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마다 흐르는 선율과 이야기
[영원한 가객 의 고향 - 대구 김광석다시그리기길]
기타를 메고 하모니카를 불며 노래하던 영원한 가객 , 김광석. 우리가 그를 못내 그리워하는 이유는 음악에 대한 그의 열정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비록 김광석의 일생은 만 32년을 채우지 못했지만, 그가 남긴 음악은 아직 우리 곁에서 흐르고 있다. 사랑했지만 서른 즈음에 등은 여전히 사랑받는 명곡으로 여러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고 있다.
김광석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의 음악에 빠져보고 싶다면 대구로 떠나보자. 대구 중구 대봉동의 김광석다시그리기길(이하 김광석길)은 약 350m 거리에 김광석의 삶을 옮긴 곳이다. 이곳은 한 해 최대 158만 명에 달하는 여행객이 찾은 대구의 대표 관광지다. 김광석은 대구에서 태어나 어릴 적 대봉동 방천시장 인근에 살았다. 대구시가 김광석이 살던 곳에 2010년 조성한 이 길에는 김광석을 테마로 한 식당과 카페, 기념품 가게 등이 있다. 길 가운데 골목을 통하면 그가 거주했던 방천시장으로 이어진다.
김광석길 입구에는 김광석스토리하우스 가 있다. 대구시와 김광석의 유족이 함께 만든 이곳에서는 김광석의 삶과 노래, 음반 등 그의 일생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물을 보다 보면 그의 삶에 시나브로 빠져드는데, 벽에 적힌 한 문구가 눈에 띈다.
너도 살아 있어 움직이지 나도 살아 있어 움직여. 사치스러운 생각 말고 열심히 살아!
김광석이 라디오 방송에서 한 말이다. 서울에서 끈질긴 삶을 이어가는 메뚜기를 보며 든 생각이란다. 작은 생물을 보면서 삶의 가치를 돌아봤을 정도로 세심했던 그의 면모를 알 수 있다.
한편에선 음악인을 꿈꾸던 학창 시절, 김광석이 친구들과 만든 밴드 동물원 이 활동하던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김광석은 소극장 콘서트를 1000회 넘게 열었다고 한다. 그 콘서트 현장을 헤드폰으로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청음존과 김광석의 미공개 영상을 볼 수 있는 히든영상존도 이용해보자. 김광석스토리하우스를 나와 김광석길로 들어서면 환한 표정의 김광석 동상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벽에는 김광석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그린 벽화가 있다. 입영열차에 탄 청년, 정다운 노부부 등 노래 이등병의 편지와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를 테마로 한 벽화도 보인다. 대구시가 지정한 공연 특화 거리인 김광석길에서는 버스커들의 거리 공연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길 중간에 100여 명이 앉을 수 있는 콘서트홀이 있는데, 이곳에선 11년 동안 김광석 나의 노래 다시 부르기 가 열렸다. 김광석의 음악 세계를 기리고 새 음악인을 발굴하기 위한 행사로 지난 10월 전국에서 397팀이 모여 경연을 벌였다. 아쉽게도 노래 행사는 올해가 마지막이란다. 10월에는 전국의 버스커들이 참가하는 버스킹 페스타 도 함께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한 달 동안 각자 배정된 구역에서 열띤 공연을 펼쳤다. 취재를 위해 찾은 날에도 한 참가자가 자작곡에 이어 김광석의 사랑했지만 을 부르고 있었다. 추운 날씨라 관객이 많지 않았지만, 익숙한 음률과 가사에 행인들이 하나둘 멈춰 서서 그의 노래를 듣기 시작했다. 이 길에선 역시 김광석의 노래가 큰 힘을 내는 모양이다. 해가 질 무렵 길을 밝히는 조명이 켜지자, 버스킹의 분위기는 한층 무르익어갔다. 대구엔 숨은 음악 여행지가 더 있다. 중구 향촌동의 녹향 , 공평동의 하이마트음악감상실 은 60년 넘은 음악감상실로 음악 마니아에겐 음지 순례 코스로 꼽히는 곳이다. 두 곳 모두 신청곡을 받아 틀어주는데, 김광석의 노래도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대구 음악 여행의 마무리는 음악감상실에서 그의 명곡을 분위기 있게 들으며 맺어보자.
운영 김광석스토리하우스 오전 10시 ~ 오후 6시(월요일 휴관), 입장료 2000원(경로 청소년 1000원)
[음악 수집가의 컬렉션 - 경주 한국대중음악박물관]
경주세계자동차박물관 키덜트뮤지엄 등 경북 경주에는 테마 박물관이 많다. 2015년 개관한 한국대중음악박물관은 유충희 관장이 30년간 수집한 7만여 점의 수집품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관람은 2층, 3층, 지하 1층 순으로 하면 된다. 2층은 한국대중음악100년사관 으로 대한제국 시기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이다. 1896년 제작된 국내 최초의 음반 아리랑 부터 방탄소년단의 초히트 앨범 Dynamite 까지 100년사가 정리돼 있다. 2층 곳곳에 시대별 인기곡을 틀어주는 스피커가 있어 당시 출시된 음원을 들을 수 있다.
3층에서는 압도적인 크기의 축음기와 스피커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세계 최대 축음기인 E M G 10 b형 오버사이즈 축음기가 먼저 눈에 띄는데, 이는 1930년대 영국에서 만든 것으로 특수 도금한 혼을 사운드박스에 결합한 형태다. 여기에 대형 극장용 스피커인 웨스턴 일렉트릭 사의 미로포닉 시스템까지, 모두 전 세계에 몇 대 남지 않은 희귀품으로 마치 보물창고에 온 듯하다. 3층에 따로 마련된 음악감상실에선 원하는 곡을 신청해 하이엔드 스피커로 들을 수 있다.
3층에서 지하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에선 골든디스크 특별전 이 진행 중이다. 팝 음악사를 수놓은 명가수와 명그룹을 기념하는 전시로 벽면을 따라 비틀스와 마이클 잭슨, 롤링스톤스 등 시대를 제패한 가수와 그들의 명반이 소개돼 있다.
운영 오전 10시 ~ 오후 6시(월 화 휴관), 입장료 1만 2000원(청소년 9000원)
[마왕이 남긴 흔적 - 성남 신해철거리]
1988년. 마왕 신해철은 가수 등용문이던 MBC 대학가요제에 혜성같이 등장했다. 이후 그는 록밴드 넥스트 의 보컬로서 시원한 목소리와 감성적인 가사를 무기로 대중의 심금을 울렸다. 신해철은 사회에 돌을 던지는 논객으로도 활동했다. 각종 사안에 대한 그의 소신은 우리에게 통쾌함을 선사했다. 2014년 의료사고로 너무도 빨리 사망한 그를 기리기 위해 2018년 경기 성남에 신해철거리가 만들어졌다. 신해철거리는 약 160m 길이로, 정문 격인 조형물은 넥스트의 영문 첫 글자 n 을 표현한 것이다.
이 거리에 있는 신해철음악작업실 은 2012년부터 신해철이 작고한 2014년까지 그가 작업실로 쓴 스튜디오를 고쳐 만든 기념관이다. 그의 마지막 앨범인 솔로 6집 REBOOT MYSELF 가 이곳 에서 만들어졌다. 서재에는 신해철이 썼던 가구와 그가 수집한 책들이 있다. 작업실 안 스튜디오엔 그가 남겨놓은 작업물과 메모지, 공연 의상이 전시돼 있다. 길을 걷다 보면 신해철의 어록과 그를 추모하는 메시지가 담긴 추모 블록이 보인다. 신해철을 대표하는 10곡을 소개한 안내판도 있다. 단 하나의 약속 Lazenka, Save Us 처럼 요즘 세대에도 익숙한 노래로, 가사를 읽다 보면 그의 목소리가 생생히 들리는 것만 같다.
운영 신해철음악작업실 오전 10시 ~ 오후 6시, 입장료 없음
[책과 함께 음악을 - 의정부음악도서관]
경기 의정부의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우리나라 최초의 음악전문공공도서관이다. 연면적 약 511.5평(약 1691제곱미터)에 지상 3층 규모인 이곳은 도서 1만 1954권, CD·DVD 등 음반자료 1만 4366장을 갖추고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은 미군 부대가 있던 의정부의 지역 특색을 반영해 블랙뮤직을 테마로 만들어졌다. 블랙뮤직은 블루스 가스펠 힙합 등 흑인 음악 장르를 말한다.
1층은 일반·어린이 도서를 비치한 북스테이지, 건물 내부에 흐르는 음악을 감상하는 오픈스테이지로 구성돼 있다. 2층은 악보를 열람하는 공간으로 마니아들이 주로 찾는다. 3층 뮤직스테이지엔 오디오룸이 있어 헤드폰이나 고품질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의정부음악도서관은 정기 구독 서비스 취향의 발견 을 지원한다. 대상자는 만 19세 이상 의정부 거주자이며, 11 ~ 12월에는 OST 뉴에이지 크로스오버 부문별 각 20명씩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구독자는 한 달간 음반 1장과 도서 1권, 턴테이블 또는 CD 플레이어를 무료로 대여할 수 있다.
운영 평일 오전 10시 ~ 오후 9시, 주말 오전 10시 ~ 오후 6시(월요일 휴관) , 입장료 없음
[젊음의 상징 - 가평 뮤직 빌리지 음악역 1939]
경기 가평의 가평 뮤직 빌리지 음악역 1939(이하 음악역 1939) 는 옛 가평역 부지에 만든 복합 문화공간이다. 가평역이 개통된 1939년을 기념해 이름이 지어졌다. 이곳은 연간 25개에 달하는 음악 관련 프로그램을 진행할 만큼 행사가 많아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도 최근 떠오른 명소다.
음악역 1939는 전체 면적은 1만 2000평(약 3만 7257 제곱미터)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가장 큰 건물인 M STATION은 음악 체험관 및 멀티미디어실, 254석 규모의 실내 공연장 등으로 구성돼 있다. S STATION은 녹음실과 편집실, 사무실이 있는 건물이다. 특히 녹음실은 비틀스의 녹음실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샘 도요시마가 직접 설계했을 만큼 각별히 공을 들였다.
T STATION은 음악가 또는 안무가 지망생을 위한 개인 연습실과 단체 연습실이다. MUSEVILL은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레지던스 시설로 2 4 8인실 및 다목적실이 있다. 1939 SQUARE는 야외 공연이 열리는 곳이다. 여러 시설 중 세미나실 스튜디오 연습실 등은 대관을 받는다.
운영 연중 무휴, 입장료 없음
[복고풍 감성 저격 - 광주사직통기타거리]
광주사직통기타거리는 광주광역시 남구에 있는 포크 음악의 성지다. 1970년대 광주시민에게 이곳은 서울로 치면 명동처럼 젊음의 광장이었다. 당시에 많았던 통기타 카페는 생맥주를 마시며 포크 음악을 듣는 장소로 인기를 끌었다. 1983년부터는 광주천에서 사직공원으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통기타 라이브 카페거리 가 조성됐다. 2000년대 들어 포크 음악이 쇠퇴하면서 옛 명성이 퇴색 욵지만, 통기타거리는 광주 남구청의 광주음악의 거리 프로젝트에 따라 광주사직통기타거리란 이름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여전히 사직공원 입구부터 170m에 이르는 구간에 10여 개가 넘는 라이브 카페가 남아 있다. 특히 사직골 햇빛촌 등은 거리의 터줏대감 격으로 손님들은 맥주와 안주를 즐기며 통기타 공연을 관람할 수 있다.
광주사직통기타거리에는 이곳을 지켜온 음악가들의 사진과 그들의 일화를 담은 자료도 전시돼 있다. 특히 광주통기타 음악 1세대였던 고(故) 이장순 씨를 기념하는 조형물이 눈에 띈다. 그는 가수이자 방?인으로 광주에서만 40년간 활동하며 작고하기 전까지 공연을 했다. 운영 거리 연중 무휴, 라이브 카페 개별 문의
[거장의 흔적 돌아보는 - 통영 윤이상기념관]
윤이상기념관은 현대음악의 거장 으로 불리는 세계적인 작곡가 윤이상의 흔적을 보존한 곳이다. 독일에서 주로 활동한 윤이상은 젊은 시절, 일제에 의해 금지된 조선 가곡 악보를 가지고 있다가 옥살이를 했을 만큼 민족의식이 강했던 인물이다.
그는 서양음악과 전통음악의 장점을 결합한 작곡세계로 유명하다. 가곡과 오페라 등 장르를 가리지 않았으며, 대표작으로는 오라토리오(종교적 극음악) 오 연꽃 속의 진주여, 오페라 나비의 미망인 등이 있다. 1960년대 서독으로 이주해 귀화한 그는 1995년 사망한 뒤 23년 만인 2018년에 고향인 경남 통영으로 유해가 봉환됐다. 기념관은 전시관 메모리홀 베를린하우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시관은 윤이상의 일생을 집약한 공간으로 그의 유품이 전시돼 있다. 윤이상이 일본과 독일에서 창작 활동할 때 썼던 악보와 악기도 볼 수 있다. 목재로 된 메모리홀에서는 공연이 열린다. 베를린하우스는 윤이상이 독일에서 쓰던 피아노와 가구 등을 옮겨 놓은 곳이다. 운영 오전 9시 ~ 오후 6시(월요일 및 공휴일 다음 날 휴관), 입장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