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이 시간에는 ‘다니엘과 묵시문학’ 이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나누고자 합니다. 먼저, 다니엘서 1장 1~6절을 보겠습니다.
1 유다의 여호야김 왕이 왕위에 오른 지 삼 년이 되는 해에, 바빌로니아의 느부갓네살 왕이 예루살렘으로 쳐들어와서 성을 포위하였다.
2 주님께서 유다의 여호야김 왕과 하나님의 성전 기물 가운데서 일부를 느부갓네살의 손에 넘겨주셨다. 그는 그것들을 바빌로니아 땅, 자기가 섬기는 신의 신전으로 가지고 가서 그 신의 보물 창고에 넣어 두었다.
3 그 때에 왕은 아스부나스 환관장에게 명령하여, 이스라엘 백성, 특히 왕과 귀족의 자손 가운데서,
4 몸에 흠이 없고, 용모가 잘생기고, 모든 일을 지혜롭게 처리할 수 있으며, 지식이 있고, 통찰력이 있고, 왕궁에서 왕을 모실 능력이 있는 소년들을 데려오게 하여서, 그들에게 바빌로니아의 언어와 문학을 가르치게 하였다.
5 또한 왕은 왕궁에서 날마다 일정한 양을 정해서 음식과 포도주를 그들에게 공급하도록 해주면서, 삼 년 동안 교육시킨 뒤에, 왕을 모시도록 하였다.
6 그들 가운데는 유다 사람인 다니엘과 하나냐와 미사엘과 아사랴가 있었다.
여호야김 제3년이면 서기전 605년이 됩니다. 본문은 이때 다니엘이 친구들과 함께 포로로 잡혀갔다고 말합니다. 학자들 중에는, 서기전 605년에 바벨론이 예루살렘을 침공하기는 했지만, 예루살렘을 점령하고 포로들을 대거 끌고간 사건은 서기전 598년에 있었는데, 저자가 이 두 사건을 혼동한 것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어쨌든 본문에서, 포로로 끌려간 다니엘은 세 친구와 함께 바벨론 왕을 도와 일할 보좌관 후보로 선발됩니다. 하지만 하나님 앞에 흠 없이 살고자 했던 다니엘은 율법이 금하는 음식을 먹지 않기 위해 채식만 먹었는데, 다른 동료들보다 더 건강하고 총명해서 최종적으로 바벨론의 관리로 임명되었고, 페르시아의 고레스 왕 일년까지 왕궁에서 일했다고 본문은 말합니다.
페르시아의 고레스가 바벨론을 점령했을 때가 서기전 539년이었고, 다니엘이 포로로 끌려왔을 때가 서기전 605년이니까, 포로로 잡혀왔을 때의 나이를 십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으로 보면 거의 90세 정도까지 바벨론의 관리로 일했다는 얘기가 되는데,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 사건이라고 하기에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학자들 중에는, 남왕국 유다의 유력자들이 포로로 끌려왔다는 시기를 서기전 598년이 아니라 서기전 605년으로 설정한 것도 그렇고, 다니엘이 90세 정도까지 관리로 일했다는 설정 역시 저자가 서기전 6세기의 역사적 상황을 잘 몰랐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실제로 이 책이 쓰여진 시대는 언제이고, 진짜 저자는 누구일까요? 다니엘서는 기독교성서에는 예언서로 분류되어 있지만, 히브리성서에는 성문서, 즉 문학작품으로 분류되어 있습니다.
다니엘서는 서기전 6세기에 다니엘이란 예언자가 먼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언한 것처럼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건 다니엘서의 저자가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서 위장한 것입니다. 이렇게 누군가를 속이기 위해 자기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감추어 표현한 문학작품을 묵시록이라고 합니다.
묵시라는 말은 헬라어로 아포칼룹시스라고 하는데, ‘감추어 표현한다’는 뜻입니다.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솔직하게 말할 수 없는 사정이 있어서 감추어 표현한 것, 그것이 묵시문학입니다.
성서에는 두 권의 묵시문학서가 존재합니다. 구약성서의 다니엘서와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입니다. 이 두 책은 모두 저자가 살았던 당대의 통치자들을 속이기 위해 위장 언어, 즉 많은 비유와 상징을 동원해서 글을 썼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책을 가진 사람은 체포되어 고초를 겪을 것이고, 책은 수거되어 불태워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들의 내용은, 당연히 당시의 통치자들을 비판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습니다.
요한계시록은, 로마의 통치를 비판하면서, 로마의 권세는 잠깐일 뿐이며 곧 사라질 것이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다스리심이 영원히 이어질 것이니, 성도들은 그때까지 잘 참고 견디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주기 위해 쓴 묵시록인데, 그런 내용을 곧이곧대로 쓰면, 책을 소유한 사람은 화를 당하게 되고, 책은 수거되어 폐기될 것이기에, 비유와 상징으로 쓸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다니엘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서기전 2세기에 이스라엘을 지배하던 시리아제국, 정확히 말하면, 지리적으로는 시리아지만 실제로는 알렉산더의 부하 장군이었던 셀류코스의 후손들이 다스리는 그리스제국의 연장입니다. 그 시리아제국의 통치자 안티오코스 4세의 극악무도한 종교탄압정책에 굴복하지 말고 잘 참고 견디며 신앙으로 이겨내라는 격려의 글을 쓰는 것이 목적인데,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쓰면 책이 통용될 수 없기에, 마치 오래된 옛날에 쓰여진 것처럼 위장하고, 비유와 상징을 동원해서 시리아제국과 안티오코스 4세를 비판하는 글을 쓴 것입니다.
그러니까 다니엘서는, 서기전 6세기에 쓰여진 예언서가 아니라, 서기전 2세기에 쓰여진 묵시문학서이며, 저자도 다니엘이 아니라, 자신의 신분을 감추기 위해 다니엘의 이름을 빌린, 알려지지 않은 작가라는 사실을 먼저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