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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전야)
대회하루전 우리가사용할 천막설치를위하여 잠실운동장까지다녀온것은 퍽잘한일이라는 생각이들었다.
만일, 그냥그렇게 대회전날하루를 집에서쉬면서 보냈었다면 아마도 낮잠을한번 때렸을것이고 그렇게하였다면 정작, 충분한수면을 취해야할 저녁시간대에는 눈만말똥,말똥 천장만바라보다가 억지로잠을청하는 비극(?)을 맞이할수도 있었기때문이다.
강요된감이 없지않아있지만, 꼭격려를 받고싶은사람에게 문자메세지로 나마 격려문구를 전달받으니 절로힘이나고 기분같아서는 내일대회에서 잘하면 개인최고기록이라도 달성할수있을것같은 자신감마저드는 약간은긴장되지만 편안한잠자리이다.
저녁9시뉴스를 보자마자 취침.
이럴때에는 약간은, 아니 많이둔감한 나의성격도 보탬이된다.
어머니는 내일1등할것도 아니면서 꼭뛰러가야하겠냐며 날씨를걱정하신다.
모르시는말씀, 내가 내일을위해 많이달려보지는 않았지만 근한달전부터 밤잠을설쳐가며
복근강화훈련을 얼마나했는데.....
편안한취침이고 거짓말같이 이내 잠속으로빠져본다.
(대회출발전)
가끔 마음내키면 본래의구실을 망각한체 말썽을부리는 알람시계가못미더워 휴대폰에도 알람기능을설치하고잤는데 주인마음을아는지 고맙게도 알람은 새벽4시가되어 요란하게울린다.
신경이예민하신 어머니는 어느새일어나셔 찰밥을준비하신다.
제대로 자식구실도 못하는나를위해 고생하시는것같아 송구스럽기짝이없고, 어머니는 내가좋아하는 구수한 쑥된장국을 끓이셨고 평소와다르게 천천히밥을 충분하게씹어본다.
탄수화물이 차곡차곡 나의살과피와 뼈와세포에 구석구석자리하기를 간절히바라면서....
짐보따리야 전날충분하게 챙겨넣고 인터넷으로주문하였던 "물집방지용밴디지 테가솝"을 발바닥부위에 접착하려는데, 아뿔싸! 속았다??? 도무지 접착력이없어 붙지를않으니...
큰일이다. 풀을달리면 발바닥에 물집이잡히는것이 나의가장큰 취약점인데.
손바닥면적의 달랑한장가격이 9000원인데 열이받아미치겠다.
내돈 돌리도, 돌리도......
의정부역 대합실에도착하니 딱한사람 혁인이형이 가장먼저와있는데 택시잡기힘들어 그냥금오동서 뛰어왔다면서 적당히흐르는 땀을닦고있다.
"형은 별도의 스트레칭 않해도되겠다"
한분한분 첫열차의출발시각이 가까워지자 회원님들의모습이 보이고.....
전동차의첫번채칸은 달리마의식구들이 모두 접수해버렸다.
의당 떠들썩해야할분위기인데 모두가 약속이나하였듯이 한결같이 눈을감고있다.
아마도 대회전의 긴장과 마음의각오를 새로하고있는중이겠지.....
종각역,
밀레니엄빌딩앞 지하공연장.
예전에는 상설무대가설치되어 가끔씩공연이 벌어지는모습을 심심치않게보았는데 무대가철거되었다.
잠시 화장실을다녀온 회원님들이 한분한분집결하고 스트레칭을 서둘러실시한다.
때가 때이니만큼 충분하게 몸을풀기위해서 보통한동작에8초간을하였었지만 특별히10까지세며 구령을붙여보고 회원님들의 서로의"스킨쉽"을위해 둥그렇게원을그려 어깨를두드려주기를 하니 그제서야 비장했던 회원모두의 긴장이풀어지고 여기저기농담과웃음이 이어진다.
시간상으로야 넉넉했지만 길게늘어설 물품보관소의 대열이생각나 서둘러대회장으로이동할것을 종용해본다.
대회출발점인 광화문!!
인파의물결이다.잠시 멈춰서서 엘리트그룹에서달릴 케냐,나이지리아선수들이 가볍게몸을풀고있는 모습을지켜보는데 그야말로 군살이라고는 찾아볼수가없는 찰고구무공같은 그들의모습을보면서 옆에있는 재식씨에게 농을걸어본다.
"쟤들,오늘날씨땜에 고생깨나하겠다"
서둘러 옷을갈아입으며 잠시망설여본다.
긴팔티셔츠위에 보스톤반팬티. 이거 이러다근육이 경직되는거아냐?
물품을빨리 맡기고 출발선으로모이라는 장내아나운서의멘트에 용기를내어 복장을결정한다.
대신 출발전의보온을위해 아식스츄리닝상의를 걸치고나와 적당한지점에서 자원봉사자들에게 던져줄셈이고 그러면 봉사자들이수거해 깨끗히세탁한후 "아름다운가게"에 기증하겠지?
A그룹에 자리를하니 다행히 어디선가에섞여있었을 달리마의식구들이 눈에띈다.
사무국장님,운영국장님,그리고 나와페이쓰가 비슷해 함께10KM정도까지 동반주를하기로점찍어둔 푸른야생마 박양희님.
장내 아나운서의목소리가 귀에익어 살펴보니 개그맨"배동성"씨이다.
어느대회에선가 단체유니폼을입은 나를보고 "달리마요? 참재미있는 이름입니다"하고 농을걸었었던...
출전자와 지켜보는가족 응원나온동호인들이 한목소리로 애국가를부른다.
이놈의 감정은왜이리 낭비가심한지 가슴이찌잉하고 눈물이괜스레 찔끔거려 누가볼까봐 얼른훔친다.
바로뒷자리에서 KBS카메라기자가 ENG카메라를들고 누군가와 인터뷰를하고있다.
"어디 TV화면빨좀 받아볼까?"
슬쩍 그옆을 어른거리다가 이내부질없음을깨닫고 대열속에들어오니 늘달님훈련감독도 어느새자리를 함께했다.
설레임, 흥분,긴장, 여러가지 복합되는 감정을누르고 드뎌출발!!!
(대회초반)
수많은 인파가한곳을향해 달려나가는 이시점은 가장주의와 긴장을요할때이다.
혹여 누구와발이라도걸려 넘어진다면 속세말로 대회는 뚜껑도열어보기전에 죽을쑤게되는것은 불을본듯 정확하다.
어느정도 대열이정리되고 마음의여유가생겨 하늘을올려보니 TV중계용항공기가 낮게서울도심을 선회하며 중계촬영을하고있다.
"가관일거야! 아마도 조종사와스텝들은 입을따악벌리고 카메라를들이대느라 정신없을거야.
아시아최대규모의대회잖아, 아니 서울도심에서 1년에따악하루만 볼수있는 장관이잖아"
문득 내가 이대열속에 섞여있음이 그리고 함께달리고있음이 무한한자랑으로,혹은긍지로 가슴속에자리한다.
"종선이형! 몇분대로5KM를 끊을까요?"
양희씨의질문이다.
"글쎄...한23분내지 24분정도면 적당하겠지?"
절대로,절대로 초반"오버.페이쓰"는 하지않으리라. 마음속으로 수없이해본 생각이고 다행히
양희씨와 난 적당한속도와 기분좋은탄력을 느껴가며, 많은얘기들을주고받으며 서서히
42.195KM의 길고도긴여정에 발자국을찍기 시작한다.
출발전 다소쌀쌀했던날씨가 본격적으로 햇살이비추면서 달리기에는 적당한날씨로바뀌어진다.
"그래! 바로이거였어... 내가원했던 그런날씨야! "
나의탁월한 복장선택이 스스로생각해도 대견했다.
달리며 땀이많이나는편인 내게는 더운날씨보다는 차라리 추운날씨가 나에게 유리하게 작용을한다는것을 이미 수없이 몸으로터득한 나였기에....
몸이 서서히풀리며 땀이한방울씩 이마에베어나고 온몸이 말할수없는행복감에젖어 소리라도 마구지르고 싶어진다.
그래! 뭐 못지를거까지없지, "아~~하!! 조~오~옷~타!!"
남대문을 지날때쯤 의정부생활체육회 김현순감사님이 나를보며 한마디한다.
"이거 큰일났습니다. 아무래도 옷을하나 벗어야만 될것같습니다. 갑갑하고 더워서못뛰겠어요"
아닌게아니라 주변의참가자들중 월동장비를 심하게준비해오신분들은 벌써부터 땀이가득하다.
"예! 잠시멈춰서라도 빨리 벗어버리세요. 대회초반인데 벌써그렇게느껴진다면 후반에는 킥킹(kicking)하는데 무척 장애가 될겁니다"
아! 룰~루~랄~라!! 나의탁월한 선택^^*
을지로3가를지나 턴해오는시점.
오래동안 즐겨입었던 그래도 정이가는 나의빛바랜 "아식스"츄리닝을 반환표시조형물앞에 벗어던진다. "이거좀치워주세요. 주자들발에걸릴수있으니..." 라는말도 잊지않고.
"아~듀! 나의츄리닝"
보신각을돌아 7.5..KM쯤에 이르는길.
길가에있던 자원봉사자의 입에서 튀어나오는말에 배꼽빠지게 웃을수밖에.
"화이팅!! 다왔습니다!! 힘내세요"
얼렐레? 이제고작 10KM도못왔는데....
"장난하나?!" 나와 함께달리던 양희씨와 동시에튀어나온 말이었다.
"종선이형!"
어느새 나를보고 쫒아온 후배갑철이였다.
금번대회에 써브3가유력한,
"응! 언제왔어? 오늘하는거지? 자신있지?" 아픈곳은없고?"
너무 한꺼번에많은 질문했었나? 그건그렇고
이런 뜨~바 하수가 고수걱정하고있네 참내....
녀석은 복싱플라이급 한국챔프를했었던 관록이있었던만큼 경쾌한복싱스텝을 밟듯이 최선을다하겠다며 사라진다.
"이따가 우리천막에 국밥먹으러와!
(녀석이 속한 서대문YMCA마라톤동호회의 총무님은 여성분인데 이분이 인터네상으로 전국에서모여든 "홍어를좋아하는 사람들의모임"의 총무도맡고있어 어느대회에서인가는 대회후 녀석에게 끌려가 홍어에 탁주에 극진한대접을 받은적이 있었씀)
(대회중반)
우려했고 외면하고싶은 풍경이벌어진다.
교통을통제하는 교통경찰관과 행인사이에 가벼운실랑이가 벌어졌다.
더 고개를돌리고 싶었던것은 달리던주자중 한사람이 교통경찰관을 거들며실랑이를벌인다.
"이게 국제대회인데...어쩌구,저쩌구....."
국제대회면 어떻고 안국제대회면 어떻다는말인가?
분명한것은 우리달리는사람이야 제가좋아서 달리는것이지만 그렇다고 서울시민들의발목을 잠시 잡아놓은상태에서 달리는데에는 조금이라도 미안하고 감사하는마음을 가지고볼일이었다.
때문에 난, 어느대회를막론하고 대회에서의 교통통제때문에 오도가도못하고 발을동동구르는 사람들을만나게되면 그저 미안하고 송구스러워 아무리걷고싶더라도 그들앞을지날때면 가급적속도를높여 지나쳐버리는데 (그렇다고 내가 남보다 더 도덕성이나 매너가뛰어나다는것은 아니지만)
이번 대회를 서울시에서 이명박서울시장이 정식으로유치하면서 작년과제작년과 올해의대회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진것은 곳곳마다 "퍼포먼쓰"가 군데군데벌어져 참가자와시민들이함께하는대회로 자리매김을 하려고노력한 흔적이 곳곳에보인다는점이다.
예전에는 기껏해야 동호회단위로 어설픈분장을하고 소규모로, 그것도 소속동호회원들에게만 응원을하는것이 고작이었는데,
"실버악단, 어가행렬재현, 아크로바트,농악대, 부루스밴드단, 학생들의막대응원,난타공연등등 각구간을 지날때마다 시선을어디에 두어야할지 가뜩이나 주위가산만해 대회에집중을하지못하는 난 다음구간에서는 또어떤 "퍼포먼쓰"가 나를기다리고있는지 은근한기대마저 갖게하기에 충분했다.
급수대를지나 또다시목격되는 외면하고싶은풍경 두번째.
이번에는 나이가 지긋한분이 우두커니서있는 자원봉사학생들을 나무라고있다.
"아! 그렇게 멀뚱히 서있지말고 박수좀쳐줘봐!!"
정말왜이럴까?
달리는것이 박수받자고하는일인가? 몇시간을추위와 떨어야할학생들을 왜생각못하는건가?
목구멍까지 한마디하고 싶었던말을 꾸욱꾸욱 눌러참아본다.
"여보슈~ 그렇게 박수가받고 싶습니까?"
분명 연세만 않드셨다면 아마 내나이정도만 되었어도 한마디뱉어버렸을것이다.
이재식님이 나타난다.
헌데 복장이 조금덮지않을까? 하는걱정이든다.
스포츠티두장에 긴타이즈,그위에반타이즈와 달리마공식유니폼.
"재식씨 덮지않아?"
"어이구, 종선형이 더땀을 많이흘리시내요"
"난, 재식씨처럼 땀않흘리는사람보면 얄밉더라"
슬며시 웃음과함께 옆에서 페이쓰를맞추며 달리는재식씨를보며 잠깐생각에젖어본다.
군에있을때 아마도 재식씨같은경우엔 어쩌면 고참들에게 미움을샀었을지도 모르겠군, 왜냐하면 똑같은일을하고도 남들은 땀에흠뻑젖어있는데 땀한방울 않흘리고있다면 어영부영요령폈다고 고참들이 나무랬을것은 충분히짐작되는일.
맞파람이 갑자기심하게 몰아치고있었다.
어느순간 바람에날아가려는 모자와방풍용썬글라스를 얼른움켜줘본다.
지금까지의페이쓰. 너무좋았다.
평소의주력이 비슷비슷한 양희씨와 재식씨를 양쪽에두고 달리니 든든한마음이들고 잘만하면 오버페이스없이 10분대에는 무난히들어갈것같은 착각을해본다.
이래서 동호인들이 좋나보다.
상대의주력을알고 나를아니 오버.페이스할일이 절대없다.
세명은 무언의신호를보내며 한사람이조금 쳐지는것같으면 또한사람이앞서서끌어주며 마치
오랫동안 발을맞춰본 엘리트그룹처럼 손발을맞춰 척척수월한 레이쓰를벌인다.
바람이불면 마치(아! 그용어가 뭐였더라?) ***효과를노리는프로선수들처럼 한사람이앞서서 바람을막아주고 그사람이지치면 교대로 앞바람을막아주며달리는 환상의콤비들처럼 무언속에도 착착밀고 당겨주는 퍽이나바람직한 레이쓰를 펼친다.
우려했던 바람은 이내 수그러지고 다시 기분좋고 적당한햇살이 주로에부딪친다.
"종선이 서~엉"
먼저 앞서달려나갔으리라고 짐작했던 맹꽁이 김명환아우의 출현이다.
나와달리는 스타일이비슷해 페이스가고르지못하고 빠를땐엄청 쏴버리는 이른바"취권스타일"
지금까지는 적당히잘달려왔는데 아뿔싸! 재식씨가 어느덧명환씨와 보폭을같이하며 점점똑같은 페이스에 휘말리고있다.
"저래서는 않되는데....않된다. 말려야지...."
재식씨를불렀다. 절대로 명환씨와함께 스피드를맞추면 위험해질수있다고....
아니나다를까? 이번엔 스피드를 뚜욱떨어트린 명환씨나를돌아보며 한다는소리.
"형! 우리그냥 힘든데 30km까지만갈까?"
이럴땐 내가미친다. 정말 맹꽁이같은소리하는데 미치겠다.
금새 스피드를올리며 다시질주하는 명환씨의뒷모습을보며
"조금만더 대회기록욕심을가져보고 집중을하면 충분히 써브3까지도 도달할만한 좋은체력인데...."
하며 안타까움을가져본다.
(대회후반)
아! 잠실대교.....
작년에는 가랑비와몰아치는 바람때문에 두눈을감다시피하고 달렸고, 또제작년에는 짙은황사현상때문에 코와입을 틀어막다시피하고 달렸던 동아대회에서 가장난코쓰인, 그러나 반드시 통과의례처럼 건너야만하는 다리이다.
다행히, 정말다행스럽게 올해는 가랑비도, 황사현상도 전혀없고 아마도 내가동아대회참가한이래 가장수월하게 달릴수있을것같다.
다리를 건너기전 벌어지는진풍경.
다리의초입에서 열댓명의주자들이 "노상방료"를하고있다.
어디에서 보았었더라?
맞아 뉴욕마라톤에서인가는 무슨다리위에서 강아래쪽을보며 시원한물줄기,아닌소변줄기를 뿜어내는것이 그대회의 오래되고오래된 전통이라고 소개했었지? 잡지에서....
그것도 남여구별없이 수천명이모여 한곳을향해 발사되는물줄기는 장관이라고 소개했었던가?
갑자기 거부할수없는 왕성한"뇨의"가 느껴진다.
얼른 보스톤팬츠를 내릴필요도없이 한쪽귀퉁이사이로 물건을꺼내고 그들의대열에 합류해본다.
참남자는 편리한구조란말이야. 조물주시여~~~축복있으라!!
바로 뒤를따라온 재식씨도
"여기서 한번씩 빼고가는데인가 보죠?"
하며 옆에자리를하는데 달릴때는 미처 못느꼈었는데 물줄기의양이 생각외로많고 한참을쏟아낸다. 하기야 나중에돌아올 갈증을생각해 급수지점을 한곳도 지나치지않고 물보급을받으며 달려왔으니.....
"종선이형! 이쯤에서 카보샷하나 먹어야되지 않을까요?"
함께 레이쓰를펼치던 양희씨의제안이었다.
"아니...조금더가서 25km지점쯤 급수대가 나오면 그때먹자구"
달리며 취하는음식이라 잘못하면 목이막힐수도있다는 생각이퍼뜩 들었기때문이다.
더구나 나의주머니에 있던 두개의"파워젤"은 점도가높은 수입품인지라 더더욱 그런생각이들어서였다.
얼마후 25km지점의 급수대의출현을알리는 푯말이나오고 양희씨에게 달리며알려준다.
"지금이야, 꺼내서 빨리먹자구"
몇번을쥐어짜며 파워젤을 물과함께 삼키니 기분상그런지,아니면 갑자기흡수된 에너지보충때문인지 힘이절로난다.
잠실역앞.
"종선이아저씨 화이팅!!"
안다. 눈을감고도 내아들은아니지만 눈을감고도 알수있는 "하이소프라노소리."
혁인이형의 아들인 순우녀석이다. 형수님도 나를보며 손을흔든다.
고맙고 반갑기그지없다.
에이~ 하이파이브라도 한번해주고 달릴걸....
거리를 알리는 이정표는 어느새30Km를넘어가고있었고 이제부터는 정신바짝차리자.
여지껏 두다리로 달렸었다면 지금부터는 정신력으로 달려야한다.
"아이고 되거라!!"
긴한숨과함께 내내동반주행을하였던 양희씨의 푸념이었는데 흘낏옆을보니 아직껏호흡도 주법도 전혀흠결이없고 안정적이다.
두어걸음앞서 달리던 재식씨의모습도 전혀흔들림없이 힘이넘친다.
대한민국마스터스마라톤의산증인이자 원로이신 "서울마라톤클럽"의 박영석회장님이 주로옆에서 자리를잡으시고 무언가를보급하고계시다.
한번거쳐볼까하다가 송구스러움에 그냥지나치기로 작정한다.
"달리마십니까?"
대답할 기운조차 소진될때쯤 xx마라톤유니폼을입은 주자가말을건넨다.
"예"(속으로 젠장, 유니폼보면 모르나?)
"혹시 몇분대 완주예상하십니까?"(바쁜사람붙잡고 그건왜묻지?)
"그냥...달려보는거죠(아이구 힘들어죽겠는데 왜자꾸말시키는거야.)
"그래도 예상목표시간이... (허허~ 그친구참 끈질기게도 달라붙네)
"예! 10분대쯤, (솔직히 귀찮아서 그냥한소리. 아니 후반 페이쓰.다운만 되지않는다면 가능할수도???)
"아! 예........"
그제서야 그친구는 자신의목표시간대와 차이가남을 알았던지 페이쓰를늦추기 시작한다.
기어히 올것이오고 말았다.
고질적인 종아리의경직현상은 다행스럽게도 전혀감지가 되지않지만 양쪽발바닥의앞부분에 이물감이느껴지기 시작한다.
"아!~웬수같은물집"
머뭇거리는 나를보며 걱정되는듯 주춤거리는 재식씨와 양희씨에게 어서빨리먼저가라고 손사래를치고 몇번을돌아보려던 그들은 이내 사라져버린다.
이젠 저들을 따라잡을수가없다.
아! 10분대의기록작성은 내게서 정녕멀어지고 마는것일까?
이럴땐 정말열받는다.
아니 눈물마저 찔끔찔끔나오는이유는 발바닥의통증이 느껴져서가아니라 내뜻과, 내의지와,
내동의없이 멋대로 고개를내민 물집때문이다.
잠시 멈춰서서 손으로 잡아뜯을까도 생각해보았지만 이대로 멈춰선다면 페이쓰를 놓쳐버리고 어쩌면 다시 못달릴것같다는 불길한 생각이든다.
"할수없다. 그냥 질질끌고라도 가야지...."
손목에감아놓은 페이쓰.챠트를보니 이미 10분대로의진입은 물건너간얘기.
그렇다고 방심하고 긴장을 늦출수는없었다.
탄천2교가나오고 우성아파트가 나온다.
"종선씨 힘!!"
어느새 달려온 의정부시청마라톤동호회원이자 우리달리마클럽회원인 종호형인데 원래가평소에도 얼굴에항상 미소가를간직하고계시는분이지만 40여km를 달려온사람이라고는 믿기기어려울정도로 미소가있고 여유가넘친다.
"예! 어서가십쇼"
손으로 간단히답례를하고 다시눈에보일듯,말듯 절룩이며 달려본다.
"어? 괜찮아"
이번에는 운세형이다.
"아! 예,괜찮습니다"
퍼뜩 이러다가는 모두에게 추월당하는거 아닌가하는 초조감마저든다.
이제 연도에응원나온 가족들의모습이 눈에띄게많아졌고 완주점인 잠실운동장이가까워진다.
어제, 그러니까 대회하루전 천막을설치하러와서 내가했었던말이 생각난다.
"내일 우리가 이곳을 지날때쯤이면 어떤모습들일까?"
어떤모습은 바로요런 처참한모습이지......
"김종선힘!!"
운동장으로통하는 초입에서 들려오는 양주마라톤클럽의 박연호아우님의 목소리다.
"달리마! 달리마! 화이팅!!"
누군가 확인할기력조차 없다.
그래도 나를위해 한껏목소리를 높여주는 그들에게 감사와고마움의표시로 힘은없지만 손을들어본다.
아! 잠실종합운동장!!
3시간18분동안의 나의혼신을다했던 질주는 이렇게끝이난다.
이제는 멈출수있음에, 이제는 달리지않아도 될수있음에 감사를드리며 그래도 완주선에서는 누군가에게보낼 매세지를 몸짓으로해본다.
두손을 머리위로얹어 하트모양을만들며 완주선을 밟는다.
마지막 한웅큼의남은힘도 모두쏟아내고 긴한숨과함께 다리의긴장이풀리며 쓰러지려는것을
먼저 도착한 양희씨와 재식씨가 부축해준다.
한동안을 그상태에서 전혀움직이지못하다가 겨우 숨을돌리며 "움직여보자"는 두동료의말에 힘을얻어본다.
그런데 마라톤완주 한두번해본게 아니지만 왜이렿게 완주후에는 눈물이쏟아지려는걸까?
다큰어른이....
주책맞게스리....
나만 완주한것두 아닌데......
(프롤로그): 나름대로의 개인최고기록달성 실패의원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원래 못난놈이 연장탓을한다지만....
문제는 당연히 훈련부족과 신발탓에도 있는것같았습니다.
마라톤을시작한이래, 여지껏 제돈주고 내뜻대로 내맘에들고 내발에맞는런닝화를샀던적이
딱 한번있었습니다.
지금 저는 아직 딱한번착용해본 런닝화두컬레포함, 8컬레의 마라톤화가있습니다.
물론,
러너스코리아통신원겸,용품평가단을할때 잡지사로부터 평가의뢰를받았던 시제품들이지요.
항상애쓰시는 사무국장님이 다리부상을입었을때 사용해보시라고 드렸던 "리북모션컨츄럴화"까지 합치면 9종류의런닝화를 제공받은셈이지요.
그러니 내발의특성에 맞는신발을구입할생각은 하지않은체 그저 남아도는런닝화중 하나를 레이쓰용으로 사용하고있으니 당연히 내발과잘매치가 않되어 번번히물집이 잡힌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금번,
가을의전설 "춘천마라톤"을대비하여 아무래도 런닝화를새로 구입해야될것같습니다.
옛부터 꽁짜좋아하면 배탈난다더니....ㅎㅎㅎ
그러나 부인할수없는 사실은 아무래도 훈련부족이겠죠????
(에브리 그린 김 종선)
첫댓글 고인이 되신분의 이름이 거명되어 안타깝기도 하지만, 먼곳에서 우리를보며 함께 달려주겠지? 그때는 달리기전의 흥분과긴장, 완주후의 감동을 고스란히 온몸으로 느낄수 있었는데...지금은 무덤덤...........그나,저나 올해에는 완주라도 가능할까? ㅎㅎㅎ
좋은 경험담 끝까지 잘 읽어보았습니다. 동아대회 첫 출전하는 저로서는 많이 참고해서 제가 목표로 하는 3시간 20분대를
달성 하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혹시 완주도 어려울지 모르겠지만요)
형님! 3시간20분목표면 형님주력에 비하여 너무 약하게 잡으신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쪼금 더,쓰셔서(?)10분대가 마땅한줄로 아뢰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