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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문학미술의집 난정뜰 원문보기 글쓴이: 난정주영숙
추억 한 아름
추임새가 생각난다
억만 단어 줄줄이 늘어놓아도 흥겹게 읽히는
한 단락 씩 끊어 읽게 하는 장치
아아아, 한 단락짜리 통짜구조의 김유정 소설 '두꺼비'
름이야, 우리는 보았지? 거기에 도사린 40수의 사설시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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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 한 단락 구조의 본문 그대로 사설시조 3장 12구를 구분함(40수).
김 유 정
1 (초) ①내가 학교에 다니는 것은 ②혹 ③시험 전날 밤새는 맛에 들렸는지 ④모른다. (중) ⑤내일이 영어 시험이므로 그렇다고 하룻밤에 다 안다는 수도 없고 시험에 날 듯한 놈 몇 대문 새겨나 볼까, 하는 생각으로 책술을 뒤지고 있을 때 ⑥절컥, 하고 바깥에서 자전거 세워 놓는 소리가 난다. ⑦그리고 행길로 난 유리창을 두드리며 이상, 하는 것이다 밤중에 웬놈인가 하고 찌뿌둥히 고리를 따보니 ⑧캡을 모로 눌러붙인 두꺼비눈이 아닌가. (종) ⑨또 무얼, ⑩하고 좀 떠름했으나 ⑪그래도 한 달포 만에 만나니 ⑫우선 반갑다. 2 (초) ①손을 내밀어 ②악수를 하고 ③어서 들어오슈, ④하니까 (중) ⑤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다 하고 오늘 의논할 이야기가 있으니 한 시간쯤 뒤에 제 집으로 꼭 좀 와 주십쇼, 한다. ⑥그뿐으로 내가 무슨 의논일까, 해서 얼떨떨한 사이도 없이 허둥지둥 자전거 종을 울리며 골목 밖으로 사라진다. ⑦궐련 하나를 피워도 멋만 찾는 이놈이 자전거를 타고 나를 찾아왔을 때에는 일도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나 ⑧그러나 제 말이면 으레 복종할 걸로 알고 나의 대답도 기다리기 전에 달아나는 건 썩 불쾌하였다. (종) ⑨이것은 ⑩놈이 아직도 ⑪나에게 대하여 기생오라비로서의 특권을 가지려는 것이 ⑫분명하다. 3 (초) ①나는 사실 ②놈이 필요한 데까지 ③이용당할 대로 ④다 당하였다. (중) ⑤더는 싫다, 생각하고 ⑥애꿎은 창문을 딱 닫은 다음 다시 책을 뒤지자니 속이 부걱부걱 고인다. ⑦허지만 실상 생각하면 놈만 탓할 것도 아니요 ⑧어디 사람이 동이 났다고 거리에서 한 번 흘낏 스쳐 본, (종) ⑨그나마 ⑩잘났으면이어니와, ⑪쭈그렁 밤송이 같은 기생에게 정신이 팔린 ⑫나도 나렷다. 4 (초) ①그것도 ②서로 눈이 맞아서 ③달떴다면야 ④누가 뭐래랴마는 (중) ⑤저쪽에선 나의 존재를 그리 대단히 여겨 주지 않으려는데 ⑥나만 몸이 달아서 답장 못 받는 엽서를 매일같이 석 달 동안 썼다. ⑦하니까 놈이 이 기미를 알고 나를 찾아와 인사를 떡 붙이고는 하는 소리가 ⑧기생을 사랑하려면 그 오라비로부터 잘 얼러야 된다는 것을 (종) ⑨명백히 ⑩설명하고 또 ⑪그리고 옥화가 제 누이지만 제 말이면 대개 들을 것이니 ⑫그건 안심하라 한다. 5 (초) ①나도 옳게 여기고 ②그담부터 학비가 올라오면 상전같이 놈을 모시고 다니며 ③뒤치다꺼리하기에 ④볼 일을 못 본다. (중) ⑤이게 버릇이 돼서 툭 하면 찾아와서 산보나 가자고 끌어내서는 ⑥극장으로 카페로 혹은 저 좋아하는 기생집으로 데리고 다니며 밤을 새기가 일쑤다. ⑦물론 그 비용은 성냥 사는 1전까지 내가 내야 되니까 얼뜬 보기에 누가 데리고 다니는 건지 영문 모른다. ⑧게다 즈 누님의 답장을 받아 올 테니 한번 보라고 장담은 하면서도 나의 편지만 가져가고는 꿩 구워먹은 소식이다. (종) ⑨편지도 ⑩우편보다는 ⑪그 동생에게 전하니까 마음에 좀 든든한 뿐이지 사실 바로 가는지 혹은 공동변소에서 콧노래로 뒤지가 되는지 ⑫그것도 자세히 모른다. 6 (초) ①하루는 놈이 찾아와서 ②방바닥에 가 벌렁 자빠져 콧노래를 하다가 ③무얼 생각했음인지 ④다시 벌떡 일어나 앉는다. (중) ⑤울룽한 낯짝에 그 두꺼비눈을 한 서너 번 끔벅거리다 나에게 훈계가, 너는 학생이라서 아직 화류계를 모른다. ⑥멀리 앉아서 편지만 자꾸 띄우면 그게 뭐냐고 톡톡히 나무라더니 기생은 여학생과 달라서 그저 맞붙잡고 주물러야 정을 쏟는데 하고 사정이 딱한 듯이 입맛을 다신다. ⑦첫사랑이 무언지 후려맞은 몸이라 나는 귀가 번쩍 뜨이어 그럼 어떻게 좋은 도리가 없을까요, 하고 다가서 물어 보니까 잠시 입을 다물고 주저하더니 ⑧그럼 내 직접 인사를 시켜 줄 테니 우선 누님 마음에 드는 걸로 한 2~30원어치 선물을 하오, (종) ⑨화류계 ⑩사랑이란 돈이 좀 ⑪듭니다. 하고 전일 기생을 사랑하던 저의 체험담을 ⑫좍 이야기 한다. 7 (초) ①딴은 ②먹이는데 싫달 계집은 ③없으려니 ④깨닫고 (중) ⑤나의 정성을 눈앞에 보이기 위하여 놈을 데리고 다니며 동무에게 돈을 구걸한다, 양복을 잡힌다, 하여 ⑥덩어리돈을 만들어서는 우선 백화점에 들어가 같이 점심을 먹고 나오는 길에 ⑦42원짜리 순금 트레반지를 놈의 의견대로 사서 ⑧부디 잘 해달라고 놈에게 들려 보냈다. (종) ⑨그리고 ⑩약속대로 그 이튿날 ⑪밤이 늦어서 찾아가니 놈이 자다 나왔는지 눈을 비비며 제가 쓰는 중문간방으로 맞아들이는 그 태도가 어쩐지 ⑫어제보다 탐탁치가 못하다. 8 (초) ①반지를 전하다 ②퇴짜나 맞지 않았나 하고 ③속으로 ④조를 부비며 앉았으니까 (중) ⑤놈이 거기에 관하여는 일체 말없고 딴통같이 앨범 하나를 꺼내어 여러 기생의 사진을 보여 주며 객쩍은 소리를 한참 지껄이더니 ⑥우리 누님이 이상 오시길 여태 기다리다가 방금 노름 나갔습니다. 낼은 요보다 좀 일찍 오셔요, 하고 ⑦주먹으로 하품을 끄는 것이다. ⑧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좋을 걸 안 됐다 생각하고 그럼 반지를 전하니까 뭐래드냐 하니까, (종) ⑨누이가 ⑩퍽 기뻐하며 ⑪그 말이 초면 인사도 없이 선물을 받는 것은 실례로운 일이매 직접 만나면 돌려보내겠다 ⑫하더란다. 9 (초)①이만하면 일은 잘 얼렸구나, ②안심하고 하숙으로 돌아오며 생각해 보니 반지를 돌려보낸다면 나는 언턱거리를 아주 잃은 터라 ③될 수 있다면 만나지 말고 편지로만 나에게 마음이 동하도록 하는 것도 좋겠지만 그래도 옥화가 실례롭다 생각할 만치 그만치 나에게 관심을 가졌음에는 ④그 다음은 내가 가서 붙잡고 조르기에 달렸다. (중) ⑤궁리한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마는 그 다음날 약 한 시간을 일찍 찾아가니 놈은 여전히 귀찮은 하품을 터뜨리며 좀 더 일찍 오라하고, ⑥고 담날 찾아가니 역시 좀더 일찍이 오라하고, ⑦이렇게 연 나흘을 했을 때에는 ⑧놈이 괜스리 제가 골을 내가지고 불안스럽게 굴므로 (종) ⑨내 자신 ⑩너무 우습게 ⑪대접을 받는 것도 같고 아니꼬워서 망할 자식, 이젠 너와 안 놀겠다 결심하고 ⑫부리나케 하숙으로 돌아와 이불전에 눈물을 닦으며 지나온 지 달포나 된 오늘날 의논이 무슨 의논일까. 10 (초) ①시험은 급하고 과정 낙제나 면할까하여 ②눈을 까뒤집고 책을 뒤지자니 ③그렇게 똑똑하던 글자가 어느덧 먹줄로 변하니 ④글렀고, (중) ⑤게다 아련히 나타나는 옥화의 얼굴은 보면 볼수록 속만 탈 뿐이다. ⑥몇 번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바로잡아 가지고 들여다보나 아무 효과가 없음에는 이건 공부가 아니라, 생각하고 ⑦한구석으로 책을 내던진 뒤 일어서서 들창을 열어놓고 개운한 공기를 마셔 본다. ⑧저 건너 서양집 위층에서는 붉은 빛이 흘러나오고 어디선지 들려오는 가냘픈 육자배기, (종) ⑨그러자 ⑩문득 생각나느니 ⑪계집이란 때없이 잘 느끼는 ⑫동물이다. 11 (초) ①어쩌면 옥화가 ②그 동안 매일같이 띄운 나의 편지에 ③정이 돌아서 ④한 번 만나고자 불렀는지 모르고 (중) ⑤혹은 놈이 나에게 끼친 실례를 깨닫고 전일의 약속을 이행하고 오랬는지도 모른다. ⑥하여튼 양단간에 ⑦한 시간 후라고 시간까지 지정하고 갔을 때에는 ⑧되도록 나에게 좋은 기회를 주려는 게 틀림이 없고, (종) ⑨이렇게 ⑩내가 옥화를 얻는다면 ⑪학교쯤은 내일 집어치워도 좋다 생각하고, ⑫외투와 더불어 허룽허룽 거리로 나선다. 12 (초) ①광화문통 큰 거리에는 ②목덜미로 스며드는 싸늘한 바람이 ③가을도 이미 ④늦었고 (중) ⑤청진동 어구로 꼽들어 길옆 이발소를 들여다보니 8시 45분, 한 시간이 되려면 아직도 20분이 남았다. ⑥전봇대에 기대어 궐련 하나를 피우고 나서 그래도 시간이 남으매 군밤 몇 개를 사서 들고는 2분에 하나씩 씹기로 하고 서성거리자니 대체 오늘 일이 하회가 어떻게 되려는가, ⑦성화도 나고 계집에게 첫인사를 하는데 뭐라 해야 좋을는지, ⑧그러나 저에게 대한 그 열정의 총량만 보여주면 고만이니까 만일 네가 나와 살아 준다면, (종) ⑨그리고 ⑩네가 원한다면 ⑪내 너를 등에 업고 백 리를 가겠다, ⑫이렇게 다짐을 두면 그 뿐일 듯도 싶다. 13 (초) ①그 외에는 ②아버지가 보내 주는 흙 묻은 돈으로 ③근근히 공부하는 나에게 ④별도리가 없고, (중) ⑤아, 이런 때 아버지가 돈 한 뭉텅이 소포로 부쳐 줄 수 있으면, 하고 한탄이 절로 날 때 국숫집 시계가 늙은 소리로 9시를 울린다. ⑥지금쯤은 가도 되려니, 하고 옆골목으로 들어섰으나 옥화의 집 대문 앞에 딱 발을 멈출 때에는 까닭 없이 가슴이 두근거리고, ⑦그것도 좋으련만 목청을 가다듬어 두꺼비의 이름을 불러도 대답은 어디 갔는지 안채에서 계집 사내가 영문 모를 소리로 악장만 칠 뿐이요 그대로 난장판이다. ⑧이게 웬일인가 얼뚤하여 떨리는 음성으로 두서너 번 불러 보니 (종) ⑨그제야 ⑩문이 열리고 ⑪뚱뚱한 안잠재기가 나를 쳐다보고 누구를 찾느냐 하기에 두꺼비를 보러 왔다 하니까 ⑫뾰족한 입으로 중문간방을 가리키며 행주치마로 코를 쓱 씻는 양이 귀찮다는 표정이다. 14 (초) ①전일 ②같으면 ③내가 ④저에게 (중) ⑤편지를 전해달라고 폐를 끼치는 일이 ⑥한두 번 아니라서 ⑦저를 만나면 담뱃값으로 몇 푼씩 집어주므로 ⑧저도 나를 늘 반기는 터이련만 (종) ⑨왜 이리 ⑩기색이 틀렸는가. ⑪오늘밤 일도 아마 ⑫헛물 켜나보다. 15 (초) ①그러나 ②우선 ③툇마루로 ④올라서서 (중) ⑤방문을 쓰윽 열어보니 설혹 잤다 치더라도 그 소란 통에 놀라 깨기도 했으련만 두꺼비가 마치 떡메로 얻어맞은 놈처럼 방 한복판에 푹 엎으러져 ⑥고개 하나 들 줄 모른다. ⑦사람은 불러 놓고 이게 무슨 경운가 싶어서 눈살을 찌푸리려다 강형, ⑧어디 편찮으슈, 하고 좋은 목소리로 그 어깨를 흔들어 보아도 (종) ⑨눈 하나 ⑩뜰 줄 모르니 ⑪이놈 참 암만해도 ⑫알 수 없는 인물이다. 16 (초) ①혹 내 일을 잘되게 돌보아 주다가 분란이 일고 ②그 끝에 이렇게 되지나 않았나 생각하면 못 할 바도 아니려니와 ③그렇다 하더라도 두꺼비 등 뒤에 똑같은 모양으로 엎으러졌는 ④채선이의 꼴을 보면 어떻게 추측해 볼 길이 없다. (중) ⑤누님이 수양딸로 사다가 가무를 가르치며 부려먹는다던 채선이가 자정도 되기 전에 제법 방바닥에 엎드렸을 리도 없겠고, ⑥더구나 처음에는 몰랐던 것이나 두 사람의 입 코에서 멀건 콧물과 게거품이 뺨 밑으로 검흐르는 걸 본다면 웬만한 장난은 아닐 듯싶다. ⑦머리끝이 쭈뼛하도록 나는 겁을 집어먹고 이 머리를 흔들어 보고 저 머리를 흔들어 보고 ⑧이렇게 눈이 둥그랬을 때 (종) ⑨별안간 ⑩미닫이가 딱, 하더니 ⑪필연 옥화의 어머니리라, ⑫얼굴 강총한 늙은이가 펴독스리 들어온다. 17 (초) ①그 옆에 ②장승같이 ③섰는 ④나에게는 (중) ⑤시선도 돌리려지 않고 두꺼비 앞에 가 팔싹 앉아서는 ⑥도끼눈을 뜨고 대뜸 들고 들어온 장죽통으로 그 머리를 후려갈기니 ⑦팡하고 그 소리에 내 등이 다 선뜩하다. ⑧배지가 터져 죽을 이 망할 자식, (종) ⑨집안을 ⑩이렇게 망해 놓은 놈 ⑪죽을 테면 죽어라, ⑫어서 죽어 이 자식. 18 (초) ①이렇게 ②독살에 ③숨이 ④차도록 (중) ⑤두 손으로 그 등허리를 대구 꼬집어 뜯더니 그래도 꼼짝 않는 데는 할 수 없는지 결국 이 자식 너 잡아먹고 나 죽는다, 하고 ⑥목청이 찢어지게 발악을 치며 귓배기를 물어뜯고자 매섭게 덤벼든다. ⑦그러니 옆에 섰는 나도 덤벼들어 뜯어말리지 않을 수 없고 늙은이의 근력도 얕볼 게 아니라고 비로소 깨달았을 만치 ⑧이걸 붙잡고 한판 싱갱이를 할 즈음, (종) ⑨그 자식 ⑩죽여 버리지 그냥 둬? ⑪하고 천둥 같은 호령을 하며 이번에는 늙은 마가목이 마치 저와 같이 생긴 투박한 장작개비 하나를 들고 ⑫신발째 방으로 뛰어든다. 19 (초)①그 서두는 품이 ②가만두면 ③사람 넉넉히 ④잡아놀 듯하므로, (중) ⑤이런 때에는 어머니가 말리는 법인지는 모르나 내가 고대 붙들고 힐난을 하던 안늙은이가 기겁을 하여 일어나서는 영감 참으슈, 영감 참으슈, 연신 이렇게 달래며 허겁지겁 밖으로 끌고 나가기에 좋이 골도 빠진다. ⑥마가목은 끌리는 대로 중문 안으로 들어가며 이 자식아 몇 째냐, 벌써 일곱째 이래 놓질 않았니 이 주릴 틀 자식, 하고 씨근벌떡 하더니, ⑦안대청에서 뭐라고 주책없이 게걸거리며 발을 구르며 ⑧이렇게 집안을 떠엎는다. (종) ⑨가만히 ⑩눈치를 살펴보니 ⑪내가 오기 전에도 몇 번 이런 북새가 일은 듯싶고, ⑫암만해도 내 자신이 힐없이 도깨비에게 홀린 듯싶어서 손을 걷고 멀뚱히 섰노라니까 (종-중복)⑨빼꼼히 ⑩열린 미닫이 틈으로 ⑪살집 좋고 허여멀건 안잠재기의 얼굴이 ⑫남실거린다. 20 (초) ①대관절 웬 속셈인지 좀 알고자 미닫이를 열고는 ②그 어깨를 넌지시 꾹 찍어가지고 대문 밖으로 나와서 이게 어떻게 되는 일이냐고 물으니 ③이 망할 게 콧등만 찌끗할 뿐으로 ④전 흥미 없단 듯이 고개를 돌려 버리는 게 아닌가. (중) ⑤몇 번 물어도 입이 잘 안 떨어지므로 ⑥등을 두들겨 주며 그 입에다 ⑦궐련 하나 피워 물리지 않을 수 없고 ⑧그제서야 (종) ⑨녀석이 ⑩죽는다고 독약을 ⑪먹었지 ⑫뭘 그러슈, 21 (초) ①하고 퉁명스리 봉을 떼자(말문을 떼자) ②나는 ③넌덕스러운 그의 소행을 ④아는지라, (중) ⑤왜, 하고 성급히 그 뒤를 재우쳤다. ⑥잠시 입을 삐죽이 내밀고 세상 다 더럽단 듯이 삐쭉거리드니 은근히 하는 그 말이 ⑦두꺼비놈이 제 수양조카딸을 어느 틈엔가 꿰차고 돌아치므로 ⑧옥화가 (종) ⑨이것을 ⑩알고는 눈에 ⑪쌍심지가 ⑫올라서 22 (초) ①망할 자식, ②나가 ③빌어나 ④먹으라고 (중) ⑤방투로 뚜들겨 내쫓았더니 ⑥둘이 못 살면 차라리 죽는다고 저렇게 약을 먹은 것이라 하고, ⑦에이 자식도 어디 없어서 그래 수양조카딸을, ⑧하기에 이왕 그런 걸 어떡하우 (종) ⑨그대로 ⑩결혼이나 시켜 주지, ⑪하니까 ⑫그게 무슨 말씀이유, 23 (초) ①하고 ②바로 ③제 일같이 ④펄쩍 뛰더니 (중)⑤채선이 년이 몸뚱이가 인제 ⑥앞으로 몇 천 원이 될지 몇 만 원이 될지 모르는 금덩이 같은 계집애인데 원, ⑦하고 넉살을 부리다가 잠깐 침으로 목을 축이고 나서 ⑧그리고 또 일곱째야요, (중) ⑨모처럼 ⑩수양딸로 데려오면 ⑪놈이 꾀꾀로 주물러서 버려놓고 버려놓고 하기를 ⑫이렇게 일곱, 24 (초) ①하고 ②내 코 밑에다 ③두 손을 ④들이대고 (중) ⑤똑똑히 일곱 손가락을 펴 뵈는 것이다. ⑥그럼 무슨 약을 먹었느냐고 물으니까 그건 확실히 모르겠다 하고 아까 힝하게 자전거를 타고 나가더니 아마 어디서 약을 사 가지고 와 둘이 얼러먹고서 저렇게 자빠진 듯하다고, ⑦그러나 내가 저게 정말 죽지나 않을까 겁을 집어먹고 사람의 수액이란 알 수 없는데, 하니까 ⑧뭘이요 먹긴 좀 먹은 듯하나 (종) ⑨그러나 ⑩원체 알깍정이가 돼서 ⑪죽지 않을 만큼 먹었을 테니까 ⑫염려 없어요, 25 (초)①하고 ②아닌 ③밤중에 ④두들겨 깨워서 (중)⑤우동을 사오너라, 호떡을 사오너라 하고 펄쩍나게(뻔질나게) 부려는 먹고 쓴 담배 하나 먹어 보라는 법 없는 조 녀석이라고 오랄지게 욕을 퍼붓는다. ⑥나는 모두가 꿈을 보는 것 같고 어릿광대 같은 자신을 깨달았을 때 하 어처구니가 없어서 벙벙히 섰다가, ⑦선생님 누굴 만나러 오셨수, 하고 대견히 묻기에 나도 펴놓고 옥화를 좀 만나볼까 해서 왔다니까 흥, 하고 콧등으로 한번 웃더니, ⑧응 저희끼리 붙어먹는 그거 말씀이요, 이렇게 비웃으며 내 허구리를 쿡 찌르고 (종)⑨그리고 ⑩곁눈을 슬쩍 흘리고 ⑪어깨를 맞부비며 대드는 양이 ⑫바로 느물러든다. 26 (초) ①사람이 볼까봐 ②내가 창피해서 ③쓰레기께로 ④물러서니까 (중) ⑤저도 무색한지 시무룩하여 노려만 보다가 다시 내 옆으로 다가서서는 제 뺨따귀를 손으로 잡아다녀 보이며 이래뵈도 이팔청춘에 한창 피인 살집이야요, 하고 ⑥또 넉살을 부리다가 거기에 아무 대답도 없으매 ⑦이 망할 것이 내 엉덩이를 꼬집어 제 얼굴이 뭐가 옥화년만 못하냐고 은근히 후닥이며 대든다. ⑧그러나 나는 너보다는 말라깽이라도 (종) ⑨그래도 ⑩옥화가 좋다는 것을 ⑪명백히 알려주기 위하여 무언으로 땅에다 침을 한번을 탁 뱉아 던지고 대문으로 들어서려 하니까 ⑫이게 소맷자락을 잡아다니며 선생님 저 담배 하나만 더 주세요. 27 (초) ①나는 또 느물려켰구나, 생각은 했으나 ②성이가셔서 갑째로 내주고 방에 들어와 보니 ③아까와 그 퐁경이 조금도 다름없고 ④안에서는 여전히 동이 깨지는 소리로 게걸게걸 떠들어댄다. (중) ⑤한 시간 후에 꼭 좀 오라던 놈의 행실을 생각하면 괘씸은 하나 체모에 몰리어 두꺼비의 머리를 흔들며 강형, 강형, 정신을 좀 차리슈, 하여도 꼼짝 않더니 ⑥약 한 시간 반 가량 지남에 어깨를 우찔렁거리며 아이구 죽겠네, 아이구 죽겠네, 연해 소리를 지르며 입 코로 먹은 음식을 울컥울컥 돌라(게워)놓는다. ⑦이놈이 먹기는 좀 먹었구나, 생각하고 등을 두드려 주고 있노라니 ⑧얼마 뒤에는 윗목에서 채선이가 마저 (종) ⑨똑같은 ⑩신음소리로 ⑪똑같이 ⑫돌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28 (초) ①이렇게 되면 ②나는 저희들 ③치다꺼리하러 온 것도 ④아니겠고 (중)⑤너무 밸이 상해서 한 구석에 서서 담배만 뻑뻑 피고 있자니 또 미닫이가 우람스리 열리고 이번에는 나들이옷을 입은 채 옥화가 들어온다. ⑥아마 노름을 나갔다가 이 급보를 받고 달려온 듯싶고 하도 그리던 차라 나는 복장이 두근거리어 나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갔으나 그는 나에게 관하여는 일체 본 척도 없다. ⑦그리고 정분이란 어디다 정해 놓고 나는 것도 아니련만 ⑧앙칼스러운 음성으로 (종)⑨이놈아, ⑩어디 계집이 없어서 ⑪조카딸하고 정분이 나, 하고 ⑫발길로 두꺼비 옆구리를 활발히 퍽 지르고 나서 돌아서더니 이번에는 채선이의 머리채를 휘어잡는다. 29 (초) ①이년 ②가랑머릴 ③찢어놀 년, ④하고 (중) ⑤그 머리채를 들었다가 놓았다 몇 번 그러니 제물 코방아에 코피가 흐르는 것은 보기에 좀 심한 듯싶고 얼김에 달려들어 강선생 좀 참으십시오, ⑥하고 그 손을 콱 잡으니까 대뜸 당신은 누구요, 하고 눈을 똑바로 뜬다. ⑦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잠시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제가 이경홉니다. 하고 나의 정체를 밝히니까 ⑧그는 단 마디로 저리 비키우, (종) ⑨당신은 ⑩참석할 자리가 아니요, ⑪하고 내 손을 털고 눈을 흘기는 그 모양이 반지를 받고 실례롭다 생각한 사람커녕 ⑫정성스리 띄운 나의 편지도 제법 똑바로 읽어 준 사람이 아니다. 30 (초) ①나는 그만 ②가슴이 섬찍하여 ③뒤로 넋없이 ④바라만 보며 (중) ⑤딴은 돈이 중하구나 깨닫고 금덩어리 같은 몸뚱이를 망쳐논 채선이가 저렇게까지도 미울 것 같으나 ⑥그러나 그 큰 이유는 그 담 일 년이 썩 지난 뒤에야 안 거지만 ⑦어느 날 신문에 옥화의 자살 미수의 보도가 났고 ⑧그 까닭은 실연이라 해서 보기 숭굴숭굴한 기사였다마는 (종) ⑨속살(속내)을 ⑩가만히 들여다보면 ⑪그렇게 간단한 실연이 아니었고 ⑫어떤 부자놈과 배가 맞아서 한창 세월이 좋을 때 31 (초) ①이놈이 그만 ②트림을 하고 ③벌렁 ⑤나둥그러지므로 (중) ⑥계집이 나는 너와 못 살면 죽는다고 엄포로 약을 먹고 다시 물어들인 풍파이었던바 ⑦그때 내가 병원으로 문병을 가보니 독약을 먹었는지 보제를 먹었는지 분간을 못하도록 ⑧깨끗한 침대에 누워 발장단으로 (종) ⑨담배를 ⑩피는 그 손등에 ⑪살의 윤택이 ⑫반드르하였다. 32 (초) ①그렇게 ②최후의 ③비상수단으로 ④써먹는 (중) ⑤그 신성한 비결을 이런 누추한 행랑방에서 함부로 내굴리는 채선이의 소위를 생각하면 코방아는 말고 빨고 있던 궐련불로 그 등허리를 지진 그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⑥그렇다 하더라도 자정이 썩 지나서 얼마치나 속이 볶이는지 모르나 채선이가 앞가슴을 두 손으로 줴뜯으며 입으로 피를 돌림에는 ⑦옥화는 허둥지둥 신발째 드나들며 일변 저의 부모를 부른다, ⑧어멈을 시키어 인력거를 부른다, (종) ⑨이렇게 ⑩눈코 뜰 새 없이 ⑪들몰아서는 ⑫온 집안식구가 병원으로 달려가기에 바빴다. 33 (초) ①그나마 참례 못 가는 ②두꺼비는 ③빈 방에서 ④개밥의 도토리로 끙끙거리고. (중) ⑤그 꼴을 봐하니 가여운 생각이 안 나는 것도 아니나 ⑥그러나 즈 집에서는 개돼지만도 못하게 여기는 이놈이 제 말이면 누이가 끔뻑한다고 속인 것을 생각하면 곧 분하고, ⑦나는 내분에 못 이겨 속으로 개자식 그렇게 속인담, 하고 ⑧손등으로 눈물을 지우고 섰노라니까 (종) ⑨여지껏 ⑩한 마디 없던 이놈이 ⑪고개를 쓰윽 들더니⑫ 이상, 의사 좀 불러 주슈, 하고 슬픈 낯을 하는 것이다. 34 (초) ①신음하는 품이 ②괴롭기도 ③어지간히 ④괴로운 모양이나 (중) ⑤그보다도 외따로 떨어져서 천대를 받는 데 좀 야속하였음인지 잔뜩 우그린 그 울상을 보니 나도 동정이 안 가는 것은 아니다마는 ⑥그러나 내 생각에 두꺼비는 독약을 한 섬을 먹는대도 자살까지는 걱정 없다고 짐작도 하였고 ⑦또 한편 저의 부모, 누이가 가만있는 데는 ⑧내가 어줍잖게 의사를 불러댔다간 (종) ⑨큰코를 ⑩다칠 듯도 하고 해서 ⑪어정어정하게 코대답만 해 주고 ⑫그대로 섰지 않을 수 없다. 35 (초) ①한 서너 번 ②그렇게 ③애원하여도 ④그냥만 섰으니까 (중) ⑤나중에는 이놈이 또 골을 벌컥 내가지고 그리고 이건 엇다 쓰는 버릇인지 너는 소용없단 듯이 손을 내흔들며 ⑥가거라 가, 가, 하고 제법 해라로 혼동을 하는데는 나는 그만 얼떨떨해서 간신히 눈만 끔뻑일뿐이다. ⑦잘 따져보면 내가 제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려가면서 누이와 좀 만나게 해달라고 애걸을 하였을 때 나의 처신은 있는대로 다 잃은 듯도 싶으나 ⑧그 언제이던가 놈이 양돼지같이 뚱뚱한 그리고 알몸으로 찍은 제 사진 한 장을 내보이며 이래봬도 한때는 다아, 하고 (종) ⑨슬며시 ⑩뻐기던 그것과 ⑪겹쳐서 생각하면 ⑫놈의 행실이 번히 꿀적찌분한 것은 넉히 알 수 있다. 36 (초) ①이때까지 ②있은 것도 ③한갓 ④저 때문인데 (중) ⑤가라면 못 갈 줄 아냐 싶어서 나도 약이 좀 올랐으나 그렇다고 덜렁덜렁 그대로 나오기는 어렵고. ⑥생각다 끝에 모자를 엉거주춤히 잡자 의사를 부르러가는 듯 뒤를 보러 가는 듯 그 새 중간을 채리고 비슬비슬 대문 밖으로 나오니 ⑦망할 자식 이젠 참으로 너희하곤 안 논다 하고 마치 호랑이 굴에서 놓인 몸같이 두 어깨가 거뜬하다. ⑧밤늦은 거리에 인적은 벌써 끊겼고 (종) ⑨쓸쓸한 ⑩골목을 휘돌아 ⑪황급히 나오려 할 때 옆으로 뚫린 다른 골목에서 기껍지 않게 ⑫선생님, 하고 걸음을 방해한다. 37 (초) ①주무시고 ②가지 ③벌써 ④가슈, 하고 (중) ⑤엇먹는 거기에는 대답 않고 어떻게 됐느냐고 물으니까 뭘 호강이지 제깐년이 그렇잖으면 병원엘 가보, 하고 내던지는 소리를 하더니, ⑥시방 약을 먹이고 물을 집어넣고 이렇게 법석들이라 하고 저는 집을 보러 가는 길인데 우리 빈 집이니 같이 갑시다, 하고 ⑦망할 게 내 팔을 잡아끄는 것이다. ⑧이렇게도 모조리 처신을 잃었나, 생각하며 제물에 화가 나서 (종) ⑨그 손을 ⑩홱 뿌리치니 ⑪이게 재미있단 듯이 한번 방긋 웃고 그러나 팔꿈치로 나의 허구리를 쿡 찌르고 나서 ⑫사람 괄시 이렇게 하는 게 아니라고 괜스리 성을 내며 토라진다. 38 (초) ①그래도 제가 아쉬운지 슬쩍 눙치어 ②허리춤에서 아까 내가 준 담배를 꺼내어 ③제 입으로 한 개를 ④피워주고는 (중) ⑤그리고 그 잔소리가 선생님을 뚝 꺾어서 당신이라 부르며 옥화가 당신을 좋아할 줄 아우? 발새에 끼인 때만도 못하게 여겨요, ⑥하고 나의 비위를 긁어 놓고 나서 ⑦편지나 잘 받아 봤으면 좋지만 그것도 체부가 가져오는 대로 무슨 편지구 간 두꺼비가 먼저 받아보고는 치고 치고 하는 것인데 ⑧왜 정신을 못 차리고 (종) ⑨이렇게 ⑩병신짓이냐고 ⑪입을 내밀고 ⑫분명히 빈정거린다. 39(초) ①그렇다 치면 ②내가 입때 ③옥화에게 한 것이 ④아니라 (중) ⑤결국은 두꺼비한테 사랑 편지를 썼구나, 하고 비로소 깨달으니 아무것도 더 듣고 싶지 않아서 발길을 돌리려니까 ⑥이게 꽉 붙잡고 내 손에 끼인 먹던 궐련을 쑥 뽑아 제 입으로 가져가며 언제 한 번 찾아갈 테니 노하지 않을테냐, 묻는 것이다. ⑦저분저분히 구는 것이 너무 성이 가셔서 대답 대신 주머니에 남았던 돈 30전을 꺼내 주며 담뱃값이나 하라니까 또 골을 발끈 내더니 돈을 도로 내 양복주머니에 치뜨리고 다시 조련질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⑧에이 그럼 맘대로 해라, 싶어서 그럼 꼭 한 번 오우 내 기다리리다, 하고 (종) ⑨좋도록 ⑩떼놓은 다음 ⑪골목 밖으로 부리나케 나와 보니 ⑫목로집 시계는 한 점이 훨씬 넘었다. 40(초) ①나는 얼빠진 등신처럼 ②정신없이 내려오다가 ③그러자 ④선뜻 잡히는 생각이 (중) ⑤기생이 늙으면 갈 데가 없을 것이다. ⑥지금은 본 체도 안 하나 옥화도 늙는다면 내게밖에는 갈 데가 없으려니, 하고 조금 안심하고 늙어라, 늙어라, 하다가 뒤를 이어 영어, 영어, 영어 하고 나오나 ⑦그러나 내일 볼 영어시험도 곧 나의 연애의 연장일 것만 같아서 에라 될 대로 되겠지, 하고 집어치고는 ⑧쾡한 광화문통 (종) ⑨큰 거리 ⑩한복판을 내려오며 ⑪늙어라, 늙어라고 만물이 늙기만 ⑫마음껏 기다린다.
출처-주영숙 지음 [사설시조조 한국소설]
첫댓글 김유정과 난정 선생님으로부터 사설시조를 공부합니다~ㅎ^^
세상에나 이리 소중히 모셔진 글을 이제야 봅니다~ 감사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