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서 본 핵우산
오영수
1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자 서울 상공에서는 핵이 터졌다
섣부른 선제타격론이 불러들인 핵이었다
경기북부 양주에 살고 있는 우리 가족은
핵피폭이 덜 미치는 동두천 쪽으로 냅다 튀었다
도로는 차들로 뒤엉켜 사용 불가능해 보였지만
요리조리 피해 가며 북쪽을 향해 달려가려는
우리 가족을 본 사람들은 좌빨 시인노릇 하더니
결국 본색을 드러내 북한으로 도망친다고 하였다
정신없이 가던 우리는 어림짐작으로
개성쯤 쪽으로 되어 보이는 북녘 하늘에서
눈부시도록 하얀 백색 구름이
금빛 섬광속에 피어오르는 모습을 목격하였다
이내 시뻘건 거대한 화염덩어리 불기둥으로 변하여
누군가가 그토록 원했던 핵우산이
백두산보다도 더 크게 펼쳐지는 것이었다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가 날파리떼처럼 날아다녔다
그들은 우리가 탈출해 온 양주 방향을 향해
역으로 내달리기 시작하였다
죽어도 내 집에서 죽자며 다시 방향을 틀어
고향인 양주를 행해 죽을힘을 다해 다른 길로 도망쳤지만
아무리 빨리 달려 봐야 핵폭풍보다 빠를 수가 없었다
남북 핵폭발 중간 지점인 포천과 양주의 경계
일명 투바위고개 근처에서 길이 꽉 막힌 우리 가족은
잘 익어가는 서로의 몸뚱이를 바라보며
핵핵핵핵핵거리며 의식을 놓쳐가고 있을 때
저 밑 산길 아래에서는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었다
나만 살겠다며 좀비처럼
갈팡질팡 이리저리 우왕좌왕 헤매는 인파를 뭉개며
우당탕 전 속력으로 도주하는 차량들도 보았다
나는 죽어가며 보았다
핵우산의 확실한 효과를
아비규환이 따로 없었다
바로 지옥이었다
2
북한에 대적해 미군이 쏘아 올린 핵으로
결국 남북통일이 되었다
하지만 방사능 낙진으로 평양과 서울은
사람이 생존하기 힘든 땅이 되었다
세계는 이제 한국은 몰락했다고 평가했다
방사능 반세기는 까마득히 멀었기 때문이다
고위 관료직 출신 공직자들과 부자들은
천문학적인 돈을 가지고 자녀들 유학을 보낸 나라로
투자 이민을 구실 삼아 살금살금 야반도주하듯 이주해 버렸다
한반도가 쑥대밭이 되었어도
피폭에 시달리며 겨우 살아남은 사람들은
이 땅을 벗어날 수 없었기에
오히려 죽은 자가 부러운 세상에서 억지로 숨 쉬고 있었다
잔류 일본인들이 때는 지금이다 싶어
핵에 망가진 한국땅을 재건해 주겠다며 나서기 시작했다
내선일체를 추구하는 승일 매국세력들이
일본의 재등장을 요구하며
언제든 천황폐하 만세를 부를 준비가 되어 있던 신문사는
구원투수를 자처하며 사설과 기사로
나라 안팎에 도배질을 시작했다
핵에 무너진 대한민국을 도와준다며
외국 자본이 쏟아져 들어왔다
모든 건설은 거의 그들의 몫이었으며
우리에겐 감내하기 힘든 외상 장부가 쌓여가고 있었다
새로 나타난 하얀 고양이와 검정고양이들이
번갈아가며 현실을 직시하라고 했다
그리고 선거가 시작되었다
후보는 하얀 고양이와 검정고양이뿐이었다
그들은 서로 좋은 나라를 만들어 주겠다며
꿀보다 달콤한 선거공약과 함께 유세를 시작했다
선거 결과는 구관이 명관이라 하여
지역주의를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에 의해 또 그들이 선택되었다
을사오적의 후예들은 이제야 진정한 합일이 되었다며
만세삼창을 불렀다
그리고 새로운 법률이 법꾸라지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은 더 이상 독도를 탐내지 아니했다
그들은 섬에서 벗어나 그리 꿈에서도 그리던
대륙의 품에 당당히 안착하였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이
단지 노시인이 꿈에서 본
우리의 암울한 미래였을지 몰라도
어쩌면 이것을 꿈꾸는 무리와
그에 동조하는 매국노들이 존재하는 한 저들의 흉계는
내가 꿈에서 깨어나서도 현재진행형이 되어
계속 이어질지도 모를 일이라 한탄이 절로 나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