 師曰 千江同一月萬戶盡逢春
“빈두로는 한 몸으로써 어찌 사천하에 가서 공양을 받았습니까?”
“천 강이 모두 달 하나뿐이요, 만 집이 똑같이 봄을 만난다.”
師有偈曰
대사가 이런 게송을 지었다.
龍光山頂寶月輪 照耀乾坤爍暗雲
尊者不移元一質 千江影現萬家春
용광산 산마루에 보배로운 달이
건곤을 비추어 먹구름을 녹이네
존자는 옮기지 않는 한 몸뿐인데
천 강에는 그림자 비쳐 집집마다 봄일세.
2. 양주 봉황산 석문사 헌선사
京兆人也 自靑林受記兩處開法 凡對機多云好好大哥 時謂大哥和尙 初居衡嶽宴坐巖室 屬夾山和尙歸寂 衆請師住持 師遂至潭州 時楚王馬氏出城延接 王問 如何是祖師西來大道 師曰 好好大哥 御駕六龍千古秀 玉階排仗出金門 王仰重延入天冊府供養數日 方至夾山
그는 경조 사람이니, 청림에서 수기를 받은 뒤로 두 곳에서 법문을 열었다. 그는 항상 상대를 대할 때마다 “매우 좋구나, 大哥(큰형)여” 하니, 사람들이 대가화상이라 불렀다. 처음에 형악에서 바위 골 속에 도사리고 앉았는데 때마침 협산화상이 입적하니, 대중이 대사에게 주지를 하라고 하므로 드디어 담주에 갔다. 이때 초왕인 마씨가 마중을 나왔다가 물었다. “어떤 것이 조사께서 서쪽에서 오신 큰 도입니까?”
“매우 좋구나. 대가여. 어가의 여섯 용은 천고에 뛰어났는데, 옥섬돌에서 꾸며진 뒤에는 대궐문으로 나간다.” 왕이 대단히 존중히 여겨 천책부로 청해 들여 며칠 동안 공양한 뒤에 협산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坐道場僧問 今日一會何異靈山 師曰 天垂寶蓋重重異 地湧金蓮葉葉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오늘의 이 모임이 영산의 모임과 무엇이 다릅니까?”
“하늘에서 보배 일산을 드리우니 겹겹이 다르고, 땅에서 금 연꽃이 솟으니 잎마다 새롭다.”
曰未審將何法示人 師曰 無絃琴韻流沙界 淸和普應大千機
“어떤 법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보이십니까?”
“줄 없는 거문고 소리가 모래알같이 많은 세계에 흐르니, 맑고 화목함이 대천세계에 두루 응한다.”
問師唱誰家曲 宗風嗣阿誰 師曰 一曲宮商看品弄 辨寶須知碧眼胡
“스님은 누구의 종풍을 이어받아 제창하십니까?”
“한 곡조의 궁상으로 음률의 높고 낮음을 살리나 보배를 판단하는 데는 눈 밝은 사람이라야 한다.”
曰恁麽卽淸流分洞下滿月照靑林 師曰 多子塔前分的意 至今異世度洪音
“그러시면 맑은 물이 동구 밑으로 흐르고 보름달이 푸른 숲을 비추겠습니다.”
“다자탑 앞에서 분명한 뜻을 나누신 뒤로 지금의 딴 세상에까지 큰 소리가 울려 퍼진다.”
師自夾山遷至石門 開山創寺再闡玄風 上堂示衆曰 琉璃殿上光輝之日 日無私 七寶山中晃耀之頭 頭有據 泥牛運步木馬嘶聲 野老謳歌樵人舞袖 太陽路上古曲玄音 林下相逢復有何事
대사는 협산에서 석문으로 옮겨가서 터를 잡아 절을 짓고 다시 법문을 열었다. 상당하여 무리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유리의 대궐 위에 빛나는 해는 삿됨이 없고 7보의 산 속에 황홀히 빛나는 머리는 의지할 바가 있다. 진흙 소가 걸음을 걷고 나무말이 소리 내어 우니, 농부는 노래를 부르고 나무꾼은 춤을 춘다. 태양로 위에 옛 곡조가 은은히 흐르는데, 숲 속에서 만난 뒤에는 또 무슨 일이 있으랴.”
僧問 月生雲際時如何 師曰 三箇童兒抱華鼓 好好大哥 莫來攔我毬門路
“하늘 높이 달이 떠오를 때에는 어떠합니까?”
“서너 아이들이 꽃 북을 안고 있구나. 매우 좋구나. 대가여. 내 구문(공을 넣는 문)의 길을 가로막지 말라.”
問如何是和尙家風 師曰 騎駿馬驟高樓 鐵鞭指盡胡人路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준마를 타고 높은 다락에 올라 쇠 채찍이 다하도록 호인들의 길을 가리킨다.”
問如何是石門境 師曰 遍界黃金無異色 往來遊子罷追尋
“어떤 것이 석문의 경계입니까?”
“온 세계의 황금은 딴 빛깔이 없는데, 오가면서 노는 아이들은 찾지 못한다.”
曰如何是境中人 師曰 無相不居凡聖位 經行鳥道沒蹤由
“어떤 것이 경계 안의 사람입니까?”
“형상이 없으니 범부와 성인의 지위에 있지 않고, 새의 길을 거니니 자취가 없다.”
問衆手淘金誰是得者 師曰 張三李四出金門 遍握乾坤石人在
“여러 사람이 사금을 일면 누가 금을 얻는 자입니까?”
“장서방, 이서방이 대궐문 밖을 나서서 건곤의 돌사람을 빠짐없이 펴 쥔다.”
曰恁麽卽不從人得也 師曰 三公九卿排班位 看取金雞豎也無
“그러면 남에게서 얻은 것이 아니겠습니다.”
“3公과 9경이 차례로 늘어서서 금계가 세워졌는가를 살펴본다.”
問道界無窮際通身絶點痕時如何 師曰 渺渺白雲漫雪岳 轉身玄路莫遲遲
“도의 경계가 끝이 없고, 온몸에 티끌이 끊어질 때에는 어떠합니까?”
“아득한 백운이 눈 싸인 봉우리를 희롱하니, 현묘한 길에 몸 돌리는 것을 머뭇거리지 말라.”
曰未審轉身路在什麽處 師曰 石人擧手分明記 萬年枯骨笑時看
“몸 돌릴 곳이 어디에 있습니까?”
“돌사람이 손을 쓸 때 분명히 기억하고 만년 묵은 뼈다귀가 웃을 때를 살펴라.”
問如如不動時如何 師曰 有什麽了日
“여여하여 요동치 않을 때에 어떠합니까?”
“어찌 끝날 날이 있으랴.”
曰如何卽是 師曰 石戶非關鎖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돌 문짝은 자물쇠가 없다.”
問如何是石門境 師曰 烏鳶飛叫頻
“어떤 것이 석문의 경계입니까?”
“까마귀와 솔개가 자주 날면서 운다.”
曰如何是境中人 師曰 風射舊簾櫳
“어떤 것이 경계 속의 사람입니까?”
“바람이 오래된 발과 난간에 부딪힌다.”
因般若寺遭焚 有人問曰 旣是般若爲什麽被火燒 師曰 萬里一條鐵
반야사에 불이 나니, 어떤 사람이 와서 물었다. “반야라면서 왜 불에 탑니까?”
“만 리가 한 줄기 무쇠이니라.”
3. 양주 만동산 광덕화상[제1세 주지]
僧問如何是和尙家風 師曰 山前人不住山後更茫茫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산 앞에도 사람이 살지 않으니, 산 뒤에는 더욱 황망하다.”
問如何是透法身句 師曰 無力登山水茅戶絶知音
“어떤 것이 법신을 꿰뚫는 한 구절입니까?”
“산과 물에 오를 힘이 없으니, 사립문에 소식이 끊긴다.”
問如何是佛法大意 師曰 始嗟黃葉落又見柳條靑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단풍 지는 것을 슬퍼하자마자 또다시 버들 잎 푸른 것을 본다.”
問盡大地是一箇死屍 向什麽處葬 師曰 北邙山下千丘萬丘
“온 누리가 하나의 송장인데 어디에다 장사를 지내야 합니까?”
“북망산 밑에 천 무덤, 만 무덤이니라.”
師因不安 僧問和尙患箇什麽太羸瘦生 師曰 無思不墜的
대사가 병이 났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화상은 어디가 아프셔서 그다지 몹시 여위셨습니까?”
“생각이 없으면 과녁에 떨어지지 못한다.”
曰恁麽卽知和尙病源也 師曰 爾道老僧患什麽
“그러면 화상의 병의 근원을 알겠습니다.”
“그대는 내가 무슨 병을 앓는다고 여기는가?”
曰和尙忌口好 師便打
“화상께서는 입을 조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대사가 문득 때렸다.
4. 정주 파초화상
問十二時中如何用心 師曰 櫳[總-糸+木]一木盆
어떤 스님이 물었다. “12시 가운데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합니까?”
“나무 그릇을 한 곳에 모아라.”
5. 정주 석장 혜거화상
問如何是伽藍 師曰 只遮箇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가람입니까?”
“이것일 뿐이니라.”
曰如何是伽藍中人 師曰 作麽作麽
“어떤 것이 가람 안의 사람입니까?”
“무슨 소리인고, 무슨 소리야?”
曰忽遇客來將何秖待 師曰 喫茶去
“갑자기 손님이 오면 무엇으로 대접하십니까?”
“차나 마시고 가라.”
앞의 낙경 백마 둔유선사의 법손
6. 흥원부 청좌산화상
問如何是和尙家風 師曰 無底籃子拾生菜
누군가가 물었다. “어떤 것이 화상의 가풍입니까?”
“밑 없는 광주리에 나물을 캐 온다.”
問如何是白馬境 師曰 三冬華木秀九夏雪霜飛
“어떤 것이 백마의 경계입니까?”
“삼동에 꽃나무가 무성하고, 한 여름에 눈보라가 친다.”
앞의 익주 북원 통선사의 법손
7. 경조 향성화상
初參通和尙問 一似兩箇時如何 通曰 一箇賺汝 師乃省悟
처음에 통화상을 참례하고 물었다. “하나가 두 개와 비슷할 때에는 어떠합니까?”
통화상이 대답했다. “하나가 그대를 속인다.”
대사가 이 말에 깨달았다.
僧問 三光景色謝照燭事如何 師曰 朝邑峰前卓五彩
어떤 이가 물었다. “세 가지 광명이 비추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대사가 대답했다. “조읍봉 앞에 오색 무지개가 우뚝하니라.”
曰不涉文彩事作麽生 師曰 如今特地過江來
“문채에 관계되지 않는 일이 어떠합니까?”
“지금 일부러 강을 건너왔느니라.”
問向上一路請師擧唱 師曰 釣絲鉤不出
“위로 향한 외길을 스님께서 제창해 주십시오.”
“낚시 줄을 끌어도 나오지 않는다.”
問牛頭還得四祖意否 師曰 沙書不點落千字
“우두는 4조의 뜻을 알았습니까?”
“모래에 글씨를 쓰고 점을 찍지 않으니, 천자가 떨어진다.”
曰下點後如何 師曰 別將一撮俵人天
“점을 찍은 뒤에는 어떠합니까?”
“따로 한 번 집어 인천에게 나누어 준다.”
曰恁麽卽人人有分也 師曰 汝又作麽生
“그러면 사람마다 얻을 자격이 있겠습니다.”
“그대는 또 어찌하겠는가?”
問囊無繫螘之絲廚絶聚蠅之糝時如何 師曰 日捨不求思從妄得
“주머니에는 개미를 묶을 실이 없고, 부엌에는 파리가 먹을 양식이 없을 때에는 어찌합니까?”
“날마다 버리고도 구하지 말아야 하거늘 망상으로 얻으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