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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0601 (월)
- 초여름에 피는 상큼한 눈꽃, 때죽나무
- 알듯 말듯 한 식물들 (21) - 식물이야기 (115)
“홀딱벗고 홀딱벗고”라고 우는 검은등뻐꾸기의 수컷이 아직도 짝을 찾지
못하였는지 아니면 외로워서 그런지 새벽부터 암컷을 찾으며
신록의 6월 아침을 엽니다.
“홀딱벗고 홀딱벗고”라고 우는 새는 아인학당 제21회(2009.06.29일)에 소개해
드렸었는데, 검은등뻐꾸기, 두견이, 접동새라고도 불리며 뻐꾸기 보다 조금 작지만
뻐꾸기와 같이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탁란(托卵)을 하는 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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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초여름에 눈꽃처럼 하얗고 은은한 레몬향을 풍기는 꽃을 나무 가득 피우고,
가을에는 민머리 모습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리는 예쁘고 또 재미있는
때죽나무 이야기입니다.
때죽나무는 원래 지금 쯤 한창 피어 있을 때인데, 요즘 거의 모든 꽃들이
일찍 피어서 곳에 따라서는 벌써 지기 시작하는 곳도 있습니다.
꽃 이야기를 하다 보니 문득 고려시대 명 문장가이며 시인인 이규보가
여섯 살 때 지었다는 다음의 시가 생각납니다.
< 花笑聲未聽 (화소성미청) 鳥啼淚難看 (조제루난간) >
= 꽃은 웃으나 소리는 들을 수 없고, 새는 우나 눈물은 보기 어렵구나."
* 백운거사(白雲居士) 이규보(李奎報 : 1168~1241)
- 어릴 때부터 신동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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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죽나무 ]
1. 학명
- Styrax japonica Siebold Zuccarinii
- 위의 학명에서 “Styrax”는 “안식향(安息香)을 산출하다”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storax"에서 유래하였다고도 하고,
- 또 다른 주장은 “Styrax”가 “물방울”이라는 뜻의 ”stiria"에서 나왔다고도
하는데, 이 역시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樹液)이 물방울 모양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 <안식향(安息香)>
- 안식향(安息香)이란 안식향나무(때죽나무과에 속함)의 수액(樹液)을 건조시켜
만든 약재로서 향기가 높고 또 모든 사악한 기운을 쫓아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우리나라의 때죽나무에서는 채취할 수가 없지만 동남아시아의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 사는 때죽나무에서는 이 약재를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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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분류
- 감나무목 때죽나무과에 속하는 잎 지는 중간 키 나무(=낙엽소교목-落葉小喬木)
이며 유독성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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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름
- 때죽나무, 때죽, 왕때죽나무, 대쭉나무, 때쭉나무, 족나무, 장수, 노각나무,
구배자, 야말리(野茉莉), 오색말리(五色茉莉), 금대화(錦帶花), 목길자(木桔子),
흑다화(黑茶花), 춘수(椿樹), 제돈과(齊墩果) 등등 무척 많은 이름이 있습니다.
- 제주도에서는 “종낭” 또는 “족낭”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종(鐘)처럼 생긴 꽃을 피우는 나무”라는 뜻입니다.
- 영어로는 “snow bell", “japanese snowbell" 또는 ”japanese styrax"라고
하는데, 서양 사람들도 “눈으로 만든 종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 <“때죽나무”의 이름>에 대하여는
- 나무껍질이 칙칙하고 어두운 흑갈색이어서 “때가 많은 껍질의 나무”라고
하여 “때죽나무”라 불렀다는 설도 있고
- 가을에 수없이 주렁주렁 매달리는 열매가 둥그스럼하고 회색으로 반질반질해서
마치 스님들이 떼로 몰려 있는 것 같아 “떼중나무”라고 불렀다가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설,
- 열매껍질에 마취를 시키는 독성이 있어 열매를 빻아 물에 풀면
물고기가 물 위로 올라와 떼로 죽는 다고 하여 “떼죽나무”라 불렀다가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설,
- 열매에는 기름때를 없애는 성분이 들어 있어서 열매를 찧은 물로 빨래를 하면
기름때가 쏙쏙 빠진다고 하여 “때죽나무”가 되었다는 설 등등
그 이름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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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름에 “bell"이 붙는 식물들>
- “bell"이 붙는 식물들은 모두 예쁜 꽃을 피웁니다.
- 즉,
때죽나무(= snow bell),
쪽동백나무(= fragrant snowbell),
개나리(= golden bell),
더덕(= lance asiabell : lance - 창, 작살)
⇒ 아인학당 제220회(2014.11.10일)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만삼(蔓蔘) = pilose asiabell : pilose - 부드러운 털이 많은)
⇒ 아인학당 제222회(2014.12.08일)에 소개해 드렸습니다.
잔대 (Japanese lady bell)
coral bells(= 단지산호 : 북미 서남부 원산 범의귀과(科)의 다년초
= 빨간 산호빛 초롱꽃 모양의 작은 꽃이 핌)
등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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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사는 곳
- 우리나라 전국, 제주도에서부터 남부지방, 중부지방의 그다지 높지 않고
햇볕이 조금씩 들만큼 우거진 숲에서 잘 자라는데,
- 중국과 일본에서도 자랍니다.
* <신구대학교 식물원>
- 여러분이 즐겨 찾는 청계산입구에서 성남시 쪽으로 조금 더 가면
신구대학교 식물원이 있는데 주차장에서 식물원 들어가는 입구에
때죽나무가 여러 그루가 있어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고 또 떨어지는
봄부터 가을까지 무척 즐겁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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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사는 모습
- 높이는 약 10m 정도이고
- 가지에는 처음에 성모(星毛)라 불리는 여러 갈래로 갈라져 별 모양으로 된 털이
있으나 점차 없어지며,
- 또 작은 가지의 목재부위는 연한 녹색입니다.
- 나무껍질은 세로줄무늬가 있으며, 칙칙하고 어두운 흑갈색인데
점차 벗겨지면서 다갈색으로 됩니다.
- 서울의 남산에도 이 나무가 많이 있는데, 공해가 심한 서울에서 잘 자라는
것으로 보아 산성비나 대기오염을 잘 견디는 나무인 것으로 보이며,
- 또 전 세계에 분포하는 120여 종의 때죽나무 중에서는 우리나라 때죽나무가
추위에 가장 강하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합니다.
* < 쪽동백나무 (= fragrant snowbell) >
“때죽나무과”에 속하면서 생김새, 꽃, 열매와 꽃이 피는 시기 등 여러 가지로
때죽나무와 아주 비슷하지만 잎이 더 크고 동그란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무척 보기 좋은 나무에 “쪽동백나무”가 있는 데, 이도 역시 제가 참 좋아해서
틈틈이 보러 다니는 나무로서 언젠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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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잎
- 잎은 어긋나기(=호생-互生)인데,
- 나무마다 잎의 크기가 아주 달라서
길이 2cm의 작은 잎부터 8cm정도의 큰 잎까지 다양합니다.
- 잎의 모양은 달걀꼴 또는 긴 타원형으로,
- 가장자리에 이빨모양의 톱니가 있는 경우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으며,
- 길이 5~10mm의 잎자루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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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꽃
- 보통 5~6월에 피는데, 암수한그루로서 총상(總狀)꽃차례입니다.
- 꽃은 잎겨드랑이에 2~6 송이씩 달리는데, 마치 하얀색의 종처럼 아래를 향해
피는 꽃이 여러 송이가 모여 긴 꽃차례를 이룹니다.
- 하얀 색깔의 꽃은 지름이 1.5~3cm 이고 노란 꽃밥을 단 수술은 10개 있습니다.
- 꽃잎 끝이 다섯 갈래로 깊이 갈라져서 갈래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통꽃입니다.
- 꽃이 무척 향기롭습니다.
- 특히 한방에서는 꽃을 “매마등(買麻藤)”이라 하여 약으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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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꽃말
-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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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열매
- 열매는 핵과(核果)로서,
- 9~10월에 초록빛이 도는 옅은 회색으로 익는데,
완전히 다 익은 다음에는 잿빛이 도는 밤색이 됩니다.
- 길이는 약 1.2cm 정도로 달걀꼴인데,
사람 얼굴처럼 둥그스럼하고 반질반질 윤기가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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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쓰임새
- 꽃이 이름답고 향기롭고 또 열매도 예쁘고 재미있게 생겼으며,
추위와 공해와 산성비에도 잘 견디므로 길가나 공원 등 어느 곳에나 심어서
경치를 꾸미기에 좋습니다.
- 위에서 잠시 말씀드린 대로 한방에서는 꽃을 “매마등(買麻藤)”이라 하여
약으로 쓰는데, 꽃을 따서 햇볕에 말려 기침가래, 인후통, 치통, 관절 아픈데,
뼈가 부러져 아픈데 등에 씁니다.
- 또 잎과 열매는 풍습(風濕 : 습한 곳에서 사는 까닭으로 습기 받아서 뼈마디가
저리고 아픈 병)에 썼다고도 합니다.
- 그리고 덜 익은 열매의 껍질에는 아주 독한 물질이고 마취성분인
“에고사포닌(egosaponin)”이 약 4% 들어있어서 이를 찧어 물에 풀어서
물고기를 잡거나 독화살을 만드는데 쓰이는데,
- 동학혁명 때 무기가 부족했던 농민들은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 반죽하여
화약과 섞어서 총알을 만들어 썼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 실제로 에고사포닌의 동물실험 결과 이 성분은 적혈구를 파괴한다고 합니다.
- 또 열매에는 에고사포닌 이외에도 여러 종류의 글리세리드(glycerid), 지방유,
에고놀(egonol) 등이 함유되어 있어서 이를 찧은 물로 빨래를 하면
기름때를 없애주므로 비누 대신으로 쓰기도 합니다.
- 또 열매를 갈아서 치마분(齒磨粉=이를 닦는데 쓰는 가루),
세분(洗粉=물건을 닦는데 쓰는 가루) 등을 만드는 데도 씁니다.
- 그리고 줄기는 장기 알이나 여러 가지 목기, 지팡이 등의 목재로 쓰이고,
- 씨앗은 기름기가 많아서 호롱불을 켜거나 머릿기름으로 바르기도 하며,
- 꽃은 향기가 좋아서 향수의 원료로도 쓰입니다.
- 때죽나무를 장작으로 사용하면 연기가 나지 않아 좋다고도 합니다.
- 식물학자들은 이렇게 추위와 병충해, 공해에 매우 강하며 또 활용도가 높은
때죽나무를 관상수로 적극 개발해야 한다고 부르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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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에서의 빗물 이용 >
- 예로부터 물이 귀했던 제주도에서는 때죽나무 가지를 띠로 엮어
물그릇에 받쳐놓고 빗물을 받으면 빗물이 깨끗하고 맑게 된다고 하여
널리 이용하기도 했다고 하는데, 신기한 것은 이렇게 모아둔 물은 몇 년씩
놓아두어도 상하는 일이 없었다고 합니다.
- 그런데 제주도는 온통 화산암으로 이루어져서 옛날부터 물이 무척 귀했습니다.
- 요즘 태풍이 오면 그 길목에 있는 제주도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리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사실 서귀포의 경우 연평균 강수량은 2,000mm 이상으로 우리나라
연평균 강수량인 약 1,540mm 보다 훨씬 많습니다.
- 그렇지만 현무암(玄武岩) 등으로 이루어진 화산암은 표면에 구멍이 송송
뚫려있어서 빗물은 모두 지하로 스며들어갑니다.
- 지하로 스며든 빗물은 중력으로 인하여 낮은 곳으로 이동하였다가
해안가 저지대에서 용천수(湧泉水)로 배출됩니다.
- 따라서 제주도의 옛 마을들은 용천수가 나오는 해안가에 형성된 경우가
많습니다.
- 그리하여 물이 귀한 제주도에서는 예로부터 “촘항”이라는 특수한 물 얻는 방법이
있었습니다.
- “촘항”이란 활엽수 나무 밑에 커다란 물 항아리를 놓고 볏짚, 보리 짚, 억새
등을 댕기머리처럼 꼬아 만든 “촘"이라는 것으로 활엽수와 물 항아리를 연결하여
빗물을 모아 사용하였다고 합니다.
- 이렇게 모이는 빗물은 “촘”을 흐르는 동안 정화가 되고, 또 이 물 항아리에는
개구리 몇 마리를 넣어 두고는 했다는데, 이들이 벌레 등을 잡아먹어 맑은 물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 그런데 최근에는 제주도에 농업과 목축업 그리고 골프장이 발달하여 물을 얻기
위하여 관정(管井)을 이용하여 수백 미터 아래의 지하수를 뽑아내어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앞으로 어떤 재앙을 가져 오려는지 걱정되는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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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고기 잡는 방법>
(1) 때죽나무
- 위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때죽나무 열매”를 짓찧어서 물에 풀면
물고기들이 죽거나 기절하여 물위로 둥둥 뜨고,
(2) 가래나무
- 아인학당 제220회(2011.01.10일) “견과이야기 - 가래나무”에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만, 우리 민족의 민속 중에는 8월의 물놀이와 함께 행하여지던
“가래탕”이라는 아이들의 놀이가 있었는데, 가래나무의 열매나 뿌리를 찧은 후
물에 풀어서 그 독(毒)으로 민물고기를 물 위로 둥둥 떠오르게 하여 민물고기를
잡는 방법입니다.
- 이는 어릴 때 많이 해보던 놀이인데, 그런데 가래나무 보다는 오늘 말씀드리는
“때죽나무”의 예쁘게 생긴 열매가 더욱 효과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3) 여뀌
- 또 물가에 흔히 자라는 “여뀌”의 잎과 줄기를 짓찧어서 물에 풀면 역시 물고기가
죽어서 물위로 뜨는데, 그래서 “여뀌”를 <어독초-魚毒草>라고도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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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으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첫댓글 때죽나무 꽃잎은 처음 보는 것 같군요. 학장님이 소개 할 때마다 처음 보는 것 같으니 제가 견문이 일천 한 것인지 관심이 없는겐지 ㅎㅎ 중에 꽃이 웃으나 들을수 없다는 시가 아름답게 다가 옵니다. 날 더운데 건강 조심하십시요,학장님. 늘 감사합니다.
때죽나무는 도심에서는 잘 보이지 않고 밖으로 나가야 볼 수 있습니다. 밖에 나가서도 무심히 지나칠 수 있으니 그런 모양입니다. 사실 풀이나 나무는 아주 특이한 색깔이나 모습을 지녀야만 관심이 가는 법이니까 그냥 지나치면 눈에 잘뜨이지 않습니다. 사람도 그런 것 아닐까요?
제가 그리 세심하지 못한 모양입니다. 어렸을적부터 풀이나 나무에 별관심이 없었구요. ㅎㅎ 요 몇년전부터 사진을 찍으면서 예쁜 꽃들을 보면 관심을 갖는데 그게 뭔지 모르니.. 답답하지요. 학장님의 강의로 하나 둘 깨우치긴 하는데, 돌아서면...ㅋㅋ 날 더우신데 잘지내시지요? 보고싶습니다, 학장님!
지난주 중국 동북3성을 둘러 보고 왔습니다. 11일간의 강행군이었는데 다행이도 백두산 천지를 보았습니다. 화산섬인 제주도도 물이 금방 땅으로 흡수 되었다가 해안가에서 용출되고 있는데 이를 관정을 뚫어 중턱에서 차단하면 해안가 지장은 물이 고갈되어 큰 재난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네 요즈음 돈 많은 사람을 위한 자원 남용이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저도 떼죽나무는 처음 들어 본 이름입니다. 잘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동북3성을 모두 돌아보셨다면 굉장한 여행이었습니다. 더구나 백두산 천지도 보시고.... 제가 중국을 처음 간 곳이 1987년 요녕성 심양이었는데 안산제철소에 핫코일을 구매하러 갔었지요, 그 당시는 중국과 국교도 없어서 홍콩에서 특별기를 타고 갔었습니다. 홍콩인이 통역을 두고 중국인과 대화하는 것이 참으로 신기했었고, 중국 최초 고속도로인 심양-대련의 선따꿍루가 한창 건설중이었지요, 때죽나무는 가까운 교외의 산기슭 등에서 쉽게 볼 수 있는데 의외로 잘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요즘 환경보호를 부르짖는 사람들은 많은데 입으로만 말하고 실천에 옮기지는 않습니다. 환경보전에 쓰이는 돈은 왠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