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
김순무 대한상공회의소 윤리경영위원회 초대 위원장
“중소기업들의 윤리경영 실현에 힘 쏟겠다”
한국야쿠르트에서 공채 1기로 입사해서 최고경영자 자리까지 오른 김순무 사장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는 아이디어 뱅크로 불린다. 사내 물품구매시스템의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등 윤리경영을 추구하여왔으며 임직원 모두 급여의 1%를 기부하여 사랑의 손길을 펼치는 등 사회공헌활동에도 앞장서왔다.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윤리경영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되어 앞으로 3년간 이를 이끌어갈 김순무 한국야쿠르트 사장을 김거성 상임집행위원이 만났다.
대담 김거성_상임집행위원
정리 편집부
사진 임근재
Q. 먼저 지난 7월 26일 발족한 대한상공회의소 윤리경영위원회의 초대 위원장으로 선임되신 것을 축하드린다. 윤리경영위원회가 어떤 취지로 발족하게 되었는지, 또 위원회 구성은 어떻게 되는지 알고 싶다.
A 최근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적으로 윤리경영의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IMF 사태와 대통령선거 관련 비자금 수사 같은 엄청난 홍역을 치르면서 윤리경영의 중요성을 더욱 절실히 인식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고 할 수 있다. 비윤리적인 의사결정이 기업을 도산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위험요소라는 사실을 절감한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의 기대 수준이 상당히 높아져 경영성과가 아무리 좋아도 기업의 투명성과 윤리의식이 결여되면 시장과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없게 되었다. 이는 곧 과거와 같이 무조건 덩치만 키워 이익만 많이 내면 좋은 기업 대접을 받던 시대는 이미 지났음을 뜻한다. 특히 인터넷 매체의 발달과 함께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자는 목소리가 높다보니 이제는 투명한 윤리경영이 기업의 이미지와 매출, 가치를 급격히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아무리 잘 나가던 기업일지라도 비윤리적인 기업이라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게 되었다는 뜻이다.
국제적으로는 지난 2002년 엔론사태 이후 전세계적으로 기업윤리가 강조되고 있으며, 윤리경영이 글로벌 스탠더드로 부상하고 있다. UN이나 OECD, ISO 등 국제기구에서도 윤리경영과 반부패에 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으며, ISO 26000 등 국제윤리규범 제정도 추진되고 있다. 이처럼 윤리경영은 이제 단순한 면피성 요식행위가 아니라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 강화의 필수 요소가 되었다.
대한상의에서는 이같은 국내외의 요구에 부응하고 경영환경 변화에 적극 대처하기 위해 윤리경영위원회를 발족시킨 것이다. 위원은 나를 포함해 부위원장인 종근당의 이장한 회장님 등 모두 32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참여기업을 보면, 신세계, 삼성화재, 현대오일뱅크, 신한은행 등 윤리경영을 선도하고 있거나 윤리경영에 관심이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다.
Q 앞으로 3년 동안 위원회를 이끌어 가실 텐데, 장․단기적인 목표나 포부가 있으면 말씀해 달라.
A 먼저 창립회의를 통해 첫발을 내디딘 만큼 위원회의 틀을 확립하고 활성화시키는 데 힘을 쏟을 생각이다. 창립회의에서 의결한 사업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위원사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독려할 것이다. 특히 9월에 창립될 윤리경영위원회 실무위원회를 통해 윤리경영과 관련된 업계 현안을 발굴하고 정책과제를 제시하는 데도 역점을 두겠다.
국내 대기업들은 윤리경영을 실천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편이나, 중견․중소기업들은 인력이나 비용에서 조금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이들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윤리규범 표준 모델을 개발해서 보급하고, 전국순회 윤리경영 교육 실시, 윤리경영 교육 동영상 보급 등을 통해 윤리 경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아울러 국민들이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을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 기업은 본질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존재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 활동이 정당하고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진다면, 기업에 대해 과도한 사회적 책무를 요구하는 것은 사실 무리라고 본다. 오히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소득을 증대시킨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즉 기업은 건전한 윤리경영을 실천하고 국민은 기업을 믿고 격려하는 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되도록 노력해 나가겠다.
윤리경영위원회 운영규정상 위원 수를 30인 내외로 하도록 되어 있지만, 앞으로 윤리경영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있다면 엄격한 심사를 통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넓힐 생각이다. 그래서 대한상의 윤리경영위원회가 우리 사회의 윤리경영을 선도하는 기구가 되도록 하고 싶다.
Q 2005년 3월 9일 체결된 투명사회협약 제21조에서 경제부문은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4개 영역에 대한 10대 원칙에 근거한 국제연합(UN) 글로벌 콤팩트에 적극 참여한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상공회의소 윤리경영위원회 차원에서 특별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A 최근 국내기업들도 윤리․투명경영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UN 글로벌 콤팩트에 가입할 자격이 있는 기업이 매우 많다고 본다. 현재 전 세계에서 약 3천 개 기업이 가입해 있다고 하는데, 중국이 43개, 일본이 32개 기업이 가입했지만 우리나라는 한전을 비롯해 현재 11개 기업이 가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처럼 국내기업의 가입이 부진한 것은 아직 홍보가 부족한 편이고 가입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도 모자라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따라서 대한상의 윤리경영위원회 차원에서 UN 글로벌 콤팩트에 대한 설명회나 자료배포 등을 통해 국내기업이 많이 가입할 수 있도록 해 나가겠다.
Q ‘윤리경영’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가치로 떠올랐는데, 기업의 경영인으로서 이러한 흐름에 동의하시는지, 그렇다면 윤리경영이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말씀해 달라.
A 과거에는 기업 경영이 양적인 성장 위주로 진행되어 바른 윤리경영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분식회계나 부당경쟁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기업의 폐단 등은 바로 성장 제일주의 시대에 나타난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 기업들도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면서 가치를 중시하는 질적인 기업 경영을 추구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이라는 큰 흐름은 지극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각 기업들도 이제는 신제품 연구 개발이나 인적 자원 육성에 들이는 것만큼이나 투명하고 깨끗한 윤리경영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은 기업의 신뢰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신인도를 높이는 데도 커다란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미래의 국가 경쟁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아무리 일류 기업일지라도 소비자와 거래 기업, 주주로부터 신뢰를 받지 못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꾸준히 실천하여 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는 것이 곧 기업의 신뢰와 국제적인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지름길이라 하겠다.
Q 한국야쿠르트는 모범적인 기업이미지를 지켜오고 있는 기업의 하나이다. 어떤 노력들이 이런 평가를 이끌어냈다고 생각하는가. 그리고 한국야쿠르트가 윤리경영이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해온 노력들을 소개해 달라.
A 한국야쿠르트는 1969년 창립되어 유산균 발효유만을 전문적으로 만들어 판매해왔다. 지금은 발효유뿐만 아니라 라면, 음료, 레토르트, 샘물 등 사업군이 다양해졌지만, 역시 식품전문회사라는 이미지만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외길경영은 과거 무리한 사업 확장을 통한 문어발식 경영의 폐단과는 거리가 있는 전문기업이라는 탄탄한 입지를 오랫동안 유지해온 결과로 보인다.
그리고 한국야쿠르트는 설립 당시부터 전문 경영인이 기업을 경영하는 방식을 고수해 오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기업 지배구조 등에서 별 문제없이 성장해오고 있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외적인 윤리 경영 트렌드에 발맞추고자 임직원들의 윤리기준이 담겨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다. 모든 업무를 추진하는 데 높은 자긍심과 윤리적 가치관을 가지고 규정을 준수하여 양심에 따라 공정하고 투명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런 건전한 기업 풍토를 바탕으로 서로 올바른 관계가 형성되어 투명한 기업 경영을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한국야쿠르트는 ‘건강사회건설’이라는 창업정신과 ‘함께하는 활력사회’라는 기업이념에 걸맞게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게 하며 투명경영과 함께 ‘나눔경영’을 실시하고 있다. 1975년 설립된 사내 단체인 ‘사랑의 손길펴기회’에는 전임직원이 참여하고 있는데, 매월 자신의 급여에서 1%를 기부하여 기금을 조성하고 있다. 이 기금으로 ‘사랑의 떡국나누기’ ‘봄맞이 희망의 대청소’ ‘사랑의 김장나누기’ 같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며 소외된 이웃들에게 희망을 나눠주고 있다.
Q 우리 기업들이 이른바 ‘반기업 정서’를 완화하고 믿을 수 있는 기업, 깨끗한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경영인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장님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경영인’은 어떤 모습인가. 사장님의 경영철학을 듣고 싶다.
A 요즘처럼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영환경에서 기업 경영도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탄력성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원칙이 없는 경영은 설자리를 잃게 된다. 그만큼 원칙을 바탕으로 하지 않은 경영은 성과를 거둔다 해도 의미를 지니기 어렵다.
원칙이란 사전적 의미로 어떠한 행동이나 이론 따위에서 일관되게 지켜야 하는 규칙이나 법칙을 말하는데, 비유해서 말하자면 올바른 길로 나아가기 위한 나침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바른 경영원칙, 그리고 이러한 바탕 위에 태어난 믿을 수 있는 제품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받고 사회적인 책임에도 앞장서는 자세만이 소비자들의 반기업 정서를 완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굳이 철학이라고 말하기에는 부끄럽지만, 나도 늘 ‘정도(正道) 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Q 평소 어떤 직원을 볼 때 눈살이 찌푸려지고 어떤 직원을 볼 때 보람을 느끼는가. 사장님의 생활신조라든가, 생활 철학과 함께 말씀해 달라.
A ‘근시무가지보(勤是無價之寶)’라는 말을 무척 좋아한다. 굳이 해석하자면 ‘부지런함은 곧 값으로 매길 수 없는 보배’라는 말인데, 요즘 젊은 친구들은 개성이 뚜렷하고 자기주장이 강해 더러 당혹스러울 때도 있다. 기업경영이라는 것은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 부지런하며 자기가 맡은 분야의 일을 책임감 있게 처리하는 사원들을 보면 그렇게 자랑스러울 수가 없다. 스스로 자아를 실현하면서 아울러 기업에도 큰 보탬이 되는 그런 직원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있겠는가.
첫댓글 형님, 언제 이 많은 분들을 인터뷰 하셨어요. 매주 하시나요? 아니면 한달에 한번씩 하셨나요? 상대방과 대화하려면 거의 100분 토론 준비하듯 준비해야 하지 않나요? 기업인들이 이렇게 토론에 응하는 것만으로도 반가운 일 같아요.
아니, 지난 2005-2009년 매월 한 사람씩 찾았죠. 지금은 다 옛 이야기...